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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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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그 남자의 시선 (7)
작성일 : 19-10-12     조회 : 356     추천 : 0     분량 : 8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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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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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돌아온 캠퍼스는 확실히 젊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입생부터 복학생까지 단군이래 가장 취업이 힘들다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될 만큼 사회에서 격리된 생활을 했던 일우에겐 낯선 풍경들이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강의도 낯설지만 재미있었다. 이제는 아는 얼굴이 없어서 조금 서먹하긴 했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들 친해져서 A학점을 받았네, C 학점을 받았네라며 서로 위로하기도 하고 웃기도 할 친구들이다.

 

 

 “복학을 한다니 말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쉽네.”

 계획을 얘기하자 윤상무는 정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있는 듯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졸업은 해야죠. 엄마에게 졸업장도 드려야 하고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용희가 물었다.

 “그럼 앞으로 다시는 못 보는 건가?”

 “그럴리야 있겠어요?”

 “그래, 수업이 매일 있는 건 아니잖아?”

 윤상무가 물었다.

 “시간표야 짜기 나름이긴 한데…”

 “그럼 일주일에 이틀만 나와라. 수업 없는 날하고 토요일하고. 다른 친구들한테는 이런 얘기 안 하는데 너는 특별히 부탁하는 거야. 워낙 너 찾는 손님이 많아서.”

 일우는 순간 고민이 됐다. 복학을 하면서 이 세계와 완전히 발을 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꽤나 쏠쏠한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혹시 유학이라도 가게 된다면 유학자금과 어미니 생활비를 마련할 수도 있으니까.

 “대신 네 몫을 조금 더 쳐줄게.”

 일우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자 윤상무는 용희를 보며 한 쪽을 찡긋하고는 말했다.

 “생각해 볼게요.”

 말은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마음은 굳혔다. 돈을 좀 더 벌어야 해, 라고 어디선가 자신에게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연락하자.”

 그렇게 시원섭섭하게 얘기를 마치고는 동네에 있는 구멍가게로 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 하드를 하나 꺼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할매, 여기 하드 하나.”

 진열장 위에 1,000원짜리 지폐를 올려 놓으며 말을 건네봤지만 주인 할머니는 평소와 다름 없이 TV만 볼 뿐이었다.

 “할매, 나 이 동네 떠나요. 어쩌면 아주 안 올지도 모르고.”

 일우는 하드를 한입 베어 물며 말했다. 그때서야 주인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일우를 바라봤다.

 “여자 조심해. 너는 여자 때문에 망하기도 하고 잘되기도 할 팔자야.”

 그리고는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또 올게요.”

 역시나 하드를 한 입 베어 물며 일우는 가게를 나왔다. 일주일에 이틀은 이 동네에 오겠지만 살지는 않을 테니 이 가게에 올 일은 없을 듯 했다.

 ‘드디어 이 곳을 떠나는구나.’

 

 

 빈 강의실에 6명이 둘러 앉아서 각자 자기 소개를 했다. 범죄 심리학 강의가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학기 초부터 조별 과제가 생겼고 6명이 한 조가 되면서 서로 얼굴도 익힐 겸 모인 것이다.

 “난 이번에 복학했고, 서일우라고 해. 학교 생활에 적응 잘 하게 많이 도와 줘.”

 가장 먼저 일우가 자기 소개를 했고 이어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얘기를 할 때마다 잔잔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전 심리학과 15학번 박준희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마지막으로 여학생이 자기 소개를 마쳤다. 키는 160쯤 될까, 단발머리에 눈이 엄청 커서 꼭 어린이 애니매이션 중 토마스 기차를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체구도 여리여리해 보였다.

 “일단 우리 조장이 필요한데 누가 할래?”

 일우가 모두를 보며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들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나서서 얘기를 하지 않자 일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말했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 때 박준희가 일우를 보며 말했다.

 “선배님이 하시면 어때요? 제일 연장자시기도 하고 또 우리는 서로 잘 알지만 선배님은 우리를 잘 모르니 조장을 하시면 서로서로 다 친해질 것 같은데.”

 준희의 얘기에 다른 친구들도 “맞아요”, “선배님이 해주세요”라며 찬성 아닌 찬성을 했다.

 “이거 완전히 등 떠밀려서 하는 것 같은데?”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지 일우는 빙긋 웃으며 다른 학생들을 빙 둘러 보았다.

 ‘저 어린 양들과 함께 해야 하다니.’

