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Catch the hair : side A 학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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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시괴담 (3)
작성일 : 19-11-06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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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심판자 타나토스’였다. 단순한 타나토스가 아니라 분명 ‘심판자’였다.

 

  “심판자 타나토스라면 보건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약한 자들을 위하여 심판하러 나타난다는 타나토스.”

 

  “그거 그냥 단순하게 피해자들 사이에서 떠돌던 소문이라면서. 도시괴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도시괴담을 아는 이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얼마 없을 것이다. 보건선생님의 학창시절에 떠돌았던 이야기이니 지금에서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냥 타나토스의 이름이 같은 게 아니라 ‘심판자 타나토스’라고 생각한 건데?”

 

  “재판.”

 

  “재판?”

 

  나는 다시금 내가 봤던 광경을 생각해냈다. 그곳에서 윤여진을 죽인 타나토스는 분명 말했다. 법정에서 판사가 말할 법한 말을 술술 뱉어내며 자신의 한을 풀으려고 한 듯 그렇게 말을 뱉었다. 그리고 반성문을 쓰라고 했던 이유도 어쩌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린 것에 대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반성문 자체의 의혹은 어렴풋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윤여진을 죽이고 판결을 내렸어. 지옥에서의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고.”

 

  “그럼 반성문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반성문을 써서 판사한테 제출하면 감형을 받잖아? 아무래도 거기에 화가 났었던 것 같아. 반성문을 써도 감형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었으니까.”

 

  “윤여진이... 반성문을 써서 감형을 받은 적이 있나?”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불량학생들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덤으로 피해자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관한 일이라고 그렇게 뒤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듣지 않았다. 내가 굳이 개입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윤여진이 재판을 받았었는지 어땠는지 알 수 없었다.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자살이고 종이비행기가 우연이라고 한다면 범인은 윤여진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들 중에 한 명일 수도 있어.”

 

  “그런데 피해자가 갑자기 그렇게 돌변할 수 있을까?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윤여진을 상대로 그런 무시무시한 일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을... 평상시에도 분명 반항했을 거야. 그 지옥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렸을 거야. 하지만 벗어날 수 없었을 거야. 윤여진에게는 패거리가 있는 데다 피해자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을 테니까.”

 

  내 말에 신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마. 쥐도 궁지에 물면 고양이를 물어. 언제까지고 당할 순 없었을 거야. 자기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래서 복수를 다짐했겠지.”

 

  신은 피해자가 윤여진을 죽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 생각에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판사가 했던 말들에까지 분노를 담고 말할 리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윤여진만이 타살을 당했을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만약 자살이라고 하는 다른 학생들까지 전부 타살이라면? 그렇게 되면 윤여진을 죽인 게 꼭 피해자는 아니지 않을까?”

 

  “그런 경우엔 범인이 진짜 ‘심판자 타나토스’가 되겠지. 학생이 죽였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자. 어른이 범인일 수도 있어. 어쩌면 피해자의 부모님일 수도 있겠지.”

 

  나는 내가 병원에 있었을 때를 떠올렸다. 부잣집에서 호의호식하는 이들의 자식으로 태어나 못된 짓을 하고도 정당한 벌을 받지 않고 계속해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살아가는 이들은 적지 않다. 법은 청소년들에게 돈이 있는 자들에게 관대하니까.

 

  “윤여진이 어떻게 죽었고, 살해 동기가 뭔지는 어렴풋이 알겠지만 특정할 수 있는 용의자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네.”

 

  내 말에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난관이었다. 사건당일의 기억을 보게 되면 단박에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자신에 차있었던 모양이었다. 뭔가를 알아내긴 한 것 같은데 무엇을 알아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오~~ 머리만 더 복잡하네!!”

 

  “뭐가?”

 

  ““으왁!!!!””

 

  갑작스레 불쑥 튀어나온 누군가로 인해 나와 신은 깜짝 놀라 냅다 소리를 내질렀다. 사건이 일어났던 산이다 보니 최근 등산객이 줄어 산 입구에 한참을 서있어도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누가 나타나 말을 거니 놀랄 수밖에... 정말 한 순간이었지만 난 그 갑작스레 나타나 물은 누군가가 저승사자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심장이 이렇게 밑바닥까지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올 리가 없으니까!

  심장이 별안간 번지점프 하는 느낌이라니!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 느낌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3반 반장?”

 

  신의 말에 나는 갑작스레 나타난 인영을 자세히 보였다. 분명 윤여진네 반의 반장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소위 엄친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집안까지 빵빵하여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 대단한 집의 도련님이 누추한 이런 곳까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어 신과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껌뻑이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엔 무슨 일이야? 너네 집은 여기랑 정 반대 아니야?”

