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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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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바다의 집
작성일 : 19-09-12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7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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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바다의 집

 

  울퉁불퉁한 비포장된 길을 달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마리는 버스에서 내렸다. 그 곳에서 내린 사람은 마리 한 사람뿐이었다. 버스가 다시 흙먼지를 일으키며 떠나자 마리는 바다의 집으로 가는 길인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그리 가파른 언덕은 아니었지만 초여름 같은 더위에 마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리는 아버지와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보육원 아이들을 곧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원장실에서 녹차를 마시던 윤 원장은 창문을 통해 마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윤 원장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윤 원장은 마리가 자신의 뒤를 이어 이 곳을 이어가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 원장은 마리한테 그런 고생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윤 원장은 마리가 무용가인 어머니의 뒤를 잇기를 바랬다. 그래서 여진과 이혼할 때도 마리를 여진한테 보낸 것이었다. 마리는 무용가인 어머니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 받아 춤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유명한 무용가인 어머니를 두고 있었고 천부적인 그 재능으로 자연히 사람들한테 알려져 고등학생일 때는 CF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는 유명세를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무용학과에 가긴 했지만 마리가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는 곳은 윤 원장이 운영하는 보육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윤 원장은 마리한테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힘든 일을 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의사는 윤 원장한테 길어야 1년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폐암 말기였다. 1년 후 자신이 떠나게 된다면...... 그 땐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이젠 마리한테 이 아이들을 부탁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윤 원장은 마음이 복잡했다.

  마리가 노크를 하고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버지, 저 왔어요.”

  “왜 또 왔니? 오지 말라고 했잖니? 이러면 니 어머니가 싫어한다고. 넌 니 어머니 곁에 있어야 돼.”

  “어머니가 싫어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어머니는 명성밖에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니 어머니를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윤 원장이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진 용서하셨는지 몰라도 전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어요. 전 그럼 나가서 일 할게요.”

 마리는 원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마리는 아버지를 존경하는 만큼 어머니를 미워했다. 어머니가 가족도 내팽개친 채 명성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마리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의 일도 그랬다. 여진은 그 때 무용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 인기 때문에 공연도 거의 매일 잡혀 있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계속 피를 토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던 마리는 어머니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극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마리가 극장 관계자한테 들은 말은 공연이 끝나는 대로 전화를 한다는 어머니의 말이었다. 그 날 마리는 어머니한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어떻게 명성을 위해서 가족을 버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장실을 나온 마리는 아이들 점심 준비를 하기 위해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걸어가다가 프로그램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반주에 맞춘 노래를 들었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마리는 프로그램실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수아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멈추고는 문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희미한 형체만 보일뿐 거의 보이질 않았다.

  “누구에요?”

  “나야, 마리 언니.”

 수아는 문쪽으로 와서는 마리를 꼭 안았다.

  “눈은 좀 어때? 나 알아 보겠어?”

  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젠 거의 보이질 않아요.”

  마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언니, 울어요?”

  “아... 아니야.”

  “울지 말아요. 전 이제 괜찮으니까.”

  “으응.”

 수아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아기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하지만 수아는 윤 원장과 마리의 사랑 속에 건강하게 자랐다. 그렇게 훌륭하게 자라던 수아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자꾸 넘어지고 밥을 먹을 때도 음식물을 흘리는 게 다반사였으며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갔다. 학교에서도 그런 이상한 행동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히 수아를 멀리했다. 결국 수아는 외톨이가 되었고 윤 원장과 마리는 수아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

  “수아야, 요즘 대체 왜 그러는 거니? 예전엔 안 그랬잖아? 우리 수아 착했잖아?”

 마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 사실은......"

  “사실은 뭐?”

  “사실은 나 앞이 잘 보이지 않아요.”

  “무... 무슨 소리야? 앞이... 앞이 보이질 않는다니?”

 마리는 상상치도 못한 말에 너무 놀라 하마터면 기절할 뻔 했다. 마리는 그 즉시 수아를 데리고 읍내 안과로 갔다. 검사를 마친 의사는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조언을 했다.

  “큰 병원으로 가 보라니요?”

  “망막색소변성증이 의심돼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니요? 그게 뭔데요?”

  “간단히 말하면 점점 시력을 잃어가다가 결국 실명에 이르는 병입니다.”

 의사의 설명을 들은 마리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았다.

  “치료하면....... 치료하면 나을 수는 있는 거죠?”

