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썅썅이 그날밤 어떻게 베란다 철조망을 뚫고 가출을 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튿날아침 일어나보니 베란다 철조망에는 겨우 손바닥만한 구멍이 나있었고 여름아침의 싸늘한 바람이 그 구멍으로 사정없이 불어들어오고 있었다. 주말이여서 여자는 늦잠을 자는 듯 했고 나는 한참 창밖을 바라보다가 사료 그릇옆으로 다가가서 요기를 했다. 사료를 먹고 물그릇에 입을 대려는데 갑자기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앞발로 물그릇을 뒤엎으면서 길게 신음소리를 냈다.
“냐앙~~~”
물이 좌르르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나는 연거푸 울음소리를 내면서 앞발톱으로 방문을 잡아뜯었다.
“냥, 냥, 냥~~~”
“투투, 뭐하는 짓이야?”
방안에서 짜증섞인 소리가 들려왔고 여자의 하품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혹시 배고파?”
방문이 삐걱 열리면서 여자가 눈을 비비면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꼬리를 빳빳이 쳐들고 여자의 다리에 몸을 한번 비비고는 곧 몸을 돌려 베란다로 향했다.
“냥!”
“투투…왜 그러냐? 밥 그대로 있잖아.”
“냥!”
“썅썅은?”
그래…바로 썅썅이 없어졌어…이 바보야…나는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여자의 발목에 또 한번 몸을 비볐다. 여자는 거실 구석구석 훑다가 급히 방안으로 달려들어가서 전화를 했다.
“썅썅이 없어졌어.”
“...”
“빨리 와줘.”
통화를 끝낸 여자는 당장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였다.
“투투...썅썅이…썅썅이 어딜 갔어. 가출한거 같아…털을 깎았다고…내가 자기 털을 깎았다고.”
“냥.”
맞아.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여자는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외출옷을 바꿔입더니 신을 신었다. 바로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고 여자는 벌컥 문을 열었다. 남자가 어느새 문밖에 서있었다.
“어디 가?”
“밖에 나가 찾아보려고.”
“베란다로 나갔을 거 같지?”
“응, 철조망에 구멍이 생겼어. 1층에 떨어졌을거야. 아래 내려가 보려고.”
“비오는데 어디 나간다고 그래. 집에 있어. 내가 가서 찾아볼께.”
여자는 주춤하더니 고집스레 머리를 흔들었다.
“비오니까 더 나가야 해. 썅썅 얼마나 춥겠어…비 맞으면…비 맞으면 피할 곳도 없는데.”
“그래. 그러면 우산 챙겨.”
남자는 결심한 듯 가져온 비옷을 여자에게 씌워주었고 나는 거실 중앙에 서서 문을 나서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왠지 가슴이 먹먹해 오고있었다.
......
썅썅은 그 이튿날도, 그 사흩날도 나타나지 않았고 여자는 썅썅이 가출한 그날부터 거의 식음을 전페했다. 사흘째 되는 날 남자는 차츰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고 나는 쏘파위에 외로이 자리를 틀고 식빵자세로 움츠려 있었다.
썅썅이 떠난 빈자리는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썅썅과 함께 있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진하게 안겨오고 있었다. 썅썅이 말하던 외로움…이제 드디여 그 외로움을 느낄수 있게 된 기회가 나에게 왔지만 그것을 들어줄 썅썅은 더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나는 혼자 먹고 혼자 잤으며…혼자 놀고 혼자 멍하니 창밖을 내다볼수밖에 없었다.
“투투 좀 봐…외로워하는거 같어. 어떡해…썅썅…썅썅…도대체 어디 간 거야.”
여자가 다시 눈물을 쏟기 시작했고 남자는 묵묵히 그 옆을 지키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이젠 그만해. 이제 그만…썅썅을 보내자. 잊어야 해.”
“안돼, 못보내. 재롱 피우던 모습 그대로 눈앞에 있는데...대자로 누워자던 모습 눈에 선한데…내가 너랑 다퉈서 울때면 썅썅이 내앞에 앉아 날 위로해줬는데…일을 할때면 모니터 앞에 앉아 놀아달라고 방해를 했는데…어떻게 보내? 어떻게 잊을수 있어?”
