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여진의 공연
재수는 학교 도서관 건물로 들어갔다. 도서관 4층에는 순수과학과 기술과학 서적이 배가되어 있었다. 선택교양과목으로 생명현상과 유전자를 듣고 있는 재수는 레포트를 쓰는데 참고할 책을 빌리려고 4층으로 올라갔다. 순수과학 서적이 배가되어 있는 곳으로 가던 재수는 나연이 기술과학 서적이 배가 되어 있는 곳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금테안경을 쓴 나연은 어깨에 가방을 메고 있었다. 재수는 그 곳으로 걸어갔다. 나연은 재수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오빠가 웬 일이에요?”
나연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책 좀 빌리려 왔어. 레포트 써야 돼서.”
그 때 핸드폰이 울려 깜짝 놀란 나연은 입고 있던 청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으며 자료실 밖으로 나갔다.
조금 후 통화를 마친 나연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핸드폰 샀어?”
“언니가 사 줬어요. 전화 번호 가르쳐 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 아니 무슨 일 없어도 전화해도 돼요.”
나연은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종이 한 장을 찢은 후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좀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 내가 살게.”
“오늘은 약속 있어요. 다음에 사 줘요.”
“그래.”
“정말 다음에 꼭 사 줘야 해요.”
“알았어.”
“저 그럼 갈게요.”
나연은 다시 자료실을 나왔다.
나연은 중국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촌 오빠인 도현은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서른 둘인 그는 캐쥬얼한 복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나연은 그 곳으로 걸어가서 앉았다.
“오빠가 웬 일이에요? 저한테 점심을 다 사 준다고 하고.”
“지난 번 할아버지 제사 때 너 늦게 왔다고 작은아버지한테 또 종아리 맞았을 거 같아서 내가 위로 좀 해 주려고.”
“역시 나 생각해 주는 사람은 오빠랑 큰아버지밖에 없군요. 내가 그 집에서 태어났어야 하는 건데.”
“그럼 너 나한테 시집 와라.”
“오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건 근친상간이라고요.”
“난 말야 솔직히 왜 사촌끼리 결혼하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사실 너처럼 착하고 이쁜 여자를 아직 본 적이 없거든.”
“그거야 뭐 내가 착하고 한 미모 하긴 하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한테 반하면 그건 좀......”
“누가 너한테 반했대?”
도현이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방금 전에 저 보고 오빠한테 시집 오라고 했잖아요?”
“그건 당연히 농담이지. 넌 어째 애가 농담과 진담도 구분 못 하냐? 그런 머리로 어떻게 의대 수석 합격했는지 정말 미스테리다.”
“그게 뭐가 미스테리에요? 정말 미스테리는 오빠가 사법고시를 패스한 거라고요. 아무튼 짬뽕 사 줘요.”
“또 짬뽕이야? 좀 비싼 거 시키지?”
“됐어요. 난 짬뽕이 제일 좋아요.”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도현은 짬뽕 두 그릇을 주문했다. 조금 후 주문한 짬뽕이 나왔다. 둘은 짬뽕을 먹기 시작했다.
“토요일 날 시간 있냐?”
도현이 물었다.
“저야 시간이야 남아 돌죠.”
“그럼 공여진 씨 공연 보러 가지 않을래? 예술의 전당에서 3시에 하는데 표가 2장 생겼거든.”
“공여진이 누구에요?”
“넌 어떻게 공여진도 모르냐? 유명한 무용가잖아?”
“무용가를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전 춤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요
“춤을 모르는 사람도 공여진은 알아. 그만큼 유명한 사람이라고.”
“아무튼 전 춤엔 관심 없어요. 그런 공연이라면 언니랑 같이 가세요. 언니는 그런 거 좋아하니까.”
“희연이랑은 같이 가기 싫어.”
“왜 그렇게 언니를 싫어해요?”
“희연이도 나 싫어하잖아?”
“아무래도 제가 둘을 위해서 나서야 할 거 같아요. 언니한테 오빠랑 같이 공연 보러 갈 수 있도록 설득해 볼게요. 사촌은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거에요.”
“그럼 설득 못하면 니가 같이 가는 걸로 해.”
“예?”
“왜 자신 없어?”
“자신 없긴요? 좋아요. 그렇게 해요.”
“약속한 거야?”
