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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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야 # 2 통안을 부여받다.
작성일 : 19-10-10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7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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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라대왕은 별일 없었다는 듯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천제님이 오셨기때문인 것 같기도 했지만, 산신과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아서 그런것도 같았다. (같은여자라서?) 다들 좀 쉬자는 천제님의 말에 성진이 옆에 앉았는데, 산신님이 다가오셨다.

 

 "대행인이 선정될때마다 저런 짓궂은 장난을 치더구나. 자기는 담력테스트라고 하는데, 두번째 대행인은 거품물고 기절까지 했었단다. 그래서 천제님이 많이 언짢아하셨는데도 -대행인이 저승과 많이 연계가 되기 때문에 딱히 호되게 뭐라고 하시지는 않았지. 염라대왕의 말도 틀린건 아니니까.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 선물이라고 하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 게다가 겁을 좀 먹는다 싶으면 계속 장난을 쳐대니까, 또 뻑하면 자기가 들고있는 극으로 산을 저렇게 후벼파대니. 게다가 불러낸 괴물몸집은 좀 작나? 하여튼 고약한 심성은.."

 

 ..음.. 그러니까 종합해보면 아까 그 괴물같은게 일종의 테스트였고, 그게 선물이었다구요? 뭐 극한 공포체험 이런거 단련시켜줄려고?

 

 나도 신장급이라면 아이야이 모르겠다 싸우자와아아아 해버리겠는데, 나는 한낱 인간일뿐이라 말이에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이 초라한 나를 스스로 안쓰러이 여겼다.

 

 그래도 이런 일은 딱 한번뿐이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별 위안은 안되지만 말야.

 

 저승신장들은 저승시왕들이 죄 허리춤에 차고 있던 복대를 풀고 나름의 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불편한 정자세로 앉아있었다.

 

 그에 반해 천계는... 비갈라(돼지)가 당연히 주축이 되리란건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던 술들이 어디서 이렇게 많이 생겨났냐고?

 

 게다가 내가 들었던 진달라(닭)과 마호라(원숭이)의 싸움은 없는데 되려 산저라(뱀)와 아지라(용)가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너 천제님한테 고새 가서 꼰질렀다지? 막말로, 이런건 너네가 해야 하는거 아니냔 말야.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거지만, 난 원래 육정신(양의 기운을 가진 신)이라고! 아무리 천계 영혼이라고 해도 근본이 음의 기운을 갖고 있는데, 왜 미기라(호랑이)랑 아지라 너는 번번이 빠져서 있냔 말이야. 이번이야 마라 그놈이 천옥 부수는 바람에 할 수 없다지만 매년 내가 통솔해서 내려오는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는 알아?"

 

 "그러는 너만 스트레스 받냐고, 난 천계 위에서 놀고 있냐? 너 내려가고 가면 그 뒤에 수습은 나랑 미기라가 했어. 솔직히 니가 마라 잡을 수 있었을 거 같냐? 나 정도 되니까 그놈 날뛰는거 겨우 잡았지, 니들이 백마리 모여봐라 그놈 잡을 수 있었겠나"

 

 "야! 이놈자식이 진짜. 말이면 단줄아냐?!"

 "그러는 너는 기지배가 사사건건 불만이야 불만이"

 

 신장들 얘기하는거 들어보면 성별 나오네요. 뱀은 여자고 용은 남자고. 이런거보면 저승쪽이 평화롭-

 

 "그러니까, 황제님이 말씀하신건 대행인이 명령 내리는걸 들어야 한다는거죠?"

 "그래 적제. 오방신장은 내일부턴 대행인 직속이라고 봐야 하는거지. 천제님이 선택하신 사람이니까"

 

 "차라리 염라대왕님보단 낫지 않을까요?"

 "아서라, 청제. 네번째 대행인 생각 안나? 사람들 관리해달랬더니 자기케어하고 있었잖아. 우리가 무섭다고 죽을때를 놓친 영혼들이 한둘이었냐고"

 

 "그거야.. 근데 이번엔 좀 다르잖아요?"

 "흑제,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지 우리가 속단할건 아니야"

 

 -지 않네요 절대로. 저긴 은근히 내 디스하고 있는거 같은데? 염라대왕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오방신장에게로 다가갔다.

 

 "뭐가 걱정이에요?"

