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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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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의 그리움은 망자의 미련이다
작성일 : 19-10-05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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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태오빠가 나간걸 알고 있는데도 이불은 그대로 푹 뒤집어쓰고 있었다.

 또 들어오면 말 걸까봐서. 진짜 진심으로 정식으로 사과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아니, 솔직히 사과해도 못받아주겠다. 아무리 내탓으로 돌리고 싶다고 해도-

 사람을 그렇게 밀어버리는 경우가 어딨냔 말이야. 차라리 때리면 때렸지.

 

 드륵-

 

 다시 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기명오빠인지 기태오빠인지를 몰라서 부동자세중..

 자는척 해야지. 설마 이불 확 걷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

 계속 적막이 흐르고 있다. 다시 나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어디 앉아있는건가? 아 궁금하긴 한데.. 이불 걷을 자신은 없고.

 곰곰히 생각중이다. 기태오빠면 어떻게 할것이며, 다른 사람이면 또 어떻게..

 

 "동생아, 자?"

 

 아! 기준오빠다. 이름 기억 못하는거 보니까 딱 알겠네!!

 

 펄럭-

 

 "안자요,안자. 찾았어요?"

 

 내심 궁금해서 이불을 펄럭거리며 일어났다. 비는 쫄딱 맞았는데.. 웃고있다.

 그 주변에 납골당과 공원묘지가 두개씩 있어서 관리인한테도 물어보고 별짓 다해서

 알아냈다고.. 다행히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는걸 보곤 거기에 열쇠고리도 두고

 나왔다고 했다. 이제 마음편히 오빠는 언니를 보러가면 되겠고, 언니는 더 이상

 오빠 주변 맴돌면서 지켜만 보지 않아도 될거다. 기일은 알고 있을테니까..

 잘 해결됐다며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맙다. 기대도 안했던 일이었는데.. 그동안 내가 서운하게 했다면 미안하다.

 근데 진짜 이름은 못외우는거 맞아. 여기 교수님 이름도 제대로 못외워서 엄청

 깨지거든.."

 

 자..자랑입니다? 머쓱한 표정으로 말하는 오빠가 조금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기준오빠가 변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걸 알겠다. 자기가 그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어디있는지 몇년만에 알게 됐다면, 그것도 생각지 못했던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 찾을 수 있었다면.. 그래- 달갑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고마운 사람

 이라 생각하기엔 모자람이 없을거다. 가서 머리 좀 말리고 옷도 갈아입으시라-

 얼른 가보라고 했다. 이렇게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아. 하필이면

 기태오빠는.. 그나저나 그 영가의 얘기부터 들어봐야 하는거네. 뭐 때문에 원한이

 생긴건지.. 어떻게 풀어줘야 할런지. 기준오빠의 기분좋은 소식때문에 기태오빠와

 기명오빠가 다시 들어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뭐하냐? 멍하니 앉아가지고"

 

 말하는것만 보면 우리 엄청 친한 줄 알겠네요. 진짜 맘같아선 평생 그러고 살았음

 좋겠는데, 구천을 떠도는 영가를 보는 내가 편하지 않아서 이러는거라고 엄청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속으로.

 이상하게 똑같이 날 없는사람이든, 괴롭히든 여튼 제대로 가족대접은 안했는데-

 기준오빠는 동정이 가고 기태오빠는 왜 일말의 불쌍함도 느껴지지 않을까.

 

 "그 사람이랑 같이 나눴던 물건이나 의미가 있는게 있어요?"

 

 한참 곰곰히 생각하다 무언가 떠오른 듯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아! 미니 모형 하프, 그거 그때 서로 만들어서 바꾼거 하나 있긴 하지"

 

 "그럼 그거 갖고 와요. 손은 좀 어때요?"

 

 내가 부적을 주고 깨어나기까지 1주일이나 걸렸으니까, 변화가 있었다면 분명히

 있었을테다.

 

 "어? 아.. 예전보다 좀 나아지기는 했지,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고.."

 

 "다행이네요. 다른 물건은 없어요?"

 

 "응. 걔랑 같이 갖고 있는 건 그거밖에 없어"

 

 잘 생각해보고 있으면 몽땅 다 가져오라고 했다. 여지를 두면 안될 것 같다.

