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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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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작성일 : 19-10-05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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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은 내가 잠들때까지 기명오빠는 오지 않았다. 혹시나 기준오빠가 찾아올까

 그것도 걱정이 됐었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이른 아침에 누군가 깨우는 통에

 일어났더니 뜻밖에도 기준오빠였다. 오빠를 보고 나도 살짝 당황스럽기는 했다.

 아무래도 어제 일 때문에 그런가- 여전히 신경쓰이고 마음에 걸려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잠은..잘잤고?"

 

 차트부터 점검을 하고 있길래 그거 기명오빠가 하는거 아니었냐고 물었다.

 

 "어, 오후부터 있을거야. 아버지한테 잠깐 가있어. 그 말 나온김에.. 어제 니가

 기명이한테 준 그림 기억나?"

 

 왜 기억나냐고 묻는거지? 당연히 내가 그린 그림인데.. 기억 못할리가.

 

 "그게 말이죠 오빠.."

 

 내 말을 채 듣지 않고 체온만 마지막으로 재면 된다며 귀에 체온계를 쑥 넣고는

 미열이 조금 있다고 했다. 아뇨, 저기 제 말도 좀 들어주시죠..?

 

 "음..오후에 기명이 오면 열 있다고 꼭 얘기해줘, 두시쯤 수술 잡혔더라. 그 전엔

 올거니까 말야.. 그리고, 그 그림 속 여자.. 어제 내가 물어봤을때는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했었잖아? 근데 왜 내가 가고 나서 그 그림을 그려서 기명이한테

 물어봤어?"

 

 어..흠..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하는데 내가 안 괜찮고 내가 어떻게 말해야 될지를 모르겠다구요.

 진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빠가 내 옆에 있을때는 안보였어요. 근데 오빠가 나간다고 했을때

 그때, 그냥 서서 인사를 하더라구요.. 그리곤 오빠 뒤따라 나가버렸고..

 길게 본게 아니라서 최대한 그려보기만 한거였어요.."

 

 그 말을 듣고 있던 기준오빠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구나..

 

 "얼굴은..어때보였어? 뭐.. 미안하다. 내가 별.."

 

 어떻다라고까지 말할 건 없었는데.. 그냥 편해보였다고나 할까.

 

 "아니에요. 저도 뭐 자세히 봤다면.. 말하겠지만- 그런게 아니라서 저도 대답할

 수 있는게 굉장히 제한적이라는게 미안하네요.."

 

 그 대답을 하는데 귀에서 다시 삐-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틀어막고

 인상을 찡그렸다. 어제 한번, 오늘 한번? 아 진짜 이게 뭐지..

 기준오빠가 괜찮으냐고 묻는 질문에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내 눈에 안보이는

 영들의 장난이라면.. 어차피 검사해도 결과는 이상없음으로 나올테니까.

 

 "그 애가.. 교통사고로 죽은 내 여자친구인데.. 사실 어제 너랑 얘기했을때도

 반신반의 했고, 기태얘기도 거의 믿지는 않았지. 또 그게 우연일수도 있고-

 또 기명이가 기태얘기를 하고도 깜빡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그런데.. 어제

 기명이가 가져온 그림 보고서 의심했던 내가 미안해지더라고.."

 

 말하는 두 눈이 쓸쓸하다. 누군가 따뜻하게 위로라도 건넨다면 터져버릴 눈물을

 꼭 부여잡고 있는 느낌이다.

 

 "보고싶고 그리우면.. 찾아가요. 납골당이라도 있을 거 아니에요?"

 

 잠깐 반짝했던 기준오빠의 눈이 무엇인가 생각난 듯 다시 실망한 눈빛이 됐다.

 

 "나 만나러 오다가 사고가 나서 그렇게 된거라.. 그 친구 부모님이 더 이상은

 엮이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납골당인지 무덤인지.. 그것조차도 몰라.."

 

 ..! 그럼 그 여자는.. 오빠가 못오니까 자기가 대신 온거구나? 어제 그 여자의

 느낌이 어렴풋이 느껴지려고 했다.

 

 "아가- 괜찮으냐?"

 

 오후쯤에 오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침일찍이라니. 그리고 신엄마가 나타나자

 마자 잠시나마 희미하게 느껴졌던 여자의 느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누구..?"

 

 기준오빠가 당황한 얼굴로 물어보는데 여차저차 그렇게 됐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자 자리를 비워주겠다며 나갔고, 신엄마가 그 자리에 앉으셨다.

