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천안에 있던 S급 게이트를 처치하고 돌아온 헌터들이 한 명에 부상자를 업고 다급하게 뛰어가고 있습니다.
-이 부상자의 신원은 다름 아닌 지유성 씨였습니다.
그 상태 역시 상당히 심각해 보였는데요. 과연 지유성 헌터는 다시 헌터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YBG 김유빈 기자였습니다.
유성은 시끄럽게 떠드는 뉴스 소리에 스르륵 눈을 떴다.
‘여기는 어디지?’
유성은 눈알을 굴리며 주위를 확인했고 이내 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뒤 유성에 대한 뉴스가 다시 흘러나오고 병원으로 오게 된 경위를 대충 짐작한 그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악…….”
그 순간 온몸에 부숴버리는 듯한 고통을 유성을 덮쳐왔다.
그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숨을 내쉬며 온몸에 힘을 뺐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온몸에 힘을 뺀 지 10분 후, 온몸에 옥죄여 오던 고통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헉…….헉…….”
유성은 거친 숨을 연신 몰아쉬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죽다 살아났네.’
유성은 어느 정도 고통이 사라지자 안도하며 눈알을 이리저리로 굴렸다.
당장 움직일 수 없으니 간호사나 의사를 호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올 사람도…….’
-드르륵
‘있네.’
유성은 병문안을 온 유리를 보고 싱긋 웃었다.
“유리야!”
유성이 반갑게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싸늘하게 대답했다,
“다행히 말은 할 수 있네.”
유성은 갑자기 돌변한 유리에 태도의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근육 대부분이 완전히 손상돼서 치료하려면 시간이 걸린 데.”
유리는 유성이 궁금해하던 정보들을 차례차례 알려주기 시작했다.
“마력 순환기관은 아예 뒤틀려서 더 마나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데.”
유성은 유리의 말에 듣고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유성에 태도를 보고 유리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너는 이제 더 이상 헌터 생활 할 수 없다고.”
“응”
유리는 순간 뻗쳐오르는 울화에 병원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쾅
“니 인생은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데. 그 표정은 뭔데.”
유리는 연신 씩씩거리며 유성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누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어. 도대체가 아무도 니 혼자 하라고 한 적 없는데 그런 무리를 해서…….”
유리는 소리를 치던 중 유성의 눈을 보고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미안해.”
그런 유성에 태도가 유리를 더욱 자극했다.
“미안? 하? 니가 왜 뭐가 미안한데! 미안할 건 난데 왜 니가 미안하냐고!”
유리는 연신 소리를 지른 후 거친 숨을 내쉬며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유성을 바라보았다.
“후…….”
유리는 호흡을 정리하며 마음에서 미친 듯이 치고 올라오는 감정들을 진정시켰다.
“다른 애들도 몇 시간 후에 올 거야.”
유리는 병실 의자에 앉아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아무런 말도 오고 가지 않는 긴 정적은 다른 파티원들이 올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제 이런 생활도 끝이구나.’
유성은 유리에 말을 들은 후 자신에 들이 닥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는 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유성이 이 모든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일 쯤 희천과 유천이 병실로 들어왔다.
“대장 일어났어?”
희천은 밝게 인사했지만 그 역시 눈 밑 다크서클이 유성이 누워있는 며칠 동안 편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후…….”
반대로 유천은 유성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유성은 그런 유천을 보고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유천은 결국 유성의 웃음에 체념했다.
“몸은 괜찮아?”
유천은 형식적으로 유성에게 물었다.
사실상 유성에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그의 가족인 유천이었다.
“응. 한 며칠 있으면 났지 않을까?”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성은 싱긋 웃어보며 대답했다.
유천은 그런 유성을 보며 몇 번이나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던 도중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유리와 눈이 마주쳤고 유리는 그런 유천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래? 그럼 몸 다 회복되고 우리들이랑 같이 나들이나 가자.”
유천은 행복한 것처럼 웃으며 과장되게 손을 움직였다.
잠시 대답을 망설이던 유성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러자.”
유성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고 대답을 들은 유천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약속이다.”
유천의 눈에서 한줄기에 눈물이 떨어져 나왔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후 여러 가지 밝은 이야기들이 오고 같지만, 그 방에 분위기는 마치 어린아이에 어른 옷을 입혀놓은 것처럼 영 어색하기만 했다.
슬슬 면회시간이 끝나자 그의 동료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그와 이별한 뒤 병원을 벗어났다.
모두 병실을 나가고 혼자 남겨진 유성은 발악하듯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행여나 몸을 회복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도 떨어지지 않았을 까라는 한 자락의 희망으로 그는 미친 듯이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성은 인벤토리 끝자락에 있는 밝은 빛으로 반짝이는 한 아이템을 볼 수 있었다.