여자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고 남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고 이런 말 하고싶어 하는줄 아냐?”
“...”
“썅썅은 이미 갔고…우리 생활은 계속되는 거고…언제까지 지난 과거를 잡고 울고만 있을거야.”
“어떻게 그렇게 초연해? 어떻게 그렇게 냉정할수 있어? 자기가 기르던 고양이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말할수 있어? 썅썅이 불쌍하지도 않아? 어떻게 찾지도 않고 포기해?”
“찾았잖아. 이 몇일 이 주위 아파트 단지 사람들은 다 물어보고 다녔어. 전단지도 뿌렸고. 그래도 없는 걸 어떡해? 집 나간 암코양이는 들어오지만 숫코양이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들었어. 썅썅 지금 발정기여서 그래.”
“발정기 아니야. 내가 털을 깎아줘서 그래.”
“그게 아니라니까.“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 이유가 아닌 걸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
“너 진짜!”
남자가 벌컥 화를 냈고 나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끄덕였다. 아무리 두서없이 던진다 해도 여자의 언사는 너무 공격적이었다. 몇일동안 남자가 썅썅을 찾아다닌 노고를 생각하면 이런 말들을 듣고 화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미안해. 내가 지금은 좀 심란해서.”
다행이 여자가 바로 사과를 했고 나는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의 다툼 이후로 남자는 조심스럽게 여자의 모든 의사를 존중해주었고 허락 없이는 함부로 집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퍼그나 괜찮은 남자였는데 여자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있는 듯 보였다.
그날 밤, 남자가 돌아간후 여자 혼자 침실에서 쿨쩍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거실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다가 귀신에게라도 홀린 듯 베란다 창턱으로 뛰어올라가 밖을 내다보았다. 청신한 여름밤 공기가 코를 찔렀고 나는 발볌발볌 썅썅이 탈출했을 그 구멍을 빠져나갔다. 아래쪽에 1층 창문밑에 쌓아둔 돌담이 보였고 베란다에서 돌담까지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아 썅썅은 그날밤 창턱에서 돌담위에 뛰어내려 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한참 머리를 기웃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갑자기 뒤에서 여자의 급한 부름소리가 들렸다.
“투투! 투투...”
나는 급히 목을 움츠리고 구멍안으로 기여들어왔다. 때를 같이하여 윗쪽 창문쪽에서 귀에 익숙한 울음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고 순간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냐옹~~~”
“냥?”
“썅썅이닷!”
나의 울음소리와 여자의 환성소리는 거의 동시였다. 여자는 키를 챙기고 손전등을 찾아들자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베란다 창턱으로 뛰어올라 화답하듯 길게 울음소리를 냈다.
“냐앙!”
“냐옹~~~”
“썅썅...너 맞어?”
“그래 나야! 날 좀 구해줘!”
“너 지금 어딘데?”
“나도 몰라…갇혔어! 누가 날 가두어놓았어! 곧 날 잡아먹으려 하고있어!”
“머라고?”
나는 저도 모르게 발을 비틀했다. 이곳 도시에 고양이를 잡아먹는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지금 썅썅에게 그 화가 미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내 등허리에는 삽시에 식은땀이 내배였다.
썅썅이 죽는다면…그것도 우리가 이토록 의지했던 인간들에게 이렇듯 허무하게 죽임을 당한다면…나는 도대체 어떻게 이 일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절대 인간을 믿어서는 안돼...)
엄마가 임종전 왜 그런 메시지를 남겼는지 나는 이제야 비로소 알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생각해보면 우리 동물들의 운명은 그토록 취약하고 무기력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연자원을 낭비하고 진귀한 야생동물들을 살해하면서 지구의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들을 서슴치 않고 있었다. 그와중에 진귀한 야생동물들을 식용으로 암거래하는 인간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 집거한 도시로서 몇번이나 관련단체의 집중단속을 받은 전과가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웹 서핑을 하던 남자의 입에서도 입증된 것이였다.
“심지어 팬더도 식용이래. 보호받지 못하는 가여운 것들…인간이란 참 잔인한 동물이야.”
