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에서 다시 본 반장님이 낯설만큼 초췌했다. 내가 걱정했던게 맞는거 같아. 보도되지 않았던 자살사건이 더 있었던건가?
"요즘도 그런 사건들이 계속 있어요?"
"아뇨. 정말 갑자기 자살사건은 거짓말 처럼 뚝 끊겼어요"
"그래요? 그럼 잘 된거 아니에요?"
"그건 우리 같은 졸(아랫사람을 뜻하는 은어)들이나 그렇죠. 고상하신 윗분들께선 범인이 있을테니 잡는사람은 포상금에 휴가에 뭐에, 아주 그냥 목숨걸고 달려들게끔 조건을 그럴싸하게 잘 달아놓고 관전만 하고 있다는게 문제에요. 정작 지들도 범인이 누구라고 특정도 못짓는 주제들이지만."
불만이 꽤나 많아 보였다. 하긴.. 위에서 하란대로 해야하니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이 얼마나 짜증이 날까. 설명을 어떻게 해야 이 반장님께서 그냥 '아, 그래요?'라고 넘어가줄만한 이유가 생길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그딴건 없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정면돌파다.
"그게, 음.. 자살이 끊어진 시점이 일주일도 채 안됐죠?"
"어..음...... 그렇네요, 아직 일주일은 안됐어요"
"제가 좀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을 자살하게끔 만드는 원인을 봤는데 말이죠"
"범인을 보셨어요?! 그럼 신고를 하셔야죠!"
아까까지만 해도 흐리멍텅한 눈빛이 순간 섬광같은게 빛나며 반짝거렸다.
"근데 그게 말이죠.. 반장님, 장난치는거 아니니까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그게 많은 사람들 눈에는 안보이는거에요(그슨새는 혼자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일순간 몸을 바짝 일으켜 경청하시던 반장님이 다시 지루한 표정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이해를 시키냔 말이야.
"에이.. 참 저도 모르니까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지만, 또 제가 도움 받기도 해서
장난 안치는 사람이라는건 알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그건 좀..."
알아요. 나도 안다구요. 내가 하는 말이 그게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지.
"그러니까 갑자기 자살이 끊어진 이유를 어떻게 보여드릴수가 없어서 당황스럽지만..
보여드릴수가 없어서 유감이에요"
진짜인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내가 아무리 진짜라고 강변해봤자 '그게 무슨 개소리야'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일 일. 판단은 반장님이 하라고 나도 강짜를 한번 부려봤다. 안믿으면 자기 손해지 뭐.. 누군들 믿겠냐만
"근데 저 한사람 믿는다고 달라질게 없는거죠. 이걸 서장님한테 말하는 날엔 아마 전
바로 그날 경찰 뱃지 반납하고 서를 나가야 될겁니다"
"그런거 설명하지 말라고 말씀 드렸는데. 대신 반장님만 알고 계시라구요. 그냥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원칙이 없다, 연관성이 없다라는 뜻) 같다고, 반장님 혼자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 사건은 그냥 놔버리란 거죠.."
"그래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놈들 불쌍해서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설명해주고 싶네요. 당연히 안믿을게 뻔해서 말 못하는게 안타까울뿐.."
그러게요, 저도 설명하는데 황당합니다- 라고 말해버렸다. 사실 나도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똑같은 반응 아니었을까? 귀신의 농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에 홀려 자살한거다. 그러니 원인은 없고 잡아 처넣을 놈조차 없다. 이 사건은 여기서 종결 될테니 지켜보다가 그냥 덮으라- 라고 말하는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다 하는 무당 앞에서 뭐라고 답해야 현명할까?
"그랬었다는 것만이라도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신당을 당분간은 비워야 할 일이 생겨서요. 전화로 했다가 혹시 제 전화로 누가 장난친다고 생각하실까봐 뵙자고 했는데.. 설명하고 나니 저도 좀 민망한건 사실이네요"
그러니까! 아까 진민씨도 그렇지만 반장님도 그렇고 아주 두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사람을 이불킥하게 만들어 놔.. 아 그냥 차라리 둘다 이렇게 영영 멀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닙니다. 추이는 지켜봐야겠어요. 그래도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다른 사람같았으면 공무집행 방해로 유치장에 모셔줬을텐데 제가 도움받아 본 입장에선 그렇게 믿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요, 그냥 반장님이라도 그렇게 믿고 넘어가세요. 그 자살사건이 하도 임팩트가 있어서 그런지 잠시 다른범죄 수치가 주춤하더라 실없는 농담을 하시고는 돌아가셨다.