 “자, 그럼 선배님이 하시는 걸로 알고 이제 역할 분담을 해 주세요.”

 또 다시 준희가 다른 학생들을 보다 먼저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일우는 ‘이거 힘들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준희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소극적이니 역할 분담을 하면 맡은 부분을 제대로 해 올지 의문이 들었다. 그 악명 높다는 조별 과제의 개인 플레이를 경험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좋아. 일단은 우리가 어떤 주제로 할지 결정해야 하니까 내일까지 생각해서 다시 만나자. 주제가 정해지면 바로 사례조사를 해야 하니까 꼭 생각들 해 와야 돼!”

 일우는 마지막 부분을 강조하며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의실을 나와 학생처가 있는 1층으로 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돌아보니 아까 혼자 회의를 주도하던 준희와 친구처럼 보이는 연경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자 준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님, 혹시 같이 식사 안 하실래요?”

 “식사? 아직 식사 하기엔 이른 것 같은데.”

 일우는 전화기를 꺼내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친해질 겸 그냥 같이 해요. 저희는 아침도 못 먹었거든요.”

 일우는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그러지 뭐. 그런데 선배님말고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될까? 선배님 호칭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선배님, 아니 오빠.”

 준희와 연경은 뭐가 신나는지 자기들끼리 깔깔 웃으며 일우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후 오후 수업을 위해 학교 정문을 막 통과하는 순간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일반 유선 전화였다.

 ‘어디지?’라는 생각과 함께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혹시 서일우 씨 되시죠?”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네, 그런데 누구시죠?”

 “여기 가람 병원인데요, 백상희 씨가 어머니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근데 병원에서 왜요?”

 “다름 아니라 어머니께서 교통 사고를 당하셔서 입원하셨거든요. 보호자가 필요한데 서일우 씨 밖에 없다고 하셔서요.”

 “네? 엄마가요?”

 처음에는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어떤 병원이라고까지 얘기하는 걸 보니 진짜인 듯 보였다.

 “언제 입원하셨는데요?”

 일우는 다급하게 물었다.

 “오늘이요. 몇 시간 되셨어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

 일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지나가는 택시를 손을 들어 세우고는 올라탔다.

 ‘대체 엄마가 왜…’

 병원으로 가는 동안 일우는 누가 사고를 냈는지, 어디서 사고를 당했는지, 상태는 위중한지와 같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는 준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몇 번 봤다고 성격이 시원시원한 준희에게 부탁을 하는 게 편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갑자기 입원을 하셔서 병원에 가느라고 수업에 못 들어감. 교수님께 잘 말씀 드려줘-]

 답장은 바로 왔다.

 [정말요? 많이 편찮으세요? 어느 병원인데요?]

 [가람 병원인데 엄마 상태는 가 봐야 알 것 같아]

 [알았어요. 제가 교수님께 잘 말씀 드릴게요]

 

 택시가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뛰다시피 1층 안내 데스크로 가서 엄마의 성함을 말하고는 병실을 확인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병실로 올라갔다. 6인실 병실 입구에는 다른 환자들의 이름과 함께 [백상희]라는 엄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병실에 들어서면서 일우는 자기도 모르게 길게 호흡을 했다. 엄마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심각한 상태는 아니겠지? 그렇게 천천히 제일 안 쪽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확인한 순간 일우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엄마, 어쩐 일이에요?”

 눈을 감은 채 누워있던 엄마는 천천히 눈을 뜬 후 일우를 보고는 반가운 듯 하면서도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우 왔구나. 아, 글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오늘 쉬는 날이어서 어딜 좀 가는데”

 그 때 뒤에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때문이에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니 김미향이 서 있었다.

 “어? 미향씨가 여기 어쩐 일로?”

 “둘이 아는 사이야?”

 일우가 미향을 보고 아는 모습을 보이자 엄마는 궁금한 듯 일우에게 물었다.

 “아, 네. 그게…”

 당황한 일우가 대답을 잘 못하자 미향이 대신 엄마에게 대답을 했다.

 “저희 가게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고, 그러면 회사 상사셨구만. 너는 직장 상사한테 씨가 뭐냐, 씨가. 존칭 해야지.”

 미향의 대답을 들은 엄마는 일우가 행여나 실수를 한 것일까 봐 타박했다.

 “아, 예. 근데 그게…”

 일우는 여전히 당황스러워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가볍게 목례를 했고 미향이 그런 일우를 말리며 말했다.