“좋아요. 남아일언...... 아니지 난 남자가 아니지. 어쨌든 이 한나연이는 한번 내 뱉은 말은 지켜요.”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나연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는 맞은 편에 있는 언니 방으로 갔다. 나연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책상에 앉아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던 희연은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니, 공여진이라고 알아?”
“응.”
“역시 언니는 아는구나. 언니는 그런 쪽에는 일가견 있으니까.”
“그 사람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워낙 유명한 사람이어서.”
“도현 오빠랑 하는 말이 똑같네.”
“도현 오빠?”
“낮에 도현 오빠 만났어. 도현 오빠가 이번 주 토요일에 공여진씨 공연 보러 가자고 하는데 언니도 잘 알다시피 난 그런 데에 관심 없잖아? 그러니까 언니가 같이 가지 그래? 언니는 그런 거 좋아하잖아?”
“도현 오빠랑은 같이 가고 싶은 마음 없어.”
“언니는 왜 그렇게 도현 오빠를 싫어해?”
“도현 오빠도 나 싫어하잖아?”
“어휴, 내가 정말. 언니랑 도현 오빠 같은 사람 때문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나오는 거라고. 사촌이 땅을 사면 기뻐해야 하는 거라니까.”
“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희연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하며 물었다.
“아무튼 같이 가지 그래? 그래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생기고 그러는 거라고.”
“난 도현 오빠랑 같이 가고 싶은 마음 없어. 도현 오빠도 나랑 같이 가고 싶은 마음 없을 테고. 도현 오빠는 너랑 같이 가고 싶어할 걸.”
“언니가 안 가면 내가 가야 한다고. 언니 설득 못 시키면 내가 대신 가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그럼 잘 됐네. 니가 가면 되잖아? 공여진씨 공연이라면 훌륭할 거라고.”
“언니, 정말 그렇게 도현 오빠가 싫어?”
“응.”
“왜?”
“도현 오빠가 나 싫어하니까.”
“그럼 도현 오빠 잘못이네. 근데 왜 도현 오빠는 언니를 싫어하는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무래도 내가 원인을 알아내서 화해를 시키든지 해야지 안 되겠어.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 일 날 거라고.”
“무슨 큰 일?”
“사촌간의 전쟁이 막 오를 거고 그럼 가운데서 연약한 나만 죽어 나갈 거라고.”
“어휴, 도대체 니 머릿속엔 뭐가 들었냐? 그리고 연약한 여자가 다 죽었냐? 니가 어디가 연약하다는 거야?”
“이거 왜 이래? 나처럼 연약한 여자가 어디 있다고?”
“쓸데 없는 소리 하려면 나가. 공부해야 하니까.”
“정말 도현 오빠랑 같이 공연보러 안 갈 거야?”
“안 간다니까.”
“이번 주 토요일도 볼짱 다 봤군. 언제쯤이면 내 인생에도 꽃이 필까나?”
나연은 투덜거리며 방을 나왔다.
토요일, 3호선 지하철이 남부 터미널역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도현과 나연이 내렸다. 도현은 흰색 티에 면바지를 입고 있었고 나연은 노란색 봄 잠바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둘은 개찰구로 통해 있는 계단을 올라갔다. 개찰구에 패스를 넣고 나온 후 둘은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는 5번 출구로 걸어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제가 순전히 오빠를 위해 희생하는 거라고요. 난요. 이런 공연은 요만큼도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요. 더군다나 오늘은 황금의 토요일인데. 그런데도 제가 같이 가 주는 건 다 오빠를 위해서라고요.”
“희생은 무슨 희생이야?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니 언니 설득 못 시키면 니가 대신 가기로 그렇게 약속했잖아?”
“물론 그거야 그렇지만요. 그래도...... 근데 도대체 언니를 싫어하는 이유가 뭐에요? 우리 언니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오빠 한 사람 밖에 없을 걸요. 언니는 오빠가 언니 싫어해서 오빠 싫어하는 거라고 말했다고요. 결국 오빠가 문제라고요. 이 참에 화해하지 그래요?”
“싸운 적도 없는데 무슨 화해야?”
“근데 왜 그렇게 언니를 싫어해요?”
“싫은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싫은 거지.”
도현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해봤자 나연이 믿을 리가 없었다.