 

  소문에 의하면 대단한 집답게 반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주 고가의 아파트로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고 했다. 그곳은 지금 우리가 있는 산과는 정 반대 방향이었다.

 

  “난 가끔 좋은 공기를 마시러 산에 와.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 공부할 때 머리에 더 잘 들어가거든.”

 

  오... 공부 잘하는 이의 비결인가.

 

  “아, 그런데 이름이 뭐더라? 3반 반장이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잖아?”

 

  내 생각을 대변하듯 신이 이름을 물었다.

 

  “서하람.”

 

  하다하다 이젠 이름까지 있어보이다니.

  그러고 보니 서하람? 우리나라에 서씨가 그렇게 흔한 성씨였나?

 

  “서씨가 원래 이렇게 흔했나?”

 

  “왜? 또 누가 있어?”

 

  “서도우.”

 

  신의 물음에 나는 짧게 답했다. 서씨가 흔한 성씨였나?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만나보지 못한 서씨를 고등학교에 와서 둘이나 만나다니. 나는 혼자 속으로 신기해했다.

 

  “아.. 서도우.”

 

  “아, 너네 반이지?”

 

  “매일 보건실에 가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서하람이 어깨를 으쓱였다. 하기사 보건실에 갈 때마다 서도우를 보았으니 서도우는 아마 교실에 잘 없는 모양이었다. 수업을 듣기는 하는 건가?

 

  “그런데 너네는 여기에 웬 일이야?”

 

  갑작스런 서하람의 질문에 나와 신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사이코메트리로 사건에 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사실 우리가 탐정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이번 윤여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으려고 왔어.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형이랑 얘네 형이 경찰인데 요새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연락도 잘 안 되는데다가 경찰서에 물어봐도 대답을 잘 안 해줘서 혹시나 여기에 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와봤어.”

 

  “요즘엔 여기 경찰들 잘 안 와.”

 

  “그래? 여기 오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럼 맑은 공기 많이 마시고 가라.”

 

  나는 대충 둘러대고 신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신이 별말 없이 나를 따라왔다.

 

  “아, 그러고보니 너네 이름은?”

 

  나는 그 자리에 섰다. 그러고 보니 상대방의 이름은 물어봐놓고 우리 이름은 알려주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강시준.”

 

  “이신.”

 

  짧은 답변이었지만 만족했는지 서하람은 ‘잘 가라.’라는 말을 남기고 산으로 올라갔다.

 

  “과연 전교권에서 놀고 있는 녀석들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산에서 맑은 공기를 쐬어야 공부가 잘 된 대잖아.”

 

  나라면 귀찮아서라도 산에 오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산에 가면 공기는 맑지만 내 심각한 체력고갈과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이 기본으로 따라오는 이상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싫어하면 싫어했지.

 

  “그런데 분명 가끔 온다고 하지 않았어?”

 

  신이 이맛살을 팍 찌푸렸다. 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서하람은 분명 가끔 맑은 공기를 쐬로 온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경찰이 잘 오지 않는다고 했지?”

 

  “그게 뭐가 이상해?”

 

  나는 눈을 껌뻑였다. 가끔 방문하는 산에 요즘엔 경찰이 잘 오지 않는다. 뭐가 이상한 거라도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가끔 오는 장소인데 요즘 경찰이 잘 안 오는 건 어떻게 알지?”

 

  “말 그대로 가끔 오는 장소에 사건 직후에는 경찰들이 바글바글 댔는데 요즘엔 잘 안 온다는 얘기잖아. 뭐가 이상해?”

 

  “그럼 그 말은 최근에는 자주 여기에 왔다는 얘기 아냐?”

 

  “응, 아니야.”

 

  나는 신의 등을 밀었다. 현 시점에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보니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죄다 수상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서하람이 산을 올랐다는 것만으로 범인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난 진지하다.”

 

  “나도 진지해.”

 

  “서하람이 범인일 수도 있잖아. 범인은 사건현장에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고!”

 

  영화를 많이 본 건가. 나도 그 말은 많이 들어봤다. 뉴스에서도 살인사건의 범인과 관련하여 프로파일러들이 나왔을 때 한 번씩 했던 이야기였다. 범인은 사건현장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그곳을 방문하여 사람들을 관찰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윤여진의 시신이 발견되고 시간이 꽤 경과된 후였다. 사람들은 벌써 윤여진 사건에서 흥미가 떨어지고 있었다.

 

  “강시준, 일생일대의 부탁이다.”

 

  “뭔데?”

 

  나는 괜히 장황하게 말하는 신의 모습에 오한을 느꼈다. 일생일대의 부탁은 무슨- 뭐냐고 묻기는 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나에게 숱하게 했던 부탁을 지금 하려는 것임을. 그리고 죽마고우답게 내가 예상한 바와 같이 신이 나에게 말했다.

 

  “서하람을 사이코메트리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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