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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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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너 어제 입었던 청자켓 어디 버렸냐?
작성일 : 19-09-10     조회 : 61     추천 : 0     분량 : 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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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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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기어간건지 굴러간건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종인과 그 지역을 30바퀴는 더 돈 것 같지만 결국 보스의 털끝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보스는 못 잡았지만 큰 건 해결한 강력계 자축파티에 끌려가 폭탄주 2잔을 마셨다. 하지만 기억은 딱 거기까지.

 

 

 

 " 으 머리야… "

 

 겨우 눈을 뜬 정수가 핸드폰을 찾으려 손을 뻗기 무섭게 진동이 울린다.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아든 정수는 귀에서 전화기를 떼어야만 했다.

 

 - 빨리 안나와?!!!

 " 아…으 종인아 몇시… "

 - 몇 시는 얼어 죽을! 당장 와 이 기집애야!

 " 청춘이다… 어제 그렇게 달렸는데 멀쩡- "

 - 사건터졌어!!

 

 종인이 이렇게 광분하며 내뱉은 '사건'이라는 단어 안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미르파를 소탕했으니 당분간은 설렁설렁한 강력반을 느껴야 할텐데 이렇게나 금방 사건이 터지다니. 그것도 이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 오는 걸 보면 분명 살인사건 뿐이다.

 

 - 살인사건이야.

 

 역시 형사의 촉은 못 속이는 지 예상은 오늘도 적중했다. 그게 좋은 쪽이면 조금이라도 좋으련만 항상 나쁜 쪽으로만 들어맞는다.

 

 사건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쉽게 말해 다시 또 밤낮이건 상관없이 뛰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당연사이며 날마다 시체에게 시달려야 하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범인의 흔적을 찾고 부검을 해서 사건을 처리하는데에는 시간이 꽤 걸리기 마련이다. 나라에서 과학이 제일 발달한 기관이라고 하는 국과수도 부검을 의뢰하면 최소 3일은 걸리는거다. 하지만 기다릴 줄을 모르는 나라나 고위간부들은 끊임없이 압력을 가한다.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지도 몰랐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범인이 저지른 일보다 여기저기서의 압박이 더 골아픈 것이다.

 

 " 왜 이제야 기어와! "

 

 

 

 빨리 온다고 왓지만 늦은게 확실한 정수가 들어오자마자 종인에게 등짝을 얻어 맞는다. 문을 열어 젖히자 마자 보이는 풍경이란 바쁘게 움직이는 강력반이었다. 마치 지금 일이 났어요- 라고 광고하듯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퍽 익숙하다. 늘 사건이 터진 날 아침에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 박형사! "

 " … 네. “

 " 지금 바로 현장 나가게 기본 정보는 일단 김형사가 아니까. "

 " 네. "

 " 자네들 보내려고 지금 정식형사는 아무도 없으니까, 빨리 가도록. "

 

 멀뚱히 서있는 정수를 다시 문 밖으로 밀쳐낸 반장에게서도 다급함이 느껴진다. 도대체 뭔 사건 이길래 다들 이래? 말 그대로 눈꼽만 떼고 달려왔기에 이를 알 턱이 없는 정수다.

 

 " 빨리 가자. “

 

 툭, 치고 앞서 가는 종인에게 일단 뭐라도 먼저 물어보고 싶었지만 조용히 따라나선다. 서울지검을 나서자 오색찬란한 경찰차가 그들을 반겨준다. 정말 타기 싫었지만 현장 나갈 때에는 꼭 타고가야 했다. 차가 덜컹거리며 출발 하자 갑작스런 어색한 공기가 정수를 반긴다.

 

 " 너 어제 입었던 청자켓. "

 " … 어?… "

 " … 어디 버리고 왔었냐? "

 

 갑자기 분위기 청자켓? 분명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꺼내는 주제는 전혀 색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덕에 정수는 본인의 청자켓이 어제 만난 동욱에 집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상처를 치료하느라 벗어놓고 그냥 왔던 것이다. 근데 뭐야, 이 자식 왜 갑자기 그 얘기를 하지?

 

 " 어제 어떻게 된거였냐고. "

 

 사실 종인은 자신이 보스를 따라 갔어야 함을 후회했다. 덩치도 그렇고 위험한 인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2인자를 따라가게 되어 그를 검거했지만 수갑을 채우자마자 정수가 향한 쪽으로 뒤 쫓아갔다. 혹시 인적이 드문 탓에 보스가 도망가던 것을 관두고 정수를 공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 따라 간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수는 커녕 보스도. 그렇게 한참을 찾던 종인의 눈에 낯선 남자를 부축해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 정수가 보였다.

 

 " 어제…. "

 

 아까완 다른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수가 말을 꺼낸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더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이 입을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한다. 따라 들어가려던 종인은 곧 다른 형사들과 반장까지 주택가에 진입하자 보스와 정수를 찾는 척 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안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모르는 척 전화를 걸었었다.

