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비는 주룩주룩 쉬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니칸외란이 숨을 거둔 그날부터, 가을철 장마비답게 줄창 내리는 빗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서은의 입가에 참담한 미소가 어렸다.
뿌옇게 흐린 하늘을 가르며 번개가 번쩍였다. 그녀는 드디어 그날 니칸외란의 임종전 말을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창대같은 비줄기 사이로, 소복을 한 여인의 모습이 언뜰거렸고 그것을 본 그녀의 입꼬리가 서글피 올라갔다.
“아직도 저러고 있느냐.”
“하루에도 몇번씩 저러다 가십니다. 이게 다 소홍 그년때문에…”
령이는 이를 부드득 갈다가 그녀의 눈치를 보며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어찌 아씨님께 그 누명을 씌운단 말입니까…도륜성 성주님이 돌아가신 일이 왜 아씨님 때문이랍니까.”
서은은 시선을 내렸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니칸외란이 역사에 기재된 것보다 일찍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진 않았었다.
명부에 대항하여 기정된 역사를 바꾸려면, 그녀가 알고있는 역사와 다른 사실들이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아무리 탐탁치 않아도 하나의 소중한 목숨인 것을…그리고 후생에 자신과 절친의 인연이 있는, 의지가지 없는 한 여인의 친인인 것을…서은은 창문을 등지고 돌아섰다.
“염습은 제대로 했는지…”
“누가 아씨님더러 그런 것까지 걱정하라십니까. 지금 저희 신세도…”
령이는 그녀를 나무라다 말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께서 잘 해드리겠지요. 그리고 설마 도련님께서도…소홍의 말을 믿으시는 건 아니겠지요.”
서은은 대답대신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여백의 반응이 머리에 떠올랐다. 니칸외란이 숨을 거둔후 나치야가 침상에 엎드려 통곡을 하고있을 때, 뒤늦게 도착한 의원을 부여잡고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이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왔어도…며칠은, 아니 몇달은 더 사실수 있습니다! 대체 누가 저희 아가씨를 이토록 저주하는 건지…약에 손을 쓴 것도 모자라 의원까지 지체시키다니…이렇듯 원통하니 저희 성주가 어찌 눈을 감겠습니까!”
“소홍아, 함부로 말 말거라.”
나치야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고 소홍을 꾸짖었다.
“아버지 넋이 아직 멀리 가지 않으셨다. 그러니 아버지 가시는 길 방애하지 말거라.”
“이 일을 소상히 밝히지 않으면 성주님 넋은 줄곧 여기를 떠돌며 제대로 환생도 못하실 것입니다. 꼭 그 억울함을 낱낱히 밝히셔야 합니다.”
소홍의 말에 의원은 머리를 기웃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누가 약에 손을 쓰다니요…어디 그 약을 한번 볼수 있겠습니까.”
“장의원님.”
이여백이 차분한 어조로 의원의 말을 잘랐다.
“의원님은 오래전부터 저희 집에 자주 오시기에 잘 아실 겁니다. 총병부에는 사악한 사람이 없습니다.”
“도련님은 왜 이 일을 덮으려 하십니까! 만일 제가 헛소리를 했다면 총병님이 오시는 날 제 목을 내놓을 것이니 부디 그전에 그 간악한 사람을 사출해 내주시옵소서!”
소홍의 말에 나치야는 눈물어린 시선으로 이여백을 보았다. 서은도 그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의원님께 약을 보이십시오. 저 또한 이 일을 통해 소홍의 의심과 원한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이여백은 대체 너까지 왜 이러냐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들이 지체하는 사이 소홍이 장의원에게 약을 가져다 보이고 말았다. 약 부스레기를 집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입안에 조금 넣어서 혀끝으로 맛까지 본 장의원은 얼굴을 흐렸다.
“이건…”
“비상이 섞였습니까.”
소홍의 말에 이여백이 그녀를 보았다. 장의원은 절레절레 머리를 젓다가 이여백에게 얼굴을 돌렸다.
“혹시 성주님께서 각혈 증세를 보였습니까.”
“네…며칠전 약을 복용한후 그런줄로 알고있습니다.”
“소인의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성주님께선 페결핵으로 인한 병증때문에 줄곧 약을 술에 개어 복용하신 걸로 알고있습니다.”
