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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 the hair : side A 학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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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건으로 한 발짝 (1)
작성일 : 19-10-22     조회 : 380     추천 : 0     분량 : 5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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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진이 사망하고 내가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지나간 후, 세간에는 또 다른 뉴스가 터졌다.

 

  “인과응보지. 피해자가 죽인 거 아님?”

 

  “그럼 정당방위 아냐?”

 

  “우리나라는 개법이라 정당방위 안 쳐줄걸?”

 

  교실은 금새 새로운 뉴스로 시끌해졌다. 윤여진이 죽은 지 꼭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번에 죽은 학생은 윤여진과 마찬가지로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피해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입원해있던 병원에 입원해있어 소문으로 퍼진 것처럼 피해자가 가해자를 해쳤을 거라는 이야기는 맞지 않았다.

 

  “병원에서 사이코메트리했을 때 뭐 보인 거 있어?”

 

  “별로? 그냥 피해학생 부모가 절규하는 것 외엔...?”

 

  신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입원해있던 1박2일의 짧은 시간동안 본 것이라고는 그게 다였다.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닿거나 피해자의 부모와 닿은 적이 없기에 그들의 과거를 엿볼 수는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파지 않는 거로 우리 결론 보지 않았어?”

 

  내 물음에 신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이코메트리로 윤여진을 죽인 범인을 잡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다는 몸짓이었다. 확실히 더 알아보지 않기로 한 건 윤여진 사건이지 이 사건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도 어찌보면 비슷한 맥락 아니야?”

 

  “윤여진은 타나토스가 죽인 거고, 이건 그냥 단순한 자살사건 아니야?”

 

  피해학생이 죽였네, 그 부모가 죽였네 말이 많지만 실제 사건은 가해자가 높은 건물 위에서 투신한 사건으로 단순 자살 사건이었다. 이번 가해학생은 선생님들이 보기에 평소 행실이 좋았던 학생으로 공부까지 잘했다고 했다. 촉망받는 인재로 서울권에서도 손에 꼽는 대학의 입학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로 해외 대학에까지 갈 예정이라고 했다. 때문에 학교폭력이 일어난 상황에서도 학교는 가해자를 감쌌다. 아무런 죄가 없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공부 잘하고 착한 학생이라고. 그렇게 가해자는 고개를 들고 떵떵거리며 잘 살았다.

 

  “그런데 잘 살고 있던 가해자가 갑자기 죄책감이 들어서 자살했다? 그건 좀 말이 안 되지 않아?”

 

  내 말에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런데 사람 속은 모르는 거잖아? 게다가 근래에 그 사건이 드러날 것 같아서 미리 죽은 걸 수도 있고.”

 

  촉망받는 학생이었던 자신의 치부가 세상에 드러날 것이 무서워서 죽었다?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정치인들도 간혹 조사를 받는 다거나 뉴스에 이야기가 뜨면 자살을 하니까. 본인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아니면 본인의 치부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에 잠재우고 싶었거나. 어떤 이야기이던 간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벌을 받았다.’ ‘인과응보다.’ 아무도 벌주지 않는 철옹성이 자신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고 그렇게 여길 것이다. 법이 벌을 주지 않아 하늘에서 벌을 주었다고.

 

  “형사가 될 것도 아니면서 자꾸 이런 거에 관심을 가지네, 강시준?”

 

  “네가 물어본 거잖아.”

 

  “난 형사가 되고 싶으니까.”

 

  신이 씨익- 웃었다. 신은 진우형을 동경했다. 형사가 되어 멋지게 범인을 때려잡는 모습을 본 후로 그는 항상 형사가 될 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그리고 우리 형과 진우형처럼 팀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나에게도 형사를 권유했다. 나야 물론 형사는 반대지만.

 

  “난 장래에 점쟁이가 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형사가 되고 싶다 말하는 신의 말에 내가 문득 든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점괘에서 어떤 사람이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거지. 완전 용할 것 같지 않아?”

 

  “미래는 못보고 과거만 맞추는 점쟁이를 찾아가는 건 형사밖에 없지 않을까?”

 

  “미제사건 아니고서는 형사들도 점쟁이 안 찾는데 나 굶어죽겠네.”

