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많이 힘들어 해서 도저히 엄마 혼자 두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어. 이왕 힘들게 입학 했는데 대학 나와야지 않겠냐고 교수님들이 그래서 전과도 해보고 버틸 만큼 버텨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 마음이 도저히 안 편해. 그래서 다시 내려갔지. 그냥 그렇게 엄마랑 오순도순 장사하면서 시나 써볼까 했지.”
아랑이 잔술을 마저 비우고 다시 잔을 채웠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내가 이해가 안 갔나봐. 뭐, 알고는 있었어. 시 쓰는 건 아빠가 더 좋아했으니까.”
아랑이 머뭇거리자 그가 잔을 들어보였다. 두 사람이 잠시 알싸한 동동주로 목을 축였다. 비는 여전히 세상을 적시고 있었다. 아무래도 땅 깊게 숨어든 열기까지 완전히 식혀주려는 모양이었다.
“그게 보이더라고. 말은 안 하지만 엄마 눈이 다 알려주더라고. 말하지 못한 진심을. 그게 좀 철들었다는 증거일까?”
아랑이 눈을 굴렸다.
“어릴 때는 몰랐던 부모의 마음이 어렴풋이 짐작이 갈 때 말이야.”
“시 쓰는 사람 맞긴 하네.”
그녀가 도현의 칭찬에 살풋 미소를 보이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당시 현실적으로 엄마 도너츠 가게에 의존하면서 살기엔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처음엔 생활비 좀 보태고, 복학 준비하려고 알아본 자리인데 어쩌다 보니 계속 다니게 됐어. 직장에서 문제도 없었고. 직장 사람들이라 해도 다 마을 분들이니 다들 예뻐라 해주셔서 편히 다녔지. 그런데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좀 이상하더라고.”
아랑이 민망한 듯 도현의 시선을 피했다.
“엄마가 말이야, 연애를 했더라.”
도현이 예상치 못한 말이었지만 그 자세 그대로 그녀의 말을 들었다.
“재혼 얘기가 나오는 순간 갑자기 눈이 홱 돌아간 것 같아.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고. 나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 고지식하지?”
도현은 답하지 않았다. 아랑도 그의 동의를 구하고 싶진 않아 서둘러 말을 이었다.
“내가 혼란스러워 하고, 힘들어 하고, 허락을 안 해도 엄마가 그 아저씨를 포기할 것 같지 않은 거야. 왜 또 그걸 알았는지... 그래서 도망치듯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나왔지. 물론 엄마한테는 엄마가 그렇게 그 아저씨와 새로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나는 이제 내 인생을 찾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말리진 않더라. 1년 동안은 뜸하게 연락하다가, 지금은 좀 어색해도 연락은 자주하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야.”
아랑에겐 무척이나 힘든 시기였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힘들었다. 괴로웠다. 세상에 가족이라는 애정으로 묶인 이들 중 한 사람을 영영 떠나보냈으니까. 두렵고, 무서웠다. 그럼에도 제 아비의 빈자리를 누군가 대신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이 사랑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엄마가 다른 사랑을 찾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그러니 엄마가 갑자기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할 이를 데리고 왔을 때 아랑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완강히 거부했다. 지금이야 사랑이 오고, 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왜 그 날에 자신은 제 부모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 생각했을까. 그나마 그녀를 위로 했던 것은 시 뿐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문제로부터 벗어나 다행이라고 여겼을 시점엔 다른 문제가 또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가 그러듯이 그때의 아랑도 그랬다.
“문제는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거지.”
“시 쓰면 되잖아. 네 꿈이었으니까.”
“맞아. 그런데 문제는 어릴 때는 내 꿈이 낭만적이었는데 지금은 내 꿈이 좀 슬퍼.”
그녀가 눈살을 작게 찌푸렸다.
“왜 좀 더 효율적이고, 돈이 되는 꿈이 아닐까... 생각도 들고 말이야. 그런 부질없는 생각들에 사로잡히면 남들처럼 다시 어디서라도 일을 해야 할 것만 같고. 이봐, 난 그걸 부질없다고 생각한다니까. 앞날은 막막 한대도 난 할 수 있는 게 시 밖에 없어.”