 "우와아아악"

 

 다섯명이 전부 무슨 괴물이라도 본 마냥 앉은자리에서 순간이동을 했다. 뭐냐고 그러니까. 묻잖아요 사람이!

 

 "내가 어떻게 하면 오방신장이 편해지는건데요?"

 "어..저.. 그게 말입니다만. 그러니까 말이죠"

 

 황제가 몇번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저희가 편하게 해드리는게 맞는겁니다. 대행인께서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안찡찡거리고 사람들 수명대로 관리 잘하면 되죠?"

 "그러니까 그게.."

 

 난 왜 얼굴빛이 변하나 했더니 언제 왔는지 염라대왕이 뒤에서 씨익 웃고 있었다

 

 "오호.. 대행인, 벌써부터 군기를 잡는건가?"

 "네? 아니.."

 

 아까 오방신장들이 순간이동 시전했던 이율 이제 알았어. 나도 지금 하고 싶거든.

 

 "나보다 더 잘잡는데? 계속해봐"

 "아니에요. 그냥 궁금한거 물어봤을뿐이에요"

 

 내 표정이 얼어있는건지 안좋은건지, 나도 전혀 모르겠어.

 

 "아까 선물때문에 그래? 신고식이라고 생각해"

 

 예의 산신님 말이 떠올랐다. '겁먹으면 자꾸 장난친다'고.

 

 "신고식은 과하셨어요. 그래도 염라대왕님은 신이고, 저는 인간이니까요."

 

 염라대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겨먹겠다고 던진 말은 아니었지만, 겁먹지 않았다는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도 검은 오오라 뿜어내면 울것같아.

 

 "하아.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안해. 어차피 신고식은 한번뿐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래도 깍듯하게 인사는 했다. 무섭다고 젠장..

 

 "대행인, 내 눈밖에 나면 아마 저승에선 힘들어질거야"

 

 ... 와 진짜 염라대왕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협박이다.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한건 잊지 마시구요"

 

 애써 웃었지만 아마 내 표정은 x씹은 표정이었을테지? 이왕 염라대왕한테 찍힌거.. 다시 오방신장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이름이 백제,청제 그런거에요? 천계 신장들처럼 무슨신장 누구누구- 이런 이름같은건 없어요?"

 "아니.. 있습니다만.. 가르쳐줘도 아무도 모르니까요"

 

 황제의 말에 뭔가 여기서 손수건이라도 건네야할 것 같아. 아무도 모르다니

 

 "왜요?"

 "사실 이름에 크게 개의치는 않으니까요. 저희도 신수(청룡,주작,백호,현무,황룡)이름으로 불리는게 더 편하기도하구요. 방위별 나타내는 색으로 불러주는것도 익숙합니다."

 "그래도, 이름이 있으면 가르쳐줘요. 난 진짜 청룡 주작 이런게 이름인 줄 알았어요"

 "음.."

 

 잠깐 서로 눈빛을 교환하던 오방신장들이 천제님께 인사올리던 때 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꿇지 않은 무릎 위에 팔을 굽혀 맞댄 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중앙황제 리성, 동방청제 미요, 서방백제 한각, 남방적제 난욱, 북방흑제 담무, 대행인께 정식으로 인사합니다"

 

 묻지 말걸..그랬나? 어려운데 뭔가..

 

 "그럼.. 이름을 제가 다 외우면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거죠?"

 "편하실대로 하시면 됩니다"

 

 리성(중앙)의 말을 듣고는 알겠다며 인사하고는 다시 성진이 옆에 앉았다.

 

 "이제 좀 적응 되냐?"

 "아니, 전혀 안되고 있지. 염라대왕 덕분에 집에 엄청 가고 싶거든"

 "그래도 잘 버텨냈네, 두번째 대행인은 엄마 당의자락 붙잡고 대성통곡했다던데"

 ".. 근데 왜 그러시는거야?"

 "그냥, 일종의 심술이지. 염라대왕이 자존심이 엄청 세거든. 대행인을 뽑는 것 자체가

 자존심 구기는 일이 되는거지.. 사실 저승이 혼란스러우니까 인간이 천제님께 통안까지 받아가며 돕는거잖아? 그러니까 몇백년에 한번씩 나타나는 대행인도 고깝진 않은거지"

 "근데 매년 괴롭히는거 아냐? 이런거 진짜 싫은데"

 

 염라대왕은 끈질기게 괴롭히는 성격은 아니라고 했다. 산신님이 부연설명을 더해주자면, 단지 반응이 재밌어서 그런거지 진짜 위해를 가하려고 하는건 아니라고. 그리고 선물이라던 그 괴물은 허상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밟혀도 죽지 않는다는거지. 다만 처음 보는 인간은 그걸 알리가 없으니까 혼비백산 하는거고. 염라대왕의 심중에는 '인간 따위가' 라는 마음이 깔려있다고도 했다. 난관은 염라대왕이네..

