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첫회보기
 
6화. 탈출!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동행의 시작...
작성일 : 19-10-21     조회 : 592     추천 : 0     분량 : 7363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떻게 하지... 어떻게 나가야...’

 

  잠시 생각에 잠긴 발렌타인...

 

  ‘아 그렇지!’

 

  뭔가 떠오른 듯 주위를 빠르게 살핀다.

 

  “어이! 미친년!”

 

  “!!”

 

  힘없이 앉아 있는 아란이 흠칫 놀란다.

 

  “수류탄 다 꺼내!”

 

  “!!”

 

  안 그래도 토끼눈인 아란의 눈은,

 놀라서 눈알 사탕이 된다.

 

  눈만 껌벅거리는 아란.

 한 발짝 다가서는 발렌타인.

 

  “야이 썅 년아! 귀 먹었어!!”

 

  “!!”

 

  “저, 욕 하지 마세요... 놀, 놀라...”

 

  사색이 된 아란을 다독이는 수현.

 그새 좀 친해진 모양이다.

 나름 애쓰는데, 어색하다. 많이...

 

  “야, 넌 빠져! 병신 같은 게!!...”

 

  “!!”

 

  발렌타인이 도끼눈을 쏘아대며,

 거칠게 몰아붙인다.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꼭 안고 있는 수현과 아란.

 

  “엇! 미, 미안...”

 

  “나, 나두...”

 

  둘의 얼굴이 발그레 붉어진다.

 

  그러는 중에도,

 경찰과 발렌타인 사이에는,

 신경전의 눈빛이 수 없이 오간다.

 

  눈빛은 경찰에 고정한 채,

 아란의 귓가에까지 스르륵 다가가는 발렌타인.

 소곤거리듯 얘기하지만, 눈빛은 살벌하다.

 

  “야, 미친년. 까딱하면, 우리 다 죽어...

 머리 굴리지 말고, 빨리 수류탄 다 꺼내라...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눈 좀 그렇게,

 순진하게 뜨지 말래?...

 나, 그거 아~주 밥맛이거렁... 아랐냐?“

 

  아란은 고개를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낸다.

 

  “아... 라... 쪄...”

 

  한 번 크고 길게 쉼 호흡을 하고는,

 조심스레 속옷에서 수류탄을 하나씩 떼어낸다.

 

  옆에 있던 자루를 던지는 발렌타인.

 손길 한 번 까딱 하고, 눈길 한 번 휙 갈긴다.

 

  아란은 천천히 자루를 집어 든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자루에 하나씩 담는다.

 

  그런데, 나무늘보가 담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답답하지만, 참고 모두 지켜보고 있는데,

 고구마 백 개 먹은 것 보다 환장하겠다는 표정들이다.

 

  발렌타인이 ‘저 썅 년~ 더 이상 참지 못해~’

 라고 얼굴로 말하고 있다.

 

  “야, 야!”

 

  “!!”

 

  “지금 소풍 왔니? 좀, 빨리 좀! 하라고오!!”

 

  “!!”

 

  아란이 갑자기 서두른다.

 떼어내던 수류탄을, 자루에 담다가, 떨어트리는 등,

 정신이 반쯤 없어 보인다.

 

  “퉁! 떼구르~ 퉁퉁! 떼구르~”

 

  “야, 임마! 단디 안 할래!

 거 하나라도 띡 하믄,

 여 다 절단 난다 마!

 

  열불을 내는 똠양꿍을 잡아채는 뷰띠크.

 

  “가만 좀 이써 봐야! ...

 저, 거시기, 니가... 발렌타인이냐?

 

 조심스런 물음 후, 발렌타인의 동태를 살핀다.

 

  “...”

 

  대꾸 없는 발렌타인은,

 탈출로를 찾기에 바쁘다...

 

 

  “부릉 - 부르르릉 – 빵빵!”

 

  “아가씨, 조금 있으면 도착합니다.”