그 귀엽고 순수한 동물들이 백정의 칼에 난도질당해 키로당 얼마의 가격으로 팔린다는 소름끼치는 인터넷 기사 내용을 남자는 충격이라고 얘기했고 다행이 얼마 안지나 정부의 단속으로 그 암시장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들려와 남자와 여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평소에 주고받는 대화를 들어보면, 여기 사람들은 하늘에 나는 비행기와 땅위에 있는 의자를 빼고 무릇 날개 가지고 발가진 동물들은 다 먹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우리 고양이들도 있었다.
“나도 들었는데 고양이 고기와 뱀고기를 섞은 요리가 여기선 인기가 많다고 해. 용호전쟁이라는 요리이름이야. 고양이 고기와 닭고기를 섞으면 봉호전쟁이고.”
이 말을 할 때 여자는 소름 끼친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니까 사스도 있는 거 아니야.”
여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남자는 썅썅을 안고있다가 여자의 말을 받았다.
“그런데 소고기, 닭고기를 먹는 우리도 똑같지 않냐? 어쩌면 그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숙명이야.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상이잖아.”
“우리 아이들은 그런 숙명으로 세상 살게 하지 않을거야.”
“당연하지. 우선은 우리가 보호를 잘해줘야 하지.”
호기있게 들렸던 남자의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지금 썅썅은 정체모를 인간의 손에 잡혀 생명의 위협을 받고있는 것이다. 나는 안달아나서 거실을 맴돌아치면서 여자가 집에 들어서기만을 기다렸다. 한시간후 내 기대와 어긋나지 않게 문소리가 들렸고 여자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쌩하니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투투! 어디 가는거야.”
나는 몇걸음 뛰지 않아 곧 여자의 손에 잡혀버렸고 여자는 나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너까지 가출하면 안되지…빨리 들어와.”
“냥...”
“썅썅 못찾았어. 목소리는 들리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그게 더 미치겠는데...저렇게 울때는 얼마나 무섭고 불안하겠어. 빨리 못찾아가서 미안해 죽겠는데 너까지 왜 이래...”
여자는 소리내어 울고있었고 나는 힘껏 몸부림을 쳤지만 여자의 품에서 빠져나올수 없었다.
......
여자는 그날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다시 기진맥진해서 집안에 들어섰다. 나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짧게 울음소리를 냈고 여자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못찾았어…너도 속이 타지? 어떡할까…분명 썅썅 울음소리가 맞지?”
“냥!”
“그래…맞어. 내가 니 이름 부를때 반응하는거 봐서 썅썅이 틀림없어. 니 이름을 알아듣고 운거야. 불쌍한 것…내 목소리도 알아듣고 니 이름도 알아들은 거야…”
여자는 주르륵 눈물을 흘리다가 벌떡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어딘데…잠깐 일어나봐. 썅썅…썅썅이 부근에 있어. 썅썅 울음소리를 들었단 말야.”
“지금 와줄수 있어? 미안해...자꾸 불러내서.”
“썅썅 목소리가 맞아. 썅썅이 확실하단 말야. 백프로야. 내가 알아. 장담할수 있어.”
남자가 전화 저쪽에서 뭔가 재차 확인하는 듯 했고 여자의 목소리는 상당히 고집스럽게 들렸다.
“됐어, 와주지 않아도 돼. 나 혼자 찾아볼께. 잠 깨워서 미안해.”
통화를 끝낸 여자는 방에서 나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는 결심이라도 내린 듯 옷을 껴입고 나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투투…겁내지 않을거지?”
“냥?”
“우리 같이 나가서 찾아보자. 나…혼자 무섭단 말야…밖이 캄캄해. 우리 옥상에 올라가 보자.”
여자는 나를 데리고 집을 나섰고 나는 엄습해오는 새벽공기에 흠칫하면서 여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삼라만상이 잠든 고요한 새벽시간에 엘리베이터를 제쳐놓고 14층 아파트 층계를 오르고 내리는 나와 여자는 그야말로 한폭의 기괴한 풍경이었다.
“투투…좀 소리를 내어봐.”
여자가 나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고 나는 목을 빼어들고 가볍게 썅썅을 불렀다. 어두운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에 나는 털이 쭈볏 일어섰고 여자도 잠깐 몸을 움츠렸다.
