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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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리 아빠 무사 귀환했어요.”
복도에서 일우를 마주친 준희가 큰 눈에 웃음을 한 가득 담은 채 말을 건넸다.
“그래, 신문에서 봤어. 부산 경찰하고 같이 조폭들 일망타진 하셨다며?”
뉴스 기사를 보며 일우는 미향 씨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지만 먼저 연락 하지는 않았다.
“네,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 오늘 우리 집에 같이 갈래요? 아빠랑 축하주 같은 거 한 잔 하기로 했는데 오빠도 우리 아빠랑 아는 사이니까 같이 하면 어떨까 하고요. 어쩌면 이번 일로 승진하실 수도 있다고 하거든요.”
준희의 뜬금없는 제안을 받은 일우는 순간 적이 당황스러웠다. 아빠랑 축하주를 한다는데 나는 왜 초대하는 것일까?
“내가 추리하건데”
일우의 얘기를 들은 지완이가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토마스는 너를 좋아한다.”
그게 무슨 얘기야?”
노량진의 어느 허름한 술집에 일우는 지완이와 용일이를 만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너 몰랐냐? 난 그 날 처음보고 알았는데. 지완이도 그 때 이미 알았다고 하고.”
“그 날? 언제?”
“왜, 너네 어머니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처음 토마스 만난 날 있잖아. 그 때 널 보는 걔 눈에 ‘나는 널 좋아한다’ 이런 게 한 가득이던데?”
“에이, 말도 안 돼. 걔가 뭐 한다고 복학생을 좋아하겠냐? 자기 동기들도 있는데.”
일우는 애써 부정하며 술 잔을 비웠다.
“네가 우리가 생각하는 복학생 같은 이미지면 그렇겠지. 그런데 넌 키도 좀 되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 또 얼굴도 어려 보이고…복학생 느낌은 아니라는 거지.”
“게다가 여자들은 원래 또래보다 연상을 더 좋아하잖아. 또래는 여러 가지로 어리다면서.”
지완이와 용일이의 계속되는 논리에 일우는 곰곰이 그 동안 준희가 자신에게 했던 얘기와 행동들을 되짚어 봤다.
그러고 보니 조별 과제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경찰서까지 찾아가서 박본주 형사를 소개시켜 준 것도 그렇고, 어머니가 입원하셨다는 얘기에 한달음에 병원으로 와 준 것도 그렇고, 이후로도 병원에 자주 들러주고 또 축하주 하자고 초대까지 해 준 것들을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아니야. 토마스가 어떤 앤데. 아빠가 형사라 걔도 당차다고. 할말은 다 하는 애가 짝사랑한다고? 말도 안 돼.”
생각의 끝에 일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무리 당찬 성격이라도 여자는 여자야. 좋아한다고 먼저 얘기하는 게 쉽겠어? 내 추리가 맞다니까.”
일우의 얘기에 지완이는 강하게 부정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나저나 그날 갔어?”
용일이가 물었다.
“어딜?”
“축하주 자리. 토마스 집에 갔었냐고.”
“당연히 안 갔지. 다른 선약이 있다고 했거든. 느낌이 이상해서.”
“거 봐. 너도 느낌이 이상하지? 토마스가 널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니까.”
지완이와 용일이의 얘기에 일우는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용희 형이 미국으로 떠난 뒤 일우도 윤상무의 호스트 바에 나가는 걸 그만두고는 새로운 알바를 구했다. 돈은 어느 정도 모아놨기에 남들에게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학교 근처 맥주 집 알바를 구한 것이다. 게다가 호텔에서 만났을 때 진경이 했던 얘기도 신경 쓰이고 또 미향 씨는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한 차에 준희까지 엮이면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우는 미향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펴줬는데 이 상황에서 안부도 묻지 않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어쩐 일이야, 먼저 전화를 다 주고.”
“뉴스 봤어요. 그래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요.”
“내가 얘기했잖아,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뭐,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행이네요.”
왠지 모르겠지만 진심이었다. 아무 탈없이 식당도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절로 안도감이 들었다.
“그나저나 일우씨는 요즘 어때?”
“학교 생활이 다 똑같죠. 강의 듣고, 과제하고, 시험보고, 알바하고. 그러다 보면 한 학기 지나고.”
“직장인처럼 얘기하네.”
“무슨 얘기에요?”
