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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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장 뇌라진(天神將 雷羅鎭)
작성일 : 19-10-06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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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당을 한참 둘러보던 서인이가 말했다.

 

 “우와.. 난 이런곳 처음와봐서. 엄청 신기하다”

 

 난 니가 더 신기한데.. 처음오면 되게 두려워하거든. 무서워하든지.

 

 “으스스하다던데, 둘째오빠는”

 “난 모르겠다? 그냥 죄다 처음보는거라 신기해”

 

 제단앞에서 예를 갖추는 법을 가르쳐줬다. 곧잘 하고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근데 만약에 이러고 있다가 손님오시면 어쩌지? 내가 할게 없으니까 말야”

 

 제단과 내가 점사를 보는 곳은 약간의 경계가 있었다. 가까이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니까. 보통은 열어두지만 신당을 닫을 때 같이 닫아두는 편이다.

 

 “크게 상관없어. 어차피 다들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신경 안쓰거든. 불편하다 그럼 제단에 잠시 들어가있어도 되고. 편한대로 하면 돼. 난 괜찮은데 니가 괜찮은지 신경쓰인다”

 “응응,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 밖에서 볼때는 되게 작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안은 넓다? 그럼 지혜나 윤하는 알아?”

 

 뭐.. 네명이서 몰려다니기는 했는데- 사실 고등학교 올라오기 전에 어떤 이유에선지 서먹서먹해지며 그대로 멀어지게 됐었다. 워낙 둥글둥글하고 무난한 서인이 성격이 나랑 맞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락하게 되긴 했지만.. 딱히 나랑 친하다고 하기엔 좀 오버스런 감이 없잖아 있는 애들이어서 말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 더군다나 연락처도 지워버렸으니..

 

 “아니,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연락 끊겼지. 유일하게 너랑 연락되는거야. 근데 그냥 얘기하지 마- 신기해 하는거야 상관없는데, 나 없는데서 뒷말 나오는거 무지하게 싫거든”

 “음.. 그래 알았어, 연락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 사실 나도 걔들 고등학교 가고 나서 못봤었어.”

 

 학교에 대한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거의 서인이가 다 말하고 있었긴 했지만.. 고등학교 가니까 애들이 전부 다 멀어지더라 그런 얘기들. 뭐 아주 이상할 것도 없는 얘기다. 나만 해도 그랬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옥상에서 봤던 그 괴물같은건 뭐지..?

 낮도깨비? 아니.. 그런 얘기도 들어본적이 없다. 세상에 대낮에 돌아다니는 귀신이라니. 그게 어느나라에서 나온 얘기냔 말이야-

 

 "근데 아까 뛰어내린 사람 있었다 그랬잖아. 떨어진 걸 본거면 왜 경찰이 잡아가?"

 

 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틀린말이 아니잖아. 떨어진 사람을 봤으면 왜 잡아가겠어.. 현장에 있었으니..

 

 "사실 그 사람이 좀 이상해보여서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뛰어내리더라고..

 아마도 밑에서 봤던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밀었다고 생각했나봐"

 "헐...? 진짜? 당황스러웠겠네. 그 빌라에 진짜 무슨 저주라도 씌였나봐"

 "저주라니?"

 "나도 정확한건 잘 모르겠는데.. 거기서 고독사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1년인가 지나서

 발견이 됐대, 요즘 워낙 고독사 이런거 많잖아. 티비에도 안나왔고.. 그냥 주변 동네사람들만 알고 있는건데. 그 사람이 같이 살던 사람들까지 죽게 만드는거 아니냐고"

 

 그래도 그건 사람 형상이 아니었어. 원한귀는 더더욱 아니었고. 그냥 즐기는것 같았어.

 괴로워하면 할수록 더 즐거워하는. 그냥 미치광이 같았는데.. 서인이 말을 흘려들을 건

 아니었다. 나중에 반장님한테 말해줘야겠다..? 아니다. 이것도 결국 눈에 안보이는게 돌아다니며 사람들한테 해를 끼치고 다닌다는 말인데. 무슨 명분으로 수사를 해.

