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날 밤 썅썅은 나를 꼭 안고 품에서 놓지 않았다.
“숨막혀…”
“투투.”
나는 아무 말 없이 깊숙히 썅썅의 품을 파고들었다.
“후회 안하지?”
“뭘.”
“날 좋아한다는 말…”
“…후회하는데?”
“응?”
“내가 먼저 고백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내 말에 썅썅은 낮게 갸르릉 소리를 냈다. 그는 잠시 무연한 생각에 잠겨있는 듯 보였다.
“투투, 그거 알어?”
“...”
“고양이들은, 아니 고양이과 수컷들은 영역싸움이 치열해. 제일 대표적인 예로는 사자를 들수 있어. 내가 서열싸움, 영역싸움에 집착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야.”
“…”
“니 마음을 알게 된 지금으로부턴…나는 또 새로운 영역싸움을 해야 하는거일지도 몰라. 내 여자를 지키기 위한 싸움…그러기 위해선 강해져야 하고…그래서 한번 더 확인하고 싶어.”
“…뭘?”
“정식으로 내 여자가 되어주겠니?”
“싫어.”
나는 살짝 입을 감쳐물었고 썅썅은 흠칫하면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싫어?”
“응. 싫어.”
“왜?”
썅썅은 살짝 화가 난 표정이었다. 썅썅의 분노를 무시한채 나는 짐짓 새침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니 여자가 되어야 해?”
“…”
“니가 내 남자가 되어야 하는거야. 바로 오늘, 바로 지금 이 시각부터.”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썅썅을 응시했다. 어둠속에서 썅썅의 파란 눈동자속에서는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달이 바람에 춤추고 있었고 별들은 부끄러운 듯 구름뒤로 얼굴을 감췄다.
이튿날 해가 허공중에 떠오를 때까지 우리는 털담요속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점심이 되자 문이 삐걱 열리면서 누군가 집안으로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깜짝 놀라서 텀담요안으로 깊숙히 몸을 움츠렸다. 집안에 들어온 사람은 담요 한귀퉁이를 들고 우리를 들여다보았다.
“이것들이…추워서 꼭 껴안고 자네.”
낯선 사람이었다. 아마 남자가 말하던 그의 룸메이트라는 사람 같았다. 그 사람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우리를 주시하다가 내 앞발을 덮석 잡더니 나를 끄집어내었다.
“이리 나와. 나더러 사료를 주는 것 외에 가끔 너네랑 놀아주라고 했으니까. 이불속에만 움츠려있지 말고 나와.”
나는 기를 쓰고 뒤로 버텼고 그 사람은 나의 거부의사에 잔뜩 상처입은 표정을 지었다.
“싫어? 니가 감히 버텨?”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사람이 내 머리를 때렸고 때를 같이하여 썅썅이 쌩하니 이불밖으로 뛰쳐나갔다.
“냐옹!”
“아가!”
담요틈 사이로 그 사람이 팔을 움켜잡고있는 손이 보였다. 뒤이어 그 손은 허공중에서 원을 긋더니 썅썅의 몸에 짱 하고 떨어졌고 그 사람은 씩씩거리면서 문가로 다가갔다.
“좋은 마음으로 같이 놀아주려 했는데 날 허벼? 부탁이고 뭐고 이젠 밥도 없을줄 알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문소리가 들렸고 나는 한참 숨어있다가 살그머니 담요를 빠져나왔다. 맞은 자리가 아픈지 썅썅은 방 한구석에 쭈크리고 있다가 머리를 들고 허구픈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투투…”
“…”
“괜히 나 때문에 이틀에 한번 먹던 사료도 못먹게 되고…이젠 어떡하지?”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머리를 저어보였다. 썅썅은 씩씩거리며 한참 거실을 왔다 갔다 하더니 벌떡 몸을 일으켜 앞발로 쏘파 모서리를 거칠게 긁었다.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남의 그늘밑에서 살아야 하냐? 언제까지 이렇게 인간에게 사육 당해야 하냐? 이젠 이런 생활이 진저리 나.”