급히 잔을 비우는 아랑을 보며 도현은 잔을 기울였다. 아랑이 거칠게 입가를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랑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올 줄이야.”
“그러게.”
“속은 시원하다.”
“그럼 다행이고.”
낮부터 쏟아진 소나기가 한 여름 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북촌의 한옥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우리 새 까치집에서 종종 술잔을 기울였다. 만남이 잦아질수록 어린 날의 어색함이 무색해져갔다.
출판사 근처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아랑이 근래에 새롭게 쓴 시를 검토하고 있었다. 아랑이 제 분홍 다이어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따금 책장을 넘기는 도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제야 제 다이어리 취향이 예나 지금이나 참 여성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아랑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시를 살피던 그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왜?”
“아니, 네가 내 다이어리를 들고 있으니까. 좀 웃겨서. 살 때는 몰랐는데 참 여자여자하다. 그지?”
도현이 다이어리 표지를 슬쩍 보며 핏 웃었다. 열아홉 국어 시간만 되면 비장의 무기처럼 그녀의 가방에서 등장하던 그 때의 작은 다이어리와 비슷했다.
“취향 참 한결같아.”
“그러니까 취향이지. 시도 때도 없이 바뀌면 그게 취향이니? 변덕이지.”
“칭찬이었어.”
“칭찬 아니었어.”
탁탁 끊어 말하는 아랑에 도현이 꼬고 있던 다리를 푸르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다이어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좋아. 다 괜찮네.”
“정말?”
“응. 메일로 보내줄 수 있지?”
“그럼. 집에 가서 보내줄게.”
그때 점심을 먹기 위해 지나가던 희수와 누리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오전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찾아온 아랑에 팀원들을 만날까 일부러 1층 카페가 아닌 이곳으로 왔것만 피할 수 없었던 운명인지 희수가 인사를 건넸다.
“작가님! 어머, 회의 중이셨어요?”
누리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왜 사무실에서 안 하고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아랑이 난감해하기도 전에 도현이 말했다.
“제가 여기서 미팅이 있어서요.”
“아, 현 팀장이?”
도현은 말을 하며 슬그머니 자리를 잡는 희수를 주시했다.
“그나저나 새로 쓴 시예요? 어때, 현 팀장? 좋아?”
아랑이 그를 향해 칭찬을 하라는 듯 눈썹에 힘을 주었다. 도현이 아랑을 보며 묘하게 웃었다.
“말 해 뭣하겠어요.”
“어머, 좋은가보다. 현 팀장이 저런 칭찬 잘 안 하는데. 작가님 저도 봐도 돼요?”
아랑이 제 다이어리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가 휘릭휘릭 종이를 넘기다 꺄르륵 웃었다.
“어머, 작가님 재치 있으시다.”
웃음도 잠시 희수는 시를 중얼거리더니 다시 감상평을 바꿨다.
“이거 계속 읽어보니까... 씁쓸하네.”
“뭐가요?”
누리가 궁금한 듯 얼굴을 들이밀자 희수가 다이어리를 보이며 말했다.
“여기, 이 시 말이야.”
‘SNS
웃고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야.
누군가와 같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니야.
맛있는 걸 먹어도
계속 허기가 져.
뭐가 문제인 걸까?’
희수가 엄지를 들어보이자 아랑이 쑥스러운지 혀를 빼꼼 내밀며 웃었다.
“작가님 시집 대박 날 삘인데요?”
“그럼 좋겠네요.”
“작가님도 좋고, 우리도 좋고, 출판사도 좋고. 그렇게만 되면 오광. 고도리. 청, 홍단. 싹쓸이 아닙니까. 식사 하셨어요?”
유쾌한 희수의 말에 아랑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현이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걸린 것이다.
“식사 안 하셨어요? 그럼 같이 드실래요?”
“아, 저...”
아랑이 도현의 눈치를 보자 희수와 누리의 시선이 그에게 갔다.
“현 팀장. 같이 가자?”
