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Catch the hair : side A 학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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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시괴담 (2)
작성일 : 19-11-05     조회 : 378     추천 : 0     분량 : 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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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현장은 꽤나 잘 정돈되어 있었다. 산에서 발견되었다기에 널브러져 있는 나뭇가지와 짓밟힌 풀들을 연상하고 있던 나에게는 꽤나 놀랄만한 일이었다. 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는 장소 안은 생각보다 평온했다. 여기에서 정말로 시신이 발견된 것이 맞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럼 한 다?”

 

  숨을 고르자마자 말하자 신이 잠깐만 기다리라며 손짓했다.

 

  “왜?”

 

  “여기서 그냥 가만히 의식을 잃었다가 구르면 어떻게 하려고?”

 

  생각보다 경사가 있는 곳이었기에 신의 말대로 서있는 채로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는 없었다. 어딘가 안전한 곳에 가서 기억을 읽으면 모를까-

 

  “그런데 기억을 읽는다고 사건당일이 보일까? 꽤 시간이 지나지 않았어? 경찰들이 조사를 하는 것만 볼 수도 있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사이코메트리해서 내가 볼 수 있는 과거는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물에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는 기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 위에 덧씌워져 전에 있던 사건은 볼 수 없었다. 난감하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경찰들이 수색하는 것도 보다보면 뭔가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운이 엄청나게 좋으면 사건당일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고.”

 

  경찰들이 수색하는 것을 본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었다. 운이 좋으면 경찰들이 오기 직전의 모습을, 훼손되기 전의 온전한 현장을 볼 수도 있었다.

 

  “사이코메트리 해보지 않으면 수색장면도 사건당일도 그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옛날생각나네-”

 

  그렇게 옛날일 것도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의 일이다. 반에서 없어진 고가의 물건을 찾겠다며 부리나케 둘이 함께 해결을 하려고 돌아다녔었다. 없어진 물건은 우리 반 학생들의 물건을 뒤져도 옆반 학생들의 물건을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아마 그 날, 전교생의 가방검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없어진 물건은 나오지 않았고, 신과 나는 범인이 누군지 궁금한 나머지 열심히 뒤를 캐고 다녔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범인까지 잡을 수 있었다.

  신의 말에 나도 옛날 생각이 났다. 그 때 얼마나 열심히 뛰어 다녔던가-

 

  “도둑과 살인사건 용의자는 좀 다르지만.”

 

  “그 때, 너 사이코메트리 엄청 써서 맨날 누워있었잖아. 덕분에 나만 민혁이 형한테 엄청 혼나고. 아픈 애랑 무리해서 놀았다고.”

 

  “그래도 지금도 이렇게 나랑 같이 탐정일을 하고 있잖아? 왓슨.”

 

  “왜 내가 왓슨이냐? 머리는 내가 너보다 더 좋거든? 힌트를 물어다 주는 건 너니까 네가 왓슨이지.”

 

  우리는 시덥잖은 이야기로 긴장을 풀었다. 옛날에도 사이코메트리로 범인을 잡았었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신의 따뜻한 말에 나는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평평한 곳을 골라 가만히 심호흡을 했다.

 

  “내 몸 잘 부탁함.”

 

  “버리고 갈 거야.”

 

  “버리고 가면 형한테 이른다.”

 

  마지막까지 장난을 치며 키득거린 나는 흙 위에 손을 올려놓고 사이코메트리를 했다.

 

 

 *

  숲은 고요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숲에는 조용한 새소리와 다람쥐들이 경주하면서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 이외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꽝인가-

  나는 허탈했다. 하다못해 경찰이 수색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너무나도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숲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흙의 기억엔 아무것도 없었다.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기야.”

 

  소름 돋는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내 뒤에 타나토스가 서있었다. 이건 과거의 기억이고 타나토스는 나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목덜미가 서늘해지면서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꽝이라고 투덜거렸더니 아무래도 제대로 당첨이 걸린 것 같았다. 사건당일이었다.

 

  “저기에 서서 나를 봐.”

 

  여기저기 얻어맞아 얼굴의 절반이 멍으로 물든 윤여진이 엉거주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타나토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몸을 가누기 힘들어보였다. 저 윤여진을 저렇게 만들다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헬륨가스를 들이마신 요상한 목소리로 타나토스가 다시금 물었다. 일면식이 있는 사이인건가? 보건선생님을 의심하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타나토스.”

 

  쭈삣거리며 윤여진이 입을 열었다. 입술이 퉁퉁부어 제대로 발음하기 힘든 것인지 천천히 말하는 그 모습에는 학교를 주름잡던 윤여진의 모습은 없었다. 그저 금방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부상자가 서있을 뿐이었다.

 

  “하하하하!”

 

  갑자기 타나토스가 미친 듯이 웃었다. 윤여진의 대답이 매우 흡족한 듯 보였다.

 

  “그래, 타나토스. 죽음의 신이지!”

 

  타나토스는 매우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는 숲의 맑은 공기를 들이켰다. 그리고는 벌벌 떨고 있는 윤여진을 쏘아보았다.

 

  “너 같은 기생충들한테는 정말 아까운 공기야.”

 

  “사... 살려줘.”