 

 "어쩌다가,무슨일로 이렇게까지 된건지 안물어봐도 알겠구나. 아무리 그 영가가

 한이 많고 억울하다고 해도.. 그 사람을 조종해서 널 해치려고 했다는건 말이

 안되는 일이니.. 결국은 그 사람이 사단을 낸게로구나. 쯧쯔... 한심한 인간

 이로다.. 저 때문에 죽은 영가가 어째 네 탓이 될 수 있는지..불쌍하고 한심하다

 내 그런 탓에 은중부(恩重符)까지 드리고 갔건만.. 어떤이에게 그렇게 깊은

 원한을 사서 .. 혹시 어디가 불편하거나 갑자기 이상해진곳이 있지 않느냐?"

 

 순간적으로 내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물론 내가 신기해하거나 무서워할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 한번 밖에 못보셨는데..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본대로, 사실 그대로 말씀을 드렸고- 가지고 오신 보따리 같은것을

 풀어 펼치시더니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파란천에 있는것은 '양벽부(禳辟符)'라고 재액을 막기 위한 부적이고, 초록색천에

 있는 것은 '수호부(守護符)', 노란천에 있는'호신부(護身符)'와 같이 써야만 하는

 것이다. 부적함을 가져왔으니 쓰임이 없을때는 여기에 넣어 부적의 힘이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네 몸을 상하게 한 그 사람에겐 이 부적을 각각 한장씩 접어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물건에 넣을 수 있도록 하면 될것이다. 그리고 그 불편한 손이

 낫고 싶거든 죽은 사람의 가족을 만날 수 있느냐 물어보거라. '묵은진오귀'굿을

 하게 되면 더 이상은 네 탓을 하지 못할테니... 애꿎은 네게 화풀이를 한것은

 나도 용서하기 싫다만.. 낫지 않으면 계속 네 탓만을 할테니 낫게 해주고 내가

 직접 설명을 하마. 그러니 그것만 잘 알아보고 내게 말해주거라. 빠를수록

 좋단다. 그리고 이것은 '무주(巫呪)'란다.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것인데 잘 읽어보거라. 아마 눈으로 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떻게 해야 하는것인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자주 와서 기를 잡아주마. 그리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있지 않아도 된단다."

 

 내 어깨를 꼬옥 안아주시며 토닥거리셨다. 앞으로는 '대무(大巫)'님이라 부르면 된다

 하셨다. 무슨 뜻인지는 차차 알게 되겠지.. 내 손을 꼭 잡고 몇번이나 당부를

 하시고는 일이 있으시다며 자리를 뜨셨다. 이어 기준오빠가 내내 밖에 있었는지

 나가시자마자 바로 병실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시가 다 되어가고..

 

 "동생아, 혹시 있잖아. 그 애가 있는곳을.. 알 수 있을까? 물어보면 대답할까?

 안되면 당연히 어쩔 수 없지만.. 방법이 있다면 말이야"

 

 이 오빠.. 밖에서 내내 이 생각만 하고 있었겠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면

 말해주겠다고 했다. 잠시나마 표정없던 얼굴이 활짝 펴지는걸 봤다. 안될수도

 있다는 말도 함께 했지만 그런말은 안들리는 듯 했다. 회진 돌아보고 오겠다며

 나가버렸다. 그게 궁금해서 기다렸던거구만. 하긴.. 얼마나 그리우면 저럴까.

 아! 기명오빠 진짜 안오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오빠가 먼저 치고 들어와서

 깜빡해버렸다. 간호사분들이 꽤나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체온재고, 혈압체크,

 링겔도 바꿔달고.. 뭔진 모르겠지만 나까지 바빠야만 할 것 같았다.

 거의 수술 들어가기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기명오빠가 들어왔다

 

 "미안! 아버지랑 얘기가 꽤 많이 길어져서 말야. 큰형이 왔다 갔어? 내가 부탁

 했었는데- 아아, 미열이 있다고 들었는데 체크는? 아까 누가 했어?"

 

 정신없이 이야기하는 통에 나도 같이 어수선해졌다. 아까는 간호사들 때문에

 그랬는데 오빠 혼자로도 충분히 정신없게 만들어버리니 원.. 만난김에 전해줘야

 겠다 싶어 아까 받았던 부적을 건넸다.

 

 "이게 뭐야?"

 

 이제야 좀 진정이 됐는지 부적 세장을 받아들고는 뭐냐고 물었다.

 

 "기태오빠가 자주 쓰는 물건이나 지갑에 넣어두세요. 아마 손 불편하던게 조금

 나아질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혹시 '서희민'이라는 분.. 가족분들에 대해

 좀 아는게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세요. 그 사람의 혼을 걷어 이제 이승과 끝맺어

 줘야 산사람도, 망자도 더 힘들지 않을테니까요. 마지막으로. 기태오빠 말이죠

 하프는 꽤 잘 타던 사람이었어요?"

