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듣자 하니 자네가 이 근방에 일을 잘한다고 들었소, 이게 사실이오?”
“네, 전하 사실이옵니다, 근데 아뢰옵기 황송합니다만 저를 부르신 이유가…”
“자네도 거치녀란 소문은 들었을 거라 믿소.”
“거치녀라면 그 큰 이빨에 산발한 머리를 하고 왼손엔 활, 오른손엔 불을 들고 있는 여자 요괴를 말씀하시옵니까?”
“그렇소, 그럼 자네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겠소?, 거치녀를 소탕해주시오.”
“알겠습니다.”
“혹시 소탕하는 동안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언제부터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내 생각으로는 빠를수록 좋지만, 자네가 원하는 날짜에 가시오.”
“알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오.”
선조의 명령을 받은 현준이는 거치녀가 자주 나온다는 지역을 찾는다. 그리고 현준이의 동생이 말을 건다.
“오빠?, 안 잘 거야?”
“어?, 이것만 하고 잘 거니깐 먼저 자.”
“어.”
현준이는 동이 틀 때까지 거치녀에 대해 찾아가다가 무언가를 알고는 바로 선조에게 달려갔다.
“오늘 떠나시오?”
“네, 그렇사옵니다, 한데… 부탁이 있다면…”
“그래, 부탁이 무엇이오?”
“그 마을에 양반으로 있어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네를 시켜달라는 건가?”
“네, 맞습니다.”
“음… 알겠네, 되는대로 연락하지, 가서 쉬고 있으시오, 혼자 가기 그럴 테니 함께 갈 동료를 모아드리오.”
"황공하옵니다. 전하.”
현준이는 선조의 말을 듣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현준아, 너 떠나면 언제 오는 거야?"
"모든 일이 끝나면 오겠죠?"
"그래……"
현준이가 가족들하고 작별 인사하는 동안 누군가 찾아온다.
"안에 지현준 있는가?"
"누구시오?"
"우린 자네가 거치녀를 소탕할 수 있도록 전화의 명을 받은 일행이오,"
"알겠소, 내 금방 나가오."
현준이는 짐과 검을 챙겨 그들 앞에 쓰고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떠난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서 한 마을에 도착하는데 사람들이 거치녀의 대한 대화를 엿들었다.
"그렇다 보니 여기선 거치녀가 의인으로 되기도 하고 악귀도 된다오."
"그렇소?, 하지만 우린 그 거치녀를 잡으러 왔잖소?"
"그래, 하지만 거치녀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찌하오?"
현준이는 일행들하고 자신들이 머물 곳에 도착하고는 짐을 푼다. 그곳에는 하인 두 명과 여자 3명이 있다. 현준이는 잠시 이 마을에 지내는 동안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집을 나갔다.
"저 잠시 어디 좀 갔다 오겠소."
"거, 거치녀에게 조심하시오."
"하하 난 알겠소."
현준이는 웃으면서 자신의 검을 들고 집을 나가고 마을을 둘러보며 벽면에 붙여진 거치녀의 수배서를 바라봤다.
"벌써 수배서가 나오다니…… 전하나 여기 사또도 아무리 해도 급하군."
현준이는 시장을 둘러보다가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걷기 시작했고 자신이 어떤 숲에 들어와 있다.
"어?, 여기가…"
"길을 잃으셨습니까?"
"누구시오?"
현준이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검을 뽑자 목소리의 주인은 활을 당겼다.
"전 신유진이라고 하옵니다, 그럼 도령은 누구십니까?"
"난 전하의 명을 받은 지현준이오."
"나라님의 명이옵니까?"
"그렇소."
"알겠습니다."
유진이가 활을 내리자 현준이도 검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길은…"
"낭자 말이 맞소, 잃었소, 내 나가는 길 좀 알려줄 수 있소?"