 가만히 생각해보니.. 혼자있는 사람들만 죽었다고 했었지? 나도 잠깐 혼자 있었고-

 아..! 바로 형사들이 올라왔었구나. 그래서 사라진건가? 그럼 그 대낮에 돌아다니는

 천둥벌거숭이같은 놈을 어떻게 잡지? 난생 처음이었다. 빛을 안무서워하는 존재라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아직은 시일이 때에 달하지 않았다. '그'가 제발로 찾아올것이다.

 그가 있으면 혼자서 이렇게 힘들지 않아도 될것이다'

 

 갑자기 들렸던 천제(천존과 같습니다. 작중에선 혼용하여 씁니다)의 목소리...

 '그'라니? 하지만 그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소향아~ 나 가봐야겠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셨다네. 너 신당 마치기 전에 시간 맞으면 너 보러 와도 되지? 힘든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서인이는 끝내 나오지 말라며 혼자 돌아갔다. 하도 혼자 돌려보내고 혼자 다니면 일이 많이 생기는지라 걱정이 되긴 했는데 얼마쯤 지나서 부모님과 외식중이라는 사진을 보내왔다. 저는 자랑한다고 말한거겠지만 나는 안심했다. 별 일이 없겠구나 싶어서.

 천제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요 몇일간 치성을 드리지 못했던 것도 있을테고, 내가 마음이 번잡한것도 있을거였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곧 나 또한 네 눈앞에 모습을 나타 낼테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음... 당최 이건 또 무슨 소린지. 하긴 그러고 보니 천존의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의식의 경계만 뚜렷했을뿐, 내 몸에 실려서 말하거나 능력을 발휘했었지..

 실제 모습은.. 뭔가 또 긴장해야만 할 일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서인이가 돌아가고 나서는 내내 제단에 향을 피우고 있었다. 어쩌면 낮의 '그것'은

 내가 잘못 본 '허깨비'일수도 있었다. 많이 조심하고 있던 터라 섣불리 봤다는 말을 안해서 다행인건 사실이었다. 핸드폰으로도 계속 검색해보고 있었다. '낮도깨비', '낮귀신' 뭐 여튼 관련 검색어 단어 모두 다 뒤지고 있었다. 대체 뭐냐고 그건!!

 

 "아!"

 

 대무님 물건을 정리해서 가져왔던게 생각이 났다. 이것저것 꺼내보다 낡은 종이 한장을 발견했다.

 

 [토속 신앙에서 말하는 우리 토착 귀신(요괴)들은 특징이 뚜렷하다. 그 중 내가 본것들에 대해 기록한 것이다]

 

 서두를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그냥 일기나 메모식으로 써본것은 아닌듯 했다. 듣도보도 못한 이상하고 괴상한것들에 대한 설명들이 가득했다. 종이 말미쯤 읽어내려왔을때였다

 '그슨새'는 몇안되는 낮에 활동하는 요괴이다-.. 내가 찾던게 이거였구나.

 

 [다른 귀신이나 요괴들과 달리, 낮시간대에 활동하고 빛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퇴치 방법이 거의 없어 가장 골치가 아팠다. '혼자' 있는 사람들을 주로 노려 공격하고, 사람을 홀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가장 악한 요괴이다]

 

 아.. 이거였구나. 그슨새..? 이름이 뭐 그따위지? 그나저나 퇴치방법이 거의 없다니..

 그럼 있긴 있어도 그 방법을 대무님도 몰랐다는 말씀인가.. 어째 수렁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느낌인데? 빛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사람을 홀려서 자살하게 만든다는것에서

 그간 죽었던 사람들이 그슨새라는것의 농간이었다는것을 알게 됐다.

 

 손으로 목을 졸라 스스로 죽게끔 만들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으면 죽을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여타 다른 귀신들과 달리 원한이 있어서 그러는것이 아니고,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은 '그냥' 이라는 가장 열받는 이유가 적혀있었다.

