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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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아 그게요. 저희가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입니다. 네네. 들어가세요.”

　평소 웬만한 일로는 긴장도 하지 않던 홍구가 진땀을 흘리며 통화를 마치고는 전화기를 테이블 위로 던지듯이 내려 놓았다.

　“오빠, 또 기자에요?”

　그런 홍구를 보며 진희가 물었다.

　“응. 휴- 진경이가 대체 또 어디서 뭘 하고 다녔길래.”

　그 때 또 홍구의 휴대폰이 울렸고 홍구는 전화기에 뜬 이름을 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빠, 안 받아요?”

　“받아야지. 끙-“

　홍구는 전화를 받고는 아까 했던 얘기와 똑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몰랐다.

　“아니, 연애를 하려면 좀 조용히 하고 회사와 상의해서 밖에 얘기하면 될 걸. 대체 왜…”

　홍구가 푸념을 늘어 놓자 진희가 맞장구쳤다.

　“내가 뭐라고 했어요? 진경 언니 그 남자랑 잘 될 거라고 했죠?”

　진희의 얘기를 들은 홍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지친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이사님이 아시면 또 난리 날 텐데. 그나저나 진경이 얘는 왜 전화가 안 되는 거야.”

　유도진의 전화기도 며칠 전부터 바쁘게 울려댔지만 그는 한 통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계속해서 기자들의 이름이 액정 화면에 뜨는 걸 보며 ‘도진경이 또 어디서 일을 낸 모양이군’이라며 생각할 뿐이었다. 오히려 그의 모든 신경은 야쿠자 노인네에게 쏠려 있었다.

　며칠 전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박본주 형사에게 들은 내용을 알려줬고 박 형사는 알았다며 그리고 고맙다며 자기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유도진에게 중요한 것은 최선이 아니라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고 최고의 결과란 그 노인네가 아예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날 이후 유도진은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이미 선택을 한 순간부터 자신의 손을 떠난 일이지만 밀려오는 두려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소속사 직원이나 연예인은 물론 가족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오직 박형사에게만 얘기했지만 노인네 쪽에서 알아내려면 알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홍구야, 지금 어딨어?”

　유도진은 홍구에게 전화를 걸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지금 사무실로 오라고 했고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던 홍구는 바로 유도진의 방에 나타났다.

　“대체 요 며칠 왜 기자들한테서 전화가 이렇게 오는지 혹시 아는 거 있어?”

　홍구가 들어서자마자 유도진은 질문부터 던졌다. 화가 난 목소리라기 보다는 무너져가는 목소리였다.

　“예, 그게…”

　“시간 끌지 말고 바로 얘기해.”

　“네. 그게 다름 아니라 진경이하고 호원 그룹 집안의 오지운이란 사람하고 사귀는 게 맞냐는 문의가…”

　홍구의 얘기를 들은 유도진은 한 팔의 팔꿈치는 책상에 대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은 채 다시 물었다.

　“진경이는 뭐래?”

　“그게…진경이가 지금 연락이 안 됩니다.”

　“그래? 진경이 집에는 가 봤어?”

　“네. 진경이 집하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송효진 선배 집하고도 가 봤는데 아무데도 없어서요.”

　“그래? 그래서 넌 기자들한테 뭐라고 했어?”

　“조만간 회사 차원에서 입장 발표할 테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 잘 했네.”

　예상 외의 유도진의 태도에 홍구는 의아했지만 여전히 긴장을 했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런데 호원 그룹 정도면 열애기사 나가도 괜찮지 않아?”

　유도진이 홍구에게 물었지만 홍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유도진은 홍구에게 진경과 연락이 되면 알려달라고 하고는 홍구를 방에서 내보냈다.

　‘얘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미향의 사무실에는 진경과 일우가 모여 박본주 형사의 얘기를 듣는 중이었다.

　“지난 번에 말씀 드린 것처럼 이미 모든 입국 가능한 장소에는 경찰이 배치되었고 출입국 사무소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일본 경찰에도 협조 요청을 해 놓았고요. 다만.”

　그의 얘기에 세 사람은 서로를 번갈아 보다 박본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한 주는 이 건물 주변에서 경찰이 잠복을 하다 사장님의 동선을 따라 함께 움직일 겁니다. 물론 티 나지 않게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이 저희한테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저야 오히려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만약 그 노인네가 입국 시도를 안 한다면, 그러니까 이렇게 고생하셨는데 허탕을 치시게 되면 죄송해서 어떡하죠?”

