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어느 주말 청명한 하늘과 상쾌한 바람 조석으로 서늘해지는 전형적인 가을.
여름 장마와 태풍이 지났을 시기이건만 동해상 독도 인근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바람과 소용돌이가 발생되어 점점 그 위세가 강해지고 있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소용돌이는 당장이라도 주위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세력이 확장되었다.
독도 인근 오징어 잡이 배들은 긴급 구조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울릉도로 회항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기상청에서도 긴박감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독도 인근에서 저기압성 기류라니? 이게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박팀장! 박팀장 어디 있어?”
“네! 팀장님 지금 접근 방향 분석중입니다!”
“빨리 보고 하라 그래!”
저기압성 기류는 급속도로 커지더니 이내 소형급 태풍으로 분류 되었다.
이 태풍은 순식간에 세력을 키워가며 강원도에 상륙할 쯤에는 중형급이 되어있었다.
엄청난 비바람!
“안녕하세요 긴급속보입니다! 현재 동해상으로부터 대형급 태풍이 강원도를 지나 서울로 접근 중입니다. 많은 피해가 예상되오니 이에 국민 여러분께서는 피해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KDS방송국에서 긴급속보가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독도라는 이름이 명명된 태풍! 중형에서 대형급으로 변경된 독도! 일반적으로 태풍은 내륙에 상륙하면 그 세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슨 조화인지 독도는 더욱 세력을 키워가며 서울로 접근하고 있었다.
“웅아! 태풍이래 빨리 정원가서 집기들 정리해라!”
“네~네~~”
전형적인 배산임수지형에 작은 마당이 딸린 작고 아담한 집.
박웅은 투덜 거리며 정원으로 향했다.
“아.. 정말 갑자기 뭔 태풍이여.. 귀찮게..”
느릿느릿 파라솔, 술병,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는 박웅.
주말 손님과 저녁을 먹은 정원의 뒷정리는 금새 끝나지 않았다.
완벽주의자 박웅 하나하나 깔끔하게....
바람은 거세지고 비가 후두둑 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정리는 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에겐 정말 깔끔한 정리였지만 박웅에게는 아직도 부족했다.
“오빠! 빨리 들어와 무서워!"
“어 그래 거의 다했어! 잠깐만!”
파라솔을 창고에 넣으려고 이동할 쯤 엄청나게 밝은 빛이 박웅 눈앞에 번쩍였다.
그리고 들리는 엄청 큰 천둥소리!
콰콰콰쾅!
우두두둥 콰쾅!
'아 깜작이야 뭐야!! 설마…이거 번개야?'
'번개..??? 번개라고? 말도 안돼'
그 순간 박웅 바로 코앞에 다시 한번 번개가 내리 꽂혔다.
파스스슥 지지직 펑!
“히이이이이익!”
철푸덕!!
박웅은 기겁하며 주저 앉았다.
곧이어 또 다시 들리는 천둥소리
콰꽝! 우두두~~ 쾅!!
박웅은 혼비백산하여 엉거주춤 앉은 자세로 땅을 바라봤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멍청히 땅을 바라보는 박웅.
번개는 2번 쳤는데 지면에 그을린 자국은 한 곳이었다.
이어서 떨어지는 번개! 그리고 곧이어 들리는 천둥소리!
번개가 지면과 닿기 직전, 그 찰라의 순간 박웅은 번개가 같은 자리에 연속으로 떨어지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 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그의 뇌는 공포로 인해 제대로 사고처리가 불가능한 상황.
오로지 소리만 지를 뿐!
“흐애애애액!”
“우와왁!”
“허헙!”
“끄으으으으”
번개는 그렇게 박웅 앞을 계속 연속으로 내리쳤다.
'사...살려줘.. 이게 뭐야 이젠 소리도 못 지르겠어....'
계속해서 연속으로 내리치는 번개, 번개는 점점 사라지지 않고 내리친 곳에 잔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번개는 내리치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박웅의 눈과 비명소리!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번개는 빛의 잔상으로 타원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윽고 완벽한 타원이 되었을때
두우우우웅~~~~ 거리는 저음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포털이었다.