 

  “그래...”

 

  소라는 뉴스를 떠올리며, 창밖을 내다본다.

 여전히 아사리 판이다.

 

  “어디로 들어가지?”

 

  “뒷문이 있을 겁니다...

 아직, 점거되지 않았다면, 가능할 겁니다.“

 

  “그래...”

 

  수현의 풋풋한 얼굴이 떠오른다.

 소라의 미간이 걱정스레 주름진다.

 

  “아직... 괜찮겠지...”

 

 

  “쿠와아아아앙! 끼~익!”

 

  “어서 내려! 정렬해!”

 

  “네!”

 

  군용 트럭이 은행 앞에 도착한다.

 군기가 바짝 깃든 이병, 일병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승합차가 은행 뒷문으로 잠입할 즈음,

 군부대가 경찰들과 합류한다.

 

  “반장님, 군바리 애들도 왔네유우...

 야, 특공대 옷은, 역시 멋져유우!“

 

  “임 형사, 임 형사!! 지금 그게 말이야~ 방구야!

 그렇게 좋으면, 군대 가! 다시 가라고!...

 내가 내일 당~장, 영장 받아 줄 테니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임 형사를 보다가,

 현기증이 이는 박 반장은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말을 잇는다.

 

  “민우는 어디 갔어? 아까부터 안 보이는데...

 에 휴~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게, 일은 안 하고

 어딜 맨날 쏘다니는 거야!”

 

  눈치를 보던 임 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박 반장의 귓가에 속삭인다.

 

  “아, 박 형사 유우...

 아까, 뒷문으로 간다고 하고 갔는데 유우...

 그 뒤론, 저도 못 봤쥬우...“

 

  박 반장이 어린아이 달래듯

 임 형사의 양 볼을 매만진다.

 

  “어, 못 봤어~?, 그랬어~?”

 

  “야아~ 못 봤어유우~”

 

  토닥토닥해주니 금세 싱긋 웃는 임 형사.

 

  아빠 미소를 머금는 박 반장.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임 형사의 볼을 꼬집어 흔든다.

 

  “그게 말이야! 뼉다구야!”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짚으며 소리친다.

 

  “야, 김 형사! 아고 머리야~”

 저, 민우... 민우 좀 찾아봐!... 으이그.“

 

 

  “부우우웅~ 끼~익!”

 

  은행 뒤편...

 

  박 형사는, 어스름한 곳에 숨어서,

 뒷문으로 접근해 오는 승합차 한 대를 주시한다.

 

  차량이 정차하고,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 여자 두 명이 내린다.

 

  박 형사의, 등을 두드리는 김 형사.

 

  “야, 민우야! 여기서 뭐해!”

 

  화들짝 놀란 박 형사가,

 손을 입 가까이 대고 쉿~ 쉿~ 거린다.

 

  “야, 박 민우! 반장님이 지금... 읍!”

 

  손으로 김 형사의 입을 막는다.

 

  “쉿! 쉿!”

 

  박 형사의 손을 입술에서 떼어 내고,

 페페페~ 거리며 입가의 짠맛을 뱉어낸다.

 

  “왜 임마~, 지금 네 아버지...

 아니 박 반장님이... 읍!읍!”

 

  다시 김 형사의 입을 막는다.

 말없이 손으로 승합차를 가리킨다.

 

  박 형사의 손끝에 걸린 두 여자를 발견하고,

 김 형사도 근처 후미진 곳에 얼른 숨는다.

 

  “헉! 헉! 헉!”

 

  뒤따라오던 임 형사도 급히 숨는데...

 그만 옆에 있던, 고철 더미를 넘어뜨려 버린다.

 

  “와장창~! 땡그랑~!”

 

  “엄마나~ 깜짝이야~”

 

  임 형사가, 고철 더미를 수습 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앞의 두 형사를 번갈아 바라본다.

 

  “야, 다 했냐? 왜 더 하지?

