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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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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효녀 혜진
작성일 : 19-09-07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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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효녀, 혜진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 혜진은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혜진의 긴 생머리는 어깨 조금 너머까지 흘러내려와 부드러운 물결이 일고 있었다. 혜진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색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눈을 좀 내리깔며 걷는 것이 마치 요조숙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토바이 한 대가 갑작스럽게 혜진이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멈춰 섰다. 혜진이는 놀라서 숨이 멎는 듯 깊고 그윽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토바이의 주인공은 헬멧을 벗었다. 민이였다.

  “난 또 누군가 했네.”

 그제서야 혜진은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타. 그 한심한 놈한테 영어 가르치려 가야 하잖아?”

  “넌 동생한테 그게 무슨 말이니?”

  “그 녀석은 나한테 더 심한 말도 한다고. 어서 타.”

 혜진은 조심스럽게 민이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교문을 나서려던 재수는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민이를 보았다. 민이는 뒤에 요조숙녀처럼 보이는 여학생 한 명을 태우고 있었다.

  “강 민, 어떻게 된 거냐? 니가 오토바이를 다 몰고 다니고.”

  “한 대 장만했다.”

  “니가 돈이 어디 있어서?”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잖아? 난 그만 가봐야겠다. 손님이 있어서 말야.”

 민이는 엄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며 시동을 걸었다.

  “누구야?”

 혜진이가 방금 전 민이에게 말을 건넨 남학생에 대해 물었다.

  “성은 머씨고 이름은 저리라고 해.”

 혜진은 민이의 어이없는 대답에 가벼운 실소를 터뜨렸다.

  재수는 짧은 시간을 보았을 뿐이지만 민이의 손님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다.

  ‘여자라면 저 정도는 되야 되는 거 아냐?’

 재수는 은연중에 혼잣말로 민이와 방금 전의 요조숙녀를 비교하며 중얼거렸다.

 

  오토바이는 한산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혜진은 무척 겁이 나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혜진이의 긴 머리와 옷자락이 불어오는 바람에 심하게 펄럭거렸다.

  “좀......천......천천.......히......달릴......수......없니?”

  혜진은 간신히 말을 꺼냈다.

  “야, 이것도 너 생각해서 천천히 달리는 거라고. 여기서 더 속도를 줄이면 무슨 재미로 오토바이를 타냐?”

  민이는 속도를 내릴 기미가 없어 보였다. 혜진은 더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민이의 몸을 더 꼭 안았다.

 

  민이는 집에 도착하자 오토바이를 멈췄다.

  “다 왔어.”

  혜진은 그제서야 꼭 감았던 눈을 뜨고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서 한 발짝도 내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 다시는 니 오토바이 타지 않을래.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혜진은 아직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 별로 빨리 달리지도 않았는데. 그만 들어가자.”

 민이가 대문을 열었고 두 여학생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으나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 또 옥상에 올라갔군. 잠깐 기다려. 금방 데리고 내려올게.”

 민이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밤하늘은 큰 동물원을 옮겨 놓은 듯 했다. 동쪽 하늘에선 사자자리가 보였고, 북쪽하늘에는 기린과 큰곰, 작은곰이 보이고, 서쪽 하늘의 양과 황소, 그리고 남쪽하늘에는 귀여운 토끼가 큰 개, 작은 개 외뿔소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민규는 그렇게 커다란 동물원에서 흰색으로 빛나고 있는 사자자리의 레굴루스라는 별을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있었다. 민규는 어렸을 때부터 별을 사랑했다.

  “야, 한심한 별지기. 그 쓰잘 데 없는 별은 그만 쳐다보고 내려가는 게 어때?”

 민규는 밤하늘의 감동을 깨뜨리는 소음에 천체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술꾼이 오늘은 웬 일이야? 이렇게 일찍 들어오고.”

 민규는 민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 지금 그게 누나한테 할 말이야?”

 민이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어디 누나다와야 말이지. 할 줄 아는 거라곤 술 마시는 거랑 주먹질밖에 없으니 말야.”

  “뭐야?”

 민이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러나 곧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만 내려가자. 네 선생님이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혜진이 누나 왔어?”

 민규는 놀라면서도 손으로는 벌써 천체망원경을 챙기고 있었다.

 남매는 옥상에서 내려왔다.

  “누나 왔어요?”

 민규가 현관으로 들어서며 밝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넌 널 가르치려 온 사람한테 누나가 뭐냐? 선생님이라고 해야 될 거 아냐?”

  “됐어. 나는 누나라는 말이 더 듣기 좋아. 근데 민규는 별이 정말 좋은 가 봐.”

 혜진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럼요. 별은 각자 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거든요. 사람처럼요.”

 민규는 스스로 흥분에 사로잡힌 채 말했다.

  “한심한 녀석이야. 그깟 별을 본다고 쌀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한 마디로 헛수고 하는 짓이야.”