 

 이쯤에서 알고싶었던건 정확하게 나는 무슨 능력이 있냐는 거였다. 귀를 퇴치하는건

 천제가 불러냈던 신장들이 했고, 내가 의지를 가지고 했던건 영들과 대화하는거?

 내가 퇴마사가 아니니까 당연히 귀신을 떼고 이런 능력을 바랐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천제를 모신다는 몸인데 잡귀같은건 좀 안달라붙게 해주시면 안되나요.

 

 그 괴물에 대한 정체는 알았지만 기분은 더 찝찝했다. 차라리 헛걸 본거라고 생각해버릴걸. 괜히 찾아봐서 방법이 딱히 없다- 라는 애매한 것만 알아버렸으니. 그런데 사람을 죽게 만든다는데 왜 천제가 나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사람의 수명을 멋대로 좌지우지 하면 그게 뭐 천옥이든 저승이든 워프시키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이후로도 자살사건은 계속 일어났다. 한달이 넘게 원인 모를 자살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은 결국 전국적으로 자살 경계령이라는것까지 발표될만큼 굉장히

 큰 사건으로 번져갔다. 나도 그 사건 후로 '그슨새'라는것을 몇번 더 보기는 했지만

 딱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없었다. 대무님의 49재까지도 자살사건은 계속됐다.

 

 ***

 

 한 해를 넘겨 새해의 첫 달. 그리고 가장 추웠던 날이 대무님의 49재였다. 열여덟, 그때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이겨내야 했던 일들이 많았다. 더는 가르쳐주고 이끌어줄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 오랜만에 온 절을 그냥 떠나는게 아쉬웠다. 그런 날 보더니 기태오빠는 갈 때 되면 말하라고 주차장으로 가있겠다 했다

 

 '괜찮아지면 뵈러 오겠다고 했는데.. 괜찮지 않아서 한번도 못왔어요. 죄송해요'

 

 핑계같지만 사실이었다. 여쭤보고 싶은게 많았지만 아마도 내 질문에 절반이상은 대답하지 않으실 거 같아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 이젠 괜찮으니 자주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돌아섰다. 오빠와 함께 신당으로 가는길. 아침 일찍 준비하느라 약간 졸리기도 했다. 라디오에서는 연신 뉴스에 대한걸 보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죠, 전국에서 이문시에서만 자살률이 최고라는 말씀이시죠?]

 

 사회자의 목소리가 굉장히 경박스럽다. 흡사 재미난 일들을 전달하는 디제이같다.

 

 [네, 아직 한번도 이런 유례가 없었습니다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것으로 봐선..]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비나 막을 방법같은건 아예 없는겁니까?]

 

 [현재로써는 원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도시로 번질 가능성은요?]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게.. 대체 그 놈을 어떻게 없애냐고.

 

 "근데 왜 하필이면 우리가 사는 시냐고? 거기 그때 니 친구 산다고 안했어? 거기서

 최고 많이 죽었댄다. 아 요즘 밖에 돌아다니기 겁난다니까? 오빠 학교에서 뭐라는지

 아냐? 혼자 돌아다니면 죽는다고 무조건 둘 이상 붙어다니더라.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쯧.."

 "오빠, 그게 꼭 소문이 아닐수도 있어. 오빠도 웬만해선 혼자 다니지 마"

 "엥? 너까지 그러냐?? 그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냐고- 그러는 너는 어떻게 혼자 몇달을 다녔는데 괜찮냐-?"

 

 멍청한 오빠같으니라고. 동생이 무슨 일하는지 까먹었어? 좀 그런쪽으로 연관이라도 시켜보라구 제발. 고양이 이름 짓는데 심혈을 기울이지 말고 말야.

 

 "오빤 오빠 동생이 무슨 일 하는지나 다시 생각 좀 해봐"

 "아!, 그래. 사실 니가 그다지 티가 안나~ 신경안쓰고 보면"

 "그럼 뭐 집에서도 방울 흔들고 다닐까?"

