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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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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야(日月也) # 천계와 저승의 관계
작성일 : 19-10-10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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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왔을땐 아무도 없는 빈집. 다행이다 싶었다. 혼날까봐 맘졸인게 좀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엄마가 제일 맘에 걸렸지.. (산신이란걸 알 턱이 없지만) 친구엄마라고 그냥 안심하실 분이 아니란걸 알아서. 배터리가 없어 꺼진 폰을 충전시켜놓고 어제 산신님한테 받아온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성진이가 한번은 데려오라고 했었으니까 빨리 전해주는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민하다가 보낸 시간도 후회하게 되리란걸 그때는 몰랐다.

 

 [집에 오면 오빠한테 전화 한통해]

 

 오랜만의 기명오빠 문자. 연애한다고 통 바쁘신가? 안그래도 얼굴본지가 언제인지 싶은데. 폰을 켜자마자 도착한 그 문자에 전화를 바로 걸어봤다. 무슨일이지?

 

 "응, 오빠 무슨일인데?"

 "언제 집에 왔어?"

 "방금왔지. 신당나가보려고.."

 "기태형이 신당에 없을수도 있대서 문자해둔거였거든. 오빠 집에 가는길이니까 들릴게"

 "그래, 알았어"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는데 잠이 쏟아진다. 어제 재밌는건 재밌는거고, 진짜 솔직히 잠을 못잤더니 정신이 몽롱하네. 치성만 드리고 좀 잘까? 하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 가지고 신당에 도착했다. 절을 올리고 앉아있는데 어제 들었던 '통안'이라는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수명을 볼수있다? 그건 저승사자들은 다 알고 있을텐데. 굳이 나한테도 그 능력을 전해주려는 이유는? 실수로 사자들이 데려가는걸 막으라고? 머리아프게 생각하지 말자 하고 천음산을 나왔지만 나도 사람인데.. 생각이 왜 자꾸 안들겠냐고. 전화기를 들었다. 몇번을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오늘 시간 괜찮으신가 해서요"

 

 시간은 이르긴 했다. 여덟시라니- 여담이지만 산에서 진달라(닭)이 울때 좀 멋있어 보이긴 했다. 일반 닭이랑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동이 틀려고 할때 우는 울음소리가 뭐라고 해야 되지? 호랑이 못지않게 우렁찼다고 할까?

 

 "네! 저야 뭐 괜찮죠"

 

 누가 들어도 자다가 일어난 목소린데 진민씨가 괜찮다고 하니 할 말이 없네요.

 

 "그럼 시간 될때 오세요. 전해드릴게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박력있게 안받아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을텐데? 근데 편하게 말놓겠다고 문자론 대뜸 반말하더니 다시 존대로 돌아왔네? 자리를 좀 잡으라고- 왔다갔다 하지말고. 전화 끊은지 한시간도 안되서 진민씨가 신당으로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담스러운게 먼저라니까. 사자들의 실수라는 말에 원망했던 마음이 반절정도는 사그라든게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건 매 한가지였다.

 

 "전해줄게 있다고?"

 

 전화는 존대고 대면하면 반말이냐?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성진이 전화가 왔다.

 바쁘다 바빠.

 

 "야!"

 "뭐?"

 

 이 놈은 여보세요가 없어 왜? 하여튼 희한한 예의를 가진 놈이라니까..

 

 "아니, 신당이냐?"

 "당연하지. 왜?"

 "혹시 오늘 그 반귀인(귀신을 끌어당기는 사람)만날거냐?"

 "그래야지. 안 그래도 와 있는데?"

 "되도록이면 빨리 데리고 오라고. 어제 기억나지? '통안'이란거. 해결해야 할 일 있음 빨리빨리 하고 치우자고. 여기저기 신경 분산시켜서 좋을거 없어"

 "잠이나 자라. 나도 그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말하는거 하곤.. 오후에 와. 엄마가 기다린다고 하시네"

 "그래"

 

 전화를 끊자마자 진민씨가 묻는다. 자기 얘기인건 아는것 같다.