“썅썅…”
나는 바닥에 떨어지는 쏘파의 가죽부스러기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쉬면서 앞발로 썅썅의 발을 눌렀다. 행동을 멈춘 썅썅은 공허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고 썅썅의 그런 눈길앞에서 나는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
우리는 그렇게 사흘을 굶었다. 여자가 준비해둔 샤료는 바닥난지 오래였고 다행이 썅썅이 정수기 물을 받을줄 알기에 우리는 겨우 물로 목을 추기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할수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 거실을 왔다갔다 하던 썅썅이 갑자기 머리를 돌려 나를 주시했다. 썅썅의 희열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투투!”
“응?”
“기침을 안했어!”
“…”
“그날이후로 기침을 안했어! 니가…코도 젖지 않고…우리가 감기를 이겼어!”
“정말…”
나는 그제서야 내 컨디션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덩달아 기뻐했다. 우리는 거실중앙으로 달려가 풀쩍 뛰었다가 서로 코등과 얼굴을 비빈후 가볍게 뒤로 물러섰다. 썅썅이 희색을 거두고 푸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첩첩곤난이네. 추위에 감기에 킹에 기아까지…주인은 언제 올까…”
“한달이라고 했잖아…근데…한달이면 정확히 어떤 개념이야?”
“아주 오랜 시간이지. 사람의 수명이 70이라고 친다면 고양이 수명은 길어야 15년이야. 그러니 우리 시간은 사람 시간의 다섯배라고 보면 돼.”
“아...”
“그러니까 인간의 한달은 우리에겐 다섯달이라고. 사람이 느끼기엔 다섯달과 똑 같은 시간인거야.”
“휴우…”
나는 풀이 죽어 머리를 숙였다가 다시 머리를 쳐들고 썅썅을 바라보았다.
“혹시…혹시 말이야.”
“말해.”
“주인이 우릴 버린 건 아니겠지? 안돌아오는 건 아니겠지?”
썅썅의 얼굴이 경직되었고 나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뭐 어쨌던...우리 오늘은 뭐하면서 지낼까?”
“있잖아, 사흘전에…”
썅썅은 입을 열다가 갑지기 말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사흘전에 뭘?”
“킹이 왔던 날 내가 널 두고 두시간 나가있었던 거 기억 나지?”
“응.”
“그때 니가 사료를 먹으면 자꾸 토하니까 좀 색다른 음식을 구하러 나갔댔어.”
“오…”
“그때 느낀 건데 바깥세상은, 내가 생각하던것처럼 무서운 것도 아니였어.”
썅썅의 말에는 왠지 동경이 섞였고 나는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아까 내 말때문에 영향 받지 마. 주인은 일보러 간 거야. 그리고 꼭 돌아올거야.”
“그때까지 기다릴수 있을까? 우리가?”
“그렇다면 니 뜻은? 가출하자고?”
나는 드디여 이 한마디를 내뱉었고 썅썅은 잠깐 멈칫하다가 오래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 침묵에 이유 모를 분노가 서서히 내 마음 한구석에서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그 분노가 썅썅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썅썅처럼 흔들리는 내 자신의 의지때문인지 감을 잡을수 없었다. 그냥 이유 모르게…아무 이유 없이 슬프고 분했던 것만은 사실이였다.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
나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썅썅은 영문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고양이들은 의리가 없다는 말…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는 말…틀린게 아니였네.”
“…뭐라고?”
“우리가 양심이 없다는 말…이젠 그 말뜻을 알겠어.”
“...”
“애완동물들중에서 왜 우리가 개보다 인기가 없는 것인지...왜 그런건지도 알겠어.”
“부탁하는데 그런 비아냥은 삼가해줄래? 너 혼자 천재 고양이 아이큐를 가진 게 아니잖아.”
썅썅의 눈길도 쌀쌀해졌다. 폭설이 지난 정오의 해나른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따뜻한 빛줄기를 던져주고 있었지만 집안의 공기는 오히려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나와 썅썅은 방금전까지도 서로 얼굴을 비비던 사이였던 것을 깡그리 잊은듯 귀를 뒤로 붙이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누가 개들만이 서로 잘 싸운다고 했던가. 우리 고양이들의 싸움은 이렇게 추호의 준비도 없이 바로 시작되고 결속되는 것 같았다.
“그만하자.”
나는 눈에 힘을 빼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배고프지도 않니? 싸울 맥이 있으면 뭔가 다른 대책을 세우겠어.”
“난 대책을 세웠어. 근데 니가 비난했잖아.”