“직장인들이 늘 그렇게 얘기하거든. 특별한 일 있겠냐고.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퇴근해서 술을 마시거나 집에 가서 저녁 먹고 TV 보다 자고. 다음 날 일어나서 또 출근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라는 말을 늘 하거든.”
“그럼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똑 같은 삶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거군요, 우린.”
“그럴지도. 그나저나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 번 보자.”
미향의 제안에 일우는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두 사람은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를 정하고는 통화를 끝났다.
날씨가 완연하게 쌀쌀해진 어느 일요일 오후, 일우는 부암동 언덕배기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섰다.
커피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조용해서 얘기하기 좋고 또 의자도 편해서 오래 얘기하기도 괜찮은 곳인데 한 번까지는 리필도 해줘서 조별 과제할 때 준희와 후배 몇 명을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다.
1층을 잠깐 둘러 본 일우는 주저 없이 바로 2층으로 향했고 넓어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시간을 보니 아직 약속 시간까지 5분정도 남았다.
‘괜히 여기서 보자고 했나?’
아무래도 진경은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 나오길 꺼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아무 얘기도 없었던 걸 보니 괜찮은 모양이기도 했다. 하긴 같이 놀이공원도 갔었으니.
창 밖을 보며 진경을 기다리는데 남자 손님 한 명이 2층으로 올라오더니 대각선 건너편 테이블에 앉았다. 저 남자도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네’라며 일우는 생각했다.
예전 일우와 놀이공원에 갔을 때처럼 가장 평범해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얼굴을 선글라스로 가린 채로 진경은 카페로 들어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기 전 주위를 살피고 또 차에서 내려 카페로 들어가는 사이에도 계속 주위를 살펴 봤지만 이상해 보이는 차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라는 종업원의 인사에 살짝 고개를 숙여 반응한 진경은 1층을 잠시 둘러 봤지만 일우의 모습을 찾을 수 없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얼굴, 그것도 더 이상은 생각하지 말자며 잊어보려고 했던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 때문일까.
그 모습을 본 일우가 손을 들어 아는 체 하자 여자는 일우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그 때 일우의 눈에 대각선 테이블의 남자가 뭔가 열심히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도진경 올라간다. 차에서 내리는 것과 카페에 들어가는 모습은 찍었으니 이제 네 차례야]
[잘 알겠습니다. 확실한 증거 확보할게요]
“오랜만이야.”
“그러게요.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어요?”
“알려준 대로 오니까 찾기 쉽던데. 그나저나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대?”
“그냥, 뭐.”
일우는 멋쩍은 듯 웃음으로 대답하며 메뉴 판을 미향에게 펼쳐 보였다.
“주문부터 하죠. 뭐 마실래요?”
“난 아메리카노. 여긴 왠지 아메리카노가 맛있을 것 같아.”
“그래요?”
“응, 느낌이 그래.”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일우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할 때 대각선 테이블에 앉은 남자가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 움직임이 꽤나 빠른 걸 보니 어지간히 기다리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예정대로 진행할까요?]
[당연하지. 단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고]
[걱정 마세요. 제가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후에 결과물 갖고 가겠습니다.]
“만나서 하고 싶단 얘기가 뭐야?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 사람 불러 놓고.”
진경이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먼저 말했다.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오해? 내가? 무슨 오해?”
“오지영이란 분하고 나와의 사이. 누님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요.”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데?”
지영의 얘기가 나오자 진경은 아까의 설렘은 없어지고 갑자기 차가워지는 자신에 대해 놀랐지만 이미 스스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내 마음과 네 마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반면에 일우는 여전히 차분했고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글쎄요. 뭘 생각하시든 전화로 얘기했듯이 그 날은 오지영씨를 처음 만난 날이라고요.”
“처음 만난 여자랑 호텔 커피 숍엘 온다고?”
진경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고, 이에 일우는 답답했던지 길게 한 숨을 내 쉬고는 지영과 어떻게 만났는지 접촉사고 일부터 차근히 설명해줬다. 그 사이 종업원이 아메리카노 두 잔을 테이블로 서빙해 주었다.
“다행이네."
진경은 다리를 꼬며 천천히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누님과 전화 통화 하면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게 뭔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진경이 다시 커피 잔을 테이블 위로 올려 놓으며 물었다.
“우선, 오지영 씨가 그렇게 안 좋은 사람인가요?”