 

 "무슨 전화야?"

 "아.. 그게 일단 이것부터 좀.."

 

 조심스럽게 팔찌를 건넸다. 솔직히 남자가 하고 다니기엔 되게 없어보인다고 해야하나. 그게 내가 샀다던가 만들었다던가 하는 그런 선물은 아닌데 일단 저 사람눈에는 그렇게 보일테니 건네기가 여간 부끄러운게 아니었다.

 

 "어..? 이게.."

 "하고 있으면 좋은거에요. 안좋은일 막는다고 생각하고 하고 있음 좋아요"

 "...."

 

 말없이 만지작거리고만 있다. 그게, 오해하지 말구요. 당신이 귀신을 끌어당기는 기운이 있다고 해서 내가 산신한테 받은거거든요- 라고는 절대 말 못하니 당신이 오해하는것도 어떻게 해명할 길이 없겠네요.

 

 "고마워, 이쁘다"

 

 응? 어디가? 어느부분이? 미적 감각이 어디에 있길래 그게 이쁘다는건지. 그냥 하얀색 실로 만든 매듭같은건데. 그런거도 고마워해줘서 내가 다 고맙네요.

 

 "아니에요. 그리고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요.."

 

 이상하게 자꾸 뭔가 꼬여가는 기분이 든단 말이지. 나름 선물이라고 주고, 약속까지 잡자니.. 데이트하자는 기분인데?

 

 "어? 뭔데?"

 "나랑 내일 산에 갈래요?"

 

 내가 뱉아놓고 얼굴을 감싸쥐었다. 와.. 부끄러워서 얼굴 미어터질것만 같아. 산에 갈래요? 뭐야. 오늘 집에가면 이불을 얼마나 걷어찰런지?

 

 "응? 아침에?"

 "아무래도.. 신당에는 잠깐 나와야 하니까요"

 "그래, 몇시쯤 올까?"

 "오늘 이시간이면 좋겠어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서 그건 좋은데 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은 분위기는 뭐냐고. 산에 한번만 데려가면 된다고 했으니까. 감수해야지 뭐...

 진민씨가 가고 나서 기명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감시간은 몇주 지난거 같은데 사실 몇일밖에 안지났어. 아! 반장님한테도 얘기해줘야 할텐데. 또 자살사건 죄다 엮어서 수사하고 계시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해결해야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은거지?

 

 "소향아-"

 

 진짜 오랜만에 보는거 같다 기명오빠는. 여자친구 생기면서 묘하게 멀어지는 것 같아서

 좀 서운한 마음도 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동안 제일 의지하고 믿었던 오빠였으니까

 

 "응, 오빠 오랜만인거 같지 않아?"

 "그러니까 하하. 친구집에선 잘 자고 왔어?"

 "어? 아.. 그게"

 "설마 남자친구는 아니지?"

 

 와, 음료수 가져다 주다 그대로 쏟을뻔했어.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촉이 좋은건가? 그냥 던지는 말 치고는 굉장히 디테일하단 말야.

 

 "아니지, 오빤 날 뭘로보고"

 

 사실 남자들이 엄청 많기는 했는데 그게 남자라고 할 수 없는 남자라서 말야.

 기명오빠가 말해놓고 큭큭 웃는다. 나도 따라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몇일전에 한번 신당왔었는데 없길래 얼굴 못보고 그냥 갔었거든.

 근데 요즘 오빠한테 연락 한번도 없고, 좀 섭섭하다? 예전엔 자주 하더니?"

 "응? 오빠도 이제 바쁜거 같아서. 여자친구도 만나고 하면 바쁘잖아?"

 "그거랑 내 동생 얼굴보는거랑 무슨 상관이야?"

 "아니, 일단 오빠 병원일이 먼저니까- 아 모르겠다. 나도 요즘 내가 모르는 일에 막 휘말리는 느낌이라서"

 "왜?"

