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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아니야
작가 : 판도라
작품등록일 : 201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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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훈련
작성일 : 19-10-12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7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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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그날 밤, 불현듯 코를 찌르는 악취에 나는 어렴풋이 눈을 떴고 비몽사몽간에 썅썅이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을 보았다. 썅썅은 털을 곤두세우고 하악 하고 경계의 소리를 내고있었고 열려진 베란다 문틈으로 여름새벽의 찬 바람이 싸늘하게 불어들어왔다.

 

 “썅썅…”

 “쉿, 조용히.”

 

 썅썅은 낮게 말했고 나는 베란다 밖을 내다보다가 그만 크게 심호흡을 했다.

 

 싸늘한 눈길을 가진 검은 얼룩고양이 한마리가 베란다 창문가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킹이였다. 킹이 어떻게 우리 집을 알아냈는지, 그리고 어떻게 2층 베란다 창문으로 뛰어들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할 일이였다. 어쨌거나 킹은 베란다에 들어서서 문틈으로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썅썅은 그런 위험한 킹과 이미 한참이나 대치한 것이 분명했다.

 

 “웬놈이냐.”

 

 썅썅이 더한층 목소리를 내리깔았고 킹은 그런 썅썅을 노려보다가 피씩 입귀를 치켜올렸다.

 

 “연약하기 그지없는 애완동물 주제에 허세는.”

 “잔말 말고 우리 집에 왜 왔는지만 말해.”

 “너네 집? 허!”

 

 킹은 허공중을 쳐다보면서 잠깐 허구픈 표정을 지었다.

 

 “이 동네 모든 집은 다 내집이나 다를바 없지. 지금 굽실거리면서 나를 모셔들여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호통질이냐.”

 

 썅썅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나는 썅썅의 커다란 몸집 뒤에서 빠끔히 머리를 내밀었다. 킹과 눈이 마주치자 나는 또 한번 오싹 소름이 끼쳤고 그 순간 킹의 싸늘한 시선에는 잠깐 의미 모를 미소가 스쳤다.

 

 “안녕!”

 “…”

 “우린 같은 코숏이야. 얼룩무늬를 보고도 모르겠니?”

 “그래서?”

 

 썅썅이 말을 받았고 킹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썅썅을 한번 스캔했다가 다시 시선을 나에게 고정시켰다.

 

 “여길 떠나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너를 이 동네 퀸을 시켜주마.”

 “…”

 “아...영어여서 못알아듣냐? 널 왕후를 시켜주겠다는 말이다.”

 “…”

 “벙어리는 아니겠지? 우리 코숏중엔 벙어리가 없어. 말 좀 해봐.”

 “내가…”

 

 나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겨났는지 모른다. 아마 썅썅이 분노에 떨고있는 모습에 내 마음 한구석이 야릇하게 저렸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왜 너랑 가야 하는데?”

 

 킹은 그런 내 대답을 짐작했다는 듯 다시 조용히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뭐…급작스레 닥친 일이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이 동네에서 살자면 내 말에 순종하는 게 좋을걸. 그렇지 않으면 이 집이 조용할 날이 없을 테니까.”

 “내가 이 집에 있는한 그런 일이 없을거야. 꿈 깨.”

 

 썅썅이 이를 갈자 킹은 시선을 돌려 그를 보았다.

 

 “너하고는 말 섞는 것조차 하찮어. 가출했다가 잡아먹힐뻔한 주제에 누굴 지켜주겠다고.”

 “뭐?”

 

 썅썅은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치밀어 발톱을 펴면서 몸을 움츠렸고 입안으로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분노의 울음소리를 냈다.

 

 “냐워이아이~~~~”

 

 바로 그때 삐걱 문소리가 나면서 여자가 침실을 나섰고 킹은 순간 몸을 움츠렸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나는 눈을 찌프렸다. 여자가 어느새 전등을 켰던 것이다.

 

 “뭐야? 이건 무슨 냄새지?”

 

 여자는 잠깐 멍해있다가 허리를 굽혀 뭔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와락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고 손을 한번 번뜩여 정체모를 물건으로 킹의 등허리를 냅다 갈겼다.

 

 “웩!”

 

 킹은 면바로 등을 얻어막고 쏜살같이 철조망 구멍으로 빠져나갔고 베란다에서는 그 무엇이 공처럼 퉁퉁 튕겨서 굴러갔다. 여자가 사온 놀이감이였다. 낮에 썅썅이 놀지 않고 버려두었던 놀이감이 제대로 역할을 발휘한 셈이었다.

