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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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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당신은 행복입니다.
작성일 : 19-09-17     조회 : 42     추천 : 0     분량 : 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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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분주히 서두르던 아들이 떠난 후, 묘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어머니는 집 안 구석 구석 청소를 하시기 시작했다.

 

 정신 없이 현관에 놓인 휠체어를 접어 신발장 옆에 세우시고는 웃는 낯으로 거실 정리를 하셨다.

 ​

 ​

 전동휠체어는 높은 현관 턱을 넘지 못하는지라, 집 안에 들어올 때면 직접 손으로 미는 일반 휠체어로 갈아타기에, 아들이 출근하면 언제나 잘 닦아서 신발장 옆에 세워 놓으셨다.

 ​

 

 그리고는 더욱 꼼꼼히 거실 이곳저곳을 살피시며 두 사람 밖에 살지 않아 딱히 매일 청소가 필요 없을 거실 정리를 하신 후 아들의 방으로 향하신 어머니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흐르셨다.

 ​

 ​

 “에구 이런 정신 머리 하고는. 꼼꼼한 애가 오늘 급하긴 했나보네. 목발을 두고 가다니. 분주히 서두르더만, 나라도 챙길 걸.”

 ​

 ​

 어머니는 아들의 방, 책상 옆에 세워져 있는 외로운 목발을 닦으시며 무척 속상해 하셨다.

 ​

 ​

 전동 휠체어는 편하지만, 조금 높은 턱은 오를 수 없으며 무게 때문에 성인 남자 서넛이 들어야 옮길 수 있어서 외출 때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필수인 것이 목발임에도 놓고간 아들 걱정은 웃는 낯을 걱정 가득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

 ​

 자동차 사고 당시, 발생한 화재로 두다리를 잃고 의족을 착용하였으나, 재활 치료를 받지 않았기에 목발을 사용해도 짧은 거리조차 보행에 어려움이 컸다.

 ​

 ​

 이런 사실을 잘 아시는 어머니셨으니 목발을 두고 간 아들 걱정에 저절로 탄식이 연이어 나왔다.

 ​

 ​

 “에휴, 어딜 간 건지 알아야 가져다 주지."

 ​

 ​

 ***

 ​

 ​

 갈매기에게 뺏겼던 시선을 치우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흘러 점심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

 ​

 산이 뱃속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그는 한참을 뛰어다녀 땀 범벅이 된 산이를 번쩍 안아 무릎 위로 앉히며 "식사하러 갑시다. 우리 산이 배고프구나."라고 말하며 산이의 땀 투성이 된 머리를 "이긍" 매만지는 그녀를 향해 부드러이 웃음을 보이는 그였다.

 ​

 ​

 "우리 산이 뭐 먹고 싶어?"

 ​

 

 다정스레 아이의 볼을 맞대고 묻자 산이가 "꼬기 먹을래요. 꼬기." 라며 꼬르륵 거리는 뱃 속 소리와 함께 급하게 대답했다.

 ​

 ​

 "그래. 고기 먹자. 고기"

 ​

 

 

 횟집이 즐비한 바닷가에서 고기쟁이 아들 덕분에 주변을 둘러보며 고깃집을 찾던 그녀는 그의 무릎에 앉은 산이를 내려다보며 찾기 힘든 곳보다 들어가기 쉬운 음식을 권해 보았다.

 ​

 

 

 “산아, 여긴 바닷가라서 고깃집이 없을 것 같아. 우리 칼국수 먹을까? 우리 산이 칼국수 좋아하지?”

 ​

 

 

 허나 마음을 정한 고집스런 꼬마의 답변은 그녀 뜻대로 되지 않았다.

 ​

 

 

 “싫어, 난 꼬기 먹고 싶어! 꼬기 먹자 엄마. 아찌 꼬기 먹어요. 응?”

 ​

 

 

 엄마 한번 올려다보며 조르고, 동진 아찌 한번 보며 조르는 산이가 그저 귀여운 그는 허리에 양손을 올린 채 산이를 내려다 보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거 먹어요. 산이가 좋아하는 것 많이 먹고 행복한 게 우리도 좋잖아요. 그렇죠?”

 ​

 

 

 아이 투정을 거르지 않고 다 받아주는 그가 고마워, 자신의 허리에 올린 양손을 풀고 한숨 한번 길게 내쉬고는 주변을 다시 둘러 보며 그녀가 말하였다.