  “현재 의학으로는 진행을 조금 늦출 수 있을 뿐 달리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이 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에요? 얘는 지금 11살이라고요. 11살인 아이가 치료방법이 없는 병에 걸려 장님이 된다는 거에요? 세상에 그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가자, 수아야. 이런 돌팔이 하고는 더는 얘기 할 필요도 없으니까.”

 마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수아를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

  “언니, 나 무서워. 나 정말 앞을 못 보게 되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수아가 왜 앞을 못 봐. 우리 서울에 있는 자애병원으로 가자. 자애병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니까 틀림없이 수아를 고쳐 줄 거야.”

  하지만 자애병원에서 수아를 진찰한 의사의 말도 읍내에서 수아를 진찰한 의사의 말과 별로 다를게 없었다.

  “언니, 나 이제 어떡해? 어떡하냐고?”

 수아는 마리를 안고 펑펑 울었다. 마리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 날 이후 수아는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려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았다. 1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고 수아의 병은 계속 진행이 되어 수아는 희미한 형체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날개를 핀 천사가 하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은 너무나 생생해서 수아는 깬 후에도 그 꿈을 온전히 다 기억할 수 있었다. 천사가 불렀던 그 노래가 너무 감명 깊었던 수아는 그 날로 방문을 열고 나와서 프로그램실로 가서는 꿈속의 천사처럼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때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마리는 프로그램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너무나 감명을 받아서 저도 모르게 프로그램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수아가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놀랐다.

  “누구 노래야? 그리고 피아노는 어떻게 칠 수 있는 거야? 한 번도 배운 적 없잖아?”

  수아는 자신의 꿈을 얘기해 주었다. 그 후 수아는 노래를 만드면서 자신의 아픔을 위로했다.

 

  여진은 집에 돌아와 있었다. 10시가 넘었는데도 마리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딸이 어디를 갔는지 여진은 짐작이 갔다. 그렇게 그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귀가 따갑도록 얘기했는데도 딸은 자신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이혼한 남편인 상훈때문이었다. 여진은 그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무용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여진은 상훈의 재능을 사랑하여 그와 결혼했다. 여진이 상훈과 결혼 할 때 상훈은 무명 화가였다. 하지만 여진은 상훈의 재능을 알아차렸다. 그의 재능이라면 틀림없이 국선에 입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선에 입선할 생각으로 그림에 열정을 쏟아 붓던 상훈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림을 포기하고 춘천 외곽지역에서 보육원을 하기 시작했다. 여진은 배신 당했다고 느꼈다. 상훈의 마음을 돌리려고 갖은 설득을 다 했으나 한 번 마음을 정한 상훈은 결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결국 그 일로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진은 이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때 아이가 생겨 이혼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마리는 그렇게 금이 가 있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리의 출생으로 상훈과 여진은 부부라는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유지되던 관계는 마리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의 일로 산산 조각 나듯 깨져버렸다. 그 날, 여진은 공연이 있어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극장 관계자가 딸이 전화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공연을 앞두고 있던 여진은 공연에 집중해야 겠다는 생각에, 또 별 일 아닐 거라는 생각에 끝나고 전화를 한다고 딸한테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진은 공연히 끝난 후 집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신호만 계속 갈 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순간 여진은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 남편하고 딸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찾아 나서려고 했지만 어디서부터 찾아야 될 지도 막막해서 집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1시간이나 지난 후에야 마리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여진은 급히 물었다.

  “아버지가 걱정되긴 하시는 건가요? 하마터면 아버지가 돌아가실 뻔했다고요? 그렇게나 명성이 중요하세요?”

 여진은 화가 잔뜩 나 있는 딸의 말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그 날의 일을 잊기 위해 여진은 더욱 더 공연에 매달리며 명성을 쌓아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그것 밖에 남은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1년 후 여진과 상훈은 마리는 여진이 키우기로 하고 합의 이혼했다.

  마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또 니 아버지 있는 곳에 갔다 오는 거야?”

 여진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예.”

  “그런 곳엔 더 이상 가지 말라고 했잖아? 도대체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 대체 그 병신이나 거지같은 녀석들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거야?”

  “그 애들은 병신이나 거지가 아니라 제 동생이에요.”

  “동생?”

 여진은 코웃음을 쳤다.

  “너랑 피 한방울 썩이지 않은 애들인데 뭐가 동생이라는 거야? 정 그렇게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이 집에서 나가 버려!”

 마리는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가지를 대충 가방에 넣어가지고는 문을 열고 나왔다. 딸의 행동에 여진은 기가 막혔다.