 아예 나 여기 왔네~ 하고

 마이크 잡고 방송을 하지, 왜?“

 

  한심한 표정의 김 형사에게,

 임 형사는 애교 섞인 눈웃음을 찡그려 보인다.

 

  “아이 참내~ 들었을라나~?”

 

  “아니, 못 들었겠지~

 그렇게 시끄럽게 하는데, 어떻게 듣겠어~?“

 

  “아, 참! 임 형사님, 조심 좀 하세요~!

 아, 이제 어떡하지?“

 

  아직 애티를 벗지 못한,

 갓 스무 살이 넘은 박 형사는,

 강력 1반의 혈기 왕성한 막내이자,

 박 반장이 애지중지하는, 막내아들이기도 하다.

 두 선배 형사의 만담에, 박 형사는 머리를 짚는다.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군과 경찰이,

 완전히 은행을 포위한 상태에서!

 범인들과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질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한시 바삐 구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현장에서는, 군, 경의 지휘아래,

 방송국 기자들이 한시바삐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원하는 것이 뭐야! 요구조건을 말하라!”

 

  박 반장이 확성기로 떠드는 소리가,

 내부 가장자리 부분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인질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뷰띠크와 똠양꿍이

 인질들을 향해 총을 겨눠 들고 서있다.

 

  인질 틈 속에 아란과 수현이 있고,

 뒤로는, 수류탄을 담은 자루를 들고서,

 몸을 숨기고 있는 발렌타인이 보인다.

 

  “철커덕! - 끼이익!”

 

  뒤쪽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일동 시선이 쏠린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검은 정장이 돋보이는

 걸 크러쉬 황비서가 먼저 들어선다.

 

  인질과 황비서 사이를 번갈아 총을 겨누는

 똠양꿍과 뷰띠크는, 뇌가 정지 5초전이다.

 

  “뭐꼬 또?! 경찰이가?!

 니 먼데! 확 쏴 뿐데이!“

 

  “...”

 

  황비서가 똠양꿍을 한동안 내려 본다.

 순간 똠양꿍은 겁을 먹고 뒷걸음을 친다.

 

  한 동안 주위를 살피고, 안전하다는 듯

 뒤쪽을 향해 고개 짓을 한다.

 

  조금 뒤, 어색한 공기를 가르며,

 황비서의 곁으로 소라가 다가온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수현의 코앞까지 도도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황비서의 포스에 눌려, 그 누구도

 소라의 발걸음을 방해하지 않는다.

 

  “수현씨, 또 보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활짝 웃는다.

 

  “? ... 네 ...“

 

  수현의 얼굴에,

 당황스러워~ 말 걸지 마~ 하고 써 있다.

 

  “뚜벅 뚜벅”

 

  유심히 지켜보던 발렌타인이,

 소라의 곁으로 무표정하게 다가간다.

 

  지켜보던 황 비서가,

 소라를 지나서, 발렌타인의 앞을 막아선다.

 

  다가오는 황 비서를

 쓰~윽 위 아래로 스캔을 떠 보는 발렌타인.

 

  묘하게 재밌다는 얼굴로,

 가운데 손가락만 펴서,

 황 비서의 이마를 슬쩍 민다.

 

  “뭐냐, 니들? 죽을래?”

 

  “...”

 

  재빨리 발렌타인의 손목을 낚아챈다.

 

  “저리 가라.”

 

  “호호~ 요 것 봐라~”

 

  황비서의 허리춤에,

 어느 샌가 다가와 있는 발렌타인의 권총.

 

  “너, 재밌다... 썅. 투. 더. 년.”

 

  “...”

 

  적잖이 놀란 듯하지만,

 포커페이스 작렬하는 황 비서.

 

  소라가, 황 비서 옆으로 나서며,

 선글라스를 벗는다.

 

  가만히 지켜보는 발렌타인.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다.

 

  ‘저 년도 보나마나 썅 년이겠지’

 

  “인사는 이쯤하고, 난 볼일이 있어서...”

