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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전단
작가 : 진가산
작품등록일 : 201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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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전단 : [7화] 나쁜 놈이 잘 잔다 7
작성일 : 19-10-17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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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배전단 : [7화] 나쁜 놈이 잘 잔다 7

 

  “동! 작! 그! 만!”

 

  마치 사자후를 내지르듯 ‘동작그만’을 외친 나의 목소리에 모두들 움찔했다. 겁에 질린 빡환이 달래듯 물었다.

 

  “뭐야 C발. 경찰이 이래도 돼? 엉?”

  “되는지 안 되는지는 두고 볼까!”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다가오는 빡환의 부하들에게 보란 듯이 사시미 칼을 더 깊이 찔렀다. 빡환의 목덜미에 박힌 칼날을 따라 핏방울이 또르르르르 떨어졌다.

 

  “아아아~~~ 아퍼~~~.”

  “닥쳐 이 새끼야! 너는 내가 오늘 꼭! 데리고 간다. 죽어두 나 혼잔 안 가지~ 여기서 함께 죽자! 엉!”

 

  생즉필사(生卽必死), 사즉필생(死卽必生). 이순신장군이 남기신 불후의 명언처럼 나는 배수의 진을 쳤고, 빡환이 꼬리를 말아 내렸다.

 

  “으~~ 왜 그래~~ 형님, 왜 그래~”

 

  빡환은 자신의 숨통을 끊을 것처럼 내가 사시미 칼을 더 깊이 찌르자, 그 기세에 겁을 집어먹고 부르르 떨었다.

  난 목덜미에 박힌 칼을 휘 젖듯이 돌렸다.

  룸 안은 빡환의 찢어지는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악~~~”

 

  비로소 빡환의 눈동자에 공포감이 스며들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통증과 공포감. 나쁜 놈들일수록 그런 통증과 공포감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야! 니들 뭐해! 저리 안 가! 어서! 니들 칼 안 버려. 어서!!”

 

  빡환은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이런 놈일수록 누구보다 죽기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빡환을 보며 깡패 부하 놈들도 한 놈, 두 놈 칼을 떨궜다. 이와 동시에 고반장과 형사들이 놈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역전되었다.

 

  “야, 이 자식들아~ 어서 칼 안 버려! 이 자식들이 강력반을 뭘로 보고 개겨!!”

 

  고반장의 호쾌한 고함소리가 체포현장을 가득 채웠다.

  나는 잠시 긴장이 풀리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되풀이된 나의 죽음을 막은 것이 분명했다. 악몽이 아닌 현몽이었다. 죽다 살게 된 것이든, 내 죽음을 막기 위해 할아버지가 꿈을 빌어서 나타나신 거든 나는 두 번째 삶을 얻게 되었다.

 

  잠시 후 지원 병력으로 경찰차들이 몰려왔다. 번쩍거리는 경찰차 경광등의 불빛을 받으면서 빡환을 비롯한 깡패들이 줄줄이 호송차에 올랐다. 그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봉고차 뒤편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아우~ 죽는 줄 알았네.”

 

  이때 내 어깨를 툭 치며 고반장이 아는 체를 했다.

 

  “니 괜찮나?”

  “그럼! 괜찮지 그럼.”

  “오늘은 아주 씨껍했네.”

  “근데, 저 최의원은 어떻게 할 거야?”

 

  나는 경찰들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 나오는 최기하 국회의원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때 나는 정말 뜬금없는 말을 듣게 되었다.

 

  “누고? 누구 말이가?”

  “저기, 저 금배지 말이야~”

  “무슨 말인데? 여기 금배지가 어댔다고. 난 아무도 못 봤다.”

  “뭐?”

  “그리고… 니도 못 봤다. 알겠나!!”

  “뭐요!!”

 

  안내를 받으며 자신의 승용차에 오른 최의원은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나를 노려봤다. 나 역시 그런 최의원을 기가 찬 표정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형님!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저 금배지를 왜 그냥 보내는 건데?”

  “서준아~ 우린 여기까지다.”

  “뭐라고?!”