하아.. 이제 일월야때만 기다리면 되는거겠지..? 어제 부모님이 싸우신일로 굉장히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는데 아빠가 먼저 전화를 하셨다.
"딸, 뭐해?"
"지금은 그냥 있어요. 아까 잠깐 손님왔다 가셨구요"
"아빠랑 데이트할까?"
"네? 갑자기 무슨.."
"그냥 저녁도 먹고, 아빠랑 얘기도 좀 하고 말야"
"그래요~ 저야 좋죠!"
"그럼 아빠가 다시 전화할테니까 그때 보자~"
화해를 하신건지 어쩐건진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괜찮게 들려서 다행이다 싶은느낌. 그동안 한번도 집에서 큰소리를 안내신 분들이라 어젠 사실 적잖이 놀랐었다. 저러다 정말 더 크게 번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됐었고. 그 싸움의 원인이 나때문이라는것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던걸거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나온 아빠가 강변에 차를 대고는 한참 말이 없으셨다. 차에서 내려 끊었다던 담배를 다시 한대 무시고는 이내 불을 붙였다.
"아빠, 담배 끊었다면서요"
"그러게나 말이다. 속이 상하니까 생각나는게 이거뿐이더라고. 그렇다고 너랑 맥주한잔 같이 할수도 없으니까"
엄청나게 속상하신가봐요 아빠. 아무말 없이 옆에 서있을뿐이었다. 뭐라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 어제 아빠가 언성을 좀 높였던건 미안하다. 아니 그게 뭐라고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도통 이해를 못하겠어. 막내 넌 이해하겠든?"
"소문이란게 그렇잖아요. 모르면 모를까.. 그런 소문을 알게 되면 불편하잖아요 사실. 거기다 그렇다더라~ 하는거랑 사람들 앞에서 '그렇다'라고 보여주는거랑 좀 다르니까요. 엄마가 불편하게 생각하시는건 이해해요"
속깊은 척 이해한다고는 했지만 전부 이해되는건 아니었다. 내가 너무 비약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거기서 '당신아들'이란 말이 나올게 뭐야. 그냥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고 나를 그 선밖에 두고 계신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눈치 볼 나도 아니지만.
"그래도 난 이해를 못하겠다. 엄마가 알아본다 한들 엄마도 한평생 책만 잡고 살았던 사람인데 뭘 알겠어? 주변 사람들이 여기가 잘 한다더라 하면 그냥 그런곳에 가서 맡기겠지. 아빠가 병원을 처음 세울때 봐주시던 그 분이 참 잘하셨어.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막역지우셨거든. 돈에 욕심이 없으신 분이었지- 지금 막내 니가 보기엔 병원이 처음부터 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건 아니야. 하나하나 늘려온게 지금 벌써 다섯개가 된거고. 처음 초석을 잘 닦은거야"
"그럼.. 아빠한테 하나만 물어볼게요. 솔직히 무당을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잖아요? 남들 시선 신경안쓰이세요? 당사자인 저도 한번씩 남들 시선 의식할때가 있거든요"
담배연기가 공중에 아스라이 퍼지며 흩어졌다. 이어진 깊은 한숨. 눈앞에 천연히 흐르고 있는 강을 따라 시선이 옮겨갔다. 그리곤 짧은 침묵.
"네 말대로 한다면 입양도 그렇지 않겠어? 난 왜 엄마에게 실망을 했냐면 말야, 입양이라는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서, 남들과 좀 다른게 있다고 그걸 굳이 숨기려 한다는거지. 소향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야. 네 신당에 찾아가는 사람중에 나와 네 엄마랑, 그리고 네 오빠들하고 한치도 관련이 없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능력을 내보이기 싫었다면 신당도 차려주면 안되는거지. 네 엄마한테 적잖이 실망한게 사실이야. 이중적인 모습이잖아 그건"
뭔가 반박할 수 없는 아빠의 대답에 다시 강물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이 깨진건 아빠가 신축공사터에 가보자는 말을 듣고서였다
"전 상관없는데, 만약에 말예요. 진짜 안좋은거라도 있다면 어떡해요?"