그 때 계단을 오르던 나연이 그만 발을 잘못 디뎌 굴러 떨어졌다. 그 바람에 노란색 잠바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밖으로 튕겨 나갔다. 도현이 깜짝 놀라 나연이 굴러 떨어진 곳으로 뛰어 내려왔다.
“다치지 않았어? 괜찮아?”
“괜찮아요.”
나연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서며 말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예. 멀쩡하다니까요. 근데 시계가 고장 났어요.”
나연은 손목에 차고 있는 전자시계를 보여주었다. 시계의 액정이 깨져 금이 가 있었고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도 사라졌다.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저기서 굴러 떨어지고도 멀쩡한건지.”
도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은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저기요.”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도현과 나연은 고개를 돌렸다. 나연이를 부른 사람은 마리였다.
“이거 떨어뜨렸는데요.”
마리가 나연이한테 핸드폰을 건네 주었다.
“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이거 언니가 사 준 건데.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마리는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도현은 홀린 듯 마리만을 보고 있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처음 보았다. 지금까지 여자를 보고 한 번도 뛰지 않았던 도현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완전 정신이 나갔군요. 왜 남자들은 이쁜 여자만 보면 정신을 놓는 건지......”
“누굴까?”
도현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글쎄요. 근데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긴 한데.”
“어디서 본 적 있다고? 어디서?”
“몰라요. 기억 안 나요.”
두 사람은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예술의 전당 안 극장 안으로 들어 온 도현과 나연은 지정된 좌석에 가 앉았다. 공여진의 유명세 때문인지 객석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공여진의 전성기 때 객석이 항상 만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공여진의 인기도 흘러가는 시대와 함께 서서히 내리막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공연 10분 전 핸드폰을 진동으로 맞추거나 꺼 달라는 방송이 흘러 나왔다. 사람들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끄거나 진동으로 맞췄다. 하지만 나연은 자신한테 전화가 올 리가 없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끄지 않았다. 천장에 달린 수백개의 등이 꺼지며 공연장은 순식간에 암흑이 되었다. 그리고 곧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며 복장을 갖춘 여진이 등장했다. 여진은 날렵하게 걷어 올린 남색 치마에 흰색 저고리에 흰 장삼을 걸쳤고 머리에는 흰 고깔을 썼고 어깨에는 붉은 가사를 입었으며 양 손에는 북채를 들었다. 여진이 추는 춤은 한국 전통 민속춤인 승무였다. 비스듬히 내 딛는 보법이며 미끄러지는 듯 내딛다가 날 듯하는 세련된 춤사위는 움직임 속에 멈춤이 있었고 멈춤속에 움직임이 있었다.
도현은 감탄을 하듯 여진의 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 앉은 나연은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졸음을 참지 못해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자진모리와 장악 당악 장단에 맞추어 시작하는 북의 연타가 관객을 몰아지경으로 빠뜨리고 있을 때 핸드폰 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관객들이 모두 핸드폰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황한 도현이 나연을 깨우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야, 핸드폰 꺼.”
“다 끝났어요?”
잠에서 깨며 도현한테 묻던 나연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재빨리 공연장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재수.”
“오빠, 오빠가 웬 일이에요? 저한테 전화를 다 걸고.”
“그냥. 너 지금 시간 있냐?”
“뭐.....있긴 하죠.”
“그럼 나랑 같이 술이나 마실래? 나 지금 학교에 있는 이모집에 있는데.”
“알았어요. 그리로 갈게요. 1시간 후면 도착할 거에요.”
“응.”
나연은 전화를 끊고 다시 공연장 안으로 들어왔다.
“전 가 볼게요.”
“응?”
도현이 놀라며 물었다.
“누가 만나자고 해서요. 그리고 이런 공연은 하나도 재미 없다고요.”
나연은 조용히 공연장을 빠져 나왔다.
여진은 합장을 하며 춤을 마무리 지었다. 중간에 나연이의 핸드폰이 울리는 바람에 약간의 말썽은 있었지만 관객들은 모두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었다.
여진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무대에서 퇴장했다.
여진은 분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분장을 지우고 있었다. 마리가 노크를 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집 나간 년이 그래도 어머니 공연이라 보러 오기는 하는 구나.”
여진은 마리를 보고는 말했다.
“공연 훌륭했어요.”