“그건 왜?”
“사람 가려가면서 만나라고 하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내가 왜 예전에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한테 배신당했다고 한 적 있었지?”
일우의 질문을 받은 진경은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준서와 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 자신과 준서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모든 과정 속에 오지영이 있었고 두 사람의 계획했었던 일이라는 것을. 물론 일우와 관련된 지영의 협박 아닌 협박은 얘기해 봐야 좋을 것이 없어서 얘기하지 않았다.
“충분한 답변이 됐나 모르겠네?”
“음. 그 여자 그렇게 안 보였는데 엄청난 여자였군요. 확실히 여자는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박준서라는 작곡가도 보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네요.”
“여자뿐만 아니라 사람이란 원래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어. 겉만 보거나 소문으로 듣기만해서는 그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는 거지. 실제로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거든.”
두 사람은 대화에 집중하느라 대각선 테이블의 남자가 카페를 돌아다니며 실내 곳곳의 예쁜 장식과 인테리어 사진을 찍으며 틈틈이 두 사람의 사진도 찍는 행동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그 때 또각 거리며 누군가가 2층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진경과 일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계단 쪽을 쳐다 보았다. 발걸음 소리는 규칙적이었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미향은 오랜만에 일우를 본다는 설렘을 억누르기 위해 스스로 발걸음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2층에 도착한 미향은 잠시 주변을 둘러 봤고 마침 손을 흔드는 일우를 보고는 그 쪽으로 향하다가 잠시 멈칫했다. 일우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선글라스를 낀 여자 때문이었다.
‘누구지?’
선글라스를 꼈음에도 한 눈에 봐도 돋보일만한 미모의 여성이 일우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의아해하다 전화기를 꺼내 일정을 확인했다.
‘오늘, 이 시간, 이 곳이 맞는데.’
미향은 전화기를 다시 가방에 넣고 일우를 바라보는데 마침 일우와 눈이 마주쳤고 일우는 손을 들어 어서 오라는 손짓을 했다.
“누구…?”
일우와 진경 쪽으로 다가간 미향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일우에게 물었다. 진경도 당황스러운 듯 일우와 미향을 번갈아 바라보다 어딘가 낯이 익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낯이 익은 것 같은데.’
“일단 앉아요.”
“어느 쪽에 앉을까?”
일우가 미향에게 자리를 권하자 미향은 어느 쪽에 앉아야 하는지 당황스러워 물었다.
“기왕이면 이 쪽에 앉아요. 두 사람이 마주볼 수 있게.”
일우는 자신의 옆자리에 미향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뒤로 빼줬다. 미향은 자리에 앉으면서 일우에게 물었다.
“누구…셔?”
“인사하세요. 이 쪽은 한식당도 운영하시고 젬므라는 보석 브랜드로 운영 중이신 김미향 사장님. 그리고 이 쪽은”
여기까지 얘기한 일우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대한민국 톱 배우 도진경 씨.”
일우의 소개를 들은 두 사람은 동시에 깜짝 놀라 표정이 굳은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잠시 후 먼저 입을 뗀 것은 진경이었다.
“미향이라…미향. 혹시 성화여고 김미향?”
이번엔 진경의 반응을 본 일우가 당황해 하며 진경과 미향을 번갈아 봤지만 미향은 아무 말 없이 표정 변화를 보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그런 미향의 모습에 일우는 습관적으로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고 진경은 아무 말 없이 미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세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자리잡았다. 마치 바늘로 찌르면 당장이라도 ‘펑’ 하고 타질 것 같은 팽팽한 침묵이. 잠시 후 드디어 미향이 침묵을 깨며 한 마디 했다.
“진경아.”
“너, 미향이 맞구나. 그치, 미향이.”
“그래, 진경아.”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천천히 손을 내밀어 맞잡았고 이 상황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일우는 두 사람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 때까지도 카페 안의 남자는 이제 카페를 돌아다니며 실내 곳곳의 예쁜 장식과 인테리어 사진을 찍고 있었고 틈틈이 세 사람의 사진도 찍었지만 아무도 그의 행동에 집중하지 못했다.
“저…혹시 두 사람 아는 사이에요?”
한참 만에야 일우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내가 얘기 했었잖아.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하고 어쩔 수 없이 연락을 끊어야 했었다고. 그 친구가 바로 얘야. 늘 전교 1등을 하던 친구, 도진경.”