 

 ***********

 

 진달라(닭)가 동이트는 것을 알리는 울음을 울부짖었다. 성진이가 옆에 앉아있더니

 조용히 옆으로 빠졌다. 천제님이 내 앞에 서있는데, 갑자기 긴장이 되면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산신님하고 노력했던것들도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휴..'

 

 "천지사방 만물에게 고한다. 천제가 인간계로 내려와 살펴본 바. 유도(幽都=저승)가

 혼란에 휩싸여 바로잡기 힘들어졌으니 이를 염려하여 선택한 대행인에게 통안을 열어주려한다. 대행인은 통안을 사사로이 쓰지 말것이며, 각계의 신장들은 대행인의 보좌를

 전담하라. 대행인의 명은 곧 천제의 말과 다름이 없으며, 천계와 저승의 구분없이 대행인의 실책에 대해서는 나에게 직접 고하라. 통안을 부여받게 된 대행인은 겸손한 마음으로 내 명을 받잡아 행하라. 인간 세상에 더는 혼란이 오지 않게 노력할것이며, 헛된 죽음이 없게 하고, 어리석은 죽음을 막으라.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그대가 현명하지 못한 생각으로 질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통안을 거둬감과 동시에 그대의 육신은 이승에서, 혼은 저승에서 편치 못하리라"

 

 마지막 한줄만 머리에 남았어. 이 능력을 사사롭게 사용하지 말라는 말인건 알겠어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천제님이 환하게 웃고 계셨다. 하하하하..

 

 "이제 인간들의 수명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막중한 책임도 같이 네 어깨에 지워져 있으니, 그 책임감을 잊지말라. 헛된 죽음이라함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저승으로 가는 일을 이르며, 어리석은 죽음은 스스로 죽는 자를 막으라는 것을 뜻한다. 그대의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이것은 천명(天名)이자 신명(神名)이며, 저승으로 가는 날 그대의 업을 씻는 일이 될 터이니, 내세에 인간으로 환생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천제의 위엄있는 목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숙였다

 

 "존명받잡아 대행인이 행하는 일에 한치의 어려움이 없게 하겠나이다"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책임감만 한 십만톤 받은 느낌이다.

 

 "이제 다들 본연의 임무로 복귀하라. 천계는 육정신과 육갑신으로 나누어 업무를 맡아 보고, 저승은 염라의 말대로 행하라"

 

 모두들 각자의 곳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천간문이 열리자 가벼운 목례와 함께

 가버렸다. 흐잉... 난 어쩌지?

 

 "녹음지신이 대행인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겠군"

 "언제나 그랬듯이 말입니다"

 "통안까지 주었으니 나도 조만간 올라가봐야겠어"

 "그럼 이제 안내려오십니까?"

 "아니지, 심심하면 올거야 하하하하. 걱정마"

 "오실까봐 걱정하는겁니다"

 "거 참 되게 야박하구만"

 

 산신님은 언제나 한결같이 냉정하게 말씀하시네요. 그것도 천제님한테만.

 

 "대행인, 하나 주의해야 할 게 있어. 수명은 알 수 있지만 그걸 말해줘서는 안된다는거지. 천기누설이라고 알지? 통안은 내가 언제든 거둬갈 수 있으니까 그 점 명심하고"

 "그런데.. 천제님, 아까 말씀하셨던거 말이죠. 헛된 죽음과 어리석은 죽음 말입니다.

 사고로 죽거나 자살같은걸 어떻게 제가 다 알고 막죠?"