“훌륭하긴? 중간에 핸드폰 벨 소리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는데. 도대체 기본적인 예의도 안 되어 있는 인간들이 공연은 뭣 땜에 보러 오는 거야?”
여진은 최근 자신이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예전에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었는데 지금은 뚝 끊긴 상태였다.
“그런 작은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어머니 저 내일 아버지한테 내려 갈 건데 같이......”
“그런덴 가지 말라고 했지.”
여진이 불같이 화를 내며 마리의 말을 끊었다.
“도대체 넌 왜 니 아버지를 그렇게 위하는 거야? 널 고등학교에 다니게 해 준 것도 지금 대학교에 다니게 해 주는 것도 나라고. 그러니까 넌 내 뒤를 이어서 춤을 춰야 하는 거야. 그런데 왜 그 거지같고 병신 같은 아이들을 떠맡은 인생 낙오자를 편들어?”
“갈게요. 그래도 어머니한테 아버지를 조금은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알았나 봐요.”
마리는 분장실을 나왔다.
도현은 공연장을 나와 걷다가 앞에 마리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마리한테로 뛰어갔다.
“아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 아니에요. 그런데 여자 친구분은 어디 가셨어요?”
“예? 아, 나연이 말하는군요. 걔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사촌 동생이에요. 이 공연 하나도 재미 없다면서 중간에 가 버렸어요.”
“그 아가씨 너무 불쌍하네요. 여자친구를 사촌 동생이라고 속이는 당신같은 사람이 남자친구라니?”
“예? 저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도 오해였으면 좋겠네요.”
마리는 쌀쌀하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멀어져 가는 마리를 보면서 굳게 다짐했다. 꼭 저 여자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이모네 집에서는 재수 혼자 김치찌개를 안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재수는 오후에 집에 들어갔다가 아버지가 소희를 성폭행 장면을 목격하고는 다시 집을 나와 학교로 와서는 혼자 술을 마시다가 나연이한테 전화를 건 것이었다. 재수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탁자위에는 이미 빈 병이 하나 놓여 있었고 한 병은 술이 반쯤 차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연은 재수한테 인사를 하고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나연이한테 소주잔을 가져다 주었다.
“저 한 잔 주세요.”
재수는 나연이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나연이 가볍게 원샷을 했다.
“오빠,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일은 무슨? 저 번에 니가 희연이가 핸드폰 사 줬다면서 일 없어도 전화해도 된다고 했잖아?”
재수가 비어있는 나연이의 술잔에 다시 술을 따라 주었다.
“그건 그렇긴 하지만...... 오빠가 저한테 전화를 다 하다니 의외에요.”
“왜?”
“오빠는 항상 민이 언니랑 같이 다녔잖아요?”
“야, 그건 그 깡패가 날 쫓아다닌 거라고.”
“오빠가 쫓아다닌 게 아니고요.”
“뭐?”
“농담이에요. 농담.”
나연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재수와 나연이 같이 술을 마신지도 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빈 술병이 네 병이나 놓여 있었다.
“대체 아버지는 왜 그러는 걸까?”
“예?”
“난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오빠, 그만 가요. 오빠 취했어요.”
재수와 나연은 술집을 나왔다. 거리엔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고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이 어디에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아니. 나 혼자 갈게. 지하철 타면 금방이니까.”
재수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집이 어디인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갈 수 있겠어요?”
“응. 오늘 고마웠어.”
재수는 비틀 거리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나연은 가는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재수의 뒷모습을 보며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진정으로 비가 내리는 곳은 재수의 가슴 속이라는 것을.
나연은 집으로 돌아왔다. 희연은 거실에서 한 장관의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었다.
“공연은 재미 있었냐?”
“아니. 재미 없어서 보다가 중간에 나왔어.”
“중간에 나왔다고? 근데 왜 지금 와?”
“재수 오빠가 술 마시자고 해서 재수 오빠랑 같이 술 마셨어.”
“재수랑 술 마셨다고?”
“응. 아, 언니 나 오늘 진짜 이쁜 여자 봤다. 도현 오빠랑 같이 계단 올라가다가 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핸드폰이 주머니에서 떨어져 나갔거든. 그래서 하마터면 언니가 사 준 핸드폰 잃어버릴 뻔 했는데 어떤 여자가 주워졌어. 근데 그 여자 진짜 이쁘더라고. 나 보다 이쁜 여자는 처음 봤다니까.”
