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은행 폭발, 그것은 시작의 신호탄
작성일 : 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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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 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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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사람 살려~!, 아아아~!”
은행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아우성과 경고음.
한참만에야 눈을 뜬 수현은,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쓴다.
‘무슨 일이야?!, 왜 내가 여기...’
“아아아~! 사람 살려~~!”
가늘게 떠진 눈엔...
터져 나온 건물 잔해와,
작고 큰 상처를 입고서,
울부짖는 사람들로 가득이다.
‘은행이 무너졌나?...
가스폭발인가?...‘
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어지러운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차려보려고,
두 손으로, 관자놀이 언저리를 문지른다.
‘있어봐, 나 다친데는 없나?’
옷에 피와 먼지가 여기저기 한 가득이다.
‘어디서 피가... 모르겠다... 일단 움직여...윽!’
움직일 적마다 고통의 연속이다.
‘악! 개 아파!! 부러졌나?
이곳저곳 만져보고, 팔과 목을 움직여본다.
‘아냐, 그런 것... 같진 않은데...‘
쉼 호흡을 하며 찬찬히 둘러본다.
길가에 힘없이 일그러진 휠체어.
길가를 따라 시선을 움직인다...
뿌연 먼지 사이로 어렴풋이...
소라가 타고 왔던 고급 승용차가 보인다.
건물 잔해에 깔리고,
화마가 휩쓸고 남긴 잿더미에 깔려,
그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소라와 황비서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조금 전부터,
수현의 뺨을 타고,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
닦을 정신도 없다.
‘와~! 진짜 개 아파...
이상하네... 머리가 깨질...윽!’
입을 벌려 아무리 힘을 쥐어짜도,
소리 없는 아우성만 새어나온다.
색색거리는 신음만이,
지금 수현이 할 수 있는 전부다.
<1시간 전...>
"끼이익 – 끼이익"
공중 화장실 내부의 문을,
하나씩 열어보고 있는 남자.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광대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편이다.
곧 이어, 주위를 살피며,
화장실 내부로 들어오는
또 다른 남자.
“아야, 사람 있능가? 얼른 시작해야 쓰것는디~”
그 역시,
3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앞선 사내보단, 키도 크고, 건장한 체구다...
주위를 연신 살핀다.
“여는 암도 없네. 여서 준비 하자 얼른...”
각자 한 칸씩 차지하고,
들고 온 가방 속,
검정색 작업복으로
환복을 시작한다.
키 큰 사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근디~ 암호명이 고거이 뭐다냐~
뭐, 부, 부, 부띠끄?! 옘~병!"
“아 진짜! 부가 아니고~ 뷰띠크~
몇 번을 말하냐! 무식해가지고 진짜,
아이고 같이 일 하긋나?"
“옘~병! 지랄은~ 그래 너 똑똑하다잉~
고렇게 똑똑해서~ 아재 이름은 똠양꿍인가 부네~"
“먹어봤어? 봤냐?
이거 무식해가지고, 우째 생긴지 알기나 하겠나?
난, 현지 가서 먹어본 사람이다! 알겠나?"
“아, 좋은 이름 안 많냐~!
다 놔두고, 왜 하필, 거시기냔 말이냐고!
부, 부띠, 부띠... 옘~병 떠네!"
“아, 외우기 쉽다 아이가!
싫으면 그냥 본명 쓰라고, 본명!
아, 이 바닥 일, 하루 이틀이가.
작업 들어가면, 내 이름은, 없다 마.
뒤끝도 없고... 그, 그...
쓰벌~ 여튼 그렇게 알아두라!!!"
“알았당께! 알아부렀어! 근디...
발렌, 발렌~..."
“하~, 발렌타인~ 쓰벌~”
“아 그려. 발렌타인... 옘병할~
참말로, 어디가 외우기 쉽다는 거여!"
“그니까~ 그냥 본명 쓰라고 아이씨, 에?!”
“아라땅께! 발렌타인~ 거 승질은... 그라고 말여...
그 아그 한테는, 확실히 예기 혓것제잉?
잘 못 되믄... 우리 인자 바깥세상하고는
빠빠이랑께~”
“몇 번을 말혀야 되노~ 갸는 전문가라니까,
전국, 아니 시상에서, 갸만한 아가, 없다 안 하나~,
네가, 갸 맴을 잡느라고, 얼마나 쳐 발랐는지 모른다."