"알려는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늦었고 지금 움직이면 범이나 거치녀에게 잡혀 죽습니다, 저희 집에 하룻밤을 주무시고 가시는 게 어떠신지…"
"알았소."
현준이는 유진이를 따라 집으로 가면서 여러 가지를 물었다.
"낭자는 이 시간까지 뭐하시오?"
"전 이 시간에 주로 사냥을 하거나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그럼 여기 산에 사시오?"
"네, 이 산에 삽니다."
"이 산에 거치녀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지 않소?"
"소문은 돌고 있습니다, 허지만 전 여기에 23년을 살면서 거치녀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소?"
"네… 거치녀가 소문으로는 큰 이빨에 산발한 머리를 하고 왼손엔 활, 오른손엔 불을 들고 있는 여자 요괴 아니겠습니까?"
“맞소."
"이 밤 중에 불이면 멀리서도 보이지 않습니까?"
"아, 그럼 낭자 말로는 소문이 거짓이란 말이오?"
"그건 저야 모릅니다, 그럼 도령은 나라님의 명이 무엇입니까?"
"거치녀를 죽이는 것이오."
"나라님도 참…… 거치녀를 죽이겠다라…"
"그렇소, 내 반드시 거치녀를 죽일 것이오, 그게 전하의 명이니."
"도령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낭자는 안된다고 생각하시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저 나라님의 명을 따르는 사람인데…"
"그건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언젠가는 성공하겠소.“
현준이와 유진이는 그런 대화를 주고받다가 어느덧 유진이의 집에 도착했다.
"누추하지만……"
현준이는 방에 누워 같이 온 동료들이 걱정이 됬다.
"다들 날 걱정하고 있을 게 분명하오."
현준이가 슬슬 졸릴 때,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자신의 검을 들고 뛰어나갔다. 밖에서는 유진이가 토끼 두 마리를 들고 돌아오다가 갑자기 뛰쳐나온 현준이와 부딪혔다. 그러자 유진이의 손에 있던 토끼가 도망갔다.
“무엇입니까?, 갑자기 방에서 튀어나오다니…”
"그럼 낭자는 무엇이오?"
“전 주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제 활을 들고 나갔다 오는 길입니다.”
“그렇소?, 갔는데 뭐가 있었소?”
“토끼가 있어서 이렇게 잡았……”
유진이는 자신이 잡은 토끼를 현준이에게 보여주지만 이미 도망가고 사라진 후였다. 현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유진이에게 손을 뻗었다.
“일어나시오, 낭자.”
“알겠습니다.”
유진이는 현준이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현준이는 유진이의 목걸이 끝에 달린 이빨을 바라봤다.
“꽤 큰 이빨을 달고 있소.”
“그렇죠, 이건 늑대의 이빨이옵니다."
"늑대의 이빨이오?"
"그렇습니다, 제 아비도 저처럼 훌륭한 사냥꾼이었죠."
유진이와 현준이가 대화하는 도중에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그 토끼인 거 같습니다, 그럼 나중에 만나겠습니다."
"어… 알겠소, 내 이만 들어가겠소."
현준이는 방으로 들어가고 유진이는 자신의 활을 들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한참 뒤에 날이 밝아오자 유진이가 현준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현준이는 잠을 자고 있다. 유진이는 현준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현준이가 잠에서 깨어나고 유진이가 입에 피가 묻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서 놀랬다.
"낭자, 왜 내 앞에 있소?"
"해가 중천에 떴는데 도령이 아무리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럼 입에 묻은 피는 무엇이오?"
"이건 어제 잡은 토끼에 화살을 뽑다가 묻은 겁니다."
"그럼 왜 닦지 않았소?"
"도령, 저 방금 왔습니다, 근데 지금까지 주무시고 계시니…"
"알겠소, 내 금방 나가겠소."
"도령 잠시만." 유진이가 현준이의 소매를 잡자 현준이는 유진이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오?"
"점심은 드시고… 떠나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소, 내 준비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겠소."