 

  입을 삐쭉 내밀었다. 정녕 나는 나이 먹어서까지 형의 도움을 받는 생활을 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시간을 때웠다. 주변 학교의 학생이 죽었다는 소식에 학교는 비상이 걸렸다. 윤여진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걱정된다는 학부모님들의 열렬한 전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윤여진이랑 이번에 자살한 애 때문에 심리상담 한다던데?”

 

  “누가?”

 

  “보건선생님이랑 1대1로 한 대.”

 

  “우리 전교생이 몇 명인데 보건선생님이 한 명씩 봐준다는 거야? 졸업할 때쯤이 되어서야 상담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 그 정도면.”

 

  “신청한 사람들만 한다던데? 학부모신청으로 지금 신청 받고 있다던데?”

 

  걱정 많으신 학부모님들- 고등학교 학생들의 멘탈은 의외로 단단하답니다. 누가 죽은 걸로 신경하나 쓰지 않는 애들도 많아요. 남 일이라고 치부하고 지나치기를 배운 우리가 이런 사건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리가요.

 

  “야야! 조용히 안 해?! 자습하라고 했지 누가 떠들래?!”

 

  갑작스레 앞문이 열리며 버럭 소리 지르시는 국어선생님의 포스에 우리는 모두 합주기가 되어 서둘러 책을 폈다. 하지만 책이 눈에 들어올 리가.

  우리는 서로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어차피 공부를 하는 것은 전교권에서 놀고 있는 극소수뿐이다. 평범한 나와 같은 학생들은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럴 때 통하는 우리들이야 말로 진정한 우정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아닐까?

 

  “내가 망볼게.”

 

  언제나 항상 능숙하게 우리 반에서 망보기를 담당하고 있는 수진이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과 우리의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볼륨은 절대로 높이면 안 된다. 선생님의 귀에 들어가는 소리의 빈도가 높을수록 선생님이 방문하는 횟수가 많아진다. 뿐만아니라 우리 교실에 체류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시간은 금! 그런 아까운 일을 할 만큼 우리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난 학교생활로 다져진 적절한 볼륨은 이미 필수요소였다.

 

  “그런데 전에도 가해자가 자살했다는 얘기 있지 않았나?”

 

  “가해자들이 자살한다고? 그건 어디 찌라시냐?”

 

  “찌라시가 아니라 다른 구에서 그랬다던데? 그거 전에 뉴스한 번 나온 적 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마.”

 

  슬쩍 핸드폰을 꺼내어 보던 나는 들려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우리 반 학생들은 장래에 훌륭한 형사들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아니면 기자.

 

  “어? 진짜네? 기사 있음!”

 

  “진짜? 대박! 그럼 가해자들이 계속 자살하는 거야?”

 

  “두부멘탈로 남을 때리고 다닌 거야? 겁나 반전이네.”

 

  나는 눈을 깜빡였다. 가해자들의 자살이 연쇄자살이라고?

  사건현장에서 사이코메트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꾹꾹 밀어넣었다. 형사가 될 생각도 없을뿐더러 신이 전에 말한대로 내가 범인을 잡아봤자 위험해질 뿐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사건에 뛰어들었다가 괜히 오해만 살 수도 있었다.

 

  “나는 너네 형이 펄펄 뛰지만 않고 네가 범인이나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조건이 갖춰진다면 반대하지 않아.”

 

  “하지 말라는 얘기를 참 거창하게 한다. 그지?”

 

  신은 다시금 왜 내가 사이코메트리로 사건의 과거를 보면 안 되는 지 일깨워주었다. 그 결과, 나는 퇴원하고 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불발도 일어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평범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문득문득 윤여진이 자꾸만 떠올랐다. ‘타나토스’라고 이름을 댔던 녀석도. 뉴스에서는 아직 ‘타나토스’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있었다. 경찰이 비밀로 한 건지 아니면 아직도 그 존재를 찾아내지 못한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후자의 가능성이 더 커보였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연쇄자살을 한다면 윤여진은? 윤여진은 타살이라면서.”

 

  누군가의 질문에 웅얼거리던 교실이 조용해졌다.

 

  “그럼 그냥 다 개별사건 아니야?”