 영들은 물건도 매개체가 될수 있고 사람도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신의 제자라면 신들만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으나- 구천을 떠도는 영들도

 무녀의 입을 빌려 말하고자 하기 때문에 원래는 들어오고 나가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함부로 들어오려 했다가 되려 영멸(靈滅)하는 수가 있어 무모하게 들어오려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굿을 하고 허락을 받고 받아들이는 절차가 있는것인데..

 물건을 매개체로 삼는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쉬워진다. 다른 어떤이의 몸에 들어가

 기태오빠를 해코지 하려고 한다면 문제는 수습할 수 없이 커져버리기 때문이다.

 그 사람 몸을 빌려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또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겨갈것이고,

 

 아마도 기태오빠는 평생을 쫓겨다니며 살아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그

 역시도 영가들은 알고 있을거다. 그렇게 해서 저승차사의 눈에 걸리기라도 하면

 영멸(차라리 소멸되는게 더 낫다)이 아니라 무간지옥(無間地獄)에서 억겁의 시간을

 속죄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윤회(輪廻)사상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든

 환생하지 못하고 영원히 지옥에 갇혀 살아야 하는 형벌... 하지만 영가들의

 악한 짓들이 차사들의 눈에 안보일리 없다. 그래서 원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을

 빌어 사주(使嗾)하는 짓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아직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지금 현재 희민이라는 망자는.. 물건이 매개체인 듯 하다.

 나눠가진 물건이 있다는 것 보니.. 진짜 내가 방도를 말해주면서도 이래야하나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섰다. 된통 골탕먹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만에하나 이런말 대무님께 했다간.. 아마도 호되게 야단맞을것 같다.

 도와주려면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라고 하셨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기태오빠는

 곱게 보이질 않네요. 하긴- 대무님도 기태오빠는 도와주기 싫다고 하셨는데

 괜히 계속 애꿎은 나만 후려잡을까봐 알아보라고 하셨던거니까..

 저녁에 오든 다음날 오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돌려보냈다. 뭐 반가운 얼굴이라고

 마주앉아서 오손도손 얘기할게 뭐야.

 

 "아까 큰형 왔다가는거 봤어 뭐래?"

 

 기명오빠도 궁금했는지 의자에 앉았다.

 

 "찾았대요. 오빠가 보냈던 문자도 봤나봐요. 열쇠고리 거기 놔두고 왔다네요"

 

 사고로 죽었다는게 안타까웠다. 아니면 지금쯤 둘은 이쁜사랑 하고 있지 않았을까?

 여자가 보기에도 참 이쁜 얼굴이었는데. 기준오빠가 여자친구 죽고 나서 한참동안

 폐인처럼 지냈다는 그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죄책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쪽 가족들도 오빠가 미워서 보지 말자고 한 건 아닌데, 오다가다 기일이나

 생일날 마주치면 마음아플 것 같아서 안가르쳐주신 건데..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이미 해결된것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기명오빠랑 때맞춰

 저녁을 다 먹을때까지 기태오빠는 오지 않았다. 또 자기 급하면 올려고 그러나.

 한꺼번에 기를 다 빼는것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싶어서 자리에 누웠다.

 

 "어디 아픈데는 없어? 회복속도가 빠르긴 확실히 빠른데.."

 

 "근데 팔은 계속 시큰거려요. 진통제만 맞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흠.. 골반쪽은? 거긴 뭐 따끔하다거나, 감각이 없다거나 그런건?"

 

 "다리는 다 괜찮아요. 팔만 어제부터 계속 그러네요. 잘못된거 아니겠죠?"

 

 어디든 많이 부서지고 다친데가 아픈게 오래가기는 하지만.. 팔을 써야하는 나로썬

 다리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팔도 중요했다. 수술은 잘됐는데 다른게 잘못될 수가

 있나? 괜히 초조해졌다. 불편한것도 너무 많은데다, 제약도 많았다.

 옷 갈아입는것부터 하나하나 다 다른 사람이 없으면 안되니까- 미칠것 같았다

 그 와중에 기태오빠 얼굴 보니 부아가 치밀어서 속이 부글부글 할 수 밖에.