 

  윤여진이 벌벌 떨며 말했다. 타나토스는 그 모습이 유쾌한지 뜀뛰기를 하듯 장난스레 윤여진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그는 이 상황이 매우 유쾌한 듯 했다. 여태까지 살면서 이런 즐거운 날은 없었던 것처럼 놀이동산에서 유희를 즐기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모습으로 타나토스는 떨고 있는 윤여진을 보며 꺄르르 웃었다.

 

  “내가 너를 위해서 좋은 걸 준비했어.”

 

  그것은 밧줄이었다.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밧줄이 아닌 짚으로 하나하나 엮어 만든 밧줄이었다. 아니, 새끼줄이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까? 윤여진은 더욱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다리가 아픈 것인지 도망을 가지는 않았다. 나는 이 후에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다. 윤여진은 사체로 발견되었다. 녀석은 여기서 죽는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윤여진이 도망치기를 바랐다. 아니면 당장 누구라도 나타나 그를 도와주기를 바랐다.

 

  “내가 한줄한줄 정성들여 꼬은 거야. 너만을 위해서!”

 

  어때? 기쁘지?

  윤여진은 다가오는 타나토스의 모습에 자신의 마지막을 예견한 것인지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니,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타나토스가 더 빨랐다. 그는 순식간에 다가가 윤여진의 목에 새끼줄을 감았다. 그리고는 잡아당겼다. 나는 눈을 감고 싶었다.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내 마음대로 사이코메트리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과거의 윤여진에게 어떠한 조언도 도움도 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이미 지난 시간이니까. 결론이 나있는 것을 바꿀 수는 없었다.

 

  “본인이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기분은 어때? 살려달라는 절규를 들을 때와는 기분이 다르지 않아?”

 

  헬륨가스를 마셔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면서도 섬뜩한 그 목소리에 나는 더욱 몸을 떨었다. 마치 타나토스가 윤여진을 죽이고 나면 바로 나에게 다가와 나에게도 그 밧줄을 걸 것만 같았다.

 

  “아이고. 이제 대답을 못 하겠네?”

 

  발버둥치던 윤여진의 발이 멈추고 타나토스의 팔을 붙들고 풀려고 했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 것에 토기가 올라왔다. 몸이 떨려왔다. 빨리 한 시라도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랐다.

 

  “자, 네가 쓴 반성문이야.”

 

  타나토스가 품속에서 종이비행기를 꺼내 날렸다. 비행기는 짧은 거리를 날아 윤여진의 위에 떨어졌다. 신이 생각한 대로 타나토스가 쓰라고 시켰던 모양이었다. 종이비행기의 내용은 볼 수 없었지만 반성문이라는 것을 보아하니 그 동안 잘못했던 것들이 쓰여져 있을 것이었다.

 

  “본 판사는 피고인이 쓴 반성문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 바. 당사자인 피해자가 맛 본 고통은 반성문 따위로 사라지지 않으므로 이에 지옥에서의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과도 같은 목소리 톤과 활짝 벌린 두 팔은 타나토스가 지금 얼마나 기쁨에 젖어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지옥에서 뼈저리게 반성하도록!”

 

  자신이 윤여진을 심판하였다는 것에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심판자 타나토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심판자 타나토스의 모습이 이런 모습은 아닐까?

 

 

 *

  눈을 뜨자 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니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방울 하나가 툭 떨어졌다. 손은 하얗게 질려 덜덜 떨렸다. 아무래도 사이코메트리에서 본 기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괜찮아?”

 

  “......”

 

  괜찮다고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신이 뒤에서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답을 할 수도 없었다. 얼른 산을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산을 내려온 나는 결국 속에 있던 것들을 모두 토해내었다. 윤여진의 파들거리며 떨리던 그 몸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심판자 타나토스의 호탕한 웃음소리도 귓가에 계속 울렸다.

 

  “사건당일을 본 거지?”

 

  나한테 왓슨하라고 하더니 역시 머리가 좋은 녀석이었다. 내 반응만을 보고도 내가 사건당일을 본 것을 알아맞히다니...

 

  “어떻게 알았어?”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고 나서야 말을 할 수 있게 된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경찰들이 수색하는 모습을 봤다면 사체를 봤을 테지만 이렇게 격한 반응은 안 나와. 게다가 시체에만 포커스가 갈 것도 아니고 경찰들이 수색하는 모습 하나하나 네가 볼 내용들이 많았을 거야. 그 많은 정보들 속에서 너는 유용한 정보를 얻고자 했을 거고.”

 

  맞는 말이었다. 경찰수색이었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경찰들을 보고 사진을 찍는 경찰을 보고 나는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윤여진의 사체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당일이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윤여진이 죽어가는 모습 이외에는 숲에 강렬하게 남을만한 기억이 없어. 그러니까 그 모습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 줬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선명하다 못해 내가 그 장소에 직접 있는 줄 알았다. 내가 타나토스의 공범이라도 된 듯 방관자라도 된 듯 그런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뭘 본 거야?”

 

  정신을 부여잡았다. 아무리 싫어도 생각해야 했다. 이만한 각오 없이 온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건의 범인을 잡기로 했다. 내 사이코메트리의 불발을 막기 위한 것은 구실일 뿐이었다. 범인을 잡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심판자 타나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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