"흠.. 그러면 거기에 건물을 지으면 안되는거지. 네 엄마가 너한테 부탁한다고 하면
또 화내다가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말야 하하"
저게 진짜 그냥 웃어넘기시려는건진 모르겠다. 표정에 씁쓸함이 보이기는 했는데, 굳이
내가 아는척 한다고 달라질게 없어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이미 공사부지라고 바리케이트까지 쳐져 있는것 보니 땅을 고르는 작업까지는 한 것 같은데.
그 뼈대라는걸 세우기 전에 미리 터를 본다는 의미라는걸 그때 이해했다. 그래서 안좋다고 하면 건물 자체를 안짓겠다고 하신거구나.
"...."
"...."
해가 저문 그 어둠을 따라서 아무도 없는 공터를 혼자 가로 질러 걷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별 탈 없이 공사를 할테니까요. 한바퀴를 전부 둘러보는데만 한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다행히 정말 여긴 아무것도 없네요. 천천히 둘러본 후 아빠에게 웃으며 옆으로 다가갔다.
"괜찮아요. 고사만 잘 지내면 되겠는데요?"
"그래? 다행이구나!"
새까만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지만 맞은편 병동에 켜져있는 불빛으로도 충분히 아빠의 표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곤 고맙다며 엄마에겐 비밀이라고 속삭이시는걸 듣곤 알겠다며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다.
그날 이후로 신당에서 잠깐 인사를 올리는것 외에는 내내 산신님과 함께 틈틈히 신장들이 어떻다- 라는 뒷담화도 들어가며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며칠 사이에 엄마는 굳이 공사터에 굿을 해야 한다며 웬 박수무당 하나를 불렀다고 하셨는데, 그때 집안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오늘, 일월야 당일이었다. 새벽부터 꽤나 분주해보이는 엄마때문에 나도 덩달아 잠이 깨버렸다. '젠장..' 대체 그 '대단한' 박수가 누군지 가서 얼굴이라도 보자 싶어 옷을
갈아입었다. 오빠들도 피곤했는지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도 눈은 반쯤 감고 있었다. 새벽 다섯시 반, 그럴만도 했다. 전날 공사인부들도 다 빼고 포크레인같은 장비들도 빼둔 탓에, 박수의 제자라던가? 그런 사람들이 상을 차리고 굿을하겠다고 생 난리를 쳐대는데 고개를 가로젓던 아빠와 기태오빠가 나를 쳐다봤다. 당연히 아빠는 이미
나와 여길 왔으니까 아니란걸 더 잘 아실테고, 눈치빠른 기태오빠가 '이거 맞냐?'는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냥 조용히 한번 보시라- 그런 눈으로 대답했다.
대체 여기서 무슨 대단한걸 보셨길래 저렇게 큰 굿판을 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미연 언니한테서 들었던 영가를 천도하는데만 억을 불렀다고 했으니까(다른 무당이), 이 정도 규모면 비슷한 금액은 들었겠네요. 뭐 평당 얼마씩 받았으려나? 내가 안둘러 봤다면 모를까, 이미 왔다 갔는데 뭔가 있다고 굿을 '꼭'해야 한다고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게 있을까? 이젠 궁금해질 지경이었으니까. 그 박수라는사람이- 내게 와서 그따위 헛소리만 지껄이지 않았어도 아마 넘어가줄 수 있었을거다.
"어허 사모님, 따님께 허주(무당이 될 사람에게 씌는 허깨비)가 들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가만히 두고 계셨습니까? 오호 통재라"
진짜 내가 오호 통재라다 이 돌팔이 자식아.. 나와 대무님께 같이 신당에 갔었던 기명오빠는 아예 잠이 오니까 자야겠다고 하품을 쩍쩍 해대고 있었다. 그 자식은 낯짝이 두꺼운건지 뭔진 몰라도 끝까지 나한테 붙은 귀신을 떼내야 한다며 개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참고 보시던 아빠는 당연히 언짢아하셨지만 그 박수를 불렀던 엄마조차도 저게 무슨 헛소린가- 하는 눈으로 보고계셨다. 그러니까.. 대체 쟤한테 얼마를 주셨어요. 차라리 그걸 기부를 하시지..
"허주라뇨? 그런건 아닌거 같은데"
"사모님이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조상신이 노하셔서 이 따님 앞길을 막고 있으니 말이지요"
에라이 이 미친자식아. 조상이 어디 할짓이 없어서 자손들 앞길을 막냐고? 세상에 그런 조상은 듣도 보도 못했다 이놈아. 그리고 정말 미안한데, 내가 이집 자손이 아니라서 조상님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를거거든? 이라고 속으로 일갈했다. 사실이니까.