 

 "아냐, 뼈 맞추고 봉합까지 잘됐어. 아무래도 부서진부분하고 접합부분이 붙으면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걱정안해도 돼. 오빠가 가서 진통제 가져올게"

 

 기명오빠가 나간사이 기태오빠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먼저.. 그 영가와 대화를 해야 할테고, 문제가 뭔지를 알고 나면 대무님께 말씀

 드리고, 가족들을 만나 묵은진오귀굿을 하고나면.. 해결이 되겠지- 복잡하다.

 내 귀에 간헐적으로 들리는 이명소리는 또 어떻게 풀어야 하는건지.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지.. 남들 문제는 해결하고 내 문제는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었네-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들려는데 기준오빠가 들어왔다. 인사는 하고 잘려 했으나..

 이미 몽롱함을 넘어 스멀스멀 눈꺼풀이 감기고 있었다.

 

 ******

 

 아침에 눈을 떴을때는 아버지가 와 계셨다. 오빠들도 셋 다 모여있고.

 남자 네명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일어나서 앉았다.

 

 "아버지, 이시간에 무슨일이세요?"

 

 몇번 불러보지 않았던 아버지라는 호칭을 입에 담자니 낯간지럽기도 했다.

 보통은 질문에 대답만 해왔으니 부러 '아버지'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지는건 맞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빠'라는 단어는 몇번을 시도해도

 목에서 걸려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지나면 그 말이 한번쯤 나올런지 모르겠다.

 

 "어, 아이고.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나? 언제 일어났어 향아."

 

 아뇨.. 시계보니 열한시가 다되가는데 일어날 시간을 넘긴건 저인거 같아요.

 

 "아니에요, 근데 뭐하고 계세요?"

 

 "응? 아.. 나중에 말해주마. 회복이 꽤 빠르다고 들었다. 다행이구나"

 

 아버지가 기태오빠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을 이으셨다

 

 "내 이놈이거 향이 네가 낫고나면 꼭 너 보는 앞에서 혼내켜줄테니 걱정말거라.

 아빠가 이대로 넘어갈수가 없어. 그리고 몸이 나을때까지는 다른 사람 걱정보다

 네 몸부터 먼저 챙기고.. 듣자하니 기준이 일을 도와준 것 같던데.."

 

 뭐 그건 별거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미 다 아시니까 말하는거지만.. 그런 류의

 일을 돕는것은 힘들지 않다고. 아버지가 핸드폰을 보시고는 호출들어온다며

 먼저 나가셨다. 병실을 나서기전에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 하고 가셨는데-

 잠깐동안 기분이 묘했다. 나는 다가가지 않고 마음을 닫고 있어도.. 마음으로나마

 나를 끝까지 보듬어주려고 하시는구나.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 말했던거 말야.. 가져왔어"

 

 쭈뼛쭈뼛 눈치를 보면서 내게 모형 하프를 건넸다. 앞판과 사운드박스 부분은

 은으로 되어 있고, 베이스 부분은 검정색 대리석같은 걸로 마무리 되어있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지만 절제된 색의 조화가 있다고 해야 하나?

 실존하는 그랜드 하프를 축소해서 만들어논것이라고 하니.. 과연 실제크기의

 하프는 어떨지 궁금했다.

 여튼 하프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 하는걸로 하고, 그 하프를 손으로 꼭 쥐었다.

 만약 내가 가지고 있다는걸로 존재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부수겠다 속으로 으름장

 이라도 내어볼 참이었다. 고맙게도 그 단계까지 가지 않고 모습을 나타내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

 

 그때도 넋두리였지 내게 대화를 걸었던 건 아니었다. 말이 없다.

 그 오빠가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걸 볼 때까지 나도 그저 눈만 마주치고 있었다.

 

 '왜 도와주려고하는거지?'

 '내가 뭘요?'

 '친오빠도 아닌데. 굳이 날 떼내려하는 이유가 뭐냔 말이야'

 '산사람은 이승에, 망자는 저승으로 가는게 이치에요.. 오빤 죽었잖아요..

 언제까지 그 원한에 사로잡혀서 있을거에요? 이걸 부모님도 아시길 바래요?'

 

 부모님 얘기에 잠시간 흔들리는 듯 했다.