“너 보다 이쁜 여자는 쎄고 쎘어.”
“이거 왜 이래? 유진 오빠도 언니 보다 내가 이쁘다고 했다고.”
“어휴, 저걸......”
“근데 그 여자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어디서?”
“글쎄, 그게 기억이 날 듯 말 듯 안 난다니까. 하여튼 정말 이뻤다니까. 도현 오빠는 완전 넋이 나갔었다고. 근데 정말 어디서 봤지? 아무튼 다시 한 번 더 봤으면 좋겠다.”
“다시 봐서 뭐 하게? 사귀자고 할려고?”
“언니, 언니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아, 생각났다. 우리 학교 홍보동영상에서 봤어.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니.”
“마리 만난 거야?”
“마리라니? 언니 그 여자 알아?”
“내 친구야.”
“언니 친구라고?”
“응.”
“그럼 말야, 이 참에 그 언니 도현 오빠한테 소개시켜 주는 게 어때? 그럼 도현 오빠도 언니 다시 보게 될 걸.”
“걔는 남자친구 있어.”
“남자친구 있다고?”
“응, 준석이랑 사귀어.”
“누, 누구랑 사귄다고? 그 바람둥이 오빠랑 사귄다고? 그 언니 제 정신이야?”
“너보단.”
“언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연은 전화가 놓인 곳으로 가서 수화기를 든 후 도현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곧 도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낮에 제 핸드폰 주워 준 언니의 정보를 입수했어요.”
“무슨 정보?”
“공짜로 알려 줄 순 없어요. 내일 짬뽕 사 줘요. 그럼 알려 줄게요.”
“알았어. 내일 12시쯤에 니네 학교로 갈게.”
“그럼 그 때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연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다음 날 도현은 12시쯤에 ㄱ대로 왔다.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후 나연이 정문으로 나왔다.
“오빠, 정말 그 언니한테 마음이 있군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니?”
“난 그냥 너 점심이나 사 주러 왔을 뿐이야. 내가 너를 모르냐? 니가 어디서 그 아가씨 정보를 입수하냐? 그냥 나한테 짬뽕이나 얻어 먹을려고 지어낸 얘기잖아?”
“이거 왜 이래요? 난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다고요.”
“그래, 그럼 어디 들어나 보자. 도대체 무슨 정보를 입수했는지.”
“그건 짬뽕을 사 줘야 말하죠. 곱빼기 아니면 말 안 할 거에요.”
“어휴.”
둘은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도현이 짬뽕 곱빼기 두 그릇을 주문했다.
“시켰으니까 어디 이제 말해 보지 그래? 도대체 무슨 정보를 입수했는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것부터 말할까요?”
“좋은 소식은 뭔데?”
“그 언니 우리 언니 친구래요.”
“희연이 친구라고?”
확실히 좋은 소식이었다. 희연이 친구라면 접근하기 한결 쉬울 것은 분명했다.
“나쁜 소식은 뭔데?”
“그 언니 남자친구 있대요.”
“그게 뭐 나쁜 소식이라고?”
“남자친구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데 나쁜 소식이 아니에요?”
“포기를 왜 해? 남자친구 있다고 포기해야 하는 사랑이 이 세상에 어딨냐?”
“예?”
두 사람이 주문한 짬뽕이 나와 둘은 짬뽕을 먹기 시작했다.
짬뽕을 다 먹은 후 둘은 중국집을 나왔다.
“전 다시 학교로 들어가야 하는데 오빤 어떡할 거에요?”
“난 희연이 좀 만났으면 하는데 희연인 지금 어딨어?”
“언닌 아마 집에 있을 텐데. 설마, 진짜 마리 언니한테 접근할 생각이에요? 마리 언니는 남자 친구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 건 아무 문제가 안 된다니까.”
도현은 희연이의 집으로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희연이의 집을 찾아온 도현은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도현 오빠가 올 줄 알고 있었던 희연은 인터폰으로 도현 오빠가 온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 주었다.
1시간 전쯤 책을 빌리러 희연이의 집에 들른 유진은 한 장관의 서재에서 책을 찾고 있다가 초인종 소리에 거실로 나왔다. 한 장관의 서재에는 책이 많았고 그래서 유진은 자주 희연이의 집에 들러 책을 빌려가곤 했다.
