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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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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그 여자의 시선 (7)
작성일 : 19-10-12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7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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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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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놓여 있었다. 2층 카페에서 내려다 보이는 1층 거리의 현실적인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두 사람 사이에는 손 대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의 벽이 자리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지영의 표정에는 우월감을 느끼는 듯한 느낌과 너도 별 수 없구나라는 느낌이 섞여 있었고 진경은 모든 걸 다 받아주겠다는 당당한 표정이었다. 서로 말 없이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먼저 입을 뗀 건 진경이었다.

 “원하는 게 뭐야?”

 기죽지 않은 당당한 느낌에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 얘기를 들은 지영은 아무 말 없이 진경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글쎄. 내가 뭘 원하는 것 같애?”

 “선문답 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걸 바로 말해.”

 진경은 낮은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하게 얘기했다.

 “꽤나 당당하시네. 그래, 호스트랑 놀이 공원 데이트 간 느낌은 어땠어?”

 지영은 비웃는 듯한 표정과 말투로 진경을 약 올리듯이 물었다. 그 얘기에 진경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나도 나지만 일우를 지켜야 한다, 이제 막 대학에 복학한 친구가 나와 엮여서 사생활이 공개 된다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아이다, 라는 생각에 지영을 만나러 오는 순간부터 약해지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무조건 강하게 나가야 한다, 라고 효진이 알려준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는 빙긋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원하면 너도 소개시켜줄 게. 그게 아니라면 네가 원하는 거나 빨리 얘기 해.”

 “내가 원하는 거? 크게 어렵거나 힘든 건 아니야. 그냥 친구들 앞에서 나한테 사과하는 거지. 잘못했다고.”

 “사과?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한 건 너 아니야?”

 “무슨 얘기야?”

 진경의 얘기에 지영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거나 한 번 들어 봐.”

 진경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놓더니 이내 음성 파일 하나를 재생시켰고 그 음성 파일을 듣는 동안 지영의 얼굴은 점차 울그락 불그락 변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야, 이 미친 년아. 어디 만날 남자가 없어서 호스트냐 호스트가.”

 상담을 위해 효진을 찾아갔을 때 진경이 들었던 첫 마디였다.

 “아니, 언니 그게 아니고…”

 진경이 설명을 하려는데 효진이 그 말을 가로 막으며 한탄했다.

 “아니다. 다 내 죄지. 내가 괜히 널 거기 데려가서.”

 그러면서 식탁 위에 있던 소주 잔을 들어 단숨에 비우고는 다시 내려 놓았다.

 “거기다 나 몰래 여러 번이나 가고. 가끔 보면 말이야” 얘기를 하던 효진은 한 박자 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너라는 애는 도통 알 수가 없어. 내 생각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어쩜 그렇게 잘 하니?”

 효진의 책망에 진경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상담하러 왔다가 욕을 들었는데 하나 같이 다 반박할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그래, 이왕 벌어진 사건이니 작전이나 잘 짜보자.”

 두 사람은 이내 머리를 맞대고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무조건 당당해야 해.”

 “어떻게? 지영이가 그 사진 공개하면 끝인데. 차 렌트한 것도 알던데.”

 “넌 혹시 지영이 약점 같은 거 알고 있는 거 없어? 결정타로 날릴 수 있는 거.”

 “글쎄,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두 사람은 오지영의 약점으로 무엇이 있을까를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효진은 그리 크지 않은 마루를 서성거리며 생각을 했고 진경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생각했지만 딱히 뾰족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맞다! 그거 있잖아, 그거.”

 한참을 고민하다 효진이 뭔가 떠오른 게 있다는 듯 소리쳤다.

 “뭔데, 언니?”

 “걔 있지. 그 작곡간가 뭔가 하는 애. 너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그런데 중간에서 오지영이가 작심하고 연결시켜 줬다는 애.”

 “음…그런데 증거가 없는데?”

 효진의 말을 들은 진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증거야 만들면 되지.”

 “어떻게?”