 

  눈으로는 발렌타인을 보면서

 손으로는 수현을 가리킨다.

 수현을 볼 때와는 다르게 개 매섭다.

 

  “좀 데려가야겠는데... 괜찮지?“

 

  눈을 부라리며,

 소라에게 총을 들이대는 똠양꿍.

 

  “먼데 이거~ 보자보자 하니까!

 이거 안 보이나! 이 가스나가,

 뭘 잘못 쳐묵었나! 오늘 함 디지 볼래!

 어이 확!“

 

  소라에게 총을 내려치는 시늉을 한다.

 

  “휘~휙!”

 

  바람소리가 한 번 들렸는가 싶었다.

 

  똠양꿍이 땅바닥에 고꾸라져 있다.

 

  발렌타인을 겨누고 있는 총 한 자루.

 방아쇠에 걸린 황 비서의 손가락.

 

  소라의 뒤에 서있는 발렌타인.

 황 비서에게 야릇한 미소를 보낸다.

 

  소라의 목에 드리워진,

 시퍼렇게 날이 선, 람보 칼.

 

  소라의 귀에 대고 음흉하게 속삭인다.

 황 비서의 눈을 꿰뚫어버릴 듯 쳐다보면서...

 

  “나도 볼일이 있어서~

 같이 가야겠는데... 괜찮지?”

 

  소라는 미간이 찌푸려진다.

 

  머뭇거림도 잠시...

 칼등을 톡톡 치면서 까랑까랑이다.

 

  “휴~ 할 수 없지...

 그런데, 이것 좀 치우지?

 총 맞고 싶어?“

 

  발렌타인 역시 잠시 머뭇거린다.

 미묘한 긴장 렐리가 이어지고...

 

  황 비서를 노려보며,

 히죽 웃는 발렌타인.

 까랑까랑이 전염됐다.

 

  “너도, 그것 좀 치울래?

 난, 누가 나한테 개기면~ 확!

 돌겠는 거 있지.ㅋㅋㅋ“

 

  소라의 목에 더 깊게 드리워지는 칼날.

 

  “윽...”

 

  목이 서늘해짐을 느낀,

 소라는 짧은 신음을 토한다.

 

  황비서는 총을 서서히 내린다.

 간신히 일어난 똠양꿍이, 확! 총을 뺏어 든다.

 

  칼을 거둬들이는 발렌타인.

 

  황 비서와 발렌타인은 여전히 눈싸움 중이다.

 

  “근디 말여... 어디로 나가분다냐아?

 지금 쫙 깔려 있잖여어...“

 

  “맞다! 니 말이, 맞네에!...

 인자, 우짜지!... 클났다, 인자 우리는 고마...“

 

  발만 동동 구르는 뷰띠크와 똠양꿍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봐도, 별 소득이 없다.

 그저 발렌타인의 골똘한 얼굴에 모든 걸 맡길 뿐이다.

 

  ‘이게... 아니였는데...

 이제 진짜 어떡하지...

 ...

 어쨌든 쟤들이랑 떨어져야...‘

 

  소라는 한쪽 구석에서,

 목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다.

 

  황 비서가 곁에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소라가 겸연쩍게 목을 매만지며 먼저 침묵을 깬다.

 

  “우리가 차에서 내려서, 뒷문으로 들어올 때도,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았어.“

 

  “아 근데, 느그는 왜 들어왔노?

 나갈 수도 없고, 나갈 방법도 모른다 아이가?

 

  “아야, 똠양꿍아, 놔둬 부러!

 정신, 하나도 없은 게!“

 

  울상인 뷰띠크와 똠양꿍을 뒤로 하고,

 발렌타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뚜벅 - 뚜벅 – 뚜벅”

 

  웅크리고 모여 있는 인질들에게,

 편안한 발걸음으로 다가간다.

 

  “뭐야... 왜 이쪽으로...”

