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에 관한 로망을 굳이 꺼내보자면 날씨가 좋은 어떤 날 가로등 아래에서 사랑하는 이와 입맞춤을 하는 것이 아닐까. 털털한 타입이라 딱히 바라는 로망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도 가로등 아래 입맞춤은 왠지 로맨스라고 느껴진다. 늦은 밤 집 앞까지 도착해 벌써 오늘의 마지막이 찾아온 것이 아쉬워 서로를 바라보다 더 같이 있고 싶다는 한 마디를 뱉을까 말까 주춤대다 이내 괜히 서로에게 수줍어 웃음이 터지곤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선 뭐라도 해야지 하는데 집 앞 골목에 덩그러니 선 채로 바라보기엔 조금 어설프고 진한 포옹을 나누기엔 혹시나 지나가는 행인의 눈초리를 받을까 싶고 가장 어설프지 않고 눈초리를 받을 확률이 적은 마지막 인사를 마침내 찾아내어 골목이 조용한 틈을 낚아채 짧은 눈빛을 교환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 발짝씩 다가가서 가볍게 입을 맞춘다.
"쪽"
불과 몇 초의 순간이었지만 그 장면에서 우리는 아주 빛났던 것 같은데. 우리를 내리쬐던 가로등 덕분이었을까. 혹은, 서로 보내기 아쉬워하는 따뜻한 사랑이 든 마음 덕분이었을까. 가로등 아래가 좋았던 것보다 조금 더 함께하고 싶어하는 우리의 마음이 통한 것이 내겐 로맨스였나보다.
-가로등 아래에서 입맞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