[용왕의 심장]
이름 이외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괴상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템은 유성은 식욕을 자극했고.
[스킬, ‘카니발리즘’의 작용에 따라, ‘용왕의 심장’을 탐합니다.]
아주 잠시지만 그의 온몸이 식욕으로 지배당하며 아주 잠깐 온몸이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움직이지 못했던 팔을 강제적으로 움직여 ‘용왕의 심장’을 입으로 가져갔다.
[스킬, ‘카니발리즘’의 작용에 따라, ‘용왕의 심장’을 탐식하기 시작합니다.]
-우적우적
스킬의 발동으로 아주 잠시동에 몸에 자유를 얻은 그는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안면 근육을 동원해 질긴 ‘용왕의 심장’을 열심히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용왕의 심장’을 모두 삼켰을 때 밝은 빛이 유성을 휘감으며 유성의 몸에 회복을 촉진시키기 시작했다.
심장을 삼킨 지 3일 후 몸이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유성은 곧바로 병원을 퇴원하였다.
의사 역시 유성의 회복력에 감탄을 토해냈고 그의 동료들 역시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렇게 무뚝뚝하던 유리가 눈물까지 흘린 정도였으니 할 말 다 한 셈이었다.
물론 유성의 몸이 모두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회복했다기보다 능력치를 강제적으로 끌어올린 것에 불과했다.
[스킬, ‘카니발리즘’이 ‘용왕의 심장’을 소화시키는 중입니다.]
용왕의 심장에 들어있는 힘이 얼마나 방대한지 3일 지난 지금까지도 소화가 되지 않았다.
퇴원하고 난 후 유성이 낼 힘은 전성기에 10분에 1조차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마력은 아예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 헌터생활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그러나 유성은 그런 진실들을 동료들에게 밝히지 않고 조용히 은퇴식을 거행했다.
그런 이유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은퇴식 할 만한 이유는 이미 충분히 차고 넘쳤다.
자연스럽게 은퇴식을 마무리하고 헌터증을 반납한 유성은 이제 더는 S급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 되었다.
***
그가 일반인으로 살아 간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때쯤에는 동생은 물론 다른 동료들과도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다.
애초에 사는 세계부터 구분이 돼버린 그들은 서로 만날 일 자체가 드물었다.
처음 1년간은 간간히 휴식을 취할 때 만나 놀기도 했지만, 그것도 벌써 2년 전 일이었다.
유성은 헌터 생활을 하며 벌어들인 돈으로 혼자 생활하는 중이었다.
-두두두두두
거센 장대비가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졌고 유성은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헌터 일을 그만둔 후 잃은 것들도 상당했지만 얻은 것도 그에 못지않았다.
피에 찌든 하루를 보내는 것 대신 느긋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고 상시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 않아도 됐으며 무엇보다 삶에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아침 일찍 일어난 유성은 손 수 커피를 만들어 들고는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조금씩 들이켰다.
한 모금 들이킨 유성은 풍미가 가득한 커피 향을 맡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커피를 마시는 데 1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10시간
운동에 5시간.
이것이 유성에 하루 일과였다.
사실 운동도 기술을 갈고닦는 것 이외에 딱히 유체적으로 단련하는 것은 아니었다.
9시 30분.
유성은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집을 나섰다.
집을 나온 유성은 곧장 주차장 쪽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릉
경쾌한 엔진음이 한 차례 울려 퍼졌고 유성은 곧장 오토바이에 속력을 올렸다.
시속 100km 속도로 주행을 시작한 유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건물 앞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익
헌터 아카데미.
유성이 헌터증을 반납하고 난 후 취직한 일자리였다.
S급 헌터가 선생으로 오는 경우는 보통 없었지만, 유성이 출근하는 헌터 아카데미만은 달랐다.
유성이 S급 헌터인 만큼 그 수업 방식도 타 아카데미와는 차원이 달랐다.
오로지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고, 살아남는 방법 등을 가르쳤다.
덕분에 유성이 출근한 헌터 아카데미는 단시간에 유명해졌다.
출근해 교무실에 도착한 그는 여러 곳에서 받은 선물로 인해 엉망이 된 책상을 치우고 곧장 수업에 들어갔다.
10시.
유성은 여느 때처럼 익숙한 복도를 지나 교실에 들어갔다.
“쌤!”
쾌활한 여자아이가 유성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유성 역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 방학은 잘 보내고 왔지?”
“‘네!’”
반 아이들은 힘찬 대답을 들은 유성은 몸을 칠판 쪽으로 돌리며 분필을 집어 들었다.
“자. 그럼 이제 수업하자.”
“‘에?’”
