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참 고생이다.”
그렇게 완벽하게 멋있는 얼굴로 하심하게 쳐다보지 말아주시죠.
나는 보건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하느님. 능력을 주시려거든 완전무결한 능력을 주시지 왜 남들이 보기에 비련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능력을 주셨나요?
신은 내 옆에서 그저 허허 웃었다. 우리는 보건선생님께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신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내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벌써 청소시간이었다. 본의 아니게 오후 수업을 죄다 빠져버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훌륭하다, 강시준.
“나중에 노트 보여줄 거지?”
“난 네가 성적이 중간이라도 가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동감.
매번 이렇게 수업시간을 날려먹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중간은 간나는 사실에 나는 스스로를 리스펙했다. 장하다, 강시준.
“그래서... 서하람 과거는 봤어?”
“넌 왜 그렇게 서하람한테 집착한 거야? 들은 거라도 있어?”
“조금?”
그럼 그렇지.
신은 확실하지 않은 소문을 우리의 가설에 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사이코메트리로 서하람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알아낸 거 있어?”
“서하람이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아.”
“그러면 서하람이 진짜로 가해자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영상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가학적인 취미를 갖고 있는 서하람이 평범한 학생일 리가 없었다. 내가 본 과거에 대해 신이 표정을 확 구겼다. 그야말로 위선자를 본 표정이었다.
“서하람은 타나토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겠네.”
확실히 그럴지도.
타나토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정말 농후한 학생이었다. 타나토스가 재판을 진행하면서 정말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윤여진의 초등학교 시절의 학교폭력이 타나토스와 연관 있는 거 아니었어?”
뭔가 정보만 점점 늘어나고 확실하게 정리가 되는 것이 없었다. 붕 뜨는 이야기들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이라도 정리가 되는 것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타나토스에 대해서 알아낸 것은 없고 서하람이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만 추가되었따.
“정리가 필요해.”
“그 전에 정보 하나 더 입력하고.”
“뭘 또 더?”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자 신이 어깨를 으쓱였다.
“너가 쓰러져 있는 동안 라형사님한테 연락했거든.”
아니, 이놈이...
누구는 사이코메트리 하고 쓰러져있었는데 거기에서 일을 더 늘려? 나한테 얘기도 없이? 울컥했지만 한숨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청소시간이 끝나고 나서 보충시간은 꽤나 빨리 지나갔다. 선생님의 말씀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신을 흘깃 보았지만 신은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설마 우리형도 같이 오는 건 아니겠지? 라형사님을 어떻게 부른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조금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설마하니 형이 같이 오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나는 오늘은 이만 집에 가도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신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건지 같이 벌떡 일어나 함께 밖으로 나갔다.
“라형사님은 어디에서 만나기로 했어?”
“교문 앞으로 데리러 오신다던데...?”
“설마하니 우리형이랑 같이 오는 건 아니지? 아니면 너네 형이나.”
신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차’싶은 얼굴이었다. 아니, 이놈이...
우리 형이나 진우형이 함께 오면 라형사님에게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질뿐더러 눈치빠른 형들이 우리가 지금 사건을 파고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신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억!”
“멍청이.”
“와... 강시준한테 멍청이 소리 들었어. 겁나 자존심 상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교문을 살폈다. 형들이 함께 왔으면 무언가 변명할 거리를 생각해 내기 위해서였다.
“혹시 라형사님한테 연락할 때 뭐라고 했어?”
“그냥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지.”
자알~ 했다. 아주 잘했어.
나는 혀를 찼다.
“형들이 만약에 있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야. 신이 네가 라형사님한테 긴히 드릴 말씀이니 형들은 빠지는 게 좋겠다고.”
“그럼 나랑 라형사님이랑 둘만 남게 하겠다고? 그럼 형들이 의심하지 않아?”
“형들한테는 신이 네가 라형사님한테 고백한다고 할 거야.”
“뭐래, 이 미친 자가.”
“컥.”
이번에는 신의 빛나는 팔꿈치가 내 배에 강타했다. 나는 신을 노려보았다.
“좋은 방법 있어?”
“없어.”
당당하고 심플한 대답이었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금 교문을 탐색했다. 저 멀리 라형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다행히도 형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언제 어디에서 형들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형들이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
“조금 전의 작전으로 가는 수밖에.”
내 말에 신의 표정이 팍 찌그러졌다. 아니... 그러니까 좋은 방법 있냐고...
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우리는 교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라형사님에게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