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Catch the hair : side A 학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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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바라기 (3)
작성일 : 19-10-09     조회 : 376     추천 : 0     분량 : 7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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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윤여진 죽었대!!!”

 

  청소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신에게 들려줄지 고민하고 있던 내 노력은 청소시작 2분만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교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이야기를 들은 학생 하나가 금새 학교에 소문을 낸 것이다.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외침을 듣지 못한 이들에게는 들은 학생들이 친절하게 소문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죽어?”

 

  “진짜야? 그거 거짓말 아냐?”

 

  “깡패한테 칼빵 맞은 거 아님?”

 

  “걔 이번에 어디 들어간다 하지 않았나?”

 

  “삥뜯는 상대 잘못 골라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막 어디 보스 아들내미 건들고.”

 

  그리고 윤여진의 죽음은 하나의 가쉽거리가 되었다. 슬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재밌냐? 재밌냐고.”

 

  “조용히 안 해?”

 

  윤여진과 함께 놀던 패거리들이 험악하게 눈을 치켜뜨고 협박조로 말했지만 그 동안 윤여진이 무서웠을 뿐 그와 함께 놀던 패거리들은 그의 옆에 붙은 간신일 뿐이라 여겼던 학생들은 그런 그들의 말을 그대로 무시했다.

  신은 재빠르게 나한테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너 아까 복도에서 본 게 이거야? 선생님들이 얘기한 게 혹시...”

 

  나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은 ‘허어...’하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자살 아님? 살다보니 본인 인생이 불쌍해져서 그럴 수도 있잖음.”

 

  “넌 윤여진이 그렇게 인간적인 놈으로 보였냐? 내가 볼 때, 걔는 사이코패스야. 사이코패스. 그렇지 않고서야 행동을 그러고 다녔을 리가 없지.”

 

  20분간의 청소시간을 맞은 학교에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그 중에는 수상한 사람을 따라는 걸 봤다던가 하는 거짓말까지 붙여서 소름이 돋는다는 등의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 말이 거짓말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정황상 거짓말임이 분명했다. 윤여진은 동네 뒷산에서 발견됐고, 학원가다 보았다는 저 녀석의 집과 학원은 뒷산에서 버스를 타고 40분을 더 가야 있는 곳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그 뒷산은 학교와도 버스로 25분이나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선생님들 많이 당황하셨겠네. 게다가 영어쌤은 담임이잖아. 아까 그래서 가신 거야?”

 

  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영어선생님이 자신의 평가에 안 좋은 오점을 남길까 투덜거렸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신은 그래도 영어선생님을 좋게 평가하고 있었으니까.

 

  “이래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비밀이 필요한 거구나.”

 

  “뭔 소리냐, 그건?”

 

  “아무것도.”

 

  “오늘 따라 이상하다?”

 

  난 눈을 껌뻑였다.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아 나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2시간의 보충수업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가 바로 잠을 자리라 다짐했다. 두 번의 사이코메트리를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같은 학교 학생의 사망소식에 놀라 그런 것인지 피곤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불발은 뭐였어?”

 

  나는 눈을 깜빡였다. 확실히 오늘 아침에 누군가와 부딪혀 사이코메트리를 했었다. 하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고, 불발이었던 데다가 접촉하고 있던 순간이 짧아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뭐지... 뭐더라?

  머리를 쥐어 짜내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아침 식사하는 거 본 게 아닐까? 잘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신이 재미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대답에 흥미가 없어졌는지 그는 청소를 위해 뒤로 밀어놓은 책상 위에 앉았다.

 

  “그나저나 우리들의 문제는 지금부터인 것 같은데...”

 

  “무슨 문제?”

 

  내 물음에 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거냐는 모습에 나는 그저 눈을 끔뻑였다. 우리한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죽은 윤여진과 어떠한 관계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았고, 평상시에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저 무성한 소문을 듣기만 했을 뿐인 우리가 어떤 문제가 있단 말인가?

  가만히 내 모습을 지켜보던 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가 많지.”

 

  “그러니까 무슨 문제.”

 

  “같은 학교라는 거. 같은 학년이라는 거.”

 

  “그러니까 그게 무슨...”

 

  나는 신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려다 말을 멈췄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의미하는 바가 컸다. 그래... 의미하는 바가 크지 아주.

  신과 나에게는 형이 있다. 과보호라는 표지판을 커다랗게 달고 다니는 형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두 형은 같은 강력2반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들의 과보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거 설마 형들이 사건 맡는 건 아니지?”

 

  “아닐거라고 믿고 싶지.”

 

  경찰서에 많고 많은 형사들 중에서 윤여진 사건을 설마 강력 2반이 받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하지만 정말 설마 형들이 이 사건을 맡을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았으니 형들이 사건을 맡지는 않았으리라. 당장에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맡았다면 단번에 연락이 왔을 것이니 말이다.