 

 “어떻게 이안으로 들어왔어? 아…이 사향고양이 냄새.”

 

 여자는 억이 막힌듯 중얼거리다가 오렌지 껍질을 발라서 방안 구석구석에 놓았다. 아까부터 코를 찌르던 악취가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나는 썅썅과 함께 방구석에 숨어들어 한식경이나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

 

 “내가 그렇게도 연약해보여?”

 

 이틀이 지난 어느날 오후 썅썅이 나에게 물어보는 말이였다. 나는 머리속으로 잠깐 대답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날 킹이 썅썅에게 준 충격이 꽤 큰 듯 썅썅은 이틀동안 아무 말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던 그가 겨우 입을 떼었으니 쉽게 대답할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누가 그래. 난 널 처음 봤을때 괴물인가 했었거든.”

 “...”

 “아직도 그놈 말에 신경 쓰고있어?”

 “휴우…”

 

 썅썅이 한숨을 쉬고있었고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코등으로 살짝 그의 머리를 터치했다.

 

 “그놈은 야생고양이, 길고양이고 우리는 집고양이야. 살아온 환경 자체가 틀린데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한텐 비바람을 막아주는 집이 있고, 우리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주인이 있어.”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왜 그렇게 비관적이야? 지금은 다 옆에 있잖아.”

 “내가 말했잖아.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거라고…비관적인게 아니라 항상 생활이 가져다주는 변수에 적응하고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해. 그것이 지구라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든 생물들의 숙명이야.”

 “너무 복잡하게 생각 말자…일단 지금 우린 행복하잖아. 그걸로 된 거 아니야?”

 “행복해?”

 

 썅썅이 나를 주시하자 나는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응…행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난 행복이란 어떤 느낌인 줄 알게 되었어. 그것은...지금처럼 나른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 너랑 내가 이렇게 오손도손 앉아서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거야. 오늘은 어떤 간식을 준비해줄까? 우리가 싫어하는 놀이감은 이젠 더이상 사오지 않겠지? 남자친구와는 잘 되어가는 거 같던데 결혼은 언제 하는 걸까?”

 “행복...”

 “그래...행복이란 바로 이런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야. 나를 사랑해주는 주인이 있고 나를 관심해주는 니가 있어. 이게 바로 가족이라는 느낌일까…엄마를 잃고 오빠와 갈라진후 내가 처음 느끼는 편안한 감정이야…그래서 난, 지금이 행복해.”

 

 썅썅이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의식하자 썅썅의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돌렸다.

 

 “뭘 그렇게 봐?”

 “그 행복…에 나도 있었어? 그럼 너도 날...”

 

 나는 못들은척 그 자리를 떴다. 등뒤에서 썅썅의 가벼운 한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날이후부터 썅썅은 무섭게 훈련에 집념했다. 훈련이라 해봤자 기껏해야 여자가 들고 나오는 닭털이나 고무공을 노는 일이였지만 썅썅은 열심히 닭털을 날리고 고무공을 굴렸다. 전에 밥을 먹으면 해나른하게 낮잠만 자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새로운 전사의 모드로 진입한 썅썅의 변화에 여자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썅썅, 이제 와서 다이어트 하려고 하는 거니? 저번에 누가 널 비만이라 했다고 상처 입었냐? 아니면 한번 가출해서 혼나서 그러는 거야?”

 “냅둬. 고양이들이 활발하면 몸에 좋은 거지머.”

 

 언제 왔는지 남자가 다가와서 썅썅을 쓰다듬자 썅썅은 남자의 손을 목표물로 삼고 양공질을 해댔다. 남자가 뒤로 껑충 물러났다.

 

 “요것이…이젠 나까지 공격하는데?”

 

 “저번에 사향고양이 한마리가 침입했었거든. 그후부터 저러기 시작했어. 충격 먹었나봐.”

 

 여자가 남자의 말을 받았고 남자는 갑자기 손을 들어 벽을 가리켰다.

 

 “저건 뭐지.”

 

 남자의 시선을 따라 벽쪽으로 눈길을 돌린 나는 문득 몸속 깊은 곳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살금살금 앞으로 다가가 번개처럼 벽쪽으로 덮쳤다. 여자가 새된 소리를 질렀고 남자는 웃음섞인 소리로 썅썅을 불렀다.

 

 “투투 좀 봐. 너네둘 누가 더 날쌘지 어디 한번 보자.”

 

 썅썅이 놀라서 급히 달려왔고 나는 한입 가득 뭔가를 문채 가볍게 으르릉거렸다. 입안의 물건이 꼼지락거리고 있었고 그 순간 내 몸안에서는 야생의 피가 뜨겁게 요동치고 있었다.