　미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시말서를 써야죠. 이런 일은 가끔 있는 일이라서.”

　박본주는 딱딱한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농담을 섞어가며 말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엄청난 문책을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소속 경찰 한 두 명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의 경찰들과 공조하면서 출입국 사무소까지 연관된 일이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유도진의 말만 믿고.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형사님.”

　박본주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진경과 미향, 일우도 함께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그리고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일우는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미향에게 말했다.

　“저 다시 미국으로 가려고요. 어학원 수업도 좀 빼먹기도 해서요.”

　“그래? 언제 가는데?”

　미향 대신 진경이 일우에게 물었다.

　“내일이요.”

　“내일?”

　“이제 제가 더 할 게 없는 것 같아서요. 비행기 예약은 인아씨가 알려준 대로 이미 다 했어요.”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미향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진경이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오늘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

　“아, 오늘 저녁은 약속이 있어서 안 되요.”

　“그럼 지금이 마지막으로 보는 거야? 이거 너무 슬픈데?”

　진경은 일우에게 아쉬움을 표했고 그 때 아무 말없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 미향이 일우에게 말했다.

　“그래, 고생했어. 급하게 와줘서 너무 고마웠고. 미국 사무실 상황 체크하러 한 달에 한 번은 가니까 그 때 또 보자.”

　그러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일우는 그녀의 손을 한 번 꽉 잡았다가 살며시 놓았다.

　“뭐야…분위기가 너무 비장하잖아.”

　진경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말했지만 미향과 일우는 아무 말 없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미향은 지난 번 자신의 고백에 아직 아무 말이 없는 일우가 섭섭하고 어색했고 일우는 미향의 고백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역시 미향이 어색했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두분 다 건강하시고 가끔 연락해요.”

　“그래. 나도 가끔 뉴욕 놀러 갈 때 연락할게.”

　“그래요.”

　그렇게 미향의 사무실을 나온 일우는 지하철을 타고 저녁 약속이 있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아직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지만 먼저 가서 머리를 식히며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를 하기 위해 일찍 나선 것이다.

　잠시 후 광화문에 도착한 일우는 우선 서점으로 가서 책을 살펴보았다. 평소 책에 대해 관심이 없던 터라 무슨 책을 사서 선물해야 할지 몰라 일단 베스트 셀러 중에 하나를 샀다.

　그리고는 서점을 나와 근처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아 천천히 어떤 얘기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머리 속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머리 속을 비워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저 지나간 시간들이 그리고 그 시간 속에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 둘씩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이 떠올랐고 그 기억들을 쫓다 보니 어느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게 됐다.

　‘이래서야, 이거.’

　일우는 혼자 쓴 웃음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 아프게 혼자 생각하느니 그냥 인사동 거리라도 돌아볼 요량으로 카페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한참을 외국인들 틈 바구니에서 이런저런 인사동 구경을 하다 약속시간이 얼추 가까워지자 다시 광화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심호흡을 하고 들어서서 혹시나 먼저 와 있을까 두리번거렸다. 그 때 마침 한 쪽 구석에서 손을 들어 흔드는 낯익은 모습이 보였고 일우는 그 쪽으로 다가갔다.

　“어서 와요, 오빠. 안 늦었네요.”

　“그러게. 너도 일찍 왔네.”

　“다행히 알바가 제 시간에 끝났어요.”

　준희는 일우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자, 이거.”

　“이게 뭐에요?”

　“너 주려고 샀어.”

　“와, 오빠가 책 선물을? 안 그래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잘 읽을게요.”

　“그래. 그나저나 주문했어?”

　“아니요. 오빠 오면 같이 하려고 안 했죠.”

　준희의 얼굴엔 계속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이 메뉴판을 보며 음식을 고르고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일우의 머리 속엔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나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어느 새 음식을 다 먹고 두 사람은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는 어두운 밤거리를 목적지도 없이 그냥 천천히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일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얘기를 시작했다.

　“준희야.”

　이런 순간만큼은 별명이 아닌 이름이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네, 오빠?”

　일우가 부르자 준희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일우를 바라 보았다.

　“있잖아, 나 아무래도…”

　일우는 한 번에 다 얘기할 수가 없어 주저주저했고 준희는 그런 일우를 그저 말 없이 바라 볼 뿐이었다.

　“좋아해야 할 사람이 생긴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얘기에요?”

　준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냥 그렇다고. 누군가를 좋아해야 할 것 같다고.”