장의원의 말에 나치야가 머리를 쳐들었다.
“네, 맞아요. 아버지는 줄곧 도륜성에서 지어오신 약을 술에 개어 복용하셨습니다.”
“그럼 틀림없습니다.”
장의원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의서에 이르기를 술에 호두를 섞어 먹으면 각혈한다고 합니다. 이 약에 호두가 들어있어 병환이 심해진 걸로 아뢰옵니다.”
“그럼 모든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소홍이 기다렸다는듯 급히 입을 열었다.
“그날 둘째아씨께서 주방에 들려 음식을 만드셨다 들었습니다. 그때 광에서 식재료로 언감자를 꺼낸후 간식 용으로 호두까지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날 난 언감자만 썼을뿐이다. 호두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날 일은 령이가 증명할수 있다.”
서은의 말에 소홍은 흥 하고 냉소했다.
“령이는 아씨님의 심복이온데, 이런 일에 어찌 아씨님을 편들지 않고 공정한 말을 한다 생각하리까.”
서은이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나치야가 비칠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그러셨습니까…”
“나치야, 전 아닙니다.”
서은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녀는 초점 잃은 나치야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가로저었다.
“호두와 약의 일…저와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아가씨, 그것외에도 제가 아까 똑똑히 보았습지요. 군졸이 의원을 청하러 가는 길에 둘째아씨를 만나 한참은 지체하고 있었던 걸요.”
소홍의 말은 붙는 불에 키질하는 셈이 되었다. 나치야는 또 한번 비칠거렸다.
"당신…그렇게도 제 아버지가 미웠군요."
"나치야..."
"그러고도 잘도 제게 아황과 녀영을 효칙하자 했었지요…결국 이런 수단을 쓰실 것이면 애초에 왜 그런 말로 사람을 미혹했던가요..."
“나치야…제가 왜 성주님을 해치겠습니까.”
서은의 변명은 나치야의 흥분을 눅잦히기엔 너무 부족한 듯 싶었다.
"전 그래도…당신을 믿었습니다. 저 헤투알라성의 누르하치의 총애를 다투는 여인들보단…당신은 근본부터 다를줄 알았습니다."
"..."
"하지만 이젠 알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들보다 다르다는 건…당신은 그들보다 한수 위이기때문에 다르다는 걸요…"
“나치야…저는 절대 아닙니다.”
서은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고, 나치야는 우멍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애초에 헤투알라성에서 맹고의 방에 침입할 때부터, 저는 알아야 했습니다. 당신은 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요."
"나치야, 제발 좀..."
"제가 없어지면 되겠습니까…그렇 듯 획책을 하실 필요 없이…제가 사라져주면 되는 일 아닙니까."
문득 말을 중단한 나치야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누가 미처 어쩔사이 없이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침상의 기둥에 들이박았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스르르 아래로 미끌어졌다. 소홍은 멈칫했다가 방안이 떠나갈새라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아가씨!!!차라리 이 몸도 데리고 가시와요!!!이 살벌한 세상에 한시라도 남아있기 싫으니…”
말을 마친 소홍이 나치야를 따라 기둥에 머리를 들이박으려 하는 것을 이여백이 재빠르게 제지했다. 그의 손이 언뜰하자 소홍이 바닥에 가 쓰러졌고, 그는 나치야를 일으킨 후 아연해 서있는 서은에게 시선을 주었다.
“먼저 방에 돌아가있거라.”
“서방님…”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아무 행동도 하지 말고."
"...!"
"당신 마음 내키는대로 한 결과가 바로 이런 것인가.”
냉정한 어조였다. 그녀를 의심하거나 질책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히 그녀를 무너뜨릴 말들이었다.
설마…그녀 마음속에서 그 무언가가 쿵 하고 소리를 내더니 산산히 부서진다. 그녀는 얼굴이 핼쓱해졌다.
“다 저때문에…”
이여백이 착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문득 그녀의 머리속에서 큰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바닥없는 절망에로 빠져드는 그 때, 그녀의 머리속에는 단 한마디 무기력한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죄송해요…”
이윽고 숨을 고르게 내쉬며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눈안 그들먹히 눈물이 차있었다. 드디어…드디어 그의 걱정과 충고가 머리에 떠올랐다. 이제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수 없는 간격이…그녀와 그 사이를 가로질러 있었다. 그녀는 아스라이 눈을 감았다.