“그라냐, 애썼다잉!.. 근디 나는 말이다잉~
얼굴 한번 안 보고, 같이 일 하는 것이,
보통 맴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여~
아, 얼굴을~ 왜 안 보여 준다는겨~, 그 잡년은?"
“아, 지 시타, 시타일 이라 안 하나~
그, 잡년이이!”
“아~, 뭔가 찜찜하단 말여~...
에라, 몰르것다!”
짐을 정리하고,
화장실 밖을 나서는, 뷰띠크와 똠양꿍.
신경을 곤두세우고 걸어가는 똠양꿍.
손목시계 시간을 확인한다.
“인자 허튼 신경 쓰지 말고 아인나~
시간 맞춰야 된데이."
역시 손목시계 시간을 확인하는 뷰띠크.
“그랴~, 지금이 점심시간 다 되가니께에~...
시간 다 돼 부렀다..."
"쩔렁~, 쩔렁~"
연장 소리 나는 가방을, 하나씩 울러 매고,
두런두런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 역 지하도를 오른다.
출구 안내판을 확인한다.
‘희망 은행 3번 출구’
“뷰띠크야, 쩌~가 거시기데이!”
“그려... 인자... 시작이다잉...
싸게 거시기 해 불자!"
둘의 비장한 표정이, 긴장감을 대신한다.
출구 위로 올라온 둘...
기타 소리에 눈을 돌린다...
<03월 05일 PM 12시 즈음...>
기타를 치는 수현.
그 뒤로 보이는 희망 은행...
양 어깨를 문지르며, 긴장을 푸는 뷰띠크.
“아야, 발렌타인... 13년인지~ 18년인지~
뒤를 봐 주는 거, 확실한 거제잉~?
벌써 와 있는거 맞제잉~?"
“거 쓰벌 놈, 고만 좀 씨부려라!
여그 어딘가 있다니까!..."
주위를 살피는 똠양꿍.
‘와 있어야 되는데...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쓰벌... 인자 돌이킬 수도 없고... 못 무도 고다 마!'
국민 체조 비슷한 준비 운동 들어가는 뷰띠크.
“아, 아라써야. 마지막으로 확인 함 해본 거랑게...”
쉼 호흡을 거듭하는 뷰띠크.
‘자... 인자, 진짜 시작이구마이...
달고 나왔음 직진이랑께!’
두 사내가, 은행 가까이 다가가,
출입문 앞에 이르렀다.
뷰띠크가 출입문 손잡이에...
손가락을 조심스레 가져간다...
'쿵쾅!, 쿵쾅!'
세상이, 온통 심장 두근대는 소리로 가득하다.
손잡이에 뷰띠크의 손가락이 닿고...
"꽈과광~!!!"
청천벽력 같은 소리와 함께,
은행 건물 속에서,
화마에 쌓인 황소가 뛰쳐나오듯,
성난 폭발이 인다.
<30분 전...>
"따르르릉! 따르르릉!"
책상 모서리에 턱을 괴고 졸고 있는 임 형사.
어김없이 찾아오는 박 반장의 버럭 호통이다.
“아, 임 형사~! 아, 임 형사!!”
“예!...”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거, 전화 좀 받아!
사람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나 그래!"
“아, 예... 죄송 해유...”
굽실 거리는 게 몸에 뵀다.
허겁지겁 전화를 받는다.
“아, 예. 여보서요?”
수화기를 넘어오는 다급한 아주머니의 목소리.
“빨리 좀 와 주세요!!... 빨리~ 빨리욧!!”
“아, 저기 좀 차근차근 얘길 해 보셔유, 어디시라구유?”
다급히 메모지와 볼펜을 찾는다.
“여기 희, 희, 희망... 은, 은, 은행이에요!...
강도!, 강도가!!...:
“야,야... 희망 은행유... 무슨 일인감유?”
계속 메모지와 볼펜을 찾는다...
“강도가... 강도가... 은행에 강도가 들었어요!
빨리 좀 와 주세요!"
상기된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임 형사.
“뭐! 강도유우! 야, 야, 알겠슈! 걱정마슈, 아줌씨!”
