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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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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사랑은 시작되고
작성일 : 19-09-10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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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랑은 시작되고

 

  지은이 배구 선수로 뛰고 있는 선화여고의 배구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학교로 가려고 집을 나가려는데 거실에 놓여 있는 전화가 울렸다. 지은은 그 곳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준석이네 집이죠?”

  “그런데요? 누구시죠?”

  “저 준석이 친구 마리인데요. 준석이 있으면 좀 바꿔 주실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은이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오빠의 방으로 걸어갔다.

  ‘마리라고?’

  오빠의 여자친구 이름을 거의 다 알고 있었는데 마리라는 이름은 여지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또 바뀌었나 보군. 도대체 몇 번째야?’

 지은은 오빠의 방으로 걸어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지은은 방문을 열었다. 준석은 방바닥에 엎드려서 플레이 보이지를 보고 있었다.

  “하여튼 오빠 저질인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야, 내가 왜 저질이야? 난 성인이고 성인용 책을 보는 것 뿐인데.”

  “아무튼 이건 압수야. 그리고 가서 전화나 받지 그래? 마리라고 하던데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야?

 지은은 오빠한테서 플레이 보이지를 빼앗으며 말했다.

  “마리라고?”

 준석은 지은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을 뛰쳐나갔다.

 

  준석은 수화기를 들었다.

  “마리니?”

  “응.”

  “무슨 일이야? 우리 집에 전화를 다 걸고?”

  “일은 무슨? 그냥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잘 했어. 나도 네 목소리 듣고 싶었거든.”

 지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집을 나갔다.

  “근데, 너 나하고 한 약속 언제 지킬 거야?”

  “약속?”

 준석은 의아해 하며 물었다.

  “나한테 테니스 가르쳐 주기로 했잖아?”

  “아, 그거. 이번 주 토요일 어때?”

  “좋아. 그럼 그 때 봐.”

  “그래. 잘 있어.”

 준석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준석이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준석은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마리니?”

  “아니라서 미안하네요.”

 지은이였다.

  “도대체 어떡하면 그럴 수 있는 거야? 올해 들어서 벌써 몇 번째 인 줄 알아? 난 세다가 다 까먹었다.”

  “야, 쓸데 없는 소리하려면 끊어.”

  “이따 올 거지?”

  “시간 되면 재수랑 같이 갈게.”

  “무슨 오빠가 이래? 동생 경기도 보러 오지 않으려고 하고.”

  “니 경기는 하나도 재미 없단 말이야. 경기가 수준이 비슷해야지. 항상 너무 일방적이잖아? 작년 결승전도 그래? 세트 스코어 3:0에 상대팀은 한 세트도 15점을 넘기지 못했잖아? 근데 오늘은 어느 팀하고 하냐?”

  “송림여고.”

  “들어본 적 없는 팀인데.”

  “신생팀이래.”

  “더 재미없겠군.”

  “아무튼 이따 꼭 와야 돼.”

  “시간 되면 간다니까. 끊을게.”

 준석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준석과 재수는 장충체육관에 도착했다. 경기는 이미 시작됐고 1세트가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준석이 예상대로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3세트 모두 10점 차 이상으로 선화여고가 크게 이겼다.

 

  준석과 재수는 지은이를 보러 체육관으로 코트로 내려 왔다.

  “안 온다고 하더니 왔네.”

  “안 온다고 한 적 없다. 시간 되면 온다고 했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감독님, 저 오빠랑 같이 갈게요.”

  “그래.”

 지은은 서 감독한테 인사를 하고는 준석과 재수랑 함께 체육관을 나갔다.

 

 세 사람은 즉석 떡볶이 전문점으로 들어가서 떡볶이를 주문했다. 곧 떡볶이가 나왔다.

  “경기를 본 소감이 어때?”

  “생각했던 대로야. 재미 하나도 없었어. 도대체 걔네는 왜 배구 한다니?”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왜 배구하는지. 그나저나 이대로 가면 또 우리학교가 우승이군. 언제쯤이면 상대할 만한 팀이 나타나려나?”

  “내가 보기엔 너 대학 갈 때까지도 나타날 거 같지 않다.”

  “정말 재미 없다니까. 아, 근데 오빠 마리는 또 누구야?”

  “야,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떡볶이나 먹어.”

  “재수 오빠는 알아요?”

  “니 오빠가 또 여자 바꾼 거지, 뭐. 우리 풍물패 여자 한 명이 준석이한테 자기 친구 소개 시켜줬거든.”