"네." 현준이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유진이는 어제 잡은 토끼로 점심을 준비했다. 조금 뒤에 유진이가 현준이를 불렀다.
"도령, 점심……"
“알겠소."
현준이는 식탁에서 점심을 먹는데 유진이는 바닥에서 밥을 먹었다.
"낭자는 왜 바닥에서 드시오?"
"도령이 식탁에서 점심을 드십니다, 여자인 전 바닥에서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내 개인적으로 이런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이것도 나라님의 명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알겠소, 낭자는 왼손잡이이오?"
"맞습니다, 그… 도령 말씀으로는 이 산에 거치녀가 자주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소?"
"제가 도령이 거치녀를 잡는 걸 도와줄 테니, 여기에 자주 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가끔이라도……"
"알겠소, 내 낭자 뜻대로 자주 올 테니 걱정 마시오."
"네…"
"낭자?"
"네. 무슨 일이십니까?"
"그 시간이 되시다면 나와 같이 활이나 쏘지 않겠소?"
"네, 활과 화살은 옆방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겠소."
현준이는 유진이의 말을 듣고 옆방에 있는 활과 화살을 보며 자신이 사용할 활을 골랐다. 그리고 방 중앙에 있는 이상한 기분이 드는 활을 발견했다.
"도령, 활은 고르셨습니까?"
“아, 낭자, 무슨 활인지 아시오? 계속 봐도 이상한 기분이 드오?”
현준이는 그 활을 잡아보지만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고통스러워하며 활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도령, 괜찮습니까?"
"난 괜찮소, 한데 이 활은 대체……"
유진이는 바닥에 떨어진 활을 천에 감싸 올려놓았다.
"제 아비가 사냥꾼이셨다는 건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오."
"그 활은 제 아비가 거치녀를 만나 친분을 쌓아 이 활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거치녀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으신 거시오?, 낭자는 왜 내게 말해주지 않은 거시오?"
“도령이 제게 물어보지 않으셨습니다, 근데 그걸 제가 말해야 합니까?"
"알겠소."
현준이는 주변을 둘러보고 제일 평범한 모양을 한 활을 들고 유진이는 어제 자신이 쓴 활을 사용했다. 그리고 화살을 사냥용 과녁에 쏴서 현준이는 과녁에 꽂힌 화살을 뽑고 유진이는 빗나간 화살을 주었다. 자신이 주울 화살을 다 주운 유진이는 현준이에게 다가왔다.
"도령, 화살촉이 다치지 않게 뽑고 계십니까?, 한 번 쓰고 버리기 아깝습니다, 화살을 부디 소중히 여겨주시겠습니까?"
"알고 있소, 내 조심히 뽑고 있소."
현준이는 마지막으로 남은 화살을 뽑는데 빠지지 않아서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당기면 화살이 다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내가 못하는데 낭자가 어떻게 뽑소?"
요령껏 뽑으면 됩니다.”
유진이는 과녁에 뽑힌 화살을 뽑아내고 현준이는 그 모습을 보며 놀랬다.
“낭자?”
“무슨 일이시옵니까?, 무슨 문제라도…”
“아니오.”
“알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현준이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유진이와 작별 인사를 했다.
"도령……"
"알겠소, 다음 주까지는 꼭 돌아오겠소."
유진이는 현준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이는 마을로 돌아가며 곳곳에 꽂힌 기분 나쁘고 불에 탄 흔적이 있는 화살을 발견했다. 어제 유진이가 사냥하면서 꽂은 화살이라고 생각했지만 화살을 소중히 생각하는 유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막상 꽂힌 곳이 동물의 위치가 아닌 사람의 머리가 있을 높이에 꽂혀있다.
현준이는 화살이 꽂힌 곳을 따라가고 화살이 꽂힌 나무가 더는 없자 현준이는 그 주변을 수색하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방금 발견했던 화살보다 더 놀라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