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Catch the hair : side A 학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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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나토스 (4)
작성일 : 19-10-21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5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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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가리려 하였으나 불가능했다. 그렇다. 사이코메트리였다. 대체 왜? 오늘만 하더라도 벌써 불발이 세 번째였다. 이쯤되니 정말로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유심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불발이 아니라 설마 내가 심심하다고 무의식중에 사이코메트리를 시행한 건 아니겠지?

 

  “왜 그 새끼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데?! 내 새끼 이렇게 만들어 놓고 그 망할 놈의 자식은 왜 여기에 안 나타나는 거냐고! 사과라도 해야 할 것 아냐!”

 

  절규하는 소리에 나는 보이는 화면에 집중했다. 목소리를 들어봐서는 아까 옆에 있던 보호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누워있는 침대를 쓴 사람의 보호자인가?

 

  “아직 어린애요? 선생님, 의자 집어 던져서 우리 애 뇌사 만든 애가 어린애요? 그럼 우리 아이는요? 아직 꽃도 못 펴본 우리 아이는요?!”

 

  “진정하세요, 어머니.”

 

  “괜찮아, 시준아?”

 

  나는 갑작스레 현실로 끌어올려졌다. 하나누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았다.

 

  “아... 네, 괜찮아요.”

 

  어색하게 답변하며 웃었다. 짧은 사이코메트리였기에 몸에 큰 부담은 가지 않았는지 아픈 곳은 없었다. 아까처럼 심하게 땀을 흘린 것 같지도 않고.

 

  “가위 눌리는 것 같던데... 상담선생님 불러줄까?”

 

  “네?”

 

  “아무래도 동급생이 죽은 게 너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됐을 수도 있어.”

 

  “정말 괜찮아요.”

 

  나는 한숨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하나누나는 나를 다독이고는 다시금 병실 밖으로 나갔다.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왔던 모양이었다. 설마, 형한테 전화하지는 않겠지.

  사이코메트리를 하고 있는 동안, 하나누나에게 내가 가위에 눌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마른세수를 했다. 병원에 있어서 그런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오늘 실질적으로 사이코메트리를 하고자 했던 건 호기심에 선생님들의 대화를 들었을 때 뿐이었다. 그런데 불발만 3번이라니... 윤여진이 타나토스라는 녀석에게 맞고 있던 것과 병원에서의 피해자의 절규- 어느 쪽이던 유쾌한 사이코메트리는 아니었다.

 

  “어라?”

 

  마른세수를 하다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갑작스레 불발이었던 사이코메트리가 뭐였더라? 생각이 날 듯 말 듯 했다. 윤여진과 병원 건도 마찬가지지만 아침에 등교하면서 봤던 것 역시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학교폭력’과-

 

  “분명...”

 

  나는 머리를 쥐어짜냈다. 불발인 사이코메트리의 경우, 시덥지 않은 것들이 많아 굳이 기억을 하려하지 않을뿐더러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잊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어째서인지 윤여진과 조금 전의 세이코메트리는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만.

  어찌됐든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갔다. 평상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형은 새벽 일찍 먼저 출근을 했고, 나는 알람소리에 절규하며 침대 윙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겨우겨우 일어나 엉금엉금 기어 화장실을 갔고, 차가운 물을 뿌려대는 것으로 잠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극히 평범했다. 누구나가 충실하게 행하고 있는 아침을 같이 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등굣길에 누군가와 부딪히면서였다.

 

  “미안.”

 

  아주 가벼운 접촉이었다. 북적이는 등굣길에서 이리저리 다른 학생들과 닿지 않도록 피하다가 그저 슬쩍 부딪힌 것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간단했다. 윤여진-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불량학생인 그 녀석이 돈을 빼앗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이 모습이 꽤나 강렬하게 나와 부딪힌 학생은 뇌리에 남았던 모양이었다. 느껴지는 건 공포- 윤여진에게 자신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감정이었다.

 

  “야, 살살해. 살살.”

 

  어라?

  뭔가가 이상했다. 내가 사이코메트리에서 들은 목소리는 윤여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윤여진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굵직하고 깔려있는 녀석의 목소리와 달리 살살 하라는 목소리는 그것보다 조금은 톤이 높았다. 소년과도 같은 느낌의 목소리로 밝은 느낌까지 주었으며 지금 그 상황이 상당히 재미있어 보인 다는 듯 웃음기까지 서려있었다.