 “그건 나한테 맡겨. 그리고 넌 무조건 당당하게 해야 한다는 것만 잊지마. 그리고 약속은 내가 오케이 하는 날로 잡아.”

 다음 날 효진은 지난 번 술집에서 지인들에게 오지영과 박준서의 얘기를 해 준 연예프로 PD를 찾아갔다. 한 손에는 PD에게 줄 커피를 들고 자켓 주머니에는 휴대폰 녹음 기능을 켜 두었다.

 “안녕하세요, 안 PD님.”

 효진은 최대한 애교 섞인 목소리를 하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건넸다.

 “어? 효진 씨가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은요, 그냥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서 들렀어요.”

 “그렇게 말이야. 오랜만이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안 PD는 효진과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어서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쓰고 있었다.

 “그냥저냥 뭐. 일 좀 많이 해보려고 다니고 있어요.”

 “그래, 그렇게 밖으로 계속 사람 만나면서 다녀야지 일도 생기고 그렇지. 잘 생각했네. 그나저나 커피 고마워요.”

 안 PD는 효진이 건네 준 커피를 마시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PD님, 맡고 계신 연예 프로에 제가 나갈만한 꼭지 없을까요?”

 효진은 처음부터 직진으로 밀어 붙이기보다는 분위기를 천천히 몰고 가기 위해 자신과 관련된 얘기부터 시작했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작가들하고 한 번 상의해 볼게”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곤 굉장히 조심스러워 보이는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저 PD님 다름 아니라 지난 번 술 집에서 만났을 때요, 제가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고 들려서 들은 건데 도진경한테 박준서가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중간에서 작전을 짜고 다리를 놔 준 사람이 오지영 아나운서라는 얘기 말인데요.”

 효진의 얘기를 들은 안 PD는 흠칫하며 물었다.

 “그 얘기는 왜?”

 “아니, 그 얘기를 듣고는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도대체 그게 실환지 루먼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PD님 같으신 분이 루머를 그렇게 얘기하실 리는 없고.”

 효진은 안 PD를 슬쩍 치켜 세우며 물었다.

 “당연히 실화지. 우리 프로에 나오는 패널 중에 마당발이 있잖아. 그 친구가 어디서 듣고 와서 얘기해줬는데 그 친구도 허튼 얘기는 안 하는 성격이거든.”

 “아, 그래요? 그럼 오지영이 아주 나쁜 년, 아니 죄송합니다. 나쁜 사람이네요?”

 “뭐 꼭 그렇다고만 볼 순 없지. 그 때도 얘기했지만 사람이라는 게 열등감이 있으면 종종 못할 게 없어 지기도 하거든. 그래서 자존심이 없는 사람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지.”

 “그러니까 오지영이 결국은 열등감 때문에 그랬다는 거네요?”

 “그렇게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박준서라는 작곡가도 오지영이라는 아나운서도 참 나쁜 사람이네요. 그런데 이런 얘기는 프로그램에서 안 다루세요? 거의 특종 감인데.”

 “에헤이, 우리도 직업 의식이 있지. 이 얘기를 함부로 공개적으로 다루면 몇 사람이 다칠까 생각해 봤어?”

 “하긴 그렇겠네요.”라며 대답을 한 효진은 짧게 몇 가지 얘기를 더 하고는 안 PD의 사무실을 나왔다.

 ‘됐다. 두고 보자, 오지영.’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가면서 진경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방금 안 PD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첨부했다.

 [이게 무장의 무기가 될 거야. 약속은 아무 때나 잡아도 될 것 같음]

 

 

 “소감이 어때?”

 녹음 파일 재생이 끝나자 진경은 당황스러워하는 지영을 보며 물었고 지영은 잠시 아무 말 없다가 결심한 듯 되물었다.

 “증거 있어? 한 사람 말만 믿고 누군가를 모함하는 건 명예훼손이나 무고죄에 해당되는 거 모르나 보지? 난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 말이야.”