“정말 죄송해요.”
그가 침묵하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객청을 나온 그녀에게 차거운 비가 내리퍼부었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달과 별도 자취를 감췄고, 그녀는 차거운 빗방울을 온몸으로 받으며 중얼거렸다.
“나때문이군…내가 와서 변한 세상이군…내 존재때문에 생기는 나비효과나 평행우주일지도 모르구요. 나치야의 운명도…니칸외란의 죽음도…그리고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저 사람의 마지막까지도. 어쩌면 다 나때문에.”
칠흑같은 어둠속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돌연 그녀가 담담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비속에 서있는 누런 연잎들마저 고개를 숙일 정도로 참담하고 처연했다.
“염라대왕…제가…졌어요…하지만 당신도 날 이기진 못해요…전 저 사람의 마음을 가지지도 않을 것이고, 제가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역사를 완성시키지도 않을 거에요.그러니…그러니 결국 우린 누구도 이기지 못한 거에요…”
……
“그날 아씨님이 비를 맞고 들어오신 후로 나치야 아가씨는 매일 저렇게 소복을 하고 와서 한참 서있다 가군 합니다…이젠 저 아가씨의 눈빛만 봐도 섬뜩합니다. 꼭 마치 우리가 무슨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 양…”
령이의 투덜거리는 말도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이제는 결심을 내려야 했지만 아직 마지막 미련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사실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 멀리 가버리고 싶다. 그를 위해서라면,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면…설령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적한 산이나 절에 가서 평생 홀로 살더라도…더이상 자신으로 인해 피해보는 사람만 없다면…그걸로 만족하리라.
사사로운 이기심을 죄악으로 여길줄 알고, 내것이 아닌 것을 내려놓을줄 알아야...비로소 명부와의 싸움에서 온전히 이기는 것이리라.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문밖에서 시비가 아뢰는 소리가 들렸다. 문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령이가 조용히 물러나갔다. 그녀는 문을 등진채 가만히 서있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용기가 없다.
“출빈은 끝내셨는지요.”
그녀의 물음에 그의 대답 또한 등뒤에서 전해왔다.
“유언대로 조용히 처리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치야는…”
“시간을 좀 줘야겠구나. 친인을 잃은 슬픔이 짙어 쉽게 돌아서지 않으니.”
“정녕 니칸외란의 일을 요동에 알리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그녀의 마음은 모순투성이다. 니칸외란의 죽음을 알리면 요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몽고의 대거 침범이 있게 된다면 요동의 백성 또한 전쟁의 도탄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르하치가 니칸외란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는 나치야의 마음에 지울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그녀의 복잡한 마음을 알아차린 듯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너무 오래 끌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알릴락말락 고개를 끄덕였다. 니칸외란의 죽음을 알리는 즉시 그녀가 알고 있는 역사에는 변화가 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의 운명은 어찌 변할까. 그녀 또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녀는 시선을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열려진 창문으로 차거운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그녀는 오싹 몸을 떨었다. 그러다보니 그가 어느새 뒤에 와있는지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감아왔을 때에야 살짝 몸을 떨었을 뿐이였다.
“힘들구나.”
그가 그녀의 목뒤로 얼굴을 묻었다. 그 다정한 행동에 그녀는 가슴을 저미는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를 위해 아픈 마음, 그리고 그의 다정함조차 위로가 되지 않은 마음, 그래서 그녀의 입밖으로 나온 말은 여전히 냉랭했다.
“저를 의심하지 않으려니…힘드신 겁니까.”
그의 몸이 잠깐 경직되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은 그의 손에 함이 가해졌다. 그리고 방금전 잠깐 보였던 약한 모습을 거두고, 다소 딱딱한 말투로 그가 말했다.
“참으로 고집불통이구나, 넌.”
“…”
"너의 지혜가 출중하다는 걸 안다. 네가 앞일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다 나를 위한거란 것도 안다. 내가 또 무엇을 알고있지?"
"..."
"그래서 설사 네가 그 어떤 수단을 썼다 해도, 그에 대해서 난 추호도 질책할 생각이 없다. 너니까, 너란 사람이 의도한 거니까. 그게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다 나를 위한 것임은 분명하니까.”