“냐앙!”
“냐옹냐옹!”
기다렸다는듯 썅썅의 목갈린 화답소리가 들려왔고 여자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어느 집에선가 문을 열었다가 쾅 닫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지막하게 미친…하는 소리도 들렸다.
“썅썅! 어디있니?”
“냥!”
“냐옹냐옹!”
“어떡해…건물을 회전식으로 지어서 목소리가 울러퍼져.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아.”
여자는 울상이 되어서 발을 굴렀고 나도 귀를 바싹 도사렸다. 썅썅의 울음소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 하더니 벽에 부딪쳤다가 밤공기속에 흩어지면서 무수한 여음을 남기고있었다.
“냐옹냐옹냐옹…”
여자는 잠깐 귀를 기울여 듣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곳 건물은 옥상이 평평하게 되어있었고 누군가가 가져다놓은 화분들이 새벽바람에 흙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여자는 란간도 없는 옥상 끝에 이르러 잠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자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질겁을 하면서 하악 소리를 냈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누군가 뛰쳐나와서 손을 부채모양으로 하고 위를 올려다보는 게 아래로 까마득하게 보였다.
“아저씨! 지금 고양이 울음소리가 어디서 나죠?”
여자가 아래를 향해 소리쳤고 아파트 경비는 억이 막힌 듯 큰소리로 대답했다.
“당장 내려오세요! 이웃들 잠을 다 깨울 생각입니까? 고양이 울음소리가 어디 있다고…”
여자는 맥이 풀린듯 옥상에 주저앉았고 나는 그제서야 여자의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고소공포증은 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온몸이 땀에 젖은 나는 새벽바람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여자는 그런 나를 꼭 껴안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썅썅…차라리 울음소리라도 내지 말지…나쁜놈…그렇게 가버렸으면 잘 살아야지 왜 울어…”
......
아침에 집으로 들어서는 여자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문밖에는 언제 왔는지 남자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거야?”
“썅썅 목소리가 분명한데…넌 믿어주지 않았지만 그건 진짜 썅썅 목소리였는데...”
여자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남자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신경 씌여서 새벽부터 이렇게 왔잖아.”
남자는 여자의 손에서 나를 받아들었다.
“들어가서 자고있어. 이제부턴 내가 찾아볼께.”
남자가 몸을 돌리자 여자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투투도 좀 쉬어야 해. 밤새 소리질러서 얘도 힘들거야.”
남자는 여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니가 투투 반만이라도 다른 사람 생각을 해주었으면...”
“뭐라고?”
“아니다. 들어가서 자.”
남자가 간후 방안에는 곧 교교한 정적이 흘렀고 여자는 회사에 못나간다는 전화를 한후 벽을 짚고 천천히 걸어나왔다. 밤새 지친 나는 거실벽에 몸을 의지하고 끄덕끄덕 졸았고 여자는 그런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다시 침실로 향했다. 꿈에 썅썅이 난도질을 당해 피투성이 되는 것을 보았고 내가 잠결에 몸을 푸뜰거리자 여자의 부드러운 손길이 나를 안정시켰다.
“냐옹~냐옹!”
썅썅의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퍼진 것은 정확히 남자가 허탕을 치고 집을 들어선 그때였다. 낮에 하루종일 잠잠해있던 썅썅이 땅거미가 어둑어둑 지기 시작하자 다시 SOS의 신호를 보내왔고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쏜쌀같이 베란다로 달려나가면서 썅썅을 불렀다.
“냐앙…아직 괜찮은거지?”
“안괜찮아. 이 사람이 누구랑 전화를 하고있어. 집에 고양이가 들어왔는데 요리해 먹자고 하는거 같어. 나…여기서 뛰어내리고 싶은데…너무 높아. 그래도…뛰어내릴거야.”
“안돼!”
나는 새된 소리를 내면서 베란다 창문에 매달렸다. 남자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그것이 정말 썅썅의 목소리임을 확인하자 발을 탕 구른후 바로 몸을 돌려 집문을 나섰다. 여자도 허둥지둥 일어나서 옷을 걸쳐입은후 나를 품안에 껴안고 남자를 따라나섰다. 썅썅 구출 대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