아랑은 또 다시 도현을 난감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러죠, 뭐.”
예상 외로 선뜻 답을 하는 그에 누리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차차, 그럼 메뉴를 바꿔야겠다. 우리 샌드위치 먹으려고 했거든. 어디가 좋을까나? 누리 씨 괜찮은데 알아? 작가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희수에게서 쏟아지는 질문 세례를 도현이 정리에 나섰다.
“누리 씨. 그때 밥 먹은 일식 가정식 집 어때요? 거기 괜찮던데.”
“아... 거기요?”
“네.”
누리가 망설이는 듯하다 제게 집중된 시선에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거기...”
“어머, 좋은데 있나 보네? 언제 둘이 밥 먹었어?”
도현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지우 작가님 일 때문에 누리 씨가 한 번 사줬어요.”
“그랬어?”
아랑은 짐을 챙기며 무심하게 말하는 도현의 말에 누리의 표정이 사뭇 굳어가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희수가 덥석 그녀에게 팔짱을 껴왔다. 참 유쾌하고, 거리낌 없는 사람이었다.
“작가님, 어서 가요.”
누리가 앞장서 가고 희수가 아랑을 낀 채 그 뒤를 따랐다. 도현이 그녀의 옆에 섰다.
“다음 시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하는 도현에 아랑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말했다.
“열 편 정도 모이면 또 찾아뵐게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횡단보도 앞, 잠시 걸음을 멈추자 희수가 그녀에게 질문공세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작가님은 영감을 어디서 받아요?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지? 제가 출판업계에서 일은 하지만 글 쓰는 사람들, 시 쓰는 사람들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해요.”
“저는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편이에요.”
“타고 나셨구나.”
도현과 아랑이 서로를 보았다. 도현이 애써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정말 타고 나셨죠.”
꽤 즐거워 보이는 세 사람과는 달리 누리의 미소는 어색하기만 했다. 그런 그녀가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도현의 옆자리에 앉아서 일까? 그녀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식사가 나오자 도현이 자연스레 함께 나온 날계란을 아랑 쪽으로 슬쩍 밀자 아랑이 자연스레 그의 계란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누리와 희수가 의아한 듯 바라보자 뒤늦게 아랑과 도현이 아차 싶은 듯 눈짓을 주고받았다. 이 위기를 어찌 넘길까. 희수가 노른자를 깨트리며 말했다.
“현 팀장 날계란 못 먹어?”
“네.”
“작가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그게... 저번에...”
도현은 아랑이 어떻게 위기를 넘길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늘 그가 먼저 위기를 넘기던 때와는 달리 오늘은 장난을 치는 건지 도현이 희수와 누리의 시선을 피해 어개를 으쓱이며 그녀에게 바통을 넘겼다. 아랑이 여전히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두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시를... 쓰다가요.”
“시를 쓰다가?”
“그러니까... 제가 쓴 시를 검토하다가...”
희수와 누리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듯 바라보자 아랑이 혀로 입술을 축였다. 도현은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때고 식사를 먼저 시작하며 미소를 지었다. 다 커서 이런 장난이 왜 재미가 있을까.
“계란에... 네. 계란에 관한 시였어요.”
의아함과 동시에 의문이 풀린 듯 희수가 아-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어쩌다가 이야기가 날계란까지 갔죠. 팀장님께서 날계란은 못 먹는다고 하셨어요. 그리곤 얼마 전에 일식집에 가서도 애써 나온 걸 못 먹어서 아까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손님상에 나왔으니까 손을 안 대도 버려지잖아요. 저는 날계란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장난삼아 거기서 식사하게 되면 주신다고 했었어요.”
아랑이 뿌듯함과 함께 아도하자 도현이 피식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전 약속 지켰어요. 작가님.”
“그러게요. 잊지 않고... 감사해요. 맛있게 먹을게요.”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희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 예술 하는 사람들은 대단해요. 우린 생각지도 못한 데서 아이디어가 번쩍이는 걸 보면, 그래서 다른 거겠지.”