 ​

 

 

 “고깃집은 보이지도 않는구만, 어디를 가야 할까요? 하여튼 산이는 고집쟁이라니깐. 에휴.”

 ​

 

 

 그녀의 한숨에 옆을 지나던 백발의 노파가 힐끔 그녀를 쳐다보더니 불쑥 말을 건넸다.

 ​

 

 

 “저기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돌믄 나오는 먹자 골목에서 바닷가로 쯔기로 쭉 들가면 방파제 근처에 고깃집 나와. 이 근방에서 육고기는 그 집만 혀지. 멀리 갈 필요 없다고.”

 ​

 

 

 갑자기 말을 걸어온 노파에게 일제히 시선을 돌리며 자세한 설명에 동시에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

 

 

 “할머니 감사해요.”

 ​

 

 

 그녀는 자신의 곁에 선 노파에게 감사를 표하며 흰머리 가득함에도 노파의 꼿꼿한 허리에 감탄하였다.

 ​

 

 

 이들 일행의 감사에도 무심한 반응을 보이며 되려 전동 휠체어에 앉은 그에게 노파가 질문을 건넸다.

 ​

 

 

 “이거 손으로 바퀴를 애써 밀지 않아도 슬슬 굴러 댕기는 휠체어지? 이거 많이 비싼가? 참 편해 보이는구먼. 부럽네. 좋것어.”

 ​

 

 

 그의 전동 휠체어가 부럽다는 노파의 황당한 말에 기도 안 찬 그녀는 그의 마음이 상했을까 염려되어 살며시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 부럽다는 전동 휠체어에 앉은 그의 표정은 오히려 밝고 환한 미소까지 띄며 친절히 노파에게 답변하고 있었다.

 ​

 

 

 “예, 아주 편합니다. 살려면 비싸긴 한데, 어르신들과 중증 장애인들에게 나라에서 지원하고 있어요. 할머니도 구해 보시게요?”

 ​

 

 

 그의 무릎에 앉은 산이도 거듬에 한몫하였다.

 ​

 

 

 “이건 동진 아찌 거예요. 그런데 참 좋아요.”

 ​

 

 

 똘망똘망 눈을 빛내며 말 잘하는 아이가 귀여운지 노파가 손을 들어 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의 전동 휠체어가 아직도 부러운지 시선을 계속 고정하고 있었다.

 ​

 

 

 긴 백발을 틀어올려 비녀를 꼽았으나 꼿꼿한 허리 덕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노파인지라, 전동 휠체어가 편해 보인다는 말에 빈정 상했지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그녀였다.

 ​

 

 

 “할머니는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정정하셔서 전동 휠체어 없이도 괜찬으실 것 같으신데요? 길 안내 감사합니다.”

 ​

 

 

 그녀의 말 속에 뼈가 있음을 느꼈는지 노파는 겸연쩍게 웃으며 “에고, 미안혀. 내가 말 실수 했나 보네.”라며 말하고는 일행을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

 

 

 ***

 ​

 

 

 노파의 설명은 정확해, 방파제 근처 언덕 위에 횟집들로 둘러 싸인 곳에 ‘충남 갈비’라는 이질적 간판이 보였다.

 ​

 

 

 “주인이 충청도 분인가 봐요.”

 ​

 

 

 멀리서 간판을 가리키며 그녀가 말하자, 동진의 무릎에 앉은 산이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

 

 

 바닷바람을 타고 숯불 갈비 냄새가 그들에게 전해오자 누구라 할 것 없이 식욕이 돋아 기분 좋게 꼬르륵 소리를 내었다.

 ​

 

 

 하지만, 그들의 즐거움은 고깃집 문 앞에서 막혀 버렸다.

 ​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턱…,

 ​

 

 

 도로를 향해 시원스레 문을 낸 고깃집의 유리 자동문이 열리자, 양념된 갈비를 숯불에 굽는 냄새가 자극적으로 유혹하는 가운데,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문 앞에 턱을 높이 세워 도로에서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도록 되어 있었다.

 ​

 

 

 성인 남자에겐 아주 작은, 심지어 산이에게도 조금의 방해조차 되지 않았다.

 ​

 

 

 산이는 휠체어에서 폴짝 뛰어내려 이미 자리 잡고 앉아, 문밖에서 난처해 하는 그와 그녀를 바라보며 해맑게 들어오라 손을 흔들고 있었다.