 

 도마뱀이였다.

 ......

 

 “앞치기!”

 “뒤차기!”

 “허리돌리기!”

 “덮쳐!”

 

 이것은 어떻게 들으면 씨름코치의 멘트같지 않은가.

 

 그렇다. 나는 지금 썅썅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날 도마뱀 사건이후 여자는 썅썅만 보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고 썅썅은 그때마다 머리를 푹 떨구고 풀이 죽어서 방구석을 찾았다. 차츰 그 어떤 생각이 내 머리속에 자리를 틀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며칠후 나는 번쩍 머리를 쳐들고 썅썅을 향해 호언장담을 했던 것이다.

 

 “풀 죽을거 없어! 내가 널 훈련시켜줄께!”

 “정말?”

 

 썅썅은 눈을 반짝이면서 물어왔고 나는 정중히 머리를 끄덕였다.

 

 솔직히 썅썅을 훈련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썅썅은 몸집이 크고 힘이 강했지만 그 힘을 이용할줄 몰랐고 몸이 우람진만큼 영민하지는 못했다. 썅썅을 훈련시키자면 우선 음식부터 조절해야 했다.

 

 “이제부터 고기를 먹지 말고 사료도 전의 절반으로 줄여. 나머진 다 내가 먹을께. 해산물은 먹어도 좋아.”

 “샤료를 줄이는건 어렵지 않는데 내가 좋아하는 고기…”

 

 썅썅은 내 시선을 의식하자 말끝을 흐렸고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꼬리를 홱홱 저었다.

 

 “그런 의지도 없이 어떻게 훈련을 받겠다고. 킹한테 무시 당하고 싶어? 주인이 실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아니.”

 “그럼 내 말대로 해.”

 

 썅썅은 머리를 끄덕였고 그날부터 나는 혹독한 훈련을 개시했다. 우선은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여자의 집은 거실 공간이 넓어 달리기에 적합했고 썅썅과 나는 틈만 있으면 최신판 <톰과 제리>를 재현했다. 썅썅이 나를 쫓는 건 달라진 것이 없지만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훈련을 목적으로 한 강도 높은 운동이였다. 여자는 우리 속셈도 모르고 이마를 찌푸렸다.

 

 “왜 허구한 날 쫓기 놀음이냐. 거실 거둔지 얼마 안되어서 또 털하고 먼지투성이잖아.”

 

 여자의 지청구가 계속되었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 고양이는 천성으로 이기적인 동물이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이 사료를 주기전 우리는 사람의 발목을 감쳐돌면서 살갑게 굴고 사람이 사료를 줘서 만포식한 후면 우리는 사람이 아무리 불러도 멀찍히 물러서서 그루밍만 할뿐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여자는 그런 우리가 양심이 없다고 했고 나와 썅썅은 양심이란 새로운 단어에 대해 며칠 연구하다가 포기해버렸다. 암튼 설령 그 느낌을 모른다 쳐도 우리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는 단어인 듯 했으니까.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훈련, 훈련이였다.

 

 내가 썅썅을 훈련시키려는 용단을 내린 계기는 바로 그번 도마뱀 사건이였다. 한입 가득 도마뱀을 문 나에게 썅썅이 다가왔고 내가 도마뱀을 내려놓는 순간 도마뱀은 본능적으로 살길을 찾는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눈 깜짝할사이에 도마뱀의 몸은 벽 구석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바닥에는 세차게 꿈틀거리는 도마뱀의 꼬리만 남았다. 도마뱀다운 생존방법이였다.

 

 벽틈으로 기여들어가려는 도마뱀의 몸뚱이가 내 날카로운 발톱에 걸렸고 여자의 환호가 터진 것도 바로 그때였다.

 

 “역시 투투야. 코숏의 속도는 누구도 따르지 못해.”

 

 그때 썅썅은 무엇을 하고있었던 걸까.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피씩 냉소하면서 가볍게 앞발로 얼굴의 털을 문질렀다. 그날 꿈틀거리는 도마뱀의 꼬리앞에 쭈크리고 앉은 썅썅은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그것을 노려보았고, 여자는 억이 막힌 표정으로 한참 멍해있다가 탕 하고 발을 굴렀다.

 

 “바보야. 그건 꼬리야 꼬리. 도마뱀은 도망친지도 오래야. 넌 어쩜 투투보다도 못하냐.”