“...”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 너의 사내에게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말할수 있지 않겠느냐."
"이젠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녀가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녀는 알고있었다. 지금 자신의 말과 행동들이, 점점 그와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고요한 분노가 등뒤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대체 언제까지 날 밀어낼 것이냐?”
하아...
깊숙하게 끌어올린 숨을 그녀가 길게 내쉬었다. 스르르…고개가 떨구어졌다. 그리고 굵은 눈물 한방울이 툭…하고 손등에 떨어졌다. 그녀는 바로 그것을 감추고 다시 아름답게 웃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잠시 바람을 쐬고 싶습니다."
"장례가 끝나면..."
“수렵을 나가신 오라버니가 이리 오래동안 돌아오시지 않는걸 보면…요동의 산천 경개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봅니다. 이참에 저도 나가서 바람을 좀 쐬고싶네요.”
그가 그녀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그 선연한 시선을 받아당하지 못하고 그녀가 고개를 수그렸다. 고개숙인 그녀를, 그가 다가와 따뜻한 품으로 껴안아 주었다.
“그래…다녀오거라. 대신 한가지 부탁이 있다.”
“밀씀하세요.”
“다시 만나게 되면…예전대로 돌아와 주겠느냐.”
“…”
“의도하고 냉담하게 군 건 아니다. 하지만 네 마음이 이리도 닫혀있구나. 그러니 바람을 쐬고 오면 우리…모든 걸 털어놓고 서로 투명해질수 있겠느냐.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수 있겠느냐.”
“…그리 할께요.”
“약속할수 있겠느냐.”
“약속…할께요.”
그가 간만에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잠깐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다시 그녀의 이마에 다정하게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시선을 들었다. 살짝 웃어보였지만, 그 웃음의 끝이 쓰렸다.
“그만 가보세요. 제 가마 준비도 해주시고, 당신이 처리할 일이 아직 많을 거에요.”
"알았느니. 방금 한 약속, 잊지 마라."
그가 몸을 돌려 방을 나선 후에, 그녀는 바로 그 웃음을 거두어들였다.
틈을 주지 않는 괴로움과 슬픔이, 그가 가버린 빈 공간을 장악한다. 그녀는 솟구치는 오열을 한껏 억누르고, 눈물을 머금은채 문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젠 아무 미련없이...떠날수 있을 듯 합니다..."
그가 아무 탈 없이…지내기만 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을.
죽어도, 죽을만큼 괴로워도 그의 비극적인 운명을 바로잡을수만 있다면...
사력을 다해 괴어오르는 슬픔을 몸속으로 밀어넣으며, 그런 다짐을 가슴에 새긴다.
......
자정이 지나고 바야흐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비가 그쳤는지 처마밑 마루바닥에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청량한 아침을 열고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서은은 손수 단장을 하고 옷가지 몇벌로 간단한 행장을 꾸렸다. 문밖에 가마를 대령했다는 시비의 통보가 들리자 령이는 울먹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녕 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실겁니까.”
“잠깐 나가 바람을 쐬겠다는데 웬 앙탈이냐.”
차마 령이의 얼굴을 돌아다보지 못한 채, 그녀가 무심한 듯 말했다. 령이는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다. 머리를 돌려보니 령이의 얼굴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공허한 표정이었다.
“언제면 돌아오시겠습니까.”
“글쎄, 마음이 좀 비워지면?”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며, 그녀는 문밖을 나섰다. 그리고 머리를 돌려 다시 령이를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이젠 내 걱정만 하지 말고, 네 자신을 위해 살 때도 되지 않았더냐.”
“상관하지 마십시오. 그건 다음생의 일입니다. 이생에선 제가 마음 먹은대로 살 것입니다.”
령이가 고집스레 말했다. 그런 령이에게 빙그레 웃음을 남기며, 그녀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멀리 언뜰 하는 하나의 흰 그림자를…그녀는 잠깐 주춤했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이만 가봐야겠다.”
“도련님은…배웅도 안하신답니까.”
령이가 불만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마음이 크게 꿈틀했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어제 작별인사를 드렸다. 지금쯤 많이 바쁘실 것이니 경동하지 말아라.”
령이가 머리를 끄덕이자 그녀는 가마에 올랐다. 교군군들이 발걸음을 떼자 가마가 흔들렸다. 흔들거리는 가마의 움직임에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이게 최선인 거야.”