“누가 왔어?”
“도현 오빠.”
도현은 잘 정돈된 정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엔 희연과 유진이 있었고 유진은 손에 책을 두 권 들고 있었다.
“유진이 너도 있었구나.”
“안녕하세요.”
유진이 인사를 했다.
“난 그만 갈게.”
“왜? 좀 더 있다 가지.”
희연이 아쉬운 듯이 말했다.
“빌리고 싶은 책 골랐어. 빨리 읽고 나서 갖다 줄게.”
“그러지 않아도 돼. 아버지도 니가 책 빌려 가는 거 가지고 뭐라고 안 하시니까.”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
유진은 희연이한테 인사를 하고 도현이 형한테도 인사를 한 후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이거요.”
희연은 도현한테 종이 쪽지를 건네주었는데 그 쪽지에는 마리의 집 위치하고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더 알고 싶은 거 있나요?”
도현은 두려움을 느꼈다. 희연은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왜 이렇게 순순히 가르쳐 주는 거지? 넌 나 싫어하면서.”
“전 오빠 싫어하지 않아요. 오빠가 저 싫어하는 거지.”
“내가 널 싫어하는 건 니가 철민이를 죽였기 때문이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하세요. 3년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하지 못하면서 그런 얘기만 하는 게 대체 오빠한테 무슨 이득이 있나요?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그 사람은 자살한 거에요. 저랑은 아무 관계 없다고요.”
“넌?”
도현은 말이 나오질 않았다.
도현은 또 철민이 생각났다. 3년 전 도현은 친구인 철민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희연은 그 때 도현이 불러서 노래방엘 들렀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도현은 희연이를 꽤 좋아했다.
“왜 불렀어요?”
“같이 놀자고.”
“누구야?”
철민이 물었다.
“내 사촌 동생.”
“전 갈게요. 가요는 아는 노래 하나 없는 거 오빠도 잘 알 잖아요?”
“그러지 말고 좀 앉아. 사람이 이런 데서 놀 줄도 알고 그래야지.”
도현이 계속 권하는 바람에 희연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지 못해 하며 자리에 앉았다. 두 남자는 계속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지만 희연은 감흥 없이 두 사람의 노래만 들을 뿐 노래도 부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철민이 희연이한테 한 곡 부르라고 노래방 목록을 건네주었다.
“전 노래도 못 부르고 가요는 하나도 몰라요. 여기 아는 노래 하나도 없어요.”
“그게 말이 돼요? 여기 이렇게 노래가 많은데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니? 그러지 말고 한 곡 불러요. 못 불러도 괜찮으니까.”
“그럼 한 곡만 부를게요.”
희연은 계속 거절하기도 뭣 해서 그렇게 대답하고는 자신이 부를 곡으로 등대지기를 선곡했다.
“등대지기? 정말 이 노래 부를 거에요?”
철민은 노래방에서 동요를 부르겠다고 하는 게 이상해서 되물었다.
“예.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철민은 희연이 정말 노래를 못 부르나 보다 생각하고 버튼을 눌러 다음곡으로 등대지기를 입력했다. 도현이 노래를 끝마쳤다. 다음곡으로 등대지기가 뜨자 도현이 한 소리 했다.
“하여튼 어쩔 수 없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니까. 이런 데 와서도 찬송가를 부르다니?”
“등대지기가 찬송가야?”
철민이 놀라며 물었다.
“원곡이 찬송가였던 노래야.”
전주가 흘러나왔고 철민은 앞에 놓인 과자를 주워 먹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희연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한 소절을 듣는 순간 철민은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노래를 부르는 희연이를 바라 보았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등대지기라는 노래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등대지기가 이런 노래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철민은 천국에 들어온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
“저 화장실 좀 다녀 올게요.”
노래를 끝마친 희연은 방을 나갔다.
“니 사촌 동생 뭐 좋아하냐?”
“응?”
“나 니 사촌 동생이랑 사귀고 싶어. 지금까지 이렇게 감동적인 노래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천사가 내려와서 노래 부르는 것 같았... 아니 천사 그 자체였다니까.”
“정신 차려라. 천사는 무슨 얼어죽을 놈의 천사냐?”