  “뭐 하는 거야?”

  “나가라면서요. 그래서 나가는 거에요.”

 마리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여진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딸을 잡으려고 쫓아가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다 전남편인 상훈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집을 나온 마리는 잠실역에 있는 공중전화로 희연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방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고 있던 희연은 핸드폰이 울리자 책상 위에 놓아둔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마리.”

  “이 시간에 웬 일이야?”

  “나 너희 집에서 자면 안 돼?”

  “응?”

  “집 나왔어. 어머니랑 싸웠거든.”

 희연은 기가 막혔다.

  “지금 어디야?”

  “잠실역.”

  “기다리고 있어. 지금 바로 갈 테니까.”

 희연은 통화를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는 거실로 내려왔다. 거실에선 아버지, 어머니, 동생이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어디 가니?”

 채 여사가 물었다.

  “친구가 잠깐 보자고 해서요. 금방 들어올게요.”

 집을 나온 희연은 운전면허를 따자 유진이의 아버지인 박 회장이 사 준 그랜저를 차고에서 꺼내 타 가지고는 잠실역으로 갔다.

 

  희연은 잠실역에 도착했다. 잠실역 5번 출구에 가방을 들고 있는 마리가 보였다. 희연은 차를 몰고 그 곳으로 갔다. 마리는 번쩍번쩍 빛나는 검은색 그랜저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연이 조수석쪽의 창문을 내리고는 말했다.

  “타.”

 마리가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장관 딸은 역시 다르군. 학생이 그랜저라니? 난 꿈도 못 꿀 일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집을 나오다니? 어디 가서 얘기나 좀 하자.”

 희연이 다시 악셀레이터를 밟으며 출발했다.

 

  희연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삼원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 건물 1층에는 커피숍이 있었다. 희연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마리와 함께 1층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커피숍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두 사람은 중앙에 놓인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나, 너희 집에서 며칠만 지내게 해 줘. 어머니랑 싸우고 집을 나왔는데 막상 나오고 보니 갈 데가 없더라고.”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희연이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우리 부모님은 가출한 여자 받아주지 않을 거야.”

  “가출이 아니라 출가인 거야. 가출은 미성년자나 하는 거고 난 성인이라고.”

 희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빤히 마리를 보았다. 마리가 계속 말을 이었다.

  “시골에서 친구가 올라왔는데 아직 집을 못 구했으니까 며칠만 지내는 걸로 하면 될 거야.”

  “잠실이 시골이냐?”

  “우리 아버지는 춘천 시골에 살고 있으니까 내 말이 완전 거짓말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하는 거다.”

  “난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

  “넌 독실한 기독교 신자니까 나처럼 어려운 사람 도와줘야 하는 거야. 그래야 이 다음에 니가 바라는 대로 천국 갈 수 있다고.”

  “점점 하는 말하고는....... 어쨌든 집에서는 재워 줄 수 없어. 대신 호텔에서 일주일 동안은 지내게 해 줄게.”

  “호텔?”

  “응.”

  “넌 도대체 얼마나 갑부인 거야?”

  “나야 돈이야 많지. 땅도 좀 있고. 그만 나가자.”

 커피를 다 마신 후 희연과 마리는 커피숍을 나왔다.

 

  희연은 마리를 데리고 금성호텔로 왔다. 금성호텔은 박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이었다. 호텔 지배인은 희연을 보더니 깍듯이 인사를 했다.

  “아가씨가 어쩐 일이세요?”

  “제 친구인데요. 일주일만 이 곳에서 지내게 해 주세요. 그래도 돼죠?”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당연히 그렇게 해 드려야죠.”

  “아, 딱 일주일만이에요. 일주일 후엔 돈 안내면 내쫓으세요.”

  “예? 하지만 방금 아가씨 친구 분이라고.”

  “아무리 제 친구라고 해도 이런 고급 호텔에서 일주일 이상 지내게 할 순 없죠? 그러니까 제 말대로 해 주세요. 아셨죠?”

  “예.”

  “야, 너 정말 친구한테 이러기야? 일주일 후에 돈 안내면 쫓아내라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누가 누구한테 뭐라는 건지? 일주일도 최대한 생각해 준 거니까 일주일 후엔 집에 가서 어머니랑 화해나 해라. 난 그럼 간다.”

 희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호텔을 나갔다. 호텔 지배인은 희연이한테 부탁받은 대로 마리를 최고급의 방으로 안내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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