 지영은 탁자 위에 진경이 소속사 사무실로 들어가는 사진, 일우와 놀이공원에서 함께 찍힌 사진, 그리고 이동할 때 사용했던 렌터카 사진 등을 올려뒀다. 진경은 침착하자, 침착하자,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라고 스스로를 다짐하면서 미소를 짓고는 대답했다.

 “너 네가 누군지 알지? 내 몸 값이 얼만지도 알고. 그걸 안다면 내 소속사에서 날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는 것도 충분히 알 테고. 너와 준서 오빠, 아니 박준서가 통화하고 문자 주고 받은 내역과 시간들 다 조사할 거야. 그리고 박준서가 나한테 접근한 시점과 비교할 거고. 거기다 녹음 파일의 안 PD하고 연예프로에 출연하는 그 마당발이라는 패널도 증인으로 법정에 부를 거야. 누가 타격이 더 클까?”

 여기까지 얘기한 진경은 한숨 돌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야 그냥 이 바닥 뜨거나 몇 년 쉬다가 다시 나오면 되지만 넌 어떡할래? 너네 아버지 회사 이미지는? 참, 잘하면 너네 아버지 회사에서 밀려나실 수도 있겠다. 그리고 네 오빠는 회사 생활 제대로 하겠니? 동생이 이런 악질이라는 얘기를 전 국민이 다 알 텐데. 아 그리고, 너네 어머니는 화병으로 쓰러지실지도 모르겠네.”

 진경의 얘기를 들은 지영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을 뿐이었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진경의 반격으로 오히려 수세에 몰리자 당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진경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지난 번에 착하게 살자고 했지? 대체 너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얘기를 마치고 난 진경은 고등학교 시절을 떠 올렸다.

 

 

 도진경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오지영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3학년 때도 같은 반을 하면서 친하게 됐다. 하지만 지영이 학교 내에서 워낙 유명했던지라 이름은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지영의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이었던 데다 엄마가 학부모 회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유명했고, 지영은 늘 풍족한 용돈으로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면서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부자 친구들을 따라다니는 무리를 데리고 다녔으며 성적도 늘 진경의 뒤를 이어 전교 2등이나 3등을 유지했기 때문에 유명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일진들도 지영은 못 건드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지만 실상은 지영이 일진들과도 가끔씩 어울리며 통 크게 베풀었기 때문이었다.

 “와, 네가 도진경이구나. 난 오지영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2학년이 되던 첫날, 지영은 먼저 진경에게 다가와 살갑게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늘 전교 1, 2등을 하던 진경을 지영도 알고 있었다.

 “반가워. 나도 잘 부탁해.”

 진경도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착해 보이는 그 날의 인상으로 진경은 지영에 대한 소문이 잘 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학창시절 내내 지영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늘 진경을 찾아가 물어보고 진경은 자기가 아는 범위 안에서 친절하게 가르쳐주면서 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친하면서도 일정 거리를 유지 했었는데 바로 지영을 따라다니는 무리들 때문이었다. 괜히 그 무리에 섞여 공부하는데 방해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굉장히 가까워진 계기는 1학기 기말고사 직전 진경이 지영의 요청에 의해 수학 시험 예상 문제를 몇 개 알려줬는데 그게 시험에 나왔고 그 덕분에 지영은 수학에서 만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진경아, 네 덕분에 나 수학 만점 받았다!”

 지영이 진경 앞에서 성적표를 한 손에 든 채 흥분에 가득 차 방방 뛰었다. 그런 지영을 보고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을 때 지영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오늘 우리 집에 안 갈래? 우리 엄마한테 너 소개시켜주려고. 수학 만점 받게 해준 친구라고 말이야.”

 느닷없는 제안을 받은 진경은 처음엔 공부에 방해될까 싶어 망설였지만 친구 집에 한 번쯤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방과 후 함께 지영의 집으로 갔다. 처음 지영의 집에 들어섰을 때 생각보다 으리으리한 집을 둘러보며 살짝 기가 죽었지만 지영 엄마의 환대에 그런 기분은 금새 잊어버렸다.