 "아아- 내가 설명을 다 안해줬구만. 대행인이 몸이 천개 만개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죽음을 다 막겠나, 눈에 보이는 것만 막아도 저승이 한결 편해질거란 말이지. 사람이 죽는건 하루에 몇명이 아니야. 1초에 몇명씩 죽고, 또 그만큼 태어나지. 그 많은 죽음을 관장하는건 무리라는거야. 그러니 대행인의 주변에서 보이는만큼만 그 죽음들을 막아준다면 충분히 저승에는 도움이 되니까. 책임감을 가지랬다고 부담감까지 같이 가질 필요는 없어"

 

 그게 그말이에요 천제님. 책임감이나 부담감이나. 올라가신다는 의미가 뭐냐고 물었더니 통안을 부여하고나면 천계의 일을 해야 하기때문에 다시 가신다는거라고. 당분간은 천음산에 계신다며 보고싶으면 오라고 하셨다. 음..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집에 가봐야해서요."

 "아아, 그렇지. 가만보면 인간들은 참 신경쓸게 많아. 그러니까 우리보다 수명이 한참짧은거 아닐까?"

 "천제님, 그런 말을 꼭 대행인 앞에서..."

 "쿨럭. 그렇지, 미안해. 얼른 가봐"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아, 대행인. 이거 하나 더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인간은.. 사념(思念)이 많아 본디 흔들리기 쉬운 존재니까 말야. 미리 알고 마음 굳게 먹으라고 알려주는건데, 그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아마 조만간 나오게 될거야. 그렇게만 알고 있어"

 

 놀란 눈으로 돌아봤는데 어깨를 살짝 올렸다 내리는걸로 대답을 대신하셨다. 엄마 때문인가? 그 집에서 나온다는건.. 그것도 조만간이라고? 산을 나서며 기태오빠에게 집에 같이 들어가자고 했고, 집으로 오는 내내 그 한마디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독립'이라는 좋은 이유로 나온다면 가장 이상적인 일이겠지만, 싸우거나 다퉈서 나오는건 바라지 않는데...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고선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다. 출근 안하셨나? 거기다 오빠들도 죄다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안방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준비중이신가? 안방으로 가 인사를 할 참이었다.

 그때였다.

 

 "난 그정도일줄 몰랐다구요. 그냥 평범한 무당인 줄 알았지"

 "그럼? 소향이가 평범하지 않으면 뭔데?"

 "당신도 좀 솔직해져봐요. 어딜봐서 그게 평범하단거에요?"

 "내 눈에는 평범해! 당신이 유별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거야 전혀?"

 "아뇨, 난 아니에요. 이젠 무섭기까지 하다구요"

 "그나마 소향이 없을때라서 다행인 줄 알아. 진짜 당신한테 실망이군"

 "그만하세요. 엄마 마음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내 앞에서 그런 내색은 하지 마세요"

 "그건 큰형 말이 맞아요. 기태 형 손 나은것도 그 덕분인데, 이런 말 들으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방으로 올라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어젖히며 나오는 아빠와 눈이 마주쳤고, 그 뒤를 나오던 기준오빠를 보며 고개를 떨궈버렸다.

 

 "그..그게 말이다 소향아"

 "막내야"

 

 지금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밝게 웃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방으로 올라가야 할지. 그냥 아무것도 안들은 척 하는게 맞는데,

 심장이 터질만큼 콩닥거리는건 숨길수가 없었다.

 

 "어제 기태오빠랑 같이 놀다가 왔어요. 혼내실거에요?"

 

 애써 머릿속을 뒤져 찾아 낸 한마디다. 태연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떨리는 목소리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아.. 아니지. 기태 넌 그럼 전화를 좀 받든지 했어야지"

 "......."

 

 대답이 없는 기태오빠를 쳐다봤는데 뭔가 불만에 가득 차있는 표정이다.

 

 "소향아, 언제왔어? 들어오는 소리도 못들었는데"

 

 기명오빠가 애써 웃는데, 나도 그 말엔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 저기.. 소향아"

 

 좋게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엄마. 근데 진심이 뭔지 알아버렸네요. 인사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걸어잠그지는 않았지만, 쉽게 들어오지는 못할거다. 상처같은건 안받는데, 꽤나 충격적이네. 천제님! 조만간이라면서요, 이정도면 '오늘당장' 이라는게 더 맞는 말 아닌가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진짜 집을 나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무섭도록 머리속을 휘몰아쳤다. 처음 입양왔던 날이 생각났고, 겨우 열었던 마음이 이전보다 더 굳게 닫히는 느낌이다. 역시, 난 가족은 될수 없었던거겠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천음산으로 갈 작정이었다. 현관을 나서는 나를 보며 기태오빠가 제일 먼저 잡았지만, 거칠게 손을 뿌리치고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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