 

 '자세히 모르면 넌 빠져. 니가 사자(使者)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건 알겠지만

 네 일이 아니라면 간섭하지 않는게 좋아'

 

 도대체 뭐때문에 이렇게까지 절절하게 한맺힌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뭐 가볍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기태오빠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꼭 저가 잘못했다고 할수도 없지. 부모잘만난게 죄라면 죄랄까'

 

 ..! 뭐야ㅡ, 개인적인 열등감에서 터져나온 원한이었어? 하..

 

 '그건..오빠가 잘못된거잖아요. 부모님 잘만난게..'

 

 '아니!! 그자식은 늘 내가 저보다 실력이 나았던 걸 못마땅해 했어. 나때문에

 언제나 2등이었으니까. 똑같이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그 자식이 계단에서

 날 보더니 뒤에서 밀었다고. 그리곤 돈으로 덮었지. 우리 부모님도 그 돈 몇푼에

 내 미래까지 잡아먹은셈이 됐지.. 나한텐 평생 하프 하나뿐이었어. 없는 형편에

 실력까지 없었다면 난 대학은 꿈도 못꿨는데.. '

 

 아.. 그래- 단순히 부모님을 질투해서 이럴수가 없는거지.. 얘기를 듣고 있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 넋두리를 얼마나 더 들어주면 조금이나마 풀어질런지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우린 친했어. 대학가서 실력으로 차별받게 되면서

 점차 멀어지게 됐고.. 처음부터 내 대학 진학을 반대했던 부모님이 내 치료비를

 가지고 빚잔치를 하는 바람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어. 그래서..'

 

 서럽게 흐느껴 울었다. 위로해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간섭하지 말라는 그

 의미도 이해했다. 부모님이 그렇게 돈을 써버렸다면, 아마 자살을 했을때도

 신경쓰지 않았을테지... 기태오빠 한사람만을 향한 원한은 아니었구나..

 그동안 참 많이 억울했겠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자기가 할 수 있는건 고작

 그런 것 뿐이라는걸 알아버렸을테니.. 뒷 말을 잇지 못한건 나였다.

 

 '미안해요,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벌 받을 사람은 오빠가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벌 받더라구요.. 이제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내가 미련이 있다한들.. 니가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끊어내면 그만이잖아'

 

 그게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억지로 끊어내기 싫었다.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데..

 도무지 설득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럼 내가 억지로라도 그렇게 하기를 바래요? 좋은 마음으로 떠날 순 없어요?'

 

 '..........'

 

 답을 하지 않는걸로 봐선 그럴 마음이 없는거겠지.. 곧이어 모습도 사라졌다.

 내가 기준오빠 일로 그 언니를 접했을때 어땠는지 알고 있는 기명오빠와 기준오빤

 그 '얘기'라는것이 끝났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

 

 묻고싶은 말이 있는 듯 하지만 기태오빠는 내게 묻지 않았다.

 

 "왜..그랬어요 오빠?.. 왜 밀었어요?... 오빤 친한 친구였다면서요!"

 

 대뜸 아무 설명도 없이 기태오빠를 다그쳤다. 돈으로 덮어버렸다니...

 역시 있는 집 사람들은 돈이면 다 되는건가? 어떻게.. 부모님이 그런 사람이었나.

 뭔가 모를 감정들이 뒤섞여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내가 아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터질 것 같았다.

 열이 확 올랐다. 아니, 속에서 불이 차오르는 듯 했다. 미쳐버릴 거 같아.

 

 "형, 기명이 너, 둘다 나가있어봐"

 "왜? 나도 지금 처음 듣는 얘긴데, 들어보자"

 

 기준오빠는 나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기명오빠는 자리를 피해버렸지만...

 

 "아,형!! 그냥 좀 나가있어보라고..!!"

 "시끄럽고- 막내는 하던 말 마저 이어봐 밀었다는건 무슨소리야?"

 

 ".. 그 오빠가 말하는건.. 항상 그 오빠가 1등이었는데, 기태오빠가 시기심에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날 계단에서 밀었대요. 치료비는 부모님이 빚잔치로

 날리셨고.. 그래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거고.."

 

 "안기태, 넌.."

 

 이미 5년전에 벌어진 일을 이제와서 누구 탓을 한들.. 어떻게 돌리겠냐고,

 기태오빠는 대답이 없고, 나는 더 이상 채근하지 않았다. 머리가 왕왕 울린다.

 기준오빠에게 두통약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넘어서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을만큼 아려오는 느낌에 그대로 고개를 배게에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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