 ​

 

 

 그 누구의 출입에도 방해되지 않을 작은 턱이었으나, 그에겐 달랐다.

 ​

 

 

 전동 휠체어는 무거웠고 의족은 꼈지만, 걸을 수 없었다.

 ​

 

 

 하필 목발을 두고 온 것은 그의 불행이며 행복한 순간에 잠시 잊었던 장애를 다시금 그에게 인식시켜 주었다.

 ​

 

 

 목발 없이 의족으로만 걸어 들어가기엔 다리의 힘이 부족했고 그녀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은들 이후에도 불편함은 여전할 것 같아 전동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것이 망설여졌다.

 ​

 

 

 ‘동진 씨에겐 이 작은 턱마저 넘을 수 없구나. 하..., 산이에게 미안하지만, 함께하지 않으면 이곳은 의미가 없어.’

 ​

 

 

 그런 그의 마음을 그녀도 느낀 것인지, 시선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 숙인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이미 테이블에 자리잡은 산이의 손을 잡아 끌었다.

 ​

 

 

 하지만 고기 굽는 냄새에 마음을 뺏긴 산이는 엄마가 손을 잡아 끌어도 쉽사리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

 

 

 “산아, 바닷가에 왔으니 굽는 고기 말고 물고기 먹자. 칼국수 먹고. 물고기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

 

 

 "싫어. 싫다고. 난 여기서 꼬기 먹을 거야."

 ​

 

 

 한참을 실랑이 속에서 억지로 엄마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 선 산이의 표정은 이미 울상인지라, 미안한 마음 한가득 된 그는 더욱 죄인이 되어야 했다.

 ​

 

 

 고기를 먹고 싶어 떼쓰는 아이의 손을 끌어 가게를 나선 그녀에게 가게 안을 바삐 돌아다니던 종업원들과 손님들의 시선이 모였고, 사람들의 의아한 표정은 문 밖, 그가 앉은 전동 휠체어에서 그제야 납득하기 시작했으나 남의 일이기에 흥미롭게 바라보기만 했다.

 ​

 

 

 이런 소란 속에서도 문 앞, 카운터에 앉은 가게 주인은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구경만 할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

 

 

 그녀가 달래보아도 아직 어린 입맛이라 양념된 육고기를 더 좋아하는 산이에게 엄마의 제안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워 가게 밖을 나와서도 투정이 계속 되었다.

 ​

 

 

 “난, 생선 싫은데. 꼬기 먹자 엄마. 꼬기! 응? 엄마 꼬기?”

 ​

 

 

 보채는 산이를 달래도 어리기에 철없는 산이의 행동은 여전하였고, 이 모둔 것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해 그가 마음 불편해 할까 걱정스러워 조급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는 그녀였다.

 ​

 

 

 그제야 높아진 엄마의 음성에 산이는 코끝을 간지르는 숯불 갈비 냄새를 뒤로 하고 퉁퉁 부은 얼굴로 더 보채지 못한 채 그의 무릎 위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

 

 

 전동 휠체어 위엔 고개 숙인 그와 그의 무릎에 앉아 고개 숙인 산이가 더해져 그녀의 속을 답답하게 뒤집어 놓았다.

 ​

 

 

 얼른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주위를 둘러 보았으나 바닷가의 특성 상 횟집만 즐비할 뿐, 산이가 바라는 고깃집은 이 가게 말고 보이지 않았다.

 ​

 

 

 카운터에 앉아 이들을 말없이 지켜보던 중년 사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더니 조금 전 고깃집을 안내해 주던 노파의 음성이 들려왔다.

 ​

 

 

 “에구, 미안혀. 우리집 턱이 좀 높았지? 내가 먼저 왔어야 허는디 약국들려 파스 좀 사오느라 늦었네.”

 ​

 ​

 언제 왔는지 하얀 비닐봉지를 손에 쥔 노파가 그들의 뒤에 서 있었다.

 ​

 

 

 그들의 뒤로 걸어오던 노파를 먼저 알아본 가게 안 중년의 사내가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몸을 앞뒤로 흔들더니 카운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

 

 

 카운터를 벗어난 중년 사내를 향해 시선을 돌린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고 있었다.

 ​

 

 

 중년 사내는 무덤덤한 얼굴로 계속 앞뒤로 몸을 흔들었고 그 흔들림에 따라 어깨도 들썩이며 미끄러지듯 이동해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가게 문 앞에서 멈췄다.

 ​

 

 

 휠체어.