 

  “돈 얼마나 있냐?”

 

  윤여진은 분명 학생에게 얼마나 가지고 있냐며 협박을 하고 있었다. 살살 하라는 말을 한 건 다른 사람이다. 다른 사람? 윤여진과 어울리는 이들은 모두 녀석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일진과 그의 패거리였다. 윤여진이 우두머리로 있고, 그 밑을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채우는 것이다. 윤여진을 거스르는 녀석들은 가차 없이 구타를 당했고, 타겟이 되기 쉬웠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거스르려고 하지 않았다.

 

  “시준아!”

 

  나는 생각하다 말고 고개를 확 들었다. 밝은 표정이 신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병원에 박아둬서 이 사단을 만들어 내놓고 뭐냐? 그 밝은 표정은?”

 

  “너 진짜 병원 안 왔으면 위험했다니까? 헛소리도 해대고 열도 나고.”

 

  “그래서? 넌 이 시간에 왜 왔는데?”

 

  흘깃 시계를 보니 11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면회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을 보호자 카드도 없는 이 녀석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 없어 미심쩍게 쳐다보자 슬쩍 무언가를 꺼내었다. 보호자 카드였다.

 

  “그걸 왜 네가 갖고 있어?”

 

  “왜긴. 걱정이 많은 너네 형님께서 너를 부탁한다며 가보라고 줬지.”

 

  “그럼 여기서 자게?”

 

  “엄마한테 허락 받았어.”

 

  “허...”

 

  나는 짧게 한숨과 함께 감탄사를 내뱉었다. 가보라고 부탁했다니... 이 형이!!! 병원에서 몇날 며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꼴랑 하루를 자는 건데 굳이 신을 보냈어야 했던 건가. 그리고 신의 어머니도 나까지 걱정 안 해주셔도 되는 데...

  신에게 미안함이 몰려왔다. 내가 아프지도 않은데 입원을 하고 있는데다가 불편한 보조 침대에서 자야 한다니...

 

  “병원에 있는데다 하나누나까지 있는데 굳이 너까지 붙이다니... 우리 형도 참...”

 

  “너랑 같이 있으니까 별 경험을 다 해보네. 나쁘진 않아.”

 

  “왠지 비꼬는 것 같다?”

 

  “병약소년 친구라고 소문나서 나까지 덩달아 유명인이 됐거든. 꽤나 신선한 경험이라 늘 놀라워.”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신은 장난스레 킥킥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밉지 않은 얼굴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달래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마웠다. 형이 부탁을 했을 때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

 

  “하나누나 말로는 조금 전에 가위에 눌렸다면서?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잡는 다는 소리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찰떡같은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 말에 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불발?’이라고 물어왔다. 나는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안다면 나도 설명을 해주고 싶었지만 나 역시도 이유를 몰라 갑갑했다. 원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능력이 사용되는 건 여태까지 잘 없던 일이었다. 어린 시절, 아직 능력을 조절할 수 없었을 때 그 때를 제외하고는 이런 적은 없었다. 제어할 수 있게 된 후로는 한 달에 잘해야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감기가 걸린 것도 아니고, 열도 사이코메트리 때문에 난 거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기에는 윤여진 소식을 듣기 전에도 불발이 있었으니까 신빙성이 떨어져.”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하자 신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신이 아는 한 이렇게 불발이 자주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신은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가 본 것들이 뭔지에 대해 물어봤다. 평상시에는 잘 볼 수 없던 모습에 나는 찬찬히 내가 여태까지 봤던 불발 사이코메트리가 뭐였는지 말해주었다.

 

  “학교폭력이랑 관련된 것들이 자꾸 보여.”

 

  “연관된 키워드를 갖고 있는 사건이지만 이어져있는 사건은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이상한게 있다면 윤여진 뒤에서 윤여진한테 명령하는 듯한 사람이 있었다는 거야.”

 

  “일진들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우리는 알 수 없지. 겉으로 드러나 있는 건 윤여진이지만 걔보다 더 위의 계급에 위치한 녀석이 있었을 지도 모르고.”

