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새벽, 한빛시 서구 둔현동에서 남학생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지난달에 발견된 학생 변사체와 마찬가지로 경찰은 현재, 자살로 추정...」
아침이 밝으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하루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흉흉한 이야기는 점점 늘어간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은 말에서 말로.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이번에 죽은 남학생이랑 지난번에 죽은 애랑 연쇄살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경찰에서는 아니라고 하던데? 그냥 각각 따로 자살한 거라고...”
“넌 그 말을 믿어?”
소셜 네트워크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손에서 손으로 살이 붙고 붙어 세상으로 뻗어나간다.
「이번에 사건 사실은 연쇄살인인데, 범인이 고위직이라서 경찰이 그냥 덮는 거 아냐?」
「연쇄살인은 아닌 듯. 그 학생 두 명 서로 친구인데 처음 발견된 애 죽이고, 나중에 죄책감 때문에 자살한 거.」
「걔네 원래 불량학생이라고 소문 자자했었음. 애들 괴롭히고 다니다가 건달패에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지 잘났다고 나대다가 죽은 거임.」
「근데 어찌됐든 팩트는 걔네가 학폭 가해자라는 거 아니야?」
「인과응보네. 쯧쯧」
「레알 어찌됐든 잘 죽었음. 어차피 사회에 나와 봤자 핵폐기물보다도 못한 인생들임.」
그렇게 ‘남’의 이야기는 태풍을 만난 듯 소용돌이치며 이곳저곳을 건들이고 부수며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소멸된다.
곳곳에 남은 상처와 누군가의 외침은 지나간 바람 속에 먹혀 제대로 된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남’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누군가의 집이 천재지변으로 무너졌다거나 농작물이 망했다는 이야기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물론,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