썅썅은 그때까지 눈의 힘을 빼지 않았고 나는 다가가서 가볍게 썅썅의 수염을 건드렸다.
“화났어?”
“병주고 약주냐.”
“그냥 짜증나서 그랬어. 왜 자꾸 여길 떠나려고 해? 난 여기가 좋은데…그리고 주인도 좋은데.”
“이 모든 건 언제든지 끝나게 되어있어.”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니?”
“난 현실을 정시할뿐이야. 그러는 넌 너무 환상에만 젖어 살고있다고 생각되지 않니? 넌 인간이 우리를 끝까지 책임질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고도?”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보았던 여자와 남자의 다툼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였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서 꼭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였고, 자기 주관적인 생각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킬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였다. 기아와 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러루한 모순들이였고 나는 한참 머리를 쥐어짰지만 그 해답을 찾을수 없었다.
여자와 남자가 없는,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한달은 그런 모순된 심리속에서 어느새 그 끝자락을 보이고 있었다.
......
그날 전화 한통에 달려나갔던 남자는 여자보다 사흘 앞당겨 돌아왔다. 집안에 발을 들여놓던 남자는 흠칫 놀라더니 바로 나가서 번지수를 확인했고 나와 썅썅은 남자 몸에서 풍기는 다소 차거운 눈냄새에 문뒤에 숨어서 숨을 죽였다. 남자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큰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썅썅! 투투!”
썅썅은 미적미적 문뒤에서 앞으로 나섰고 나는 쏘파밑에 숨은채 가만히 있었다. 남자는 집안을 둘러보더니 눈을 찌푸리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그도 그럴만했다. 보름동안 화장실 모래를 갈지 않아서 우리는 부득불 화장실과 방 구석구석에 알아서 해결할수밖에 없었고 집안은 말 그대로 공중화장실을 방불케 했다. 기아에 허덕이던 우리는 썅썅이 짬짬히 나가서 가져오는 길고양이들이 먹는 사료 찌꺼기들과 사람들이 주는 남은 음식들로 허기를 달래며 지냈으며 방 구석구석에는 그런 음식 찌꺼기들이 곰팡이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남자가 망연하게 중얼거리는 틈을 타서 나는 쏘파밑에서 달려나와 방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딱 일초 차이로 나는 남자에게 꼬리를 잡혔고 남자가 조금 힘을 주자 어쩔새없이 도로 끌려나왔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주시했고 남자는 내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투투…왜 이렇게 이뻐진거야. 몸도 살이 올랐고…”
나는 입술을 감쳐물고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았다. 남자는 가볍게 내 턱을 쓰다듬더니 나를 내려놓고 다시 집안을 둘러보았다. 썅썅이 멀찍이 서서 경계의 눈길로 남자를 바라보는 것이 눈에 띄였다.
“오랜만에 봤다고 이렇게 선을 긋다니...”
남자는 푸념조로 중얼거리더니 팔을 걷고 집안청소에 나섰다. 투닥거리는 소리에 뒤이어 청소기가 싸아 소리를 냈고 썅썅과 나는 땅에서 발을 몇번 구른후 쏘파밑으로 숨어들어갔다.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청소기 소리 무서워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남자는 청소를 마치고 우리 잠자리를 바로잡아준 후 쏘파밑을 들여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갔다 바로 올 테니 그동안 천천히 기억 되살려. 나도 반쪽 주인이야. 주인이 돌아왔다. 알았냐.”
쿵 하는 문소리가 지난지 한참 되어서야 나는 쏘파밑을 빠져나왔고 뒤따라 나온 썅썅은 먼지가 묻은 머리를 세차게 털다가 새삼스러운 눈길로 방안을 둘러보았다.
“우와…깨끗하다.”
“역시 사람이 오니 뭔가 틀려. 이래도 가출할 거야?”
내 말에 썅썅은 잠자코 있었고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그날은 내 생의 최고의 날이였다. 비록 여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반쪽 주인이 돌아왔고 썅썅이 가출하려는 마음을 어느정도 돌려세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일 기쁜 것은...그때 내 몸속에는…또 하나의 자그마한 비밀이 행복한 잉태를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
며칠후 남자의 통화에서 우리는 여자의 출장이 연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아마도 한달이 더 있어야 돌아올수 있다는 것 같았다. 썅썅과 서로 시선을 맞추면서 나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달...”