 "아냐~ 그래서, 오늘은 동생 얼굴보러 오셨어?"

 "겸사겸사. 점심도 좀 먹고 얘기도 좀 하고~ 그럴려고"

 

 오빠 가고나서 반장님한테 전화 해야겠네. 저번엔 조직에 이번엔 형사랑 관련됐다고 하면 엄마 기함하실 거 같다. 물론 기명오빠가 얘기하지 말라고 하면 안할 사람이기는 한데 그래도 알고 말 못하는것 보단 모르는게 서로가 맘편할거니까.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이번에 병원 신축공사하거든? 아버지가 터가 좋은지 알아보시는 모양이던데 향이 니가 와서 좀 봐줄 수 있어?"

 "아빠가 나한테 말 안하신거면 날 부르는게 불편하신거 아닐까?"

 

 남들 시선이 신경쓰이실텐데? 난 오빠 말 듣자마자 알겠는데.. 나한테 말하기는 불편하시다는거.

 

 "아닐거야. 미안해서 그러실껄? 괜히 너한테 말하기 좀 그러신걸수도 있고. 고사지내고 이런거 하려면 믿을만한 사람한테 맡기셔야 맘이 놓이실텐데. 솔직히 돈만 받고 사기치는 사람도 많잖아. 아버지 병원 처음 지을때 봐주셨던 분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

 "그럼 아빠한테 물어보고 해야지. 내가 물어볼게, 미안해서 그러신거면 상관없지만.. 혹시나 남들 보는 시선 신경쓰이셔서 그럴수도 있는데 불쑥 나서기는 좀 그렇잖아?"

 

 기명오빠도 잠깐 생각하더니 그러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부탁한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오빠를 보면서 뭔지모를 기분에 한숨이 나왔다. 신당으로 돌아와서 전화를 걸긴 했지만.

 

 "아빠~"

 "어이쿠, 우리 바쁜 막내딸~ 무슨일이야?"

 "아까 기명오빠 다녀갔어요. 바쁘세요?"

 "아니, 안바쁘지~ 기명이는 피곤하다고 집에 잠깐 다녀온다더니 고새 거길 갔어?"

 "히히.. 그랬어요? 아빠 이번에 병원 신축공사 하신다면서요"

 "응? 기명이가 그래? 그놈자식 그거.. 말하지 말라니까"

 

 음.. 제 느낌이 맞는거죠? 불편해서 그러신거.. 집에서 이뻐라 해주시는것만 해도 감사한데.. 남들 시선까지 무시하는건 안될테죠. 이해해요

 

 "아.. 그러실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수군댈테니까"

 "응? 무슨소리냐. 그런거 때문이 아니라- 별것도 아닌데 부탁하는 모양새가 꼭 널 필요할 때 부르는것 같아서 그래. 괜한 생각은 하지 마라"

 "그래도.. 알겠어요 아빠. 아빠가 아니라면 아닌거죠 뭐"

 "집에서 얘기하자. 전화로 이런 얘기하면 꼭 오해가 생기니까 말야"

 "네~ 저녁에 뵈요"

 

 아이고.. 벌써 산에 가야 할 시간이구나. 반장님한테는 전화도 못했네? 산에는 얼마나

 다녀야 할지. 중간쯤 올라가고 있는데 성진이를 만났다

 

 "어? 이제오냐?"

 "응, 넌 왜 여기 내려와 있는데?"

 "그냥. 신당 한번 가볼까 했는데 왔네"

 "올라가자"

 

 당의를 보니 현신하고 계신것 같았다. 계속 보다보니 신비롭기도 하다. 사람이었다면

 연예인 해도 충분한 미모라고 생각했다. 내가 절반만 닮았으면 진짜 좋겠다!!!!!

 

 "만난게로구나. 반귀인을 만나면 항상 귀기(鬼氣:귀신의기운)가 어디든 묻어있기 마련이지.. 그나마 너였기에 잡귀같은것은 달라붙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 내일 온다고 하더냐?"