반 아이들은 첫 시간부터 수업을 나갈 줄은 꿈에서 생각하지 못했는지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자, 일단 기초부터 되짚어 보자. 고블린의 약점은…….”
수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성은 전멸한 반 아이들을 큰 소리로 깨웠다.
“자자, 일어나자.”
전멸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살아나고 유성은 만족한 듯 다시 수업에 임하기 위해 다시 분필을 들었다.
“쌤.”
유성은 자신을 부르는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마주친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유성을 향해 물었다.
“선생님은 레이드 썰 같은 건 없으세요?”
유성은 그런 아이를 보며 싱긋 웃고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자자, 이제 10분밖에 안 남았다. 얼른 끝내자.”
“쌤!”
겨우 살아난 아이들은 유성이 수업을 나가려하자 다 죽어가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아이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10분에 자유 시간을 얻은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겠네.’
유성은 생기가 넘치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의 미소를 지었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치료되는 느낌을 받은 유성은 한 동안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쿠웅
“????”
순간적으로 마력에 파동을 느낀 유성은 인상을 퍽 찡그리며 서둘러 교실을 나갔다.
마력의 파동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빠르게 몸을 옮긴 그는 운동장 한 가운데 생기기 시작한 게이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우웅 우웅
유성은 몇 년 만에 처음보는 게이트를 보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다시 몬스터를 때려잡을 수 있다는 희열감과 이 게이트를 클리어 할 수 있을 지에 관한 불안감이었다.
생겨나던 게이트는 3m정도까지 커진 후 입구를 막고 있던 차원의 벽을 허물었다.
게이트에 입장이 가능해진 유성은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든 채 게이트 앞으로 걸어갔다.
게이트 코앞에 도착한 유성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보다 더 큰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마음은 갈팡질팡했지만 유성의 몸은 이미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성은 느낄 수 있었다.
‘난 아직 헌터구나.’
몬스터을 죽이고 사람을 지키는 것에서 의의를 찾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바로 헌터였다.
유성은 게이트 안쪽으로 발을 디딘 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던전의 형태는 긴 동굴 모형이었고 일정한 간격마다 램프가 있어 동굴 안에 모든 것을 환하게 볼 수 있었다.
동굴 벽에는 3년 전 마지막으로 했던 레이드 때에 보았던 벽화를 볼 수 있었다.
“????”
그 그림을 본 순간 불안감이 그의 몸을 잠식해갔다.
유성은 조심스럽게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렸고, 그곳에는 헤라클래스의 벽화뿐 아니라 여러 신화가 동굴에 벽에 새겨져 있었다.
그 벽화를 보던 도중 무의식적으로 끌린 벽화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우웅
그 순간 벽화 전체가 공명하며 일순간 게이트에서 뿜은 마력을 가볍게 웃돌 정도에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유성은 빠르게 벽화 쪽과 멀어지며 무기를 치켜들며 잔뜩 긴장했다.
‘그때 그 던전과 비교해 절대로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게이트에 들어온 유성은 어쩌면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패배를 가정하고 싸우는 것은 그만큼 이길 확률을 낮추는 멍청한 짓이었다.
한동안 멈춰있던 유성은 이내 걸음을 옮겨 동굴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명하던 벽화는 동글 전체로 이어졌고 유성은 그 공명하는 벽화를 따라 이동했다.
유성은 가던 도중 문득 벽화가 마치 따라오라는 듯 유도하는 느낌을 받았다.
유성은 그 느낌을 거부하지 않았다.
던전의 끝자락에 도달하자 큰 대문이 그를 반겼고 그 대문까지 이어진 벽화들은 여전히 공명 중이었다.
유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저 느낌이 가는 그대로에 몸을 맡긴 유성은 대문을 열고 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문에 안으로 유성의 눈에 비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보인다고 해야 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저 어둠 이외에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으니.
보통 그렇게 되면 걸음을 주춤거릴 만도 했지만, 유성은 되레 더욱 빠르게 어둠으로 들어갔다.
[스킬 ‘카니발리즘’에 의해 식욕 증폭합니다.]
유성은 자신의 망막에 맺힌 시스템창을 보고 더욱 확신에 차 속도를 올렸고 잠시 뒤 칠흑이 걷히며 그의 앞에 제단이 나타났다.
그 제단을 주위로 일정 범위 이상은 칠흑이 걷히지 않았지만, 유성은 별 무리 없이 그 제단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스킬 ‘카니발리즘’에 의해 식욕 미친 듯이 증폭하기 시작합니다.]
제단 앞에 도착한 유성은 미칠 듯이 폭주하는 식욕을 억제하며 제단을 살폈다.
제단의 바로 위에 부유해있는 것은 작은 보랏빛에 조각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