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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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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작성일 : 19-09-19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2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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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 어디냐? 오랜만에 한 잔 하자.

 

  지친 듯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 도현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러고 보니 혁준에게 아랑과의 일을 알리지 않은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랑과의 화해 이후 혁준이 바빴는지 연락이 뜸했으니 말 할 기회도 없었다.

 

 “미안. 이미 한 잔 하고 있다.”

 - 어디서?

 “한강.”

 - 누구랑?

 

  도현이 저절로 아랑을 보았다. 그녀가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한 듯 그를 보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혁준이 먼저 말했다.

 

 - 이 밤에 거기서 왜 혼자 청승이야?

 “혼자 아니야.”

 - 그럼?

 

  도현이 잠시 귓가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혁준에게 그녀의 소식을 전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그만 파하자.”

 

  아랑이 별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현이 다시 핸드폰을 귓가로 가져와 혁준에게 말했다.

 

 “편의점 앞에서 보자.”

 - 오늘?

 “난 조금 걸리니까. 셋팅은 네가 해 놔라.”

 

  도현이 전화를 끊자 어느새 짐을 정리한 아랑이 물었다.

 

 “누구야?”

 “혁준이.”

 

  그녀가 분주하게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혁준... 혁준이? 노혁준?”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혁준이가 맨날 네 얘기 전해 줬었는데. 걔랑은 잘 지내나 보네?”

 “대학 다닐 때 방을 같이 써서. 어쩌다보니.”

 

  말은 무심하게 했지만 도현이 친구로 여기는 유일한 이였다.

 

 “학교 다닐 때도 혁준이랑만 놀더니.”

 “언제 적 얘기야.”

 “네가 나 왕따 시킬 때 얘기다.”

 “왕따는 무슨...”

 

  서운함이 묻어난 아랑의 목소리에 도현이 미안했는지 먼저 일어나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아랑이 새침하게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랑이 옷을 부드럽게 털어내며 말했다.

 

 “혁준이한테 안부 전해줘.”

 “그래. 다음에 셋이 한번 보자.”

 “나야 좋지.”

 

  도현이 아랑과 헤어지고 대리를 기다리는 동안 혁준에게서 한번더 전화가 왔다.

 

 - 현도현이 은근히 의리 있다? 근데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기다려. 지금 대리 왔으니까.”

 - 누구랑 있었길래 한강이냐?

 

  도현이 대리 기사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차키를 넘겨주었다. 그가 보조석으로 몸을 실으며 말했다.

 

 “신아랑.”

 - 신아랑? 그 신아랑? 아랑의 1분의 그 아랑?

 “어.”

 

  혁준이 설레발을 치며 자초지종을 캐묻기 시작했다. 물론 도현이 어차피 만날 거라며 자질구레하게 답하진 않았다. 혁준은 안달이 난 것처럼 물었지만 그나마 두 사람이 화해를 했다는 소식과 그녀가 도현의 출판사와 시집 계약을 했다는 것에 제 일만큼이나 좋아했다.

 

 “자세한 건 만나서 해. 거의 다 왔어.”

 -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실 지경이야. 임마. 샤워하고 가볍게 한 잔 하려던 건데 벌써 모기한테 몇 방이나 뜯긴 줄 알아?

 “이왕 뜯기는 거 기분 좋게 헌혈한다 생각해. 끊는다.”

 

  도현이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은 뒤 서둘러 나왔다. 현관을 나섰을 때 아랑에게서 문자가 왔다.

 

 - 혁준이한테 꼭 안부 전해줘!

 

  도현이 낮게 웃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한다.”

 

  혁준은 기다리기 지쳐 맥주 한 캔을 비우고 멀리서 걸어오는 도현을 발견했다. 느긋이 제 앞에 오는 그에게 혁준이 코웃음을 쳤다.

 

 “아휴, 여유가 넘치시네? 내가 세어봤는데 총 열일곱 방이나 물렸어.”

 “그럴 줄 알고 모기약 가져왔다.”

 

  도현이 주변으로 모기약을 뿌리고 앉았다. 혁준이 그의 앞으로 맥주 한 캔을 건네며 상체를 기울였다.

 

 “아랑이랑 이 시간까지 같이 있었단 말이지?”

 “넘겨 짚지마. 별 사이 아니니까.”

 “누가 뭐래.”

 

  혁준이 음흉한 눈을 거두지 않자 도현이 절래절래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잘 지낸대?”

 “어. 안부 전해 달래.”

 “아휴, 나야 잘 지내지. 왜 그간 동창회랑 안 나오고 그랬대? 아랑이 나름 우리 학교 다닐 때 스타 아니었냐. 찾는 애들 많은데.”

 

  도현이 태연하게 답했다.

 

 “시 쓰느라.”

 

  혁준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 현도현 이 자식, 내가 괜한 걱정 했어.”

 “뭘.”

 “네가 찌질하게 그런 일 할 놈이 아니었는데.”

 

  도현이 그를 째려보다 혁준이 멋쩍게 웃었다. 그의 팔뚝에 붙은 모기를 발견했지만 괘씸한 마음에 모른 채 시선을 돌렸다.

 

 “둘이 옛날일 풀었다니 다행이네. 사과는 했냐?”

 

  그의 말에 도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직 풀지 못한 열아홉의 엉킨 실타래가 갑자기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뭐야, 자식. 나이 먹고도 자존심이냐?”

 

  도현은 답하지 않았다. 혁준이 혀를 차며 잔을 부딪쳤다.

 

 “그 자존심 난 이미 한참 전에 어디에다 쳐 박아 뒀는지 찾지를 못하겠네.”

 “너 언제 시간 되냐?”

 

  대뜸 물어오는 도현에 혁준이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다음 주까지는 좀 바쁘고 그 뒤로는 한가해. 왜?”

 

  도현이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의 손에서 몇 캔 째인지 모를 캔이 또 다시 일그러지고 있었다.

 

 “신아랑 볼래?”

 “아랑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만나면 좋지.”

 “너 한가할 때 한번 날 잡자. 걔도 너 보고 싶어 하더라.”

 “아랑이가?”

 

  도현이 또 다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혁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야, 아랑이가 날 보고 싶어 하다니. 아랑이랑 나 고삼 축제 때 2인 3각 짝이었잖아. 짝 피구도 짝이었고. 그때 우리 반은 아랑이랑 내가 하드캐리 했지. 다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 또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도현은 말없이 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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