그녀는 자신의 치마자락을 힘주어 움켜잡았다. 손등에 파란 힘줄이 보일만큼. 잠시후 긴 숨을 들이쉰 후 그녀가 말을 내뱉었다.
“봉선각에서 잠깐 멈추게.”
얼마 안지나 교군군들이 걸음을 멈췄고, 그녀는 가마문을 젖히고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잠시 들려가야겠으니 밖에서 기다리게.”
“네에, 아씨님.”
그녀는 가마에서 내렸다. 그녀의 눈앞에 정갈한 누각이 보였다. 그녀는 얼굴 한가득 쓸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가을 바람을 타고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리라.
“이게 뉘십니까. 어찌 연통도 없이…”
그녀가 천천히 누대위로 올라가자, 망사로 얼굴을 가린 봉선이 그녀를 반겨 맞았다. 그녀는 봉선을 향해 살짝 머리를 숙여보였다.
“봉선이 혼례식 준비로 노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으나, 그동안 제대로 인사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아씨님을 위한 일이라면 견마지로를 다할 터인데 한낱 혼례 준비겠습니까.”
서은은 봉선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면 한가지 부탁만 더 들어주시겠습니까.”
“분부만 내려주시지요.”
“문밖에 총병부의 교군군들이 있습니다. 교군군들에게 이것을 주고 각자 제 갈길을 가라 해주셨으면 합니다.”
봉선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돌려 시비에게 여차여차 하라고 지시했다. 시비가 누대를 내려가자 봉선은 그녀의 손을 끌어 자리에 앉혔다. 봉선의 눈빛이 유난히 서글프게 보였다.
“봉선이 일찍 그런 말을 했었지요. 옷과 가마를 증정할 때에, 봉구황을 들려준 은혜를 갚는다고…”
“저 또한 기억하고 있습니다. 봉선이 말했었지요. 그 일 후엔 아무 일도 관여치 않으시겠다고…하지만 봉선은 누차 그 약속을 깨고있습니다. 저는 봉선에 대한 고마움보다, 봉선이 약속을 깨는 그 이유가 더 궁금합니다.”
서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봉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거문고 앞에 다가갔다. 뒤이어 여느때보다 더 슬픈 봉구황이 누각위에 울려퍼졌다. 앉아서 가만히 그 곡조를 듣던 서은은, 한참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줄곧 그분을 밀어내는 것입니까.”
봉선의 손이 흠칫하더니 곡조가 멎었다. 서은은 얼굴을 가렸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윤곽을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어차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입니다. 이런 저한테 말하지 못할 것이 또 무에 있겠습니까.”
“다 버리고 떠나신다면서, 물어볼 것은 또 무엇입니까.”
봉선의 목소리는 분명 떨리고 있었다. 서은은 낮은 한숨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번에 옷과 가마, 그리고 혼례식 준비까지 도움을 받은 후로, 자고로 총병부와 인연이 있는 명문가 치고 금기서화에 정통한 여식중에 나이가 상당한 사람이 누가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짚이는 분이 계시더군요.”
“…”
“바로 전 우검도어사(右佥都御史), 해서(海瑞) 해청천(海青天)의 천금(千金)입니다.”
봉선이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서은을 한참 보다가, 맥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어떻게 알았냐구요…”
서은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건, 제가 당신이 줄곧 밀어내고 있는 그 사람의 진짜 신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바로 해청천어사님을 중용해주신 장재상 대감의 아들 장무수니까요.”
서은은 빙긋 웃으면서 봉선의 눈을 바라보았다.
"장무수 그분은 일찍 해청천어사의 고향, 즉 봉선이 있는 곳에 가서 과거시험에 참가하여 급제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해청천 나으리는 과거를 주관하는 관원에게 서신을 보내, 비록 장재상의 아들이라 해도 절대 부정을 범하지 말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셨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
"이를 안 장재상은 해청천어사 댁에 순안어사를 보냈고, 순안어사가 해청천어사의 댁을 방문한 다음 장재상은 청렴결백한 해청천어사께 오히려 후한 상을 내리셨다는 일화도 민간에 퍼졌었지요."
"..."
"봉선과 장무수의 혼약은 바로 그때 순안어사가 이어준 것이 아닙니까.”