 

  우리는 일진들과 연관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연관되어 봤자 불편해질 뿐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피해자들과도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 타겟이 언제 자신으로 변경될지 모르는 데다 도와줘봤자 배신하고 고개를 돌리는 이라면 몇 번 보아왔다. 타겟이 변경되었다는 그 안도감에 빠져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자신을 도와줬던 이를 버리는 모습은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고 그러한 학습 과정을 거쳐 학생들은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것에 야박함을 드러냈다.

 

  “그건 그렇고 윤여진을 팰 수 있는 간 큰 녀석이 있었다는 게 더 신기한데?”

 

  “윤여진을 죽인 범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타나토스’라고 말했기 때문이야?”

 

  신의 물음에 나는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여진이 그렇게 맞는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타나토스’에겐 명백히 살의가 있었다. 게다가 굳이 자신을 ‘타나토스’라고 칭하는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윤여진 사건을 파보려고?”

 

  “너도 파보고 싶어서 나한테 사이코메트리 부탁했던 거 아냐?”

 

  “난 그냥 그 루머가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신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사건에 개입한다는 게 어떤 건지 신은 잘 알고 있었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자가 사건을 판다? 사이코메트리는 사건을 볼 뿐, 해결하는 능력은 없다. 해결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내 자신이다.

 

  “넌 사건을 보기 시작하면 분명 범인한테 도달할 거야. 경찰보다도 빨리. 범인을 지목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고 오히려 범인이라고 몰릴걸?”

 

  동의한다.

  이 사건이 언론을 탄다면 경찰들은 하루빨리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서 목격자도 아니면서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나를 범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그러면 형은 분명 뒷목잡고 쓰러지던가 아니면 난리를 피울 것이다. 그런 건 사양하고 싶었다.

 

  “나도 물론 호기심이 넘칠 나이인 데다가 호기까지 넘쳐날 나이라서 궁금하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네 형이 펄펄 뛰는 걸 보는 건 취미가 아니라서.”

 

  “나도 그래서 더 이상 파고들 생각은 없어.”

 

  하지만 걱정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학교폭력에 관한 사이코메트리가 앞으로도 계속 불발로 일어난다면... 그건 좀 곤란한데... 오늘처럼 이렇게 병원신세를 지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형이 걱정하는 것도 미안해서...”

 

  나는 내가 왜 쓰러지는 이유를 알고 있다. 싫던 좋던 사이코메트리를 하게 되면 내가 과거를 보는 시간만큼 쓰러져있는 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형은 다르다. 형은 모른다. 사이코메트리 때문에 쓰러진다는 사실을- 아파서가 아니라 과거를 보기 때문에 겉으로는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는 걸 형은 모른다.

 

  “사이코메트리를 한다고 얘기해보면 어때?”

 

  “알잖아. 너한테 얘기하기 전에 형한테 먼저 얘기했었어. 그런데 안 믿더라고. 그냥 내가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지. 그러니까 지금까지도 계속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거잖아.”

 

  신과 나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우리 엄마도 너 걱정하시는 거 알지?”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와 친구였던 신의 엄마는 내가 몸이 약하다고 생각하시고 항상 걱정하셨다.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여 매일 쓰러졌던 어린 시절엔 내가 혹여나 떠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셨다고 한다. 지금이야 그 때에 비하면 조절할 수 있게 되어서 남들이 보기에 건강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너네 어머니께도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어쨌든 일단 자자. 난 내일 학교에 가야 하거든.”

 

  “나도.”

 

  “퍽이나. 너네 형이 너를 잘도 학교에 보내주겠다. 내일은 쉬고, 내일 모레에 나오면 모를까.”

 

  신은 그렇게 말하며 보호자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불발 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오늘 우연히 그렇게 된 걸지도 모르고 더 이상 불발이 안 일어날 수도 있잖아?”

 

  더 걱정을 해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다는 신의 말에 수긍한 나도 침대에 누웠다. 그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더 걱정을 해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눈을 감았다. 윤여진이 맞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지만 애써 뒤로 밀어두었다. 하지만 꺼림직 한 녀석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나?”

 

  어쩐지 유쾌함이 서려있는 듯한 변조된 목소리-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아왔다.

 

  “타나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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