 "어떻게 아셨어요? 내일 오전에 올거에요"

 "잘됐구나, 이번에 오는 일월야(日月夜)는 특별하진 않지만.. 몇백년만에 대행인이 선택되었으니 아마도 처음 맞는 네게는 정신이 없는 하루가 될 것이다. 그래서 염려가 되는차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귀띔이라도 해주려고 한단다"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제 마음을 알아주시다니. 그런데 몇백년이라구요?! 더 심란해지는데?

 

 "몇백년이라뇨? 질문해도 되나요?"

 "먼저 내말을 듣고 해도 늦지 않을게다"

 

 일월야는 천계와 저승의 수장(천제와 염라대왕을 말한다)과 신장들이 모여 논의를 하며 쉬어가는 날인데, 영혼들을 데리고 오는날과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따로 명시하여 부른다고 한다. 대신 영혼들처럼 따로따로 쉬게 되는데, 이번에는 나(대행인이 뭐길래)때문에 한자리에 모일것이라고 했다. 대행인은 오로지 천제님의 결정에 따라 정해지는것이고, 그것을 선택하는 이유나 기준은 천제님만 안다고 했다

 

 "그렇다면 '통안'이라는것은 정확하게 어떤거에요? 수명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단순히 수명을 볼 수 있는것이 아니란다. 사자들은 명부에 적힌 이름으로만 죽을 사람을 찾기 때문에, 실수가 조금은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하지. 신장들은 수명까지 볼 수 있으나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자들에게 명을 내리는것이고. 그 두가지를 한번에 하는것이 인간계에서 선택된 대행인이 가진 '통안'이라는 힘이란다. 예측할 수 없는 일로 죽는 사람은 없어. 사람들이 내다보지 못하는것일 뿐 천계와 저승에서는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이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저승신장들은 망자를 관리하는 것 이외에도 저승에서 하는 일이 많단다. 대체로 저승 내에서만 활동하며 인간계는 저승사자에게 일임해두고 있지. 오방신장들은 악귀(鬼)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자들의 행보에 관해 크게 관여하지 않고. 몇백년에 한번씩 대행인이 선택되는 이유가 이것때문이다. 인간에게 매번 '통안'이라는것을 부여하게 되면 그 능력을 악용할 소지가 있고, 또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천계와 저승이 서로 힘을 합해도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때만 '대행인'을 선택하게 된단다"

 "그 몇백년만에 선택된 대행인이 저라는거군요?"

 "그렇지. 아마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제님께 직접 들을 수 있을게야. 지금은 그정도만 알아둬도 좋으니 유념하고 있거라"

 

 산신님이 차분하게 설명해주셔서 알아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가 선택된 이유는 모르니 개운하지 않은것은 피차 일반이었다.

 

 "천계와 저승은 서로 사이가 안좋아서 따로따로 있는건가요? 아니면.."

 "사이가 나쁘다면 같은 날 서로 모일일이 없을테지. 다만 저승은 신장들과 사자가 분리되어 있는 반면에 천계는 신장들만 있기 때문에 저승신장들과 사자들이 서로 보고하고 논의할것들이 많기에 그런것일 뿐, 일적인 얘기들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쉬어간단다. 그것은 네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테니 더 설명하지 않으마"

 

 아하? 저승이 좀 더 체계가 복잡하구나. 천계가 평화로워서 그런건가? 기대가 되는데?

 일월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성진이가 얘기했던 진달라(닭)와 마호라(원숭이)가 싸우는것도 내심 보고싶기도 하고.. 단지 아쉬운건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도 못한다는 사실이지. 기를 잡는것은 일월야 전까지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이제 자리를 거의 잡아가니-'통안'은 그 후에 열릴것이라고. 갑자기 보이는 것들에 놀라지 않으려면 마음을 다잡으라고 하신 말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어 지겠어'라는 속마음을 내 비치지 않기 위해서 꾹 참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심란한 기분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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