  “누나는 국문과 학생이면 좀 감상이라는 것 좀 가져 봐라. 별을 보고 느낀 점을 시로 쓴다든가 하는. 도무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술 마시는 거 하고 주먹질 밖에 없으니.”

  “야, 너 지금 말 다 했어?”

 민이는 주먹을 쥐고 민규에게로 달려들었고 민규는 재빨리 혜진이의 등 뒤로 숨었다.

  “그만 해라. 민아. 동생을 때리면 되냐?”

 혜진이가 민이를 말렸다.

  “너, 오늘은 내가 혜진이 때문에 참는 줄 알아.”

 민이는 쥐었던 주먹을 폈다.

  현관 문을 열고 민이의 어머니인 윤화가 들어왔다.

  “혜진이 왔구나. 민규 영어 가르치려 온 거니?”

 윤화는 혜진을 반갑게 맞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네, 어머니. 저 그럼 민규랑 공부하러 들어갈게요.”

 혜진은 공손히 대답 하고 나서 민규의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혜진과 민규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책상 위에는 민규의 영어책과 노트가 놓여져 있었다.

  “누나는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요?”

  “영문과 학생이 영어를 못 하면 되니?”

  “그래도 영문과를 갈 생각을 했을 정도면 영어를 잘 했을 거 아니에요? 난 수학은 자신이 있는데 영어는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예전보다 낫긴 하지만.”

  “좀 나아?”

  “네. 누나 때문에 영어성적이 많이 올랐거든요. 저 번 시험에서는 10점이나 오른 걸요.”

  “그만 공부해야지. 부정사 편인가?”

  “네.”

 

  혜진은 1시간 30분 동안의 수업을 마치고 민규와 함께 방을 나왔다.

  “이제 가는 거니?”

 저녁을 만들고 있던 윤화가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네. 어머니.”

  “이거 받아라. 오늘 네 월급 날이잖니?”

  윤화는 흰 봉투를 꺼내 혜진이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이것도. 네가 잘 가르쳐 줘서 민규 영어 점수가 많이 올랐어.”

  윤화는 옷이 들어있는 하얀 비닐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

  “어머니. 이런 거 저 받을 수 없어요. 제가 받는 돈도 과분한 걸요.”

 혜진은 한사코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윤화는 혜진이의 완강한 태도에 더는 어쩌지를 못하고 옷을 거둬들였다.

  “어머니. 저 그럼 그만 가 볼게요.”

  “그래. 조심해서 가거라.”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민이가 나왔다.

  “바래다 줄게.”

  “됐어. 뭘 나오려고 그래?”

  “안심이 안 되서 그래. 이렇게 깊은 밤에 너 같은 요조숙녀는 혼자 다니면 안 된다니까.”

  “얘는 별 소릴 다한다.”

  “하여튼 난 널 바래다 줘야겠어.”

 혜진과 민이는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었다.

  “누나, 그럼 사흘 후에 봐요.”

  “그래. 잘 있어.”

  “안녕히 가세요.”

 

  혜진과 민이는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대문 바로 옆에는 민이의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타.”

 민이는 오토바이를 가리켰다.

  “됐어. 나 그냥 버스 타고 갈래.”

 혜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을 했다.

  “아까보다 훨씬 천천히 몰게.”

  “됐다니까. 버스타고 갈게.”

  “그럼 하는 수 없지.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주는 수 밖에.”

  “뭐 하러 그래? 나 혼자 가도 되는데.”

  “방금 전에도 말했잖아. 너 같은 요조숙녀는 밤에 혼자 다니면 못 쓴다니까. 게다가 버스정류장으로 갈려면 음산한 골목길을 지나가야 된다고. 당연히 보디가드인 내가 보호를 해 줘야지.”

  혜진과 민이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조금 후 버스가 정류장에 와서 멈췄다.

  “그만 가 볼게.”

  “응.. 잘 가.”

 혜진은 버스에 올라탔고 곧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가 떠나자 집으로 돌아온 민이는 대문 옆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어둔 거리를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민이는 정비소에 도착하자 오토바이를 멈췄다.

  “또 네가 오토바이 몰고 나간 거야?”

 승용차를 정비하고 있던 강 사장이 조금 못마땅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강 사장은 사장이었으면서도 자주 종업원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일했다. 민이는 그런 아버지가 좋았다. 그래서 어렸을 때 민이는 자주 정비소에 와서 놀았고 종업원들과 어울려서 차 정비하는 법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잠깐 탔을 뿐이에요.”

 민이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강 사장은 여전히 조금은 못 마땅한 듯 민이를 쏘아 보았다.

  “그만하세요. 사장님. 그래도 오늘은 무사히 돌아왔잖아요? 오토바이도 아주 멀쩡한데요.”