 

  “친구야. 우리 믿어보지 않으련.”

 

  “난 이미 희망을 버렸어.”

 

  신이 내 권유에 상큼하게 웃으며 반대표를 던졌다. 물론 나도 그런 신의 말이 맞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희망은 빨리 버릴수록 좋았지만 그래도 혹시 라는 생각에 쉽사리 버릴 수는 없었다.

 

  “어떻게 벌써부터 희망을 버릴 수가 있어? 이 꿈도 희망도 없는 녀석아.”

 

  그 때, 신의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나라면 지금 온 저 문자를 보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지 않은가. 모를수록 좋은 것은 생각보다 세상에 많다. 그리고 모를수록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신에게 도착한 문자다.

 

  “안 보는 걸 추천할게.”

 

  내 말에 신이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끄덕임이 끝나자마자 동시에 내 핸드폰에도 문자가 한 통 날아왔다. 나는 신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신도 함께 나를 마주보고 웃었다. 우리 둘은 무언의 언약을 맺었다. 이로써 조금 전까지 내가 가져보고자 했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난 셈이었지만 이 문자는 되도록 늦게 보고 싶었다.

 

  “우린 지금 들은 그 진동소리를 못 들은 거야.”

 

  “신성한 학교에서 핸드폰을 쳐다본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게 설사 청소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지.”

 

  우리 둘은 이럴 때 죽이 꽤나 잘 맞았다. 신도 나도 발신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차라리 학생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김미영 팀장님의 따스한 문자였다면 좋았을 것을.

  지금 온 문자는 형들이었다. 아무래도 세상은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자그마한 소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 많고 많은 강력반 형사님들 중에서 하필이면 이 사건을 맡은 게 우리 형들일 줄이야!

  보지 않아도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건 보지 않아도 4DX로 상영되는 영화처럼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예상 가능한 범위의 일이라고 답하겠다.

 

  “설마 여기서 더 최악으로 형들이 탐문오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을 말로 꺼내서 플래그 세우는 행위는 그만둬주지 않으련 이 친구야.”

 

  나는 신의 입을 막으며 화사하게 웃었다. 조금 전에도 그렇지만 신이 말을 하면 이상하게도 그 말들은 딱 맞아떨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이 녀석이 무섭다. 특히나 형들의 일을 맞추는 것이 대단할지경이라 나는 신이 나중에 점집을 하나 차리지 않을까 생각하고는 한다.

 

  얼마나 더 그렇게 있었을까.

  하라는 청소는 안하고 윤여진 사망소식에 학교가 계속 떠들썩하자 결국 선생님들이 등장하셨다. 선생님들은 학년 반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시며 아이들의 입단속을 하시면서 청소를 진두지휘하셨고, 결국 그에 마지못해 우리는 대충 빗자루질을 하는 흉내를 내다 책상을 정리했다.

  그러다 결국엔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그래서 윤여진은 언제 죽은 거래요?”

 

  “선생님, 진짜 윤여진 죽었어요?”

 

  아무리 험상궂게 담임 선생님이 소리를 질러도 그 중에서는 용감한 용자들이 있는 법. 청소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한 명이 교실을 방문한 담임 선생님을 향해 묻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죽은 거예요? 누가 죽인 거예요? 자살 아니에요?

  아무리 불량학생이 죽었다지만 슬퍼하는 기색의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재미난 이슈거리를 만난 것 같은 그 눈빛에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다니던 윤여진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윤여진은 우리학교 학생들의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있었다. 그에게 짓눌려 아무 말 못하고 있던 피해자들의 얼굴은 해방감이 묻어나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조용히 안 해! 친구가 죽었는데, 그렇게 떠들고 싶어?”

 

  “친구 아닌데요.”

 

  누군가가 부정했다.

  하지만 부정한 그 말에 대해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윤여진을 친구로 여기고 있지 않았다.

 

  “재욱이 이제 좋겠네.”

 

  또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재욱이는 윤여진이 우리 반까지 친히 나서서 괴롭히던 아이였다. 왜소한 체격에 조용한 성격의 재욱이는 윤여진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대들지 못했다. 한 번 대들었다가 피떡이 되도록 맞은 누군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재욱이 이제 자유네?”

 

  여태까지 관심하나 가져주지 않던 반 녀석들이 누군가의 말에 이번엔 재욱이에게 관심을 가졌다.

 

  “윤여진 죽어서 엄청 좋아하는 거 아니야?”

 

  “늬들 조용히 안 해?!”

 

  담임 선생님이 다시금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문득 담임 선생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화가 나신 걸까?

  담임 선생님도 재욱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 우리 반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나 역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는 담임 선생님에게 재욱이가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여진은 계속 학교에 다녔고, 재욱이는 괴롭힘을 당했다. 다시 담임 선생님에게 알렸다. 담임 선생님은 알겠다고 하셨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담임 선생님은... 왜 화가 나신 걸까?