누리와 희수도 의아함을 감추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둘이 많이 친해졌다.”
아랑이 또 다시 위기에 준비를 하려는데 이번엔 도현이 선수를 쳤다.
“동갑이거든요. 통하는 게 좀 있더라고요.”
“아, 맞다. 정환 씨한테 들었던 것 같다.”
아랑이 작게 한숨을 쉬자 도현이 그녀를 힐끔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정신이 없는 분주한 사람 유형에 속하는 희수는 밥을 먹는 내내도 가게를 살피며 말했다. 그녀의 눈이 절대 음식을 향해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누리 씨, 여기 괜찮다.”
“마음에 들으시니 다행이에요.”
“자주 오자. 조용하고, 음식도 괜찮고.”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옆에 강변 좀 걸을까요?”
“옆에 한강?”
희수가 창가로 고갯짓을 하자 도현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누리를 보았다.
“오늘은 바람이 선선해서 괜찮을 것 같은데.”
누리가 자신을 배려하는 그에 배시시 웃었다. 도현이 아랑을 보았다. 언제부터 자신을 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치자 조금 놀란 듯 보이는 그녀에게 말했다.
“작가님도 안 바쁘시면 같이 가실래요?”
식사를 마친 네 사람 손엔 저마다 취향에 맞는 음료가 들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띠는 것은 단연 아랑의 요거트였다. 도현이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취향이 한 결 같으시네요.”
“칭찬이죠?”
“그럼요. 설마 아닐까.”
건너가도 좋다는 지휘자의 신호에 맞춰 그들은 늦지 않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강변진입로에 들어서자 희수가 기지개를 켰다.
“아으! 파릇파릇. 숲에 오니 좋네.”
희수가 저만치 앞서 가 있었다 누리가 예상외인 듯 어색하게 웃으며 도현에게 말했다.
“좋아하실지 몰랐어요.”
“이 시간에 이런 여유를 누리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죠.”
누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 권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대부분 경험하지 못해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그러게요. 앞으로 그래야겠어요.”
문득 도현이 뒤를 돌았다. 아랑이 한 걸음 뒤에서 자신을 따르고 있었다. 아랑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먼저 가세요. 전 혼자 천천히 걷는 걸 좋아해서.”
“그래도 아랑 작가 담당자라는 직함이 있는데 그냥 갈 순 없죠.”
천천히 걸음을 내딛은 그녀가 어느새 그의 옆까지 다가왔다. 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걷기 시작했다. 도현의 걸음이 아랑에게 맞춰 느긋해졌다. 어느새 다가온 희수는 그들 앞에서 뒷걸음질을 치며 여유를 한껏 만끽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출판사 앞에 도착한 네 사람은 아랑을 향해 돌아섰다. 희수가 먼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작가님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놀러오세요. 이왕이면 점심시간 맞춰서 같이 밥 먹게요.”
“네. 그럴게요.”
“조심히 가세요. 작가님.”
누리가 늘 그렇듯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네자 아랑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집으로 가세요?”
도현이 묻자 그녀가 가디건을 걷어 얇은 가죽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친구를 좀 보고 갈까 해요.”
“광화문 빵집 친구?”
그래도 나름 동창인 소연을 도현이 그리 부르지 아랑은 웃음이 나왔다.
“네. 그 빵집 친구.”
“그래요. 이왕이면 시도 몇 편 쓰면서 놀아주세요.”
“그럴게요.”
두 사람이 장난스레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들과 헤어진 아랑이 역으로 걸음을 옮긴지 얼마 안 되어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 도현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 오랜만에 한강에서 맥주나 한 잔 하자. 콜?
꽤나 가까워진 그의 문자였다. 아랑이 고개를 들어 다올 출판사를 보았다. 같은 시각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도현은 점점 높아지는 시야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그의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 콜!
그가 낮게 웃었다.
- 빵집 친구 주소 찍어. 데리러 갈게.
아랑이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 아니야. 난 시간이 남아도는 한량이니 시간 맞춰 갈게.
- 그래, 그럼.
도현이 핸드폰을 주머니로 넣고 오후 일과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