 강 사장을 거들고 있던 종업원이 말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리 와서 이거나 좀 거들어.”

 민이는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서는 손에 목장갑을 꼈다.

  “근데,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자식도 아닌 딸자식한테 차 정비를 거들라고 그래요?”

  “그런 소리 안 들으려면 왜 네 친구 혜진이처럼 행동을 조신하게 하고 다니던가.”

  “하여튼 우리 집은 너무 보수적이라니까.”

  “쓸데없는 소린 그만하고 거기 뒷바퀴 좀 올려 봐.”

  “예썰.”

 

  혜진은 달동네로 뻗어있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9시 조금 전이었다. 혜진은 걸음을 빨리했다. 할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저녁을 준비하고 싶어서였다.

  계단을 다 오른 혜진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이 혜진이 세를 들어 사는 집이었다. 혜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부엌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할아버지가 파를 썰고 계셨다.

  “이제 오는 거니?”

 상욱이 혜진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뭐 하시고 계신 거예요?”

 혜진은 깜작 놀라며 물었다.

  “너 오기 전에 저녁 좀 차리려고. 너 김치찌개 좋아하잖니?”

  “할아버지, 이러시면 어떡해요? 어서 들어가세요. 제가 금방 저녁 차려가지고 들어갈게요.”

  “이제 다 됐는데.”

  “어서요.”

 상욱은 하는 수 없이 파를 썰다 말고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후 혜진은 저녁상을 차려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좁은 방안에는 작은 텔레비전과 혜진의 낮은 책상 말고는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방은 매우 깔끔했다. 혜진은 상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앉았다.

  “할아버지. 진지 드세요.”

 혜진은 수저를 들어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그래, 과외 마치고 오는 길이니?”

  “네. 아, 참, 할아버지 오늘 월급 받았어요.”

 혜진은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상욱은 혜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손녀딸이 너무도 고마웠다. 어렸을 때 부모를 모두 잃었는데도 오늘까지 한 번도 비뚤어지지 않고 곱게 자라준 아이였다.

  “할아버지. 뭘 그렇게 보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아니다. 네가 곱게 자라 준 것이 고마워서.”

  “할아버지도, 참. 별 말씀을 다 하세요. 저 정말 잘 키워주셨으면서요. 대학에도 보내주셨구요.”

  혜진은 고 3내내 전교 석차 5등 안에 들어있었다. 입시가 다가오자 담임선생님은 학생들과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은 혜진이에게 어떤 대학을 지원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혜진은 대학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 혜진은 취업하는 것을 원했다. 혜진이가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쓰레기 하치장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혜진은 일곱 살 때 여객선 사고로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혜진이를 정성스런 사랑으로 대해 주었고 혜진이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 되고 이제는 보답을 해야 될 때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그 날도 혜진이는 담임선생님의 설득을 부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욱은 여느 때 보다 일찍 집에 들어와 있었다.

  “할아버지. 벌써 집에 와 계셨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저녁상 금방 차려 드릴게요.”

  “혜진아. 잠깐만 들어오거라.”

 상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말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

  혜진은 방으로 들어가 할아버지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오늘 네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왔다. 네 점수면 어느 대학, 어느 과를 지원해도 붙을 거라고 하던데? 왜 대학엘 가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구나. 그래? 넌 정말 대학에 갈 생각이 없는 거냐?”

  “할아버지. 저 대학에 미련 없어요. 취업할 생각이에요. 할아버지도 이제 고생 그만 하셔야죠.”

  “혜진아, 난 너를 다른 애들보다 뒤떨어지게 키우고 싶지 않아. 네가 대학에 갔으면 한다.”

  “할아버지, 대학 입학금이 얼마나 비싼데요? 저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할래요. 대학엔 정말 미련없어요.”

  “입학금이라면 그동안 내가 조금씩 모아 둔 돈이 있어.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후의 등록금은 내가 버는 돈에 니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좀 보태면 될 거고. 공부하면서 일한다는 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어때 한 번 해 보지 않겠니?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할아버지!”

 혜진이는 할아버지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 녀석, 속으로는 꽤 대학에 가고 싶어했구나. 그러면서 왜 꿍하고 가만 있기만 했어?”

 상욱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그래, 난 누구보다도 널 믿는다. 넌 틀림없이 잘 해 낼 거야.”

 혜진은 그렇게 해서 ㄱ대 영문과에 원서를 넣게 되었고 차석으로 합격하였다. 그 때 수석으로 들어온 사람은 금하그룹의 외동아들인 박유진이었다. 하지만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인 유진은 대학에 입학한 후 공부에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고 창작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 후로 1등은 계속 혜진이 차지했다.

  혜진이의 꿈은 졸업을 한 후 선생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혜진은 어서 빨리 졸업해 선생이 되고픈 마음이 가득했다. 그것이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베푼 사랑에 대해 자그마한 보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혜진은 3년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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