 

 여자는 머리를 흔들면서 방안으로 들어갔고 그날저녁 썅썅은 차츰 느슨해지는 도마뱀 꼬리를 들여다보면서 끝까지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쩌면 썅썅에게는 킹이 시까스르는 말보다 여자의 실망이 더 큰 충격이였는지도 모른다.

 ......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올 때까지 킹은 더 이상 우리 집에 나타나지 않았고 썅썅의 행동도 놀라울 정도로 민첩해졌다. 집안에 기여들어온 바퀴벌레와 도마뱀들은 자신들의 일부 식구가 썅썅의 노리개로 된 일이 있은후로는 더 이상 이 집에 얼씬하지 않았고 나는 매일매일 썅썅의 그런 성과를 체크하면서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썅썅의 완력에 행동까지 민첩해진다면 더 이상 그 어떤 위험이 닥쳐도 두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날도 손쉽게 바퀴벌레 하나를 죽여 화장실에 처넣은 다음 썅썅은 나를 돌아보면서 가볍게 꼬리를 저었다.

 

 “이젠 괜찮지?”

 “음...”

 “내 솜씨가 이젠 일취월장하지 않았냐?”

 “아직은 모르겠다. 바퀴벌레나 도마뱀은 너무 작은 것들이니까. 쥐는 집안에 들어오지도 않고.”

 

 나는 일부러 본심을 감추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썅썅은 금세 꼬리를 내리드리웠다.

 

 “그럼 어떡해.”

 

 나는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가 머리를 들었다.

 

 “나랑 정식으로 한번 싸워볼래?”

 “뭐?”

 “오해하지 마. 테스트로 싸우는거니까.”

 “…”

 “설마 내가 널 상하게 할가봐 겁나냐?”

 “아니. 니가 상할가봐 겁나. 정식으로 싸우려면 내가 내 힘을 컨트롤 못할거 같으니까.”

 “상관없어.”

 

 내 담담한 표정에 썅썅은 그래도 망설이고 있었고 나는 펄쩍 뛰면서 발톱으로 썅썅의 얼굴을 할퀴었다. 삽시에 썅썅의 이마에는 빨간 피줄이 한층 내배였고 나는 승리자의 자태로 그에게 아래턱을 치켜들었다.

 

 “적을 방심하다니? 언제 어느때나 상대방의 일거일동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내 가르침을 고새 잊었어?”

 

 썅썅은 할퀴운 자리가 꽤 아픈지 눈을 찌푸렸고 나는 살살 접근하다가 썅썅의 꼬리쪽으로 덮쳐들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이마에 커다란 충격이 느껴졌고 나는 비틀거리면서 뒤로 한걸음 크게 물러섰다.

 

 “한번 방심하지 두번 방심하진 않아.”

 

 썅썅이 동공을 가늘게 하면서 입꼬리를 치켜올렸고 나는 얼얼해나는 내 머리를 털면서 눈을 크게 뜨고 썅썅의 앞발을 바라보았다. 무서운 힘이였다. 썅썅의 앞발은 어느샌가 크고도 튼실하게 굵어져 있었고 나는 언젠가 남자가 웹서핑을 하다가 여자에게 말하던 내용을 떠올렸다.

 

 “그거 아니?호랑이 앞발 힘이 거의 1톤이래.”

 “1톤?그정도 위력이야? 하긴 호랑이 앞발이 굵긴 하지. 무섭다. 우리 애기들 앞발 힘은 얼마나 될까.”

 

 여자는 말하면서 나를 보다가 피씩 웃음을 지었고 나는 희고 가느다란 내 앞발을 보면서 1톤이란 얼마만한 힘을까 잠깐 상상을 했던 적이 있다. 1톤이라면…금방 썅썅에게서 맞은 그 힘의 몇배가 될까. 썅썅…썅썅…이제는 내가 너한테 시름을 놓아도 되는 걸까…

 

 “투투…왜 그래?”

 

 썅썅의 동공이 확대되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고 나는 스르르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날이후 썅썅은 나만 보면 어이 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니가 그러고도 내 코치냐? 어떻게 한번 쳐서 그렇게 맥없이 쓰러질수 있니.”

 “그럴수도 있는거지머…”

 

 나는 할말이 구구해져서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생각할수록 창피했다. 썅썅의 힘은 내 상상을 훨씬 초월했고 나는 속으로 이제는 킹이 와도 우리는 두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라는 킹은 오지 않았고 다른 위기가 닥쳐왔다. 어느날 여자와 남자의 대화에서 나는 여자가 회사 일로 장기출장을 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바로 몇십년만의 유명한 대폭설이 크게 터진 그해 겨울, 집에 외로이 남은 나와 썅썅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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