 "으엑.. 됐다. 싫어싫어- 아, 흰둥이 아픈거 같더라. 나중에 병원 한번 데려가봐"

 

 패기있게 자기가 키우겠다고 데려가더니 결국 한달도 안되서 자기 졸업 시즌이라 그때까지만 맡아달라고 '흰둥이'를 내게 맡겼다.

 

 "안그래도 갈려고 했어. 흰둥이가 뭐야 부를때마다 촌스러죽겠어"

 "왜! 복실이로 하려다가 흰둥이가 훨씬 귀여워서 그렇게 정했는데"

 

 와.. 복실이? 그나마 수컷이기에 망정이지 암컷이었음.. 후덜덜하다.

 신당에 도착해선 오시기로 했던 반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두달이 넘었네...

 해결되지 않고 사람들만 죽어나가고 있으니 반장님도 미칠노릇인 듯 했다.

 

 "하.. 오늘 또 죽었습니다. 이제 100명이 넘었네요"

 ".. 진짜 무지막지한 숫자네요.."

 "뛰어내리는 줄만 알았는데 목을 매단 사람도 있고.. 이젠 단순자살까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에요 더 안좋은것은.. 이게 이문시 안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거죠"

 

 나도 알고있다. 천제가 말했던 '그'는 제발로 찾아온다고 하더니.. 어디서 농땡이라도

 부리고 있나- 피해자의 공통점은 딱 하나였다. '혼자' 있었다는 것뿐...

 그냥 답답해서 와본거라는 반장님 얼굴이 딱 봐도 좋지 않았다. 그 서장이라는 사람이 어지간히도 갈궈대나 보군.. 그슨대에 관한 얘기는 하지 못했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설명한다고 납득시킬 만한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휴.. 진짜 최악이네요 이번 사건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문밖까지 배웅하고서 심란한 기분으로 앉아있었다. 새해가 되서 문 끝에 방울을

 달아뒀다. 좋은 일만 생기게 해달라고 빌면서..

 

 딸랑-

 

 "...."

 

 말 없이 눈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남자. 꼭 눈싸움을 하듯 서로 서서 보고 있었다

 

 '천신장(天神將:옥황상제 바로 밑의 직속 부하. 직급임)이 왔구나'

 

 '뇌라진(雷羅鎭:뇌라진은 천신장의 이름임) 천제를 뵙습니다. 그간 무탈하셨는지요'

 '이승이 많이 번잡하다. 현저(現著: 모습을 드러냄, 현신과는 조금 다른 개념, 혼 그자체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할 때가 된 듯 하다. 더 이상은 시간을 보낼 수 없구나'

 '.....'

 

 분명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사람인데, 서로 안에 있는 신(神)들끼리 대화하는 것 같았다. 뇌라진이라던 천신장이 먼저 모습을 보였다. 은색빛 머리에 연한 하늘색 도포. 새하얀 살결이 눈같았으며 파란눈동자가 선명한... '그'라고 했으니 남자겠지만 저렇게 아름다울수가 있나..? 그리고 천제의 모습을 보는 순간이었다.

 

 아...! 할말을 잃었다. 붉은 비단으로 되어있는 용포자락이 손과 발을 덮었고, 새까만 머리가 허리까지 늘어져있었다. 옷과 같은 붉은 눈이 매서웠다.

 

 "인간의 몸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다. 이 여자아이는 내가 선택한 몸이니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다. 천신장은 오방신장과 함께 염라에게 다녀오라. 이 도시가 이제 원귀로 넘쳐나게 되었으니 저승의 힘만으로는 지탱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대가 직접 가서 원귀들을 멸하겠다고 전하라"

 

 그저 멍하니 천제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는거지.. 저승이 뭘 지탱해?

 

 "천제의 명을 받습니다"

 

 천신장을 모시던 몸은 이내 정신을 차린 듯 했다. 혹시나 쓰러지면 어쩌지 했는데..

 

 ".. 너.. 니가 천제를 모시는 몸이야?"

 

 ... 뭐야? 너 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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