그제야 뭔지 알았다는 듯 엄마도 굿같은건 하지 않을테니 그만하고 가보라는 말을 했지만, 원체 돈을 좋아하는 놈인지 끝까지 날 물고 늘어지며 굳이 꼭, 굿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천제님이 한번 탁 치고 나오실때가 되셨는데 말이야.
"네 이놈!"
내가 이전에도 느낀거지만, 의식은 살아있는데 내가 말하는게 아닌 기분이 참 이상하다.
로보트가 된 기분인거지, 쉽게 말하자면. 여튼 천제님이 참다참다 노하셨나보다.
"이게 무슨"
그 박수놈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어디 감히 제자도 아닌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눈과 귀를 속여 잇속을 챙기려고 해! 허주라니, 네놈이 그런것을 구별할 줄 아는 놈이라는 말이냐? 네놈이야 말로 허주가 씌여 귀신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꼴이라니. 분수를 알아야지!"
내 목소리가 아니니 당연히 엄마가 나를 두려운 눈으로 보는거겠지. 그 남자가 들고 있던 방울을 뺏아 바닥에 던지고서 다시 말했다.
"바른 소리를 해도 호되게 경을 칠 판에, 네깟놈이 무얼 안다고 허주니 뭐니 지껄이느냐. 굿이라는 것이 네놈 뱃가죽 불리는데 쓰라고 있는것인줄 알아!"
이럴때 엄청 위엄있으시단 말이지. 오늘 일월야때는 또 어떠실지 모르지만. 여튼 그 박수가 허우적대며 줄행랑 치는 통에 상위에 차려둔 음식만 무색하게 되버렸다. 음식은 제대로 차렸나 싶어 가봤더니 미친? 아 오빠들, 저새끼 잡아와요. 이게 뭔 돌림음식이야. 과일이고 뭐고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었다. 돈을 어디 콧구멍으로 쳐 잡쉈나!!!!
"그만 돌아가지. 굿 같은건 할 필요가 없으니 말야"
"무슨 소리에요, 저 사람이 뭔가 실수를 할수도 있는거죠. 그리고 용한 무당이 어디 저 사람 하나겠어요? 찾아보면 될.."
"그만하라고, 당신이 신경 많이 쓰고 있다는건 알아. 나도 따로 알아봤는데, 여긴 아무것도 없다했어. 걱정말고 고사지낼 준비 좀 해줘"
"당신도 그 어르신 돌아가셨다고 알아볼 곳 없다 그랬잖아요. 근데 어떻게.. 당신 설마?"
엄마가 나를 돌아보며 '설마'라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 여기선 묵비권이 최고겠지?
"소향이는 왜 쳐다봐? 당신이 질겁하며 정색하는 바람에 소향이는 여기 처음온건데.
엄한 애 잡으려고 하지말고, 고사나 지내자고."
그리곤 엄마를 데리고 그 자리를 나가셨다. 아무래도 엄마랑 자꾸 갈등이 생기는 것 같은데.. 진짜 골치 아프네.. 기분좋게 오늘 외박 허락받으려고 했는데. 오빠들이 괜찮냐고 묻는데 지금 나는 오늘 일월야를 못볼까 그게 지금 걱정이라고!!!
"오빠, 나 오늘 친구집에서 잘려고 허락받으려고 했는데.. 분위기 보니 안되겠죠?"
내가 불쌍한 표정으로 기준오빠를 바라보며 말했더니 한참 진지하게 고민하던 오빠가 한가지 묘안을 냈다.
"그럼 이렇게 해, 기태랑 너랑 둘다 집에 안들어가는거지. 기명이나 나는 병원에 있으니까 핑계댈게 없잖아? 기태 너야 워낙 전화 잘 안받으니까 아침에 같이 들어가서 대충 둘러대, 이 분위기에선 허락받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외박이라는거 자체가 또 문제될 수 있으니까."
하긴.. 기준오빠 말이 맞지, 이런 상황에서 뭔 허락을 받아.. 것도 외박을. 일월야가 아니었어도 오늘은 집에 가기 싫었을 것 같아. 기태오빠에게 부탁한다고 내일 아침에 같이 집에 들어가자 한마딜 남기곤 천음산으로 향했다. 산신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는 모습에 더 울컥하는 마음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