 “괜찮아요, 앉아 계세요. 사실은 오늘 제가 어딜 가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신호가 바뀐 걸 못 봤어요. 다행히 본능적으로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거의 줄인 탓에 큰 사고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어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셔서 일단 병원으로 모시고 왔어요.”

 아, 그렇게 된 거였구나. 이것 참 인연이 묘하네, 라며 일우는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큰 이상은 없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다리에 깁스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요.”

 그 때서야 일우는 이불 밑에 가려져 있던 깁스를 한 엄마의 한 쪽 다리가 눈에 들어 왔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저 아가씨가, 아니 저 분이 그래도 친절하게 병원으로 데려다 주고 진찰 받고 입원하는 것까지 다 봐줬어. 정말 고맙게도.”

 엄마가 옆에서 미향의 설명을 거들며 연신 칭찬을 했다.

 “일우씨, 괜찮으면 차나 한 잔 할래요?”

 미향의 제안에 일우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잠시 고민을 하다 엄마를 쳐다 봤다.

 “난 괜찮으니까 잠시 나갔다 와.”

 일우의 마음을 읽었는지 엄마는 일우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고 엄마의 얘기에 일우는 “엄마, 그럼 잠시만”이라고 말하며 미향과 함께 병원 1층에 있는 카페로 내려갔다.

 “어머니가 계셔서 존댓말을 썼어. 좀 어색했으려나?”

 “아니요. 그것보다” 얘기를 하던 일우는 뜨거운 김이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인연 참 질기네요.”

 “질기다고 하는 것보단 끈끈하다고 해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은데.”

 일우의 얘기를 들은 미향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보디 가드들 없어요?”

 “없어. 노인네가 부산에 일이 있다고 데려갔거든.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 동안은 나도 자유지. 참, 그리고 내일부터 어머니는 2인실에 모실 거야. 1인실은 당분간 자리가 없다네. 그리고 간병인도 붙여 드릴 거고.”

 “지금도 괜찮아요. 무리하지 말고 그냥 해야 되는 정도까지만 해주면 되요. 어차피 다른 환자들이랑 얘기하면서 지내시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잘 해드리고 싶어. 내 부주의로 사고가 난 거니까.”

 미향의 얘기를 들은 일우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커피 잔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럼 편하실 대로.”

 “그나저나 요즘 어떻게 지내?”

 “복학했어요.”

 “복학? 대학생이었구나. 학교 생활은 어때?”

 “학교 생활이 뭐 특별할 게 있나요? 그냥 적응 중이에요.”

 일우가 계속 데면데면하게 얘기하자 미향은 조금 뾰루퉁한 느낌을 담아 물었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거니 아니면 원래 냉정한 거니?”

 “말했잖아요. 똑 같은 경험 다시는 하기 싫다고. 죽을 뻔한 순간을 다시 경험하는 건 누구라도 싫을 걸요?”

 일우의 얘기에 이번엔 미향이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알듯 모를듯한 냉랭한 분위기가 가로 막고 있었다. 그 때 일우의 전화기가 울렸다. 준희였다.

 “응, 토마스. 수업 끝났어?”

 조별 과제를 함께 하면서 어느 정도 친해진 후로 일우는 준희를 토마스라고 불렀다.

 “네, 오빠. 저 병원 1층인데 어디세요?”

 “뭐? 병원에 왔어? 나 1층 카페에 있는데.”

 준희의 얘기에 일우는 자리에서 카페 주변을 둘러 보았고 미향은 말 없이 그 모습을 보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준희를 발견한 일우는 한 손을 들어 크게 흔들었고, 미향은 그 때 일우의 얼굴에 담긴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뭐 하러 여기까지 왔어.”

 “그래도 오빠 어머님이 입원하셨다는데 와 봐야죠. 어머닌 어떠세요?”

 “응, 경미한 교통사고라 다행이야. 한 쪽 다리에 깁스 한 정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미향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우 씨, 나 가봐야 할 것 같아.”

 그 때서야 미향을 발견한 준희는 일우와 미향을 번갈아 보며 일우에게 물었다.

 “저, 누구…”

 “아, 사고 가해자이시면서 후원자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분이야. 그리고 이 친구는 제 학교 후배.”

 일우는 뭐라고 얘기하는 게 좋을지 몰라 생각나는 대로 두 사람을 소개했다.