“그것까지 아시는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후에 장무수는 장재상 일가가 당파싸움에 의해 청산을 당하자, 성과 이름을 바꾸고 문을 무로 바꾸어 지금은 다른 신분으로 세상을 살고있습니다…물론 이것은 봉선이 더 잘 알고있겠지요."
"..."
"장재상이 세상을 뜨고 그 자손들이 흩어지자, 해청천어사는 분명 장재상댁과의 혼약을 파기하고 다른 집에 허혼을 했을 것입니다. 당신은 아버지의 핍박을 피하고자 이름과 얼굴을 속이고 신분까지 바꾸어 이 먼 북방에까지 장무수를 찾아왔을 것입니다."
"..."
"장무수를 다시 만난 당신은 그의 첩자로 광녕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고, 애초에 이 봉선각에서 음률을 운운하며 이도련님을 난감하게 군 것 역시 장무수의 지시를 따른 일이였습니다.”
“공주님…”
"당신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오로지 당신의 그 사람을 위해 한 일입니다. 장무수와 이도련님의 오해가 풀리자 당신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옷과 가마를 증정한 것도 바로 그때였지요."
"..."
"다만 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서은은 가만히 앉아있는 봉선의 몸에서 풍기는 그윽한 사향 냄새에 잠깐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이도련님을 유혹하는 일에도, 저를 돕는 일에도…아무런 주장도 없이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당신은, 어찌하여 그 사람의 무기로 휘둘리는 삶을 살고 있는 건지."
“…”
“불원천리 찾아왔으면 그 사람과 인연을 맺고자 한 일이 아닙니까. 어찌 허구한 날 쓸쓸히 봉구황만 켠단 말입니까.”
“공주님께서…모르실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봉선은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녀의 앞에 바싹 다가와서 천천히 손을 자신의 얼굴로 올렸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자 그녀의 얼굴에서 망사가 스르르 미끌어져 내렸다.
서은은 눈을 올롱히 떴다. 세상을 저주하는 듯한 참담한 얼굴로, 그녀가 서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크게 웃었다.
“이제는 제게 묻지 않으실테지요…제가 왜 그 사람을 밀어내는 지를.”
……
“오로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임을…그 사람은 알기나 할까요.”
달빛 희미한 누각위에 두 여인의 고운 그림자가 길게 비쳤다. 낮에 이어 계속되는 두 사람만의 속삭임이었다. 망사를 다시 착용한 봉선을 향해, 서은이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짐짓 침착한 웃음이었지만, 그 웃음속에는 쓸쓸한 자조가 섞였다.
“제게 묻지 마십시오. 그게 힘들어 떠나는 사람입니다.”
“정녕 이대로 총병부를 떠나시겠습니까.”
봉선이 서은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까이에서 가만히 바라볼수만 있어도…행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살아갈 용기를 다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 비해…공주님께서 너무 성급히 결정을 내리시는 것이 아닌지…”
“…”
“송구하옵니다. 저는 다만 공주님께서…후회 없는 걸음이 되시길…”
“오늘 달빛이 참 좋네요.”
그만 말하라는 듯 봉선의 말을 자르며, 서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무수한 별들이 깜빡이는 가운데 눈가루처럼 하얀 은하수가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녀는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제게 봉선이 들어보지 못한 곡조가 있으니, 어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귀 기울여 들을까 합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서은은 걸음을 옮겨 천천히 거문고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봉선의 눈을 바라보며, 거문고 앞에 좌정하고 앉아 두손을 올렸다.
곧 바람에 흔들리는 청량한 달빛에, 물을 스치는 듯한 맑고 투명한 곡조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보게 되는 그날
모든걸 버리고 그대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수가 없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다시 올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데도 후회하지 않죠 영원한 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할수가 없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테죠
먼길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생에 못다한 사랑 이생에 못다한 인연
먼길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이선희 "인연"
“참으로 듣기 좋은 천상의 곡조군요…그리고 참으로 풀기 어려운 그 정(情)자 군요.”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봉선이 탄식조로 말했다.그리고는 서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너무 미묘하고 아름다워서 이 세상 곡조같지 않군요."
"네, 바로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세상의 곡조는 아닙니다. 오랜 시간뒤에, 아주 오랜 시간뒤에 만인의 사랑을 받게 되는 곡조입니다."