 ​

 

 

 두다리가 없는 듯 푹 꺼진 바지단으로 다가온 중년 사내는 손으로 미는 불편한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그것 역시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

 ​

 “내가 미안혀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겠는가?”

 ​

 

 

 난데없는 노파의 제안에 그녀는 대답을 망설였지만, 노파는 전혀 개의치 않고 가게 안으로 소리쳤다.

 ​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노파의 양손은 바삐 움직였다.

 ​

 

 

 ‘수화?’

 ​

 ​

 노파는 가게 안으로 소리쳐 젊은 종업원을 부르는 한편 수화로 휠체어에 앉은 중년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

 "야, 명규야! 경석아! 뭐 허냐? 어여 이리 와 봐라.”

 ​

 ​

 노파의 부름에 가게 안에서 젊은 사내들이 나오더니 전동 휠체어를 힐끔 쳐다보곤 노파에게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물었다.

 ​

 ​

 “할머니, 왜요?”

 ​

 ​

 노파는 또랑또랑한 말투로 지시를 내렸다.

 ​

 ​

 “너, 언능 가서 우리집 뜰에 상 좀 봐라. 아무래도 이분들은 가게보다 마당이 조용허니 편허실 것 같다. 뭐허냐? 어여 안 가고?”

 ​

 ​

 노파의 지시에 젊은 종업원중 한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상차림을 준비하였고 중년 사내도 휠체어를 돌려 가게 안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

 

 

 갑작스런 가게의 분주함에 그와 그녀의 시선은 의아함을 담아 노파에게 고정하였고 그들의 의아한 표정에 환한 미소로 응대하며 노파가 조곤조곤 설명하였다.

 ​

 

 

 "우리 아들도 휠체어 타. 어려서부터 귀가 안 들렸는디, 그만 뒤에서 차 오는 소리를 못 들어 두다리마저 잃었지. 사실, 가게 앞 문턱은 우리 아들도 혼자서는 못 넘어. 우습지? 원래 문턱대신 인도로 경사를 만들었는디. 구청에서 인도는 우리 땅 아니라믄서 행인에게 방해된다고 해체해 버렸어. 덕분에 우리 아들은 가게 주방과 연결된 집을 통해 밖으로 나오게 되었지. 아깐 우리 아들 생각나서 전동 휠체어 물어본 건데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혀. 나 죽기 전에 꼭 구청에 민원 넣어 문턱대신 인도로 경사 만들어야 하는디. 에휴. 아무튼 불편하게 해 미안혀구먼. 자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내 뒤를 따라들 오시게. 귀찮것지만, 이것도 다 추억이니께. 아가, 꼬기 먹자.”

 ​

 

 

 장황한 노파의 말을 모두 이해하진 못했지만, 배려 가득한 말투와 눈빛에 일행은 머뭇거리지 않고 뒤를 따랐다.

 ​

 

 

 가게를 돌아 뒤로 나가니, 가게와 연결된 단층 집이 나왔다.

 ​

 

 

 열린 대문으로 들어가자, 넓은 뜰과 바다로 향한 낮은 담장이 눈에 들어왔고 바닷가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자리한 탓에 한눈에 멀리 수평선까지 시야가 들어올 정도로 탁 트인 전경이 인상적이었다.

 ​

 

 

 어느새 준비했는지 뜰엔 젊은 종업원이 마련한 파라솔과 식탁이 놓여 있었고 고급스럽진 않지만 하얀 의자가 풍경과 어울려 보기 좋았다.

 ​

 

 

 그 옆에 준비된 바베큐용 그릴 위에선 산이가 좋아할 갈비가 유혹적인 냄새로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

 

 

 “편히 자리잡고 식사들 혀. 여기 석양이 꽤 멋지니 천천히 들다가 해 저무는 거 꼭 보고 가고. 우리 아들이 고기 구워 나를 테니 걱정혀지 말고 편히 들어. 아가 많이 묵으렴.”

 ​

 

 

 휠체어에 딱 맞는 높이…,

 ​

 

 

 에어컨은 없었지만, 햇볕을 가릴 파라솔 아래에 함께하여 좋았고 탁 트인 풍경이 더없이 훌륭했다.

 ​

 

 

 그녀가 노파에게 연신 감사를 표하자, 손을 내 저으며 감사할 것 없다 노파가 말하였다.