 심지어 그 날 지영의 엄마가 밥 먹고 가라며 차려준 식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전교 1등과 친하게 지내려는 지영이 대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부터 두 사람은 꽤나 친하게 지냈다.

 

 

 “네가 몰랐었을 뿐이야. 난 늘 나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네가 싫었다고. 성적도, 졸업하고 유명해진 것도.”

 그랬다. 진경은 지영이 이미 1학년 때부터 자신을 질투하고 시샘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분명히 과외도 자기가 많이 하고 집도 더 잘 사는데 늘 진경이 더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지영은 진경을 싫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구나. 안 됐네. 지금까지 나에게 패배의식을 가지고 살았다니. 그런데 그거 알아?”

 “뭘?”

 “이렇게 계속 살면 넌 영원히 나한테 패배의식을 갖고 살 거라는 거. 죽을 때까지. 왜냐면 내가 최소한 너보다는 언제나 위에 있을 테니까.”

 진경의 얘기를 들은 지영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딱히 뭐라고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더 이상 할 얘기 없으면 간다.”

 진경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쪽으로 가다 갑자기 멈춰 서서는 뒤돌아서 지영을 보며 한 마디 했다.

 “마지막으로 얘기하는데, 착하게 살아.”

 그리고는 냉정하게 계단을 내려가 카페를 벗어났고,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언니, 끝났어. 얼른 좀 와 줘.”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탈진 직전까지 갔던 진경의 전화를 받은 효진이 바로 차를 몰고 나타났고 진경은 차에 올라타 쓰러지듯이 뒤로 기댔다.

 “어땠어? 잘 해결 됐어?”

 효진은 두 사람이 만난 결과가 너무 궁금해서 진경이 차에 타자마자 물었다.

 “응, 언니 덕분에 잘 됐어. 지영이 걔 앞으로 함부로 나대지 못할 거야.”

 “그래? 그년 아주 통 크게 한 방 먹었구나. 아주 잘했어, 진경!”

 효진은 박수까지 쳐가면서 환호했다.

 “결과는 알겠고, 좀 자세히 좀 얘기해 봐. 오지영이 뭐래?”

 “언니, 미안한데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아. 혹시 좀 쉬었다 얘기해주면 안 될까?”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던 효진의 질문에 진경은 가까스로 입을 열어 대답했다.

 “하긴 지칠만도 하겠다. 그래, 일단 쉬고 천천히 얘기하자.”

 그렇게 두 사람은 말 없이 효진의 집으로 향했고 진경은 일우를 지켜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일우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진경은 일우를 떠 올리며 전화기를 꺼내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이내 다시 전화기를 가방에 집어 넣었다.

 

 

 “도진경 도진경, 도진경!”

 집에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향한 지영은 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들고 있던 백 (Bag)을 집어 던지고는 분노가 가득 섞인 목소리로 진경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다. 그것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계획이 보기 좋게 어긋난 것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고 진경의 말대로 언제나 그녀보다 한 단계 밑에 있는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무슨 수를 써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만두지 않겠어.’

 혼자서 방안은 서성거리던 지영은 진경의 마지막 말이 문득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얘기하는데, 착하게 살아.’

 그 얘기가 떠 오르자 지영은 오히려 침착해졌고 지난 번 연락했던 흥신소에 다시 연락을 했다.

 “아이고, 사모님. 어쩐 일이십니까. 저를 또 찾아주시고.”

 수화기 너머로 흥신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사모님은 누가 사모님이에요? 결혼도 아직 안 했는데.”

 지영은 화가 나 있던 상태여서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아, 그게 저희가 습관이 돼서.”

 흥신소 사장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답했다.

 “됐고요. 지난 번에 쫓아다니셨던 그 남자 있죠?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모든 걸 다 알아봐 주세요. 어디 사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죄다.”

 “알겠습니다. 다만 저희 선입금 정책 아시죠?”

 “통화 끝나고 바로 보낼게요.”

 통화를 마치고 지영은 전화기를 한 손에 꼭 쥔 채 다짐했다.

 ‘가소로운 년,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해? 두고 봐. 반드시 복수하고 만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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