연속되는 당황스러운 상황 전개에 일우는 아무 말 못하고 다시 한 번 진경과 미향을 번갈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래, 미향아. 이게 얼마만이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요즘엔 어떻게 지내니?”
진경은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쉬지 않고 질문을 했지만 미향은 아무 말 없이 진경의 손을 꼭 잡은 채 마치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진경도 미향의 손을 잡은 채 선글라스 너머로 미향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 때 카페 안을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던 남자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어딘가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새로운 여자 한 명이 나타났는데요]
[무슨 얘기야?]
[방금 플레어 스커트에 청 자켓 입은 여자 들어온 거 못 보셨어요?]
[못 봤는데?]
[아무튼 세 사람이 됐어요. 도진경이 남자만 만나는 게 아니라 여자도 만나고 있다고요. 그런데 도진경과 이 여자는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이긴 한데요]
[그래? 잠시 기다려 봐]
카페 밖에 주차되어 있던 짙은 선팅을 한 차 안에서 남자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 남자의 옆에는 대포 렌즈가 장착되어 있는 카메라가 놓여 있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오니…]
“젠장!”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는 목소리가 나오자 남자는 짧게 욕설을 내뱉고는 전화를 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들고는 오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남자가 만나는 여자가 도진경 말고 또 있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는 전화기를 옆자리에 던지고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전화기를 들어 카페 안의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모르니까 계속 지켜볼 것]
차 안의 남자로부터 문자를 받은 카페 안의 남자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내 테이블 위에 놓인 카푸치노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척하며 몰래 무음카메라로 세 사람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차 안의 남자는 카페 안의 남자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을 확인했다.
젊은 남자가 카페로 들어가는 사진, 도진경이 카페로 들어가는 사진이 여러 장 찍혀 있었다. 이제 그 남자와 도진경이 함께 있는 사진 혹은 카페에서 함께 나오는 사진만 찍으면 되는데 예상 밖의 여자가 나타나서 모든 게 틀어졌다. 어설프게 도진경이 그 남자와 연애를 한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그냥 지인들 모임이었다고 밝혀지면 시말서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끝까지 기다려야지, 이게 우리 일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남자는 카메라를 내려 놓고 담배를 다시 물었는데 그 때 전화가 왔고 전화기에는 오지영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또 다른 여자라뇨? 그게 무슨 얘기에요?”
남자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오지영은 일언반구 없이 흥분한 목소리로 질문부터 해댔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예쁘긴 도진경 보다 훨씬 예쁜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누군지 모르는 여자가 그 남자하고 도진경하고 얘기하고 있다니까.”
남자는 담배 연기를 내뿜고는 지영에게 물었다.
“정보 정확한 거 맞아?”
“그럼 내가 루머나 퍼트린다는 거에요? 기자님한테?”
지영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자 남자는 잠시 전화기를 귀에서 떼었다가 다시 갖다 댔다.
“아무튼 좀 더 기다려 볼게. 카페에서 나올 때는 어떤 그림이 나올지 모르니까.”
“알겠어요. 변동 있으면 연락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지영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 남자는 어린 년이 싸가지가 없네, 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전화기를 조수석에 던졌다. 그러고는 이 놈의 인생도 이럴 때 보면 못해 먹을 짓이네, 라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나저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진경이 일우에게 물었다.
“두 사람이 그런 인연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 난 그저…”
일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이 알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미향 씨 식당은 남들의 시선을 피해 모일 수 있는 곳이니 누님 같은 연예인에게 좋지 않을까 싶었고, 또 미향씨 입장에서는 보석 브랜드의 모델로 누님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일우의 얘기를 듣던 진경이 잠시 갸웃하더니 물었다.
“잠깐. 미향이는 미향씨라고 하면서 왜 나는 누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아, 그게…”
일우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호칭을 얘기하려면 미향에게는 진경을 어떻게 만났는지, 진경에게는 미향을 어떻게 만났는지 얘기해야 하는데 그 얘기를 하게 되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쓰레기로 볼 것 같아서였다.
물론 두 사람 각각과의 만남자체가 정상적이라고는 할 순 없지만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여차하면 일우를 태생적으로 그런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까. 일우의 왼손 검지손가락은 테이블을 빠른 속도로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때 미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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