 

  지금으로썬 그럴 가능성이 더욱 많아보였다. 전에 자살한 학생과 지금 자살한 학생은 같은 한빛시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살아온 동네는 다르다. 게다가 일진이라고는 하지만 만난 접점도 없었다. 시간대도 달랐다. 연쇄자살이라고 하기 에는 두어 달 간의 텀이 있었다.

 

  “사실 자살이 아니라 전부다 타살이라던가?”

 

  “오~ 꽤 그럴 듯 함.”

 

  “그런데 누가?”

 

  “걔네한테 맞은 애가?”

 

  “구역이 다른데 둘한테 다 당했다고?”

 

  “아닌가?”

 

  형사들이 보면 박수를 칠 것만 같았다. 자라나는 미래의 새싹들은 코난보다 더욱 빛나는 추리의 귀재들이 될 것이다. 보라, 저 거침없이 던지는 의문과 가능성!

  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솔직히 신이 저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저 걱정이 한 가득 담겨있는 눈은 내가 지금 무슨 생가을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리라.

 

  “고양이를 죽이는 건 호기심이라고 하더라.”

 

  “그 호기심이 이젠 나를 죽이겠네.”

 

  “말을 해도 꼭...”

 

  사이코메트리 한 번이면 사건은 풀린다. 그들이 정말로 자살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다. 윤여진을 죽인 타나토스의 뒤도 쫓을 수 있다. 물론 쓰러지는 통에 연속해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경찰이 지금 필요로 하고 있는 ‘증거’도 내 사이코메트릴면 찾아낼 수도 있다. 어디다 가서 소각을 했는지, 버린 건지, 숨긴 건지 알아낼 수 있다.

 

  “그래도 참을 거야.”

 

  나는 걱정하는 신을 향해 말했다. 형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병약소년 강시준의 입원소식은 꽤나 빠르게 학교를 한 바퀴 돌았었다. 매번 픽픽 쓰러지더니 드디어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죽을병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었기에 나름 조심을 하려 하는 중이었다.

 

  “윤여진 사건, 아직도 실마리를 못 잡고 있는 것 같던데.”

 

  “형이 말하는 걸 잠깐 들었는데,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하더라.”

 

  참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가 참을 수 있는 건 호기심이 아니라 능력을 사용하는 거였다. 그렇기에 내 중얼거림에 신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신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궁금했던 모양인지 진우형의 통화를 엿듣거나 하는 모양이었다.

 

  “타나토스가 윤여진을 그렇게 쥐 잡듯 패는 걸 봐선 확실히 원한이 짙다고 할 수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의 말에 동의했다. 사이코메트리로 봤을 때, 그 광경이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자신을 타나토스로 말하는 그 목소리에 섞여있던 기쁨이란 감정 역시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당하던 피해자가 갑자기 가해자를 그렇게 때릴 수 있을까?”

 

  “다수로 몰려다녀서 그런 거 아니야?”

 

  “1대 다수로는 자기가 불리하니까?”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 잘 때려서 할 말을 잃었었다. 나는 다시금 사이코메트리로 보았던 장면을 떠올려보았다. 내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남아있을 지도 몰랐다.

 

  “선생님 온다!”

 

  망을 보던 수진이의 말에 모두들 잽싸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조용히 책을 폈다. 익숙하면서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닌자도 이렇게까지 민첩하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이 모습을 본다면 일본의 닌자가 오히려 우리나라에 역으로 유학을 오겠다고 할지도?

 

  “강시준.”

 

  선생님이 문을 열자마자 부른 건 내 이름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을뿐더러 눈에 띄게 무언가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책을 펴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일 텐데? 학교에서 다년간 쌓은 노하우가 갑자기 이렇게 깨질 리는 없을 텐데?

  나는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지금 보건실로 가서 면담 해.”

 

  “지금요?”

 

  나는 당황해서 신을 쳐다보았다. 아까 분명 신이 1대1로 면담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보호자가 신청했으니까 가서 상담받고 와. 나머지는 계속 조용히 자습하고.”

 

  “역시나 가는 구나, 병약소년.”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나는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이로써 병약소년의 썰 하나가 더 늘어날 것이 눈에 선했다.

 

  “조용!”

 

  선생님의 단호한 한 마디에 쿡쿡거리며 웃음기가 올라오던 교실이 다시금 싸늘해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병약소년이 항상 가는 익숙한 길을 걸어 보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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