공포에 질린 박웅이였지만..
남자의 호기심은 공포를 이기는 법!
박웅은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본다.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본 그 순간!
슈우우우욱 츠팟!
타원형 전기 잔상은 순식간에 박웅을 빨아드리더니 사라져 버렸다.
“수현아! 왜 오빠 안들어오니?”
“큰 오빠 금방 들어온다고 했어요!”
박웅에게는 수천만 번의 천둥번개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단 한번의 번개와 천둥이였다.
그렇게 박웅은 본인의 세계 '지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대형급 태풍 독도도 박웅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멸되었다.
...
..
.
번쩍!
츠팟!
엉거주춤 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주변을 보는 박웅.
분명 집 앞 정원이었는데…… 주변은 나무들이 빽빽한 숲속이었다.
손에 파라솔을 꽉 움켜쥐고 꼼짝하지 않는 박웅. 어느 누구라도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같았으리라.
현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그였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숲속, 어딘지 모르게 낯선 나무들과 풀들.
'대체 뭐야...방금전까지 분명 정원이였는데…'
물끄러미 파라솔을 쥐고 있던 왼손을 응시하는 박웅.
'분명 정원이었다고.... 정원이었는데...??? 여긴 어디야?'
상황을 파악해보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
그는 슬그머니 일어나 주머니를 뒤적 거린다.
'내 폰은 어딨지? 분명 폰은 항상 주머니에 넣어두는데……없다.. 폰이 없다'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의 박웅.
'이게 대체 뭐야 진짜!!!'
'참착하자.. 침착해… 어우 썰렁한데… 불이라도 피워야 하나?'
숲속은 밤이 깊어 질수록 어둡고 추워졌다.
우선 박웅은 처음 자리에 파라솔을 땅에 깊숙히 박아 폈다.
그리고 하늘의 달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방향감각을 위해서 였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아니! 달이 왜 2개야.... 달이...2개라니...으으으'
정말 하늘에는 2개의 달이 떠있었다. 혼란스러운 박웅...
'그럼 여긴 지구가 아닌건가??'
'미치겠네.. 그래도 우선 추위를 피해야하니 불이라도 피워야 겠다. 생각은 천천히…'
완벽주의자이지만, 또 낙천적인 박웅이였다.
그는 근처의 나뭇가지들을 모아놓고 돌을 집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파고나서 지면과 구덩이 경계에 주먹만한 돌들로 둥그런 경계를 만들었다.
나뭇가지들을 빗겨 세우고 마른 잎들을 구덩이에 밀어 넣는 박웅.
'담배라도 계속 피울껄 라이터가 없으니까…..'
'어디 보자 나무와 나무를 비벼서.. 마찰력으로 불을 내봐야겠군'
마른 잎 근처에서 나무와 나무를 교차해서 비비기 시작했다.
스스스슥 스스슥
열심히 나무를 비볐지만, 살짝 뜨뜻해질 뿐 불이 날것 같진 않았다.
'더 빨리 해야 하나..? 하압!'
사사사사사삭
사사사삭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재빨리 잎사귀 쪽으로 후후 불며 불을 내보려 그는 노력했다.
후우우
후우우
후우우우우우!!!
'제발 불아 붙어라 제발! 제바알!!!'
타닥타닥 슬슬 불이 붙기 시작한 마른 잎들, 박웅은 더 쌔게 입김을 불었다.
쓰으읍 후우우우!!
쓰으읍 후우우!
얼굴이 씨뻘겋게 달아 오르고 현기증이 났지만 불을 내야만 한다!
'아이참! 김병민이는 정글에서 잘도 하더만.. 좀더 자세히 볼껄…'
후우우우우욱~!!!
화륵 타타탁!
드디어 불이 붙었다!
잎들에 불이 나자 곧 빗겨 세운 나뭇가지들도 타기 시작 했다.
'됐다! 오 되네? 오오오올!!!'
신나하는 박웅 금새 낯선 곳에 도착한 현실을 잊고 아이처럼 좋아한다.