 

  나는 체포현장을 빠져나가던 최의원의 승용차를 몸으로 막아섰다.

  최의원의 승용차가 급정거했다. 유리창을 사이로 둔 채 서로를 노려보던 나와 최의원의 날선 눈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고반장의 지휘 하에 강력반 형사들이 몰려나와 나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왜 이따위일까!

 

  대한민국에서 여당 국회의원의 금배지가 발휘할 수 있는 권력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더러운 권력의 휘장을 나는 조만간 발가벗겨 버릴 것이다. 그 더러운 심장부를 파헤쳐 만천하에 공개하고 말 것이다.

 

  나는 혼란스런 체포현장을 빠져나가는 최의원의 리무진을 바라보며 맹세했다.

 

 §

 

  대규모 체포현장을 빠져 나가자마자 최기하 국회의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조수석 의자를 주먹과 발로 차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저 새끼들 진짜 뭐야? 어우 정말! 이 새끼들 다 뒤졌어!”

 

  조수석에는 서민호 계장이 앉아 있었다. 화가 났다고는 해도 치졸한 행동을 하는 최의원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서민호 계장은 최기하 의원의 수행원이다. 경호와 정보계통 전문가이기도 했던 서민호 계장은 국정원 출신이었다. 얼마 전 까지 국정원의 정보통이었던 서민호 계장은 뜻하지 않은 일로 회사에서 퇴사를 한 뒤 이곳의 일을 봐주고 있었다. 그런데 서계장을 최의원 사람으로 두게 한 사람이 놀랍게도 VIP였다. 그만큼 최의원에 대한 VIP의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달까?

 

  국정원 출신의 서민호 계장은 항상 무표정한 표정과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최의원을 수행하고 있었다. 한참 분통을 터뜨리며, 고함지르는 최의원을 바라보던 서계장은 휴대폰 진동을 한참 만에 알아챘다.

  이런! 청와대 우지석 수석이 부재 중 통화를 3번이나 보낸 것을 확인하자 서계장은 깜짝 놀랐다. 뒤에서 계속 욕지거리를 내뱉던 최의원을 자중시키기 위해 휴대폰 액정을 가리키며 보여줬다.

 

  “뭔데!?”

 

  최의원은 고함을 치면서도 서계장의 휴대폰 액정에 뜬 발신인의 이름을 주의 깊게 쳐다봤다.

 

  - 청와대 우지석 수석.

 

  순간 찌그러지며 최의원은 입을 닫았다.

  갑자기 조용해진 리무진 차량 안에서 서계장이 통화를 시작했다.

 

  “네, 수석님.”

 

  서계장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우수석의 고함과 욕설이 이어졌다.

  변명이 아닌 설명을 위해서 서계장이 조근조근 말을 이었다.

 

  “그게… 갑자기 강력반 애들이 쳐들어와서 생긴 일이라…”

 

  또다시 휴대폰 너머에서 욕지거리가 들려오자, 뒷자리에서 듣고 있던 최의원은 좌불안석 어쩔 줄 몰라 하며 통화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거렸다.

 

  “네! 네! 당장 찾아뵙겠습니다, 수석님.”

 

  통화를 마친 서민호 계장은 귀가 얼얼한지 귀를 한참이나 문질렀다. 새빨개진 귀를 계속 문지르던 서계장을 보다 못한 최의원이 물었다.

 

  “뭐래요?”

  “당장 오랍니다.”

  “아~ 저기… 나는 오늘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생일이라, 난 먼저 들어갈게요. 서계장!”

 

  애당초 기대한 바가 없었지만, 얌생이처럼 빠져나가는 최의원을 흘깃 쳐다본 서계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댁까지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서 이만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서계장이 항상 수고가 많네.”

 

  한적한 강남의 한 대로변에 차가 선 뒤 서계장이 홀로 내렸다. 곧이어 최의원의 차는 서계장을 남겨놓고 떠났다. 서계장은 검게 썬팅된 차 안의 최의원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서계장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지나가는 차들이 만든 후덥지근한 바람 때문에 날렸다.