　준희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 내일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아, 그래요? 그러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그 때서야 준희는 천천히 일우에게 물었다.

　“글쎄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어학 연수하고 인턴도 하고 그러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

　“그렇군요.”

　준희는 짧게 대답을 하고는 다시 앞장서서 천천히 걸었다. 그런 준희의 뒷모습을 보는 일우는 괜시리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얼른 준희를 뒤따라 가서 보조를 맞추며 말을 이었다.

　“내가 괜히 미안하네.”

　“오빠가요? 뭐가요?”

　준희는 애써 침착한 척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냥. 이런저런 것들이.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항상 행복했으면 해.”

　그런 일우의 얘기에 아무 말없이 길을 걷던 준희는 버스정류장 근처에 오자 일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빠, 미국 조심해서 잘 다녀 오세요. 그리고 행복하시고요. 아 참, 이 책 잘 읽을게요.”

　그리고는 손을 흔들며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 버스에 올라탔다. 그렇게 준희가 탄 버스가 떠날 때까지 일우는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떠났다.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흘렀다.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같이 영어 수업을 받으며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얘기하려고 노력했고 주말이면 용희와 인아와 함께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가거나 시내 구경을 가곤 했다.

　한국에서는 도진경과 호원 그룹 집안 오지운의 열애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미향과 유도진 이사를 그렇게 피 마르게 했던 야쿠자 노인네는 박본주의 요청으로 평소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던 일본 경찰에 의해 입국 시도가 좌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모든 게 별탈 없이 흘러갔다. 내 인생이 이렇게 평온한 날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일우의 일상은 평범했다. 그리고 미향이 오랜만에 지사 현황을 점검하러 뉴욕을 방문하기 전날 일우는 인아에게 미향과의 약속 시간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제가요?”

　“네, 좀 부탁 드려요.”

　“사장님하고 원래 친한 사이 아니세요? 그럼 직접 말씀하셔도 될 텐데.”

　“아, 그게 좀. 아무래도 사장님이시다 보니.”

　일우는 딱히 할 말이 없어 대충 얼버무렸다.

　“그래요, 그럼.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다음 날 일우는 인아로부터 연락을 받고 약속된 시간에 미향을 찾아갔다.

　“어서 와, 오랜만이네. 그 동안 여기 올 때마다 못 봤는데.”

　오랜만에 일우를 본 미향은 가슴이 떨렸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악수를 청했다. 일우도 그런 미향의 손을 힘차게 잡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제가 워낙 공사가 다망한지라.”

　일우는 씩 웃으며 머쓱함을 스스로 달랬다.

　“그래, 어쩐 일로 오늘은 인아를 통해서까지 약속을 잡아 달라고 했어?”

　“할 말이 있어서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미향은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너무도 궁금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물었다.

　“무슨 얘기?”

　“예전 서울에 갔을 때 저한테 하셨던 제안 말인데요…”

　일우의 얘기에 미향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일우도 한 번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다시 말을 이었다. 미향에게는 그 잠시가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 제안 받아 들일게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일우는 다시 말을 멈췄고 미향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일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엄마한테 갈 때는 저한테 얘기해주세요. 우리 엄마한테 가는 건데 제가 모르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일우는 웃으며 말했고 미향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 여자 눈물에 난 약한데.”

　일우는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농담을 했지만 미향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일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후 일우는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미향의 뉴욕 사무실에 인턴으로 취업해 일을 했으며 미향은 진경과 함께 아시아 투어 사인회를 다시 다니는 등 바쁘게 지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두 사람은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저 두 사람 잘 어울리지 않아요?”

　식장에 사람이 많아 입구에 서서 결혼식을 보고 있던 진경이 지운에게 물었다. 수수한 옷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사람들이 진경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게요. 일우씨가 좀 어리긴 하지만 잘 어울리네요. 행복해 보이고요.”

　지운은 진경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내가 비밀 하나 말해 줄까요?”

　진경이 선글라스 너머로 지운을 보며 물었다.

　“뭔데요?”

　지운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예전에 사람을 잘 이어주는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할머니가 나보고 저 두 사람이 잘 될 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네요. 그리고 또…”

　지운은 진경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보고는 주변에 나랑 잘 맞는 남자가 있으니 잘 찾아보라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제 주변에 저랑 잘 맞는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더라고요.”

　진경은 미소를 지으며 지운에게 말했고 진경의 얘기를 들은 지운도 환하게 웃었다.

　“그런 할머니도 있군요.”

　그리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결혼식을 지켜 보았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