 ​

 

 

 “감사할 것 없구먼. 먹고 돈낼 거 아닌가? 공짜도 아닌데 왜 감사를 혀? 오히려 손님을 문전박대할 문턱 맹근 내가 미안허지. 어여 편히들 앉고. 난 가게 가 봄세. 우리 아들도 고기 다 구우면 가게 들어갈 건디, 저 문에 소리치면 가게 주방에서 들리니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그럼 편히들 들어.”

 ​

 

 

 열린 대문 사이로 고깃집의 벽을 두른 통유리가 시원스레 들어왔기에, 식사 중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하는 식사 내내, 산이는 그의 무릎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참… 좋군요. 생각보다 시원하고 풍경이 너무 좋아요. 더구나 산이가 맘에 들어 하니, 참 다행이에요."라며 눈앞에 펼쳐진 바닷가 풍경을 가리켰다.

 ​

 

 

 "정말 고마운 할머니세요. 산이가 실망하는 것이 싫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모두가 함께해 정말 다행이에요.”라 말하며 그를 바라보고는 싱그럽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뻤다.

 ​

 

 

 그리고는 그가 가리킨 풍경에 시선을 옮겨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수줍게 말을 이어 나갔다.

 ​

 

 

 "천만 원을 구걸할 때, 전 모든 걸 내려 놓았어요. 수치심, 자존심…, 이런 거 다 버렸죠. 그러고나니 악과 깡만 남아 있어요. 살아야겠다. 잘 살아야겠다. 사신이 내 목을 잡고, 산이를 위협해도 살아야겠다. 그때 나타난 선생님은 저의 행복이십니다. 당신 덕분에 전 살 수 있었어요. 오늘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

 

 

 감사한 눈빛 가득 담은 그녀의 모습이 눈부셔 말을 잃은 그였다.

 ​

 

 

 마침, 젊은 사내가 "여기 많이 더우실 텐데…,"라며 집 안에서 선풍기를 가지고 나와 그들을 향해 틀어준 덕에 쑥스럽게 잠시 고개 돌릴 수 있었다.

 ​

 

 

 그는 탁자와 높이가 잘 맞는 전동 휠체어 위에 앉아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휠체어에 탄 중년 사내에게서 집게를 건네 받아 그릴에서 직접 고기 굽는 그녀의 모습이 예뻐서 힐끔 한번씩 바라보다가, "엄마. 심심해."하는 산이에게 집에서 챙겨온 피규어를 가방에서 꺼내 건네주었다.

 ​

 

 

 처음 본 피규어에 산이는 "야호!" 하면서 무척 신나하였다.

 ​

 

 

 사고 이후, 바라보지도 않았던 그것들이 누군가에 의해 의미를 가지니 새삼스레 삶이 너무 좋은 그였다.

 ​

 

 

 이 작은 피규어를 선물함으로, ‘집과 구둣방만 오가는 생활로 그저 인생 이리 살다 죽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날아가기 시작했다.

 ​

 

 

 이렇게 이 모자와 함께함이 좋은 건 무슨 이유일는지…,

 ​

 

 

 저 여자의 남편으로, 이 피규어에 행복해하는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로 살고 싶은 생각에 살짝 도리질하며 헛된 희망을 멀리 밀어내 보았다.

 ​

 

 

 혼자 오롯이 애를 키워야 하는 사람.

 ​

 

 

 장애가 있는 그는 자신의 다리를 손으로 슬며시 만져 보았다.

 ​

 

 

 그러다 느끼게 된 것.

 ​

 

 

 짐…,

 ​

 

 

 그는 그녀에게 또 하나의 짐이 될 수 없었다.

 ​

 

 

 "다 됐어요. 고기 드세요. 사장님 여기 앞접시 두 개요!"

 ​

 

 

 "내가 먹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

 

 

 그녀의 챙김에 괜히 사양하는 그의 모습이 쑥스러워 보였다.

 ​

 

 

 "산이 이리와. 엄마가 안아 줄게. 아저씨 식사하셔야지."

 ​

 

 

 "싫어. 아저씨 좋아."

 ​

 

 

 전동 휠체어에 거부감 없이, 마냥 그의 품이 그저 좋은 아이였다.

 ​

 

 

 어쩌면, 따스한 그의 손길이 아이에게 가장 필요했던 걸지도.

 ​

 

 

 "놔두세요. 저랑 같이 먹을게요. 자, 산이 아!"

 ​

 

 

 잔잔한 물결처럼 행복감이 흐르고 있었다.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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