  “예? 그 언니 제 정신이에요? 세상에 어떤 정신나간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자기친구를 소개시켜 줘요?”

  “야, 내가 어때서 그래?”

  “나 같으면 절대 그런 미친 짓은 안 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재수 오빠 우리 내기 해요?”

  “내기?”

  “만 원 내기. 난 2주 간다에 걸겠어요.”

  “난 일주일.”

  “아주 꼴값들을 떠는 군.”

  “오빠가 한 달을 넘기면 내가 오빠한테 10만원 줄게.”

  “나도.”

  “니네 딴 소리 하기 없기야.”

  “안 해. 오빠가 한 달을 넘길 리가 없잖아? 그걸 믿느니 차라리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말을 믿겠다.”

 

 

  토요일이었다. 학교 옆에는 테니스장이 하나 있었다. 그 테니스장은 주로 테니스부원들이 쓰는 것이었는데 테니스부원들의 연습이 없을 때는 일반 학생들한테도 열려 있었다. 준석과 마리는 따가운 태양이 내리쬐는 학교 옆 테니스장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두 사람은 테니스복을 입고, 테니스화를 신었으며 테니스 라켓이 담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근데 왜 테니스를 배우려고 해? 다른 운동도 많은데.”

  “보기에 쉬워 보이잖아. 그래서 배우기도 쉬울 것 같아서.”

  “보기에 쉬워 보인다고 해서 배우기에도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테니스는 실제로 꽤 힘든 운동이라고. 그래서 별 의욕 없이 시작한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를 많이 한다고.”

  “걱정 마. 난 자신 있으니까.”

  “그럼 기초부터 시작하자고.”

  “좋아.”

  준석은 마리와 함께 기본적인 체조를 한 후, 테니스를 칠 때의 준비자세와 라켓 쥐는 법, 이동 방법, 스윙 하는 법등을 세심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마리에게 기본적인 공감각을 익히게 하기 위해 마리와 손으로 테니스공을 치고 받았는데 준석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마리의 공감각은 꽤나 좋은 편이었다. 공감각을 익히게 한 후 준석은 마리한테 공을 던져주며 라켓으로 쳐 보라고 했다. 마리는 준석이가 가르쳐 준대로 최선을 다해 해 보았지만 공이 네트에 걸리거나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나가기 일쑤였다.

  “잠깐 쉬었다 하자.”

 준석이가 말했다.

  “그래.”

 둘은 자동판매기에서 캔 음료를 뽑았다.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습을 계속한 탓인지 둘의 이마에는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헤어벤드를 하고 있어서 땀이 눈으로 스며드는 일은 없었다.

  “보기보다 쉽지 않은데.”

 마리가 음료수를 마시며 말했다.

  “거 봐. 내가 만만히 보면 안 된댔잖아? 각오 단단히 해야 될 거야.”

  “그만 들어가자.”

 마리는 음료수를 다 마시고 나서 말했다.

  “벌써? 얼마 쉬지도 않았는데.”

 준석은 꽤 놀란 눈치였다.

  “난 이미 테니스에 매료됐어. 예전에 너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둘은 다시 코트로 들어갔다.

 

  두 학생은 두 시간 동안 연습을 더한 후 코트를 나왔다. 그들의 이마에는 땀이 쉴새없이 흘러 내렸고 옷도 땀으로 범벅이 되어 젖어 있었다.

  “처음 배우는 사람치고는 꽤 잘하는 데. 소질이 있어.”

 준석이가 말했다.

  “두고 봐. 반드시 널 따라 잡고 말테니까.”

  “그게 가능할까?”

 준석은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물론. 얼마 안 가서 반드시 널 따라 잡고 말 거라고.”

 마리는 아주 자신만만한게 대답했다.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지. 너랑 함께 게임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니까. 열심히 해 보라고. 근데 이제 어디로 가지?”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목이 마른데 맥주 한 잔 하는 게 어때? 오늘은 내가 살게.”

  “좋지.”

 둘은 호프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직 낮이어서 그런지 호프집 안은 손님이 없었다. 준석과 마리는 우선 핏처와 간단한 안주를 시켰다. 곧 핏처와 안주가 나왔다.

  “오늘은 고마웠어. 앞으로도 잘 가르쳐 줘야 돼.”

 마리가 준석이의 잔에 맥주를 따라 주었다.

  “물론. 난 강습료로 맥주 한 잔이면 되니까.”

 준석도 마리의 잔에 맥주를 따라 주었다.

 ‘챙’ 소리를 내며 두 학생의 잔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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