 

 손을 다치기 전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뭐 아예 실력이 없는데 부모님

 돈지랄로 학교를 진학한 건 아니구만? 교수님들도 탐을 냈다고 하는 거 보면

 나를 탓하는 그 원망의 깊이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닌 듯 했다. 기명오빠가 시간이

 다 됐다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주사바늘이 링거에 꽂히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

 

 눈을 떴을때는 팔을 수술했을때보단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숨쉬기가 조금

 버거웠다. 눈을 천천히 떴고 주위를 살폈다. 내 손을 잡고 이마에 댄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아버지는 다른 의사들과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이고.. 손 끝의 감각을 잡아내지 못해 꽤나 애를 쓰고 있었다.

 '까딱' 하고 간신히 움직였을때 내 손을 잡고 있던 어머니가 놀라서 고개를

 드시고는 연신 괜찮으냐며 묻고 계셨다. 대답은 하고 싶은데 이 산소호흡기가..

 

 "괜찮으니? 못깨어나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일주일을 꼬박

 여기 누워만 있었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아버지도 달려오셔서는 동공체크를 해 보시고는 고비를 넘겼다며 다행이라고

 가봐도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혹여나 있을 뇌출혈도 걱정을 하셨다는데..

 그럴만도 했다. 거기서 떨어지면서 몸 성한데도 없었는데 머리라고 안다쳤을까.

 어머니랑 무슨 얘기를 하시는데-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다 알아들을수는 없다.

 

 내가 깬것을 보시고는 기명오빠가 들어오고 두분은 나가셨다.

 헛기침을 몇번 했지만 목이 답답했다. 꼭 뭐에 걸린것처럼.. 호흡기를 떼고 나서야

 조금 편한 공기를 들이킬 수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 진짜 괜찮은거지? 수술이 잘못된건가..

 또 혹시 어디 다른곳이 잘못된 건 아닌지- 지난 일주일이 지옥같더라-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식은땀으로 젖어있는 내 이마를 쓸어내리며 그제야 살짝 웃어보인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나쁘지 않았다. 그 햇빛 사이로, 마음고생을 알만큼

 많이 상한 오빠의 얼굴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 그 동안.. 별일 없었어요? 대무님은 왔다가 가셨어요? 그동안 저때문에

 괜히 헛걸음만 하신거 아닌가 몰라요. 일주일씩이나 누워있었다니.."

 

 기명오빠가 일어나려는 내 등을 받쳐 앉혀주었다. 등에 있던 열상은 거의 다

 나았는지 더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모레쯤 실밥까지 제거하면 끝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싶다. 다리도 깁스하고 나니 이제 좀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오빠에게

 물어봤다.

 

 "이제 이정도면 조금씩 걸어다녀도 괜찮지 않겠어요?"

 

 "음.. 수술하자마자 쭉 누워 있었으니까- 괜찮기는 해. 근데 정말 천천히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그리고 걷다가 아프면 바로 그 자리에서 간호사 호출하고. 근데

 답답해서 그래? 병실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 말을 하려다가.. 나중에 확실해지면 말해줘야겠다 싶었다. 기준오빠 때문이기는

 한데.. 어차피 오빠가 쓰는 방에 가봐도 흔적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일테니까.

 

 "아니에요. 근데 기준오빠가 쓰는 방에 가볼 수 있어요?"

 

 "음.. 지금 걷기는 좀 그러니까 휠체어 갖다줄게. 기다려봐."

 

 오빠가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리곤 곧 병실을 나와 오빠가 쓰고 있다는 방 앞에

 도착했다. '외출'이라는 팻말이 꽂혀있다.

 

 "오빠, 기준오빠 여자친구 이름은 알아요? 관련된 물건같은건.. 여기 있을까요?"

 

 기명오빠는 이름은 알지만 물건같은건 모르겠다고 했다. 책상같은거 봐도 되냐고

 .. 이건 주인한테 물어봐야 하겠지만.. 헤어진 사람에 관해 묻는건 민감한데

 미안하지만 잠깐만 보고 다시 돌아가면 괜찮겠지 싶었다. 어디있는지도 몰라

 알고싶다고 하는데.. 책상 첫번째 서랍은 잠겨있고, 마지막 서랍은 서류뿐..

 두번째 서랍을 열어보려고 했는데 뭐에 걸린건지 엄청 뻑뻑했다. 잠긴것은 아닌데

 5cm정도 열리고는 열리지 않고 있었다. 꼭 누가 잡고 있는듯한 느낌...

 

 '이 안에 그 여자 물건이 있다면..! 꼭 봐야 한단 말이다..!!'