 

 " 보스 잡으러 가다가 주택가에서 칼에 찔린 사람을 봤어. "

 " 칼에 찔려? "

 " 응. "

 " 누가 찔렀는데? "

 

 신호등이 빨간불로 변하자 보행자 신호등 바로 앞에 대기한 종인이 흥미롭단 눈으로 정수를 펴다본다. 그에 비해 아직 시선을 정면으로 향해 놓던 정수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는 사건현장에 시선을 둔다. 신호건너편엔 노란색 통행금지 테이프가 보기 싫게 쳐져 있었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 정황상 보스일지도 모르고, 한 3cm 파였고 흉기는 길고 얇은 걸 보니 잭나이프쯤 되는 것 같았어. "

 " 주택가에서 그냥 지나가는 행인을 찔렀다고? "

 " 응. "

 " 뭐 하러 도주 중에 번거롭게 사람을 찔러? 그냥 밀치고 갈 것이지. "

 

 그건 그래. 종인에 말에도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이상하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자 정수 또한 갑자기 불현듯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복부를 찔린 그의 옷에는 꽤 많은 양의 피가 묻어 있었다. 흉기에 찔려 배에서 피가 났다면 위치도 배꼽 아래라서 상체까지 피가 튀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아랫배 부분과 손 그리고 그 피 묻은 손으로 만진 옷 부분, 부분의 손자국. 그게 다여야 맞지만 그는 목 근처부분과 어깨에 그리고 입술까지 피가 튄 것 같이 얼룩져 있었다. 그의 피는 나온 지 얼마안되어 새빨갰지만 위에 튀긴 것 같은 피는 벌써 굳었는지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것을 확연히 눈으로 알아챌 수 있게끔.

 

 " 뭐 더 다른 건 없었어? "

 " … 있어. 사람들이랑 차가 지나다니는 골목길이 아닌 집과 집에 틈새 있잖아 옆쪽. "

 " 그래, 알아. "

 " 거기 있었어. "

 " 뭐? 그럼 확실히- "

 " 파란불! "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은 늘어만 갔다. 인지는 했지만 정확히 깨닫지는 못한 기억들이 머릿속을 마구 헤엄치며 이리저리 파헤치고 다닌다. 종인이 운전에 집중하며 사거리를 지나 사건현장에 당도한다. 큰 스케일답게 제복을 입은 많은 경찰들이 시민들을 진압하고 있었다.

 

 "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

 " 강력계 김종인 형사입니다. 옆은 박정수 형사. "

 

 정수가 깊은 생각에 빠질 때 노란테이프 바로 앞에까지 차를 댄 종인이 창문을 내리고 형사증을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충성을 해 보이는 순경. 교통지도나 해봤을 신참순경인지 굉장히 깍뜻 하다. 신원확인이 끝나자 그들의 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노란 테이프를 잠시 걷었다.

 

 " 좀 있다 이야기 하자. "

 

 안전벨트를 푼 종인이 차 잠금장치를 해제한 후 차에서 내린다. 계속 떠오르는 생각에 입술을 물어뜯던 정수도 곧 그 생각을 지워버린 채 따라 내린다. 이리저리 터지고 있는 플래시들이 눈을 따갑게 했다.

 

 " 김형사님 오셨습니까! 충성. "

 " 그래. "

 " 아, 박형사님도 충성! "

 

 가까이 갈수록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전해져온다. 수 천년 방치한 곰팡이 방에 들어온 것 같다랄까. 시체를 보기도 전에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은 적은 처음이었다.

 

 

 

 살면서 우리는 하나씩 배우고는 한다. 먹기 싫은 콩을 먹는 법, 왼손잡이로 태어나 오른손으로 연필을 잡는 법, 영어로 한 대화를 알아듣는 척 하는 법. 그리고 보기만 해도 역겨워서 토할 것 같은 속을 진정시키며 마네킹 보듯 시체를 대하는 법. 적응. 인간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처음엔 어렵던 것 들이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반복되다보니 괜찮아지고 무뎌졌던 것이다.

 

 " 한번 읊어봐, 시작! "

 

 여태 현장에 있던 후배형사에게 말을 시킨 종인이 자신은 쭈그려 시체를 본다. 오장육부가 훤히 보이고 심장이나 간 등은 건드리고 만졌는지 조금 튀어나와 있었다.

 

 " 손목과 발목. 그리고 목. 이렇게 세 군데에 물린 듯 한 자국이 있습니다. "

 

 손목위에 팔꿈치부터는 가위를 안으로 집어넣어서 쫙 갈라놓은 듯 찢어져 있었고 그 안에 피는 모조리 없어져서 지방덩어리 들이 확연히 보였다. 시체의 눈알을 까 뒤집던 종인이 후배형사를 올려다 본다.

 

 " 몸 속 안에 장기는 모두 정상- "

 " 지문이나 피부조각 발견 된 건 없어? “

 “ 네. ”

 

 지문이나 흔적이 하나도 안 나온 걸로 봐서는 장갑을 끼고 저지른 철저함을 알 수 있었다. 아니면 아예 지문이 없는 사람이거나. 지문이 없는 사람이라니. 너도 참. 종인은 어느새 이상한 생각까지 해버린 자신의 머리가 돌아도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저런 짓을 한 걸까. 머릿속에 끝없는 의문이 든다. 왜 이렇게 죽여야 했으며 피는 도대체 왜 다 빼버렸는지. 그리고 왜 길 한가운데에 이렇게 보란듯이 놓았는지. 정말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 다 싣고 부검실에 가져다 놔, 이미 다 돼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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