 

  “반장, 애들 다 들어왔어?”

 

  낮은 목소리로 담임 선생님이 반장을 불렀다. 반장은 주위를 한 번 훑어보더니 모두 들어왔다고 답했다.

 

  “오늘은 보충 없으니까 집에 바로 들어가고. 내일 지각하지 마. 알았지?”

 

  “진짜로 그냥 가요?”

 

  학교가 우리를 그냥 보내 줄 리가 없을 텐데...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환호성을 질렀다. 학생이 죽어 학생들을 빨리 귀가시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음에도 그저 더 이상 학교에 붙잡혀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에 기뻐했다.

 

  “다른 데로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 집에는 다 연락했으니까.”

 

  “피방 콜?”

 

  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다행히 못 들은 것인지 무어라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계속 안내사항을 공지하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 뒤편에 숨어 속닥거리며 PC방에 갈 인원이 모이기 시작했다.

 

  “... 그럼 이상. 반장.”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인사를 했지만 정말이지 진심이 듬뿍 묻어나는 인사를 뒤로하고 신과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교실을 나섰다. 일찍 끝내주는 것은 감사한 마음이 가득할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형들의 문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아... 나 보건실 들렸다 가야 하는데...”

 

  집을 향해 즐거운 발걸음을 하려던 나는 퍼뜩 생각난 보건선생님의 말씀에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이대로 집에 가버리면 분명 보건선생님은 형에게 전화해서 오늘 나의 상태를 보고할 것이 뻔했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보건실에 다녀가는 수밖에... 게다가 오라고 했는데, 보건선생님께 말도 안하고 가서 무한정 기다리게 둘 수도 없었다.

 

  “왜? 어디 안 좋아?”

 

  “오늘 일정 끝나면 한 번 들리라고 하셨거든.”

 

  먼저 가려면 가라고 신에게 이야기 한 후, 나는 보건실로 서둘렀다. 원래 학생이란 학교를 제일 싫어하며, 얼른 벗어나고 싶어하는 법! 어차피 별 것 아닐 면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보건실의 문을 열자,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다. 그저 커튼을 완전히 다 치지 않고 맨 끝 침대에 누가 누워있었다.

 

  “선생님은 잠깐 나가셨어.”

 

  침대에 누워있던 녀석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 벌떡 일어나 앉더니 커튼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렸다. 이제보니 커튼을 완전히 다 치지 않은 것이 아닌 고장으로 인해 커튼이 저만큼 밖에 가려지지 않는 거였다.

 

  “그럼 혹시 언제오시는 지 알아?”

 

  “잠깐만 자리를 비우신다고 강시준이라는 학생이 오면 기다리라고 이야기를 전달해달라고 하셨어.”

 

  ‘네가 강시준이지?’ 라는 학생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표에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시준은 내 이름이었다. 얼핏 본 학생의 이름표 색깔은 나와 같은 하얀색이었다. 같은 학년에 저런 녀석이 있었나? 조금은 음침해 보이는 모습이 조금은 걸렸지만 이내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어라?”

 

  보건실에는 내가 여태껏 보지 못한 화분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아침에 이런 게 있었던가? 오후에 왔을 때에도 없었는데...

  해바라기였다.

  넓은 밭에 심어놓은 것은 봤었지만 이렇게 화분에 심어져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데, 다시금 음침한 학생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 화분... 마음에 들어?”

 

  “화분에 심어져 있는 건 처음 봐서.”

 

  “내가 가져다 놓은 거야.”

 

  아...

  나는 눈을 깜빡였다.

 

  “너도 보건실에 자주 오지?”

 

  너도?

  나는 녀석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내가 보건실을 자주 오가는 것은 학교에서 유명한 이야기였다. 건들면 쓰러진다고 하여 지어진 나의 별명이 ‘병약 소년’이니 말 다했지 뭐.

  그런데 내가 보건실을 다니면서 이 녀석을 본 적이 있던가? 커튼 뒤에 숨은 듯 보이는 녀석은 결코 커튼을 젖히고 나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커튼을 꼭 잡고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그렇게 있었다.

 

  “너도 자주 와?”

 

  “난 교실에 잘 안 들어가.”

 

  몸이 많이 안 좋은 가?

  그럼 계속 보건실에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내가 보건실에 실려들어올 때에는 의식이 없고, 의식을 되찾으면 바로바로 보건실을 나갔기때문인지 녀석이 기억에 없었다.

 

  “몇 반이야?”

 

  “3반.”

 

  윤여진의 반이었다.

 

  “이름은?”

 

  내가 이름을 묻자 그제서야 꼭 부여잡은 커튼을 조금 열고 녀석이 그래도 그늘이 가득 져서 칙칙한 보건실의 그림자 뒤로 얼굴을 조금 내밀었다. 그리고는 조금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서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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