 “반가워요. 그리고 두 사람, 참 좋아 보이네요.”

 미향은 준희를 향해 살짝 목례를 하고는 일우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떴다.

 “일우씨. 그럼 또 연락할게.”

 “아, 네...저…그럼 안녕히…”

 미향이 갑작스레 자리를 뜨자 준희는 어정쩡한 채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향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고, 일우 역시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고 가해자면서 후원자라니 뭔가 좀 복잡하네요.”

 “맞아, 좀 복잡해.”

 두 사람은 당황스러웠던 분위기를 깨고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경미한 사고라니 천만 다행이에요.”

 “그러게 말이야. 나도 깜짝 놀랐거든.”

 “그럼 수업은 계속 들을 수 있는 거에요?”

 “글쎄, 상황은 좀 봐야 되겠지만 가능하지 싶어.”

 “휴-다행이다.”

 “뭐가?”

 “조별 과제에서 조장이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준희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빠, 언제 시간 될 때 저랑 같이 경찰서 좀 가실래요?”

 “갑자기 웬 경찰서? 너 무슨 사고 쳤니?”

 일우는 무슨 얘기냐는 듯 물었다.

 “아니요. 조별 과제요. 제가 아는 분이 경찰서 형사시거든요. 현장 답사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거요.”

 “그럼 좋지. 상황 봐서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가면 좋겠네.”

 

 

 그로부터 며칠 뒤 일우는 준희와 연경을 비롯한 몇 명의 조원들과 강남 경찰서를 방문했다.

 “경찰서 오니까 괜히 긴장된다.”

 일우는 경찰서 정문을 들어서며 짐짓 위축된 느낌이 들었지만 준희나 다른 친구들은 언제나처럼 발랄하게 수다를 떨 뿐이다.

 “잠깐만요.”

 본관 1층에 들어서자 준희가 어딘가로 전화를 하면서 잠시 기다리게 했고, 통화가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한 쪽에서 단단한 체격의 누군가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딱 봐도 형사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형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며칠 째 씻지도 않은 듯 덥수룩한 수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퀭한 두 눈과 까칠한 피부 속에서도 왠지 낯이 익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

 그 형사를 보자 준희가 반갑게 다가서며 인사를 했다. 아빠? 그럼 아는 형사라는 분이 저 분이고저 분이 바로 아빠? 그런데 어디서 봤더라? 굉장히 낯이 익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일우는 준희 아빠면서 형사라는 분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오빠, 인사하세요. 강남 경찰서 형사님이시자 우리 아빠. 아빠, 이 분은 우리 조별 과제 조장 선배님.”

 그 때서야 준희의 아빠는 일우를 발견하고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 학생? 혹시 지난 번에 그 보험 사건?”

 일우 역시 그 때서야 그 분이 지난 번 탤런트 이주희와 관련된 보험 사건의 담당 형사였다는 것이 기억났다.

 “아, 박본주 형사님!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셨어요?”

 일우는 반가움에 박본주 형사가 내민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으며 반가움의 인사를 했다.

 “나야 잘 지냈죠. 그런데 준희랑 같은 수업을 들어요? 학교 선배였구나.”

 “뭐야, 두 사람 아는 사이?”

 일우와 박 형사가 인사 나누는 모습을 보던 준희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응, 지난 번에 사건 때문에 어딜 좀 찾아갔다가 상담을 받았지.”

 “상담? 아빠가 오빠한테? 무슨 상담?”

 준희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신기해하며 물었다.

 “응,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세요?”

 일우는 반가워하면서도 피곤해 보이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아, 부산 경찰하고 공조하는 게 있어서.”

 박본주 형사는 일우가 자신의 딸인 준희와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는 걸 알고는 자연스럽게 말을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예? 서울 경찰이 부산 경찰하고 공조하는 일도 있어요?”

 “아, 그건 아직 기밀이라 얘기할 순 없고. 그나저나 학생이 조장이라니 조별 과제는 쉽게 할 수 있겠네.”

 “그런 또 무슨 얘기야?”

 진희는 여전히 궁금해 하며 물었고 같이 간 다른 조원들도 이 광경이 신기한지 뒤에서 궁금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줄게. 그나저나 형사님이 준희 아버님인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인연도 이런 인연이 다 있네요.”

 일우는 계속 박본주에게 반가움의 인사를 건네면서 불현듯 구멍가게 할머니의 얘기가 떠 올랐다.

 ‘여자 조심해.’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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