 

  고급스러운 호텔 VIP라운지에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던 대통령 민정 수석인 우지석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맛이 텁텁했던 우지석 수석은 와인의 라벨을 확인했다. 역시나 떨어지는 레벨의 와인이었다. 자신의 급에 맞는 레벨이 아니었던 것이다. 불쾌해진 우수석은 자신에게 불쾌감을 준 이 호텔에 그에 맞는 조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예를 들자면 조만간 이 호텔은 세무사찰을 받게 될 것이다. 공식적인 이유야 다르겠지만, 실제 이유는 우수석 레벨에 걸맞지 않은 와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분이 불쾌해진 우수석이었다.

  대통령 민정 수석이 되기 위해 걸어왔던 20여 년 세월이 우습게 느껴졌다.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하려고 그런 험난한 길을 걸어왔던가?

 

  돌이켜 생각해 봐도 1시간 전 받았던 전화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이봐요. 좋은 대학 나오고, 검사 출신인 거 다 아는데 이렇게 일처리 하면 어떡해요? 일 한 두 번 해요…….”

 

  계속되는 질타를 듣던 우지석 수석은 자칫 쌍욕을 할 뻔 했다. 살면서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질타와 잔소리를 들으면서 산 적이 없는데, VIP의 권력을 끼고 자신을 능멸하다니! 비선실세에게 당하는 모욕은 능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자신은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우지석 수석은 장시간의 질타를 들은 뒤 오늘 발생한 최기하 의원의 사건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VIP의 가방모찌로 살며 손수 VIP의 더러운 일들을 처리했던 최의원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했다. 일처리를 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자신만 못한 것들에 의해 능멸당한 것에 차오르는 분노를 느꼈던 것이다.

 

  우지석 수석의 분노게이지가 한계치까지 올랐을 때, 운이 없는 서계장이 도착했다.

 

  입구를 지키던 요원들이 서계장의 몸수색을 했다. 혹시나 모를 일들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요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계장의 직속 부하였지만, 요원들의 손길과 말투는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서계장은 자신의 처지가 바닥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절차에 따라 휴대폰을 꺼내어 요원들에게 건네줬다.

  서계장은 창 밖 야경을 바라보는 우지석 수석의 뒤편에 조심스럽게 섰다. 유리에 비쳐지는 것을 통해 서계장이 도착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동안 뜸을 들이던 우수석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오랜 말이에요 계장님.”

  “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회사에서 나간 뒤 최의원 일을 봐주고 있다지요?”

 

  국가 최고정보기관을 그들은 늘 회사라고 얘기했다. 평범한 회사라고 칭하지만, 그곳은 대한민국의 정보를 관장하고, 통제하는 곳이다. 우수석은 최계장의 이직을 말하고 있었다.

 

  “네, 수석님. VIP께서 원하셔서 당분간 그렇게 소일하고 있습니다.”

  “계장님 일은 참 안타깝더군요. 국가 대사를 치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질 때도 있겠는데, 너무 아쉽게 처리 됐더라구요. 어때요? 복직할 맘 있으세요?”

 

  서계장은 권력의 실세 중 실세인 우수석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이 말을 꺼내자, 놀라고 당황했다. 지금 불려온 것은 최의원의 사고를 처리한 것도 죄라면 죄일까? 자신이 실수한 것은 없지만 꼬인 일 때문에 문책을 당할 것이라고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수석님. 복직만 시켜주신다면 분골쇄신,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동한 서계장은 우지석 수석을 향해 허리를 90도 꺾었다. 우지석 수석은 자신에게 굴종의 인사를 하는 서계장을 내려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럼 오늘 같은 일, 만들지 말았어야지. 안 그래요 계장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웃으며 때리는 사람이다. 더구나 종이 한 장 뒤집듯 순간순간 말을 뒤집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서계장은 생각했다.

  우수석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웃으면서 자신의 숨통을 끊을 사람. 서계장은 무릎을 바로 꿇었다.

 

  “죄송합니다!!”

 

 

 

 

 

 < 나쁜 놈이 잘 잔다 7 > 끝

 ⓒ 진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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