 

 속으로 두 팔을 다 쓸 수 없는 나를 욕하고 있었다. 그만큼 답답했다. 한팔로

 열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기명오빠가 몇번 닫았다가 세게 열었더니

 그제야 겨우 열렸다. 젠장.. 찬찬히 보고 있는데 여자가 할만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기껏해야 열쇠고리 정도? 무슨 머리핀이나- 귀걸이같은 악세서리가

 있으면 좋으련만.. 누구건지 알수도 없는 열쇠고리.. 그래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 그걸 챙겼다. 이게 중요한 사람의 것이라면 뭔가 안절부절 하거나 불안해

 하는 낌새가 있을거다. 기명오빠는 다른곳을 둘러보면서 별다른게 없어보이니

 돌아가자고 했다. 나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말하고는 병실로 돌아왔다.

 

 "형이 그 그림때문에 뭐라고 했었어? 내가 놀래서 형한테 말하기는 했는데..

 사실 형이 엄청 그리워하고 못잊는 사람이라.. 또 그 누나가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고.. 그냥 막연히 소향이 너라면 알아낼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네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냥 냅다 형한테 갔어. 미안해, 내가 신중하지 못했다.

 수술 끝나고 꼭 사과할 생각이었는데.. 그 이후로 니가 깨어나질 않아서..

 혹시나 잘못되면 난 진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도 안나왔었는데-"

 

 그래 뭐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냅다 나가버렸으니 미안하기도 했겠지.

 그러니까 나한테 의논이라도 하고 나갔으면 내가 그렇게 걱정은 안했을텐데.

 그 누나라는 사람이 기태오빠와 기명오빠에게 어지간히 잘해줬었나 보다 했다.

 

 한참을 그 언니의 이름을 되뇌고 있었다- 김이현.. 이쁜 이름이네.

 하긴 생긴것도 이뻤던 거 같다. 내가 스케치했던 걸 떠올려본다면..

 근데 왜 하얀머리였을까. 백색증인가? 눈동자가 새까맸던 걸 생각하면 그런건

 아닌 것 같은데- 생전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생기는 궁금증이었다.

 

 드륵-

 

 "깨어났다며? 괜찮아?"

 

 기준오빠가 전례없이 약간 들뜬 목소리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자기 방을 갔다가

 온 것 같지는 않고. 그래서 책상서랍에서 가져온 열쇠고리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때...!!

 

 

 그때 내가 봤던 그 여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내 눈앞에 나타났다.

 

 "..!!!!!!!!!"

 

 기준오빠의 질문에 대답은 못하고 내 눈앞에 있는 그 여자의 모습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남들이 나를 본다면 허공을 넋놓고 보는것 처럼 보였을거다.

 

 '그건 내거에요..'

 

 선명하게 들리는 그 여자의 목소리와 열쇠고리를 낚아채는 오빠의 손.

 

 "이걸 어디서?!"

 '내가 보이면 고개를 끄덕거려줘요'

 

 난 뭐에 홀린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기준오빠의 말 같은건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 당장은 내가 있는곳을 말해줘도 모를거에요. 몸이 어느정도 낫게 되면-

 그때 기준씨와 같이 와줬으면 해요. 내 말이 들리고 보이는 사람은 그쪽뿐이니까..'

 

 어떻게 해야하지? 나도 뭐라고 답을 해야하는데! 어디있는지 그곳 위치가 어디인지

 그거라도 가르쳐달라고 하려 했는데 연기가 사라지듯 홀연히 없어져버렸다.

 순간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도 갈곳을 잃어버렸다. 뭐지.. 뭘까? 왜 ...

 기준오빠고 기명오빠고 옆에서 뭐라뭐라 떠들어대는데 모르겠다. 뭐라는지 시끄럽다.

 그냥 홀렸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마땅한 말이 없었다.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던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같이 와달라니? 말해줘도 모를거라니? 아..!!

 뭔가 알아내려다 되려 일을 더 꼬아논 기분이었다. 여튼.. 날 피하지 않고 나타나준건

 고마운 일이었다. 자신을 성불시키거나 억지로 혼을 걷으려는 능력이 없다는 걸

 알아준건지, 아니면 그냥 믿고 나타나준건지...

 

 "소향아!!!!"

 

 기명오빠의 외침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니었으면 아직 정신 줄 놓고 있었겠지.

 

 "기준오빠, 그.. 이현언니가.. 내가 몸이 좀 나아지면 오빠랑 같이 자기가 있는데로

 와달래요. 그때 가르쳐주겠다고..."

 

 그냥 그 언니가 말했던 대로만 전하고는 혼이 빠져버린 듯 뒤로 누워버렸다.

 영과 대화를 한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나중에 나도 대답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영가의 한도 들어줄 수 있을까.

 그러면.. 그 영가들의 한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점차 내가 어떤 무속적인 길을

 걸어야 할지 감이 잡히는 듯, 아니 감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내일 전화를 한통 해봐야 할 것 같다. 깨어났으니 뵙고 말씀드릴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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