 

  “또 뭔 짓을 하려고...”

 

  “조용히 해요... 들리겠어요...”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

 

  “ㅋㅋㅋㅋ”

 

  함박웃음 가득한 발렌타인의 얼굴.

 자루 속의 수류탄 하나를 꺼낸다.

 수류탄에서 안전핀을 뽑고,

 다시 자루 속으로 도로 집어넣는다.

 

  “옜다! 그동안 즐거웠어~!”

 

  휙~ 하고, 자루를 인질들 머리 위로 던진다.

 

  자루가 인질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동선을 따라,

 그 곳의 모든 시선이 따라간다.

 

  “툭!”

 

  수류탄이 무더기로 들어있는 자루가,

 무심하게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진다.

 

  “...”

 

  일순, 정적이 흐른다.

 

  그것도 잠시...

 

  “으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뛰쳐나가는 인질들.

 아우성이 10리 밖까지 메아리 쳐간다.

 

  “얘들아~ 나 먼저 갈게~!”

 

  발렌타인이 뒷문으로 잽싸게 뛰어간다.

 

  어물어물 거리던, 뷰띠크와 똠양꿍도,

 허겁지겁 뒤따른다.

 

  어느 샌가, 황 비서도 소라를 안아들고,

 그들을 쫓아간다.

 

  “여, 저, 뭐, 야, 대피해! 사람들 대피시켜!!!”

 

  뛰어나오는 인질들을 보며,

 박 반장이 고래고래 소리치지만,

 기자, 경찰, 군인, 인질들이 한데 섞인 현장은,

 이미 통제 불능이다.

 

  “꽈과광! - 쿠구쾅! - 쿠르르르!”

 

  황 비서에게 안긴 채로,

 소라는 급하게 뒤를 돌아본다.

 

  “수, 수현이는!...”

 

  뒷문을 막 벗어난 일행이,

 동시에 뒤돌아본다.

 

  뒷문 안에서는...

 검은 연기만, 자욱하게 뿜어져 나올 뿐이다.

 

  소라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또르르~ 흐르는 이슬 한 방울.

 

  “할 말이... 있었...

 ...

 !!!“

 

  문밖으로 하염없이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가

 불규칙하게 헝클어진다.

 

  뒷문 안에서 힘겹게 걸어 나오는 누군가...

 ...

 아란이다...

 

  품속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수현...

 

  겨울왕국 엘사의 얼음 저주에 걸린 듯,

 얼어버린 주위의 침묵은,

 발렌타인의 샤우팅에 깨져버린다.

 

  “차 문 열어! 빨리~!!”

  황 비서가 황급히 차로 달려간다.

 문을 열고, 눈물을 훔치는 소라를 태운다.

 

  일행이 하나, 둘 차에 타고,

 발렌타인이 연신 주의를 살피며,

 서둘러 차에 오른다.

 

  “탈거야, 말거야! 미친년아~!!”

 

  승합차 문 앞에 서 있는 아란은 말이 없다.

 계속 놀라움의 연속이라, 정신이 반 나갔다.

 아니, 원래, 반 나간 상태니까... 다 나간건가?

 걍 정신 반, 혼 반 나간 거로 정리하자...

 

  그나마 조금 정신이 남아있는 수현이,

 무의식 안의 본능적 감각으로 대답한다.

 

  “우, 우리도! 태워줘요!!”

 

  “...”

 

  여전히 우물쭈물하는 아란을,

 잡아 끌어 차에 태우는 발렌타인.

 차문도 닫기 전에 소리친다.

  “출발해!!”

 

  “끼이이익! - 콰아아아앙! - 부아앙!”

 

  타이어가 타는 냄새를 풍기며,

 일행의 침묵을 동반한 승합차는...

 

  서둘러, 도주 길에 오른다...

 

 

 

  “야, 박 형사, 적어! 00허0000!