그녀의 말에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봉선이 말했다.
“제가 공주님이라면, 굳이 이 길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
“어차피 맺지 못할 인연이라면, 왜 서로를 만나게 했겠습니까. 떠나지 않고 차라리 하늘의 뜻을 묻고 싶습니다.”
“오십보가 백보를 웃지 마십시오.”
거문고에서 손을 떼고, 서은이 나지막하게 웃었다.
“그러는 봉선은 왜 지금 하늘의 뜻을 묻지 않습니까.”
“제가 물어봐야 하는 건 하늘의 뜻이 아닙니다. 사람의 뜻입니다.”
봉선이 서글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내리더니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줄곧 그 용기를 내지 못했을 뿐이구요.”
서은이 그녀를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고 할 때였다. 문득 누군가 누각위로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밤잠을 재촉하는 시비인가 싶어 머리를 돌리던 서은은 그만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한밤중에 봉선각을 방문한 사람이 단지 하얀 소복차림이기때문인 것은 아니었다.
“나치야…여긴 어떻게…”
나치야는 핼쓱한 얼굴에 한가닥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니칸외란이 죽은 다음에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웃음이였다. 봉선이 의혹어린 시선으로 나치야를 보았다. 하지만 나치야는 봉선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서은에게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한밤중에 이렇게 외람되이 찾아와서 송구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왠지 아득한 먼곳에서 울려오는 듯 싶었다. 서은은 그녀를 뚫어져라 보았다. 하지만 나치야의 얼굴은 아무런 기색도 없이 담담했다.
“우연히 거문고 소리에 이끌려 왔으나, 이 불청객이 두분의 흥을 깨뜨렸을까 걱정입니다.”
“괜찮습니다. 다만 나치야 당신의 몸이 염려되어…”
서은이 나치야에게 자리를 권하자 봉선은 차를 끓이러 누각을 내려갔다. 나치야는 서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번 더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무례를 범한 죄 용서하여 주십시오. 공주마마.”
"나치야..."
"공주마마와 아버지의 임종때 대화를 제가 문밖에서 들었습니다."
"..."
"그동안 귀인을 알아보지 못한 죄, 그리고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눈이 어두워 공주마마를 억울하게 한 점 사과 드립니다."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당신이 괜찮기만 하다면…그동안 얼마나 상심이 크셨겠습니까.”
서은의 따뜻한 말에 나치야의 눈에 문득 눈물이 그들먹히 차올랐다.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공주님께서 저때문에 총병부를 나온 줄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총병부로 뫼시러 따라온 것입니다.”
“그건…당신때문이 아니라…정확히는…”
서은은 일시 할말을 찾지 못했다. 대체 어떤 말을 했을지 몰라 그녀는 나치야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나치야가 빙그레 웃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처음으로 화기로운 홍조가 꽃처럼 피어났다.
“공주님도 근래 얼굴이 많이 상하셨군요…그런 약한 몸으로 어디를 그렇게 다니려 하십니까.”
“…그냥 잠깐 바람을 쐬고 싶었습니다.”
“내일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7일이 되는 날입니다. 아버지 유언에 따라 세상에 알리지 않더라도 근처 절에 가서 명복을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공주님께서도 내일 같이 가지 않겠습니까.”
“제가요?”
"제가 잘 알고있는 인근의 유명한 절입니다. 이참에 아는 스님께 빌어 공주님의 호신부도 하나 챙겨드리리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만..."
"귀한 몸이 밖에 돌아다니시려면 사기를 물리치는 호신부 하나정도는 있어야 하겠지요. 연후에 공주님께서 저와 함께 총병부에 돌아가시든, 다시 다른 곳으로 바람을 쐬러 가시든 저는 더이상 막지 않겠습니다.”
서은은 말없이 나치야를 바라보았다. 이 후생의 자신의 절친한 벗을…하지만 이생에는 자신을 싫어할수밖에 없는 그녀의 입장을…
어쩌면 지금부터 새로운 우정의 시작인 걸까.
서로의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한순간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
서로의 어색함과 부담감을 덜고 좋은 추억을 남길수 있는 것이.
그녀와 나치야의 후생의 인연 또한 지금 그녀의 결정에 달린 걸까.
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