역시 인간은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잡생각을 안 한다.
'자 이제 나뭇가지들을 더 가지고 와서 불이 꺼지지 않게 대비해야겠군.'
열심히 마른 잎사귀와 나뭇가지들을 다시 모으는 박웅.
어느 정도 모이자 일부 잎들을 파라솔 아래에 수북히 쌓고 판판하게 폈다.
'이 정도면 푹신하게 앉을 수 있겠지?'
파라솔도 좀 꺽어서 열기가 파라솔 내에 머물 수 있도록 조절했다.
'흐흐 제법 그럴듯 하네! 집이다 집!'
파라솔 밑에 앉아 불을 쬐는 박웅, 그는 마치 캠핑을 나온 듯 잠시 신나했다.
'그나저나 내가 대체 어디로 온거지?'
'폰이라도 있음 지도라도 펴볼텐데..'
'빅스미가 그립군..'
빅스미.
최신AI.
박웅은 AI연구소에서도 근무를 했고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 폰의 AI를 잘 활용했었다.
빅스미! 라고 부르면 대답하는 AI. 폰의 대부분의 기능은 AI를 통해 실행 및 통제가 가능하다.
박웅은 빅스미가 도입된 후 부터 최대한 빅스미로 폰의 기능을 활용했었다.
그에 따라 박웅의 빅스미는 일반적인 AI보다 학습이 되어 기민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었다.
사실 박웅은 귀찮은 것을 싫어해 빅스미를 다른 이들보다 활용했던 것이지만...
'음악이라도 있음 좋겠는데...캠핑온것 처럼'
“빅스미! 캠핑에서 저녁에 듣기 좋은 음악 틀어줘!”
습관처럼 빅스미를 부른 박웅.
'네 주인님 캠핑에서 듣기 좋은 잔잔한 음악을 재생합니다.'
머리속에 자주 들었던 아리따운 빅스미의 목소리가 울렸다.
!!!!!!!!!
'헉! 뭐야 이젠 환청까지 들리나? 미치겠군 하하하'
그때 갑자기 어쿠스틱 기타소리와 포크송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라??? 내가 진짜 미쳤나... 하아 환청이 들리는구만~ '
'환청이라도 어디냐 지금 내가 미치지 않음 이상한거지.. '
환청이라 치부했지만 음악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3~4곡이 들리자 박웅은 이상함을 느꼈다.
'환청치곤.... 너무 리얼한데??? 내가 평소에 자주 듣던 노래들인데..'
'자주 들었던 노래들이라서 머리속에서 들린다고 착각하는건가..?'
'가만 혹시 폰이 주변 어디에 떨어져 있는거 아니야??? 빅스미를 불러서 반응하고 작동한건 아닐까???'
번쩍! 뇌리를 스치는 생각.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박웅, 주변 땅을 손으로 휘적휘적하며 찾기 시작한다.
'그래 항상 몸에 지니고 있던 것이 없어질리 없지!'
샅샅이 찾아보는 박웅..하지만 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빅스미 어딨어? 소리로 알려줘!”
'네 주인님 -띠띠띠띠! 띠띠띠띠! 띠띠띠띠!'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는 박웅 하지만 소리는 머리속에서 울리기만 했다.
'뭐야 대체?! '
'띠띠띠띠! 띠띠띠띠! 띠띠띠띠! '
'안되겠다 시끄러워.. 빅스미 그만.. '
'네 주인님 음악은 계속 재생할까요?'
!!!!!!
속으로 한 얘기에 빅스미가 반응했다. 박웅은 깜짝 놀라 석상처럼 굳었다.
'뭐야.....지금 이게 뭐야....무서워.....'
'주인님 음악 계속 재생할까요? 명령어를 말씀하지 않으시면 음악 종료하겠습니다.'
'끄지마! 음악이라도 없음 진짜 미칠지도 몰라! 빅스미 음악 계속 재생해줘!'
'네 음악을 계속 재생합니다 '
흠칫 놀란 박웅..
속으로 빅스미에게 명령하자 반응하고 실행한다.
박웅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은 위로감에 안도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