 차량 조회하고, 도주 경로 파악하라고 해!“

 

  정신을 차린 김 형사가,

 점점 멀어지는 도주차량을 바라보며,

 무전기를 집어 든다.

 

  박 형사가 손에 급하게 받아 적으며 되묻는다.

 

  “예!... 그런데 김 형사님,

 왜 좀 전에, 안 덮치시고?“

 

  풀린 다리를 주무르던 임 형사도,

 옷매무새를 점검하며, 한 마디 거든다.

 

  “그러게에, 아까 확! 덮쳐야 되는 거였어어어.”

 

  한심한 듯, 둘을 바라보는 김 형사다.

 혹시라도 정답을 들을까 기다려 보지만,

 금붕어 눈을 껌벅거리는데, 한 숨을 내쉴 뿐이다.

 

  “그러니까 맨날 그 모양 그 꼴이지!

 여기 지금, 방송국 애들, 다 와 있잖아!“

 

  한 숨 돌리며 정답을 이어나간다.

 

  “쟤네들...

 살려서는 잡기 힘들어...“

 

  한 숨을 돌리고, 툭툭 털며 일어선다.

 

  “알아, 무슨 말인지?...”

 

  서로를 바라보며,

 또 금붕어 눈 껌벅껌벅하는 임 형사와 박 형사.

 

 

  “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람 살려어어어어어”

 

  초토화된 은행 앞...

 

  바닥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

 

  구급대원과 경찰들이, 서둘러 그들에게 달려간다.

 

  박 반장은, 화마가 휩쓸고 간 주변과,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넋을 잃은 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작가의 말
 

 한 주의 시작이네요~

 즐거운 하루부터 시작되네요^^

 그럼~오늘도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김동현 19-10-21 18:52
 
재밌네요
퐝초초퐝 19-10-22 01:15
 
오오오~ 첫 댓글임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2 31화. (최종화) 에필로그 [ EPILOGUE ] 7/2 340 0
31 30화. 시냇가의 꽃들 7/2 348 0
30 29화. 피의 승화 6/8 337 0
29 28화 최후의 결전 6/6 323 0
28 27화 악연의 재회 6/6 358 0
27 26화 불바다 4/28 351 0
26 25화 은하수 4/28 381 0
25 24화 살리고 싶어... 꼭! 4/27 368 0
24 23화 필사의 탈출 1/23 357 0
23 22화 폭풍전야 12/3 357 0
22 21화. 사연이 있는 대화 2 12/1 520 0
21 20화. 사연이 있는 대화 1 11/23 654 0
20 19화. 타오르는 것은 양초이지만 ... 11/21 545 0
19 18화. 발렌타인의 과거 4 11/19 535 0
18 17화. 발렌타인의 과거 3 (2) 11/11 581 1
17 16화. 발렌타인의 과거 2 11/11 546 0
16 15화. 발렌타인의 과거 1 11/10 584 1
15 14화. 비오는 날... 아련한 기다림 11/10 527 0
14 13화. 어스름 보다 더 짙어지는 스산함 11/10 526 0
13 12화. 초토화 ... 다시 앞으로!!! 11/10 559 0
12 11화. 힘들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기에... 앞… 11/9 550 0
11 10화. 다가오는 위협의 연속 11/4 570 0
10 9화. 의문의 기습 피격, 살아남아야 한다! 10/31 519 0
9 8화. 피에 젖은 일행, 그리고 갈등 ... 10/30 583 0
8 7화. 도둑들, 절체절명의 위기, 그리고 끝나지… 10/29 555 0
7 6화. 탈출!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동행의 … (2) 10/21 593 0
6 5화. 킬러, 죽음의 늪을 벗어날 것인가... 10/18 561 0
5 4화. 불바다의 소용돌이... 탈출구는... 10/15 563 0
4 3화. 킬러 그리고 아비규환 10/9 560 0
3 2화. 은행 폭발, 그것은 시작의 신호탄 10/5 572 0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