“넌 말야. 감정이 너무 메말랐어. 어떻게 이런 노래를 듣고도 감동을 안 하냐?”
화장실에 갔던 희연이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세 사람은 조금 더 있다가 노래방을 나왔다. 가는 방향이 달라 도현이 먼저 자리를 떠났고 철민과 희연은 같이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하는 철민은 헤어지기 전 기어이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
“희연씨랑 사귀고 싶습니다.”
“예? 장난하지 마세요.”
“장난 하는 거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희연은 갑작스런 상황에 너무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희연은 일주일 동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는 철민과 헤어졌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내내 희연은 노래를 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노래를 부르고 만 자신을 자책했다.
일주일 후 희연과 철민은 커피숍에서 만났고 희연은 자신은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철민이의 마음을 받아 들일 수가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 사람이 누굽니까?”
“예?”
“그 사람을 만나게 해 줘요. 사나이대 사나이로 결판을 지을 테니까.”
“예? 이 봐요. 지금 뭐 하자는 거에요? 그렇게 좋게 얘기했으면 알아 들었어야죠? 당신같은 사람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으니까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희연은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철민은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희연이를 쫓아 다녔다. 결국 철민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희연도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때 도현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희연이한테 유진이 어떤 존재인지를 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 절대로 다른 남자를 마음에 들어할 희연이가 아니었다. 사실 도현은 철민한테 몇 번이고 희연이를 포기하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철민은 도현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졌다. 철민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도현이한테 전화를 해 마지막 말을 전하다가 숨이 끊겼다.
도현은 바로 희연을 찾아갔다.
“철민이가 죽었어.”
“그 사람이 누구에요?”
“넌?”
“........”
“니가 죽인 거지?”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내가 그 말을 믿을 거 같아?”
그렇게 의심이 되면 어디 철저하게 조사해 보지 그래요? 검사라서 수사권 있으니까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넌?”
“더 할 얘기 없으면 그만 돌아가세요. 난 레포트 써야 하니까.”
도현은 그 때 자신이 너무 희연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희연이의 집을 나왔다.
“전 나가봐야 하는데 더 물어볼 거 없으면 같이 나가는 게 어때요?”
희연과 도현은 집을 나왔다. 도현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희연은 차고에서 그랜저를 꺼낸 후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마리는 희연이가 호텔에서 지내게 해 준 일주일이 다 되어서 짐을 챙긴 후 호텔을 나왔다. 그런데 문 앞에 희연이 차를 가지고 와 있었다.
“어쩐 일이야? 내가 나가는지 안 나가는지 감시하러 왔냐?”
“당연하지.”
희연이 야릇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타, 집까지 데려다 줄게.”
마리는 트렁크에 짐을 싣고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희연은 호텔을 빠져 나와 4차선 도로로 진입했다.
“어젠 고마웠어.”
“응?”
마리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어제 니가 핸드폰 주워서 건네 준 사람 있잖아? 내 동생이야.”
“니 동생이라고?”
“응.”
“별 우연도 다 있군. 그나저나 니 동생은 왜 그런 남자친구를 사귀는 거냐?”
“남자친구? 걘 남자 친구 없는데.”
“없기는? 어제 같이 공연 보러 왔던 그 남자친구는 니 동생 먼저 보내고는 나한테 와서는 니 동생은 사촌 동생이라면서 나한테 수작 걸더만.”
“사촌 동생 맞는데.”
“하여튼 남자들이란......왜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친구를 사촌 동생이라고......사촌 동생 맞다고?”
“응. 사촌 오빠야.”
마리는 갑자기 크게 웃었다. 한참 후에야 진정이 되자 마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니 사촌 오빠 되게 황당했겠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완전히 면박 줬는데.”
마리의 집 앞에 도착한 희연은 마리를 내려 주고는 차를 돌렸다. 마리는 짐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갔다. 여진은 나갔는지 문이 잠겨 있었다. 마리는 열쇠로 문을 열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여진은 술이 잔뜩 취한 모습으로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마리는 어머니한테로 갔다.
“무슨 술을 이렇게 드셨어요?”
“니가 왜 여기 있어?”
“ 왜 여기 있긴요? 집이니까 있죠. 들어가요.”
마리는 어머니를 부축해 가지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어머니를 침대에 눕혔다. 여진은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