“우리한테는 열달 개념.”
“참으로 오랜 시간이네.”
나는 문득 아득한 기억 저편을 더듬었다. 종이박스안의 작고 마른 고양이 두마리가 몸을 옹송그리고 추위에 떨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코숏이 뭐지?”
“코리안숏헤어의 줄임말, 한국 집고양이가 버림받거나 가출한것이 야생화된 품종, 일명 도둑고양이라고도 하지.”
“도둑...”
“그만큼 쥐잡이에도 제일 능하고 생존능력도 강해. 우리는 러시안블루나 샴고양이처럼 정확한 무늬는 없지만 주황색 줄무늬거나 두가지 다 섞인 삼색이들이 많어. 맞다, 그러고보니 너도 삼색이네…”
“삼색이면 어떤데? 그리고 우린 한국고양이야?”
“그냥 집고양이 명칭인데 어느 나라에 있으면 어느 나라 이름을 붙이는거지. 우리처럼 여러 털이 섞인 고양이들은 보통 집고양이들인데 유독 한국에서 코숏이라는 명칭이 있기때문에 잠시 빌어왔을뿐이야.”
“그렇구나.”
“삼색은 노란색과 검정색이 어우러져 화려한 줄무늬를 말해. 삼색이는 거의 다 암컷이야. 유전자 문제때문에 삼색의 수컷은 태어나자마자 죽거든. 다행이 난 삼색이 아니여서 죽지 않았나봐.”
“...”
“난 앞으로도 죽지 않을테니까 내가 살아있는 한은 꼭 널 찾아갈께.”
...
상념에서 깨어난 나는 바늘에라도 찔린 듯 흠칫 놀라 머리를 들었다.
“오빠…”
썅썅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갑자기 목소리가 메여왔다.
“나한테 오빠가 있었어…내가 여기 온지도 반년이 넘었으니 거의 3년 개념이네.”
“오빠? 너한테서 처음 들어.”
“응…잊고있었어…아니 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을 했나봐…여기 온다음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서 오빠를 잊고있었어…”
오빠…불쌍한 오빠…나를 위해 자는척했던 오빠…언젠가는 나를 꼭 찾아온다던 오빠…
나는 말끝을 흐려버렸고 썅썅은 가만히 나를 끌어안았다.
“오빠는 너랑 닮았어? 어떻게 찾을수 없을까?”
“나랑 비슷한 코숏…눈이 특별히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어. 아참 맞다…얼룩무늬긴 한데 나처럼 삼색은 아니야. 삼색은 수컷이 없대.오빠는 그냥 회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무늬였어.”
“코숏…얼룩무늬…에이 아닐거야.”
썅썅은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급히 머리를 가로저었고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오빠의 마지막 한마디를 떠올렸다.
“내가 살아있는 한은 꼭 널 찾아갈께.”
오빠는 나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감감 잊었는데…오빠는 나라는 동생을 기억하고 있을까…막연한 내 상념은 남자의 통화내용에 의해 중단되었고 남자는 큰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수화기를 귀에 대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는데…투투 말야.”
“…”
“투투 임신한 거 같어.”
저쪽에서 여자가 머라고 했는지 남자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였다.
“그래…이뻐진 거 맞고, 뚱뚱해진 것도 확실해. 동물병원 수의사한테도 문의해봤는데, 확실한 거 같았어.”
나는 고개를 숙였고 썅썅은 흠칫 놀라 나를 보았다.
“투투…진짜야?”
“…”
“내가 잘못 듣진 않았겠지? 임…신?”
“응…잘못 들은 거 아니야.”
나는 비로소 내 몸속의 비밀을 털어놓았고 썅썅은 좋아서 풀쩍 뛴 다음 방안을 빙빙 돌았다.
“임신? 우리한테도 애기가?...”
“응…”
“투투…고마워…투투…우리 투투…”
썅썅은 먼곳으로부터 달려와 덥썩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썅썅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햇님도 우리를 축복하는듯 겨울의 마지막 추위를 거두면서 따뜻한 햇살을 방안으로 들여보냈고 나는 우리가 이런 행복을 유지하는 일이란, 어쩌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정녕 몰랐었다.
내가 잉태한 그것이…나에게, 우리 모두에게…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다주는지를…
그리고 또 몰랐었다.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그토록 가까운 거리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