레슬링 레전드 심권호 선수가,
즐겨 입고 출전하던 운동복처럼,
다 늘어난 런닝 속옷 차림의 임 형사는,
40이 넘고부터 불어난 뱃살이,
속옷사이로 그대로 삐져나와있다.
서둘러 윗옷을 입고,
무전기와 총을 챙겨 나가려 한다.
박 반장이, 흔한 일이라는 듯이,
정신 나간 듯한, 임 형사를 잡아 세운다.
“임 형사~, 무슨 일인데~?"
“아, 저 반장님~, 헉헉, 희망 은행 에유우우,
강도가 들었다네유우... 헉헉, 지 빨리 출동해야 겐네유우."
구급차를 불러야 할 듯, 숨을 헐떡인다.
다 죽어가는 임형사를,
한심한 듯 바라보는 박 반장.
“아, 거, 사람!... 자네만 가?...
여기 다 가야 할 것 아냐!..."
한산한 강력계 책상들...
멀뚱거리는 눈동자...
박 반장의 입으로 모여든다...
“뭐해~!, 빨리 출동해~!! 이 웬수 들아~!!!"
“에, 옛!”
박 반장의 불호령에 강력1반 전원은,
일사천리로 출동 준비를 마치고,
임 형사에게 핀잔의 눈빛을 주면서,
현장으로 출동한다.
“뭐?, 뭐?, 왜?”
잠깐 우물우물 거리는 듯싶더니,
곧, 뒤따라 나가는 임 형사.
허겁지겁 뛰어나간 끝에,
마지막 출동 차량에 탑승한 임 형사.
입을 떼기 전, 숨 한 번을 고른다.
“휴우으~ 아이고, 간신히 탔네유우... 헤고~ 숨차다.”
옆에서, 임 형사의 불룩한 배를, 찌르는 김 형사.
“그러게~, 임 형사도 살 좀 빼~.
애들 치고 올라오는 거 안 보여?"
동료인 김 형사가,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
“아, 고거야~ 모르는 건 아니지 만서도~,
고게... 내 맴처럼 되는 감~."
임 형사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조용히 너스레를 떤다.
그런 그를, 회초리 눈으로 쏘아보는 김 형사다.
“거! 그리고, 반장님한테도, 잘 좀 해봐~!
맨 날, 해파리처럼 그러고 댕기지 말고~!"
“내가 뭘~, 더 이상 어떻게 하라구~, 난 못 혀어어~”
애써 김 형사의 눈을 피한다.
“으이구우~,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
말은 바로 해!"
비쩍 마른 김 형사를 달래기 바쁜,
임 형사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아, 고만 혀어~, 현장 얘기나 해보자구~,
근디... 좀 이상혀어..."
“또 뭘~, 뭐가 이상한데~?"
메마른 콧수염을, 연거푸 매만지는 김 형사.
궁금하긴 한 눈치다.
골똘히 썰을 푸는 임 형사. 알맞게 뜸까지 들여 준다.
“스읍... 아까 말여어... 전화 받을 때에~,
아줌씨가... 말 하믄서... 눈치를 살피는...
꼭 말여... 왜... 도서관 같은데서...
몰래 전화 하는 거 같더란 말이지..."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듣던 옛날이야기를 기대하고,
조용히 듣다 벼락 맞았다.
“아, 그럼! 강도 신고 전화를! 몰래 하지! 대 놓고 하냐!!
제~발! 말 같은 소리 좀 해~! 이 해파리야아아아아~!"
‘훠이~ 훠이~’
손사래 치는 임 형사.
“아녀어~... 뭔가... 달랐구만... 달랐는디이...”
주위를 살피던 김 형사가, 절제 된 손짓을 취한다.
“쉰 소리 그만하구, 좀 있으면 도착이야, 전부 준비들 해!”
경찰차 무리가 휘젓고 간,
4차선 도로 옆 가로수엔,
적막한 사이렌 소리만이 휘몰아쳐 나온다.
<03월 05일 PM 12시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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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글을 쓰면서, '참 행복하다.' 라는 맘입니다.
평생 행복을 쓰고, 듣도록 노력해야 겠어요^^
이렇게 좋으네요~
주말 즐겁게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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