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늘 나는 키스를 해야겠어요.
그들은 비르아캠 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에펠탑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수많은 관광객들을 피해 한적한 돌담으로 갔다. 거리는 있었지만 에펠탑의 화려함과 그 웅장함을 다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한나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작게 말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에요…”
우재는 그런 한나를 바라보았다. 한나의 눈에서 불꽃이 피어나는 걸 보았다. 한나에게는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한나는 약간 벅찬 듯이 말을이었다.
“나는요, 일이 끝나면 종종 여기로 왔어요. 10시가 되면 하얗게 빛나는 에펠탑을 볼 수 가 있거든요.”
우재는 한나의 말에 귀 기울였다.
“지금 당신이랑 같이 있는 것도 정말 말도 안되는 알인데, 같이 에펠탑을 보고 있다는 건 더 말도 안되는 일이네요.”
한나가 넓적한 돌담 위로 갑자기 올라섰다. 우재는 한나가 떨어질까 재빨리 한나의 팔을 잡았다. 한나는 그런 우재를 보며 웃었다.
“괜찮아요. 한두번도 아닌걸요. 우재씨도 얼른 올라와요. 여기가 파리에서 에펠탑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에요.”
우재도 조심스럽게 에펠탑 위로 올라왔다. 에펠탑의 웅장함이 충분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는 점점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워졌다. 한나의 아름다움이 이곳 파리에서 보았던 어떤 화려함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 우재는 이런 자신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에펠탑을 향해 널어진 돌담 위에서 계속해서 빛나는 파리를 감상했다. 둘 사이에 조용한 공기가 머물렀다. 제법 쌀쌀한 공기가 한나를 성가시게 했다.
“조금 춥네요.”
우재는 그런 한나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한나씨, 제가 한나씨를 도와줘도 될까요?”
한나는 갸우뚱 거리며 대답했다.
“네, 근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물어요?”
우재는 나랑히 앉아있는 돌담에서 내려와 여전히 돌담에 앉아있는 한나의 등 뒤로가 껴안았다. 한나는 당황해서 말을 먹었다.
“아니, 왜 갑자기 이런…”
우재는 한나를 자신이 위로 받듯이 세게 껴안았다. 한나는 당황스러워 버둥거렸다.
“저기요 우재씨. 아무리 당신이 스타라고해서 이렇게 막 사람 맘대로 껴안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저 그런 여자도 아니고요. 이런식이면 정말 곤란해요…!”
그때 단호한 우재의 말이 한나를 가로막았다.
“잘들어요 한나씨. 나 이제 잠깐 미친 소리 할게요. 정말 미안해요. 지금 제가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래요, 나 지금 미쳤어요. 나 진짜 한나씨에게 반한 거 같거든요. 처음 봤을 때 쿵쾅거리던 심장이 아직도 멈추질 않아요. 그냥 잠시 심장이 뛰는 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심장이 멈추질 않아요. 한나씨 나 이제 어떡해요? 이대로 가면 너무 아쉬울껏 같아요. 아니, 평생을 후회할 거 같아요!”
한나는 버둥거리기를 멈추고 조용히 등 뒤에서 느껴지는 우재의 가슴속 심장 박동을 느꼈다.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아니면 어쩜 턱 끝까지 벅차오르는 사람처럼 심장이 뜀박질하고 있었다.
“한나씨, 내가 아직 한나씨를 잘 모르지만, 이대로 오늘 한나씨를 보내면 많이 아플 것 같아요.”
한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자신에게 오늘 벌어진 일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다. 한나는 우재를 걷어내고 돌담에서 내려와 우재와 마주섰다.
“우재씨, 나 지금 너무 무서운 거 알아요?”
한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지금 나는 내가 이래도 되나 싶어요.”
우재는 그런 한나의 뺨에 자신의 큼직한 손을 갔다대었다.
“무서워하지 말아요. 내가 함께 할게요.”
한나는 울먹거리며 두 눈을 방황거리며 말했다.
“내가 진짜…, 계속 그러면, 내가 막 기대하게 되잖아요. 사람들은 막 나보고 이제 그만 깨어나라고 하는데, 맨날 비웃고…, 근데 나는 또 막 그러면…, 나는 이런 말은 들어 본 적도 없고, 우재씨가 아직 내 앞에 있는 것도 안 믿기는데, 자꾸 이러면 나 또 착각한단 말이에요. 나 진짜 무섭단 말이에요!”
우재는 한나의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한나씨, 진짜에요. 우리가 등지고 선 저 에펠탑도, 한나씨도, 내 마음도, 다 진짜에요.”
한나는 어쩔 줄 몰랐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우재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한나는 그 눈빛이 거짓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수많은 거부를 당하면서 느끼고 보았던 시선들과는 달랐다. 그동안의 아픔들이 우재의 진실함을 알아보게 만들었다. 한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우재에게 말했다.
“우재씨, 나 진짜 하나만 물어 볼 테니까, 진짜 사실대로 말해줘야 해요. 진짜로요.”
“걱정말아요. 당신 만나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우재씨.”
“네.”
“나 예뻐요?”
우재는 피식 웃음이 났다. 한나의 표정은 진지했다. 우재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한나가 가여웠다. 그는 한나가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나씨, 정말 예뻐요. 제 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나씨는 진짜 예뻐요.”
한나의 가슴에 불꽃이 터졌다.
“우재씨, 그 말 책임져야 해요?”
그때 갑자기 한나는 우재의 두 뺨에 두 손을 갖다 대고 발끝으로 서서 우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우재는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한나씨…”
한나는 손을 떼고 입술을 떼려고 뒤로 물러섰다. 그때 우재의 강인한 팔이 한나의 허리를 감싸고 한 손으로 한나의 목을 자신 쪽으로 당겼다. 한나는 잠시 숨이 멎은 듯 굳어 있다가 이내 부드러운 그의 리드에 몸을 맡겼다. 밤은 점점 깊어져 갔고, 그렇게 둘은 에펠탑의 불빛이 하얗게 빛날 때까지 입을 맞췄다.
우재와 한나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들어섰다. 둘은 텅 빈 지하철에서 서로 바라보면서 섰다. 자리는 넘쳤지만 둘은 몸이 밀착 되도록 마주보고 섰다. 그 순간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떨림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 마냥 나쁘지 않은 긴장을 뿜어냈다. 한나는 우재의 가슴팍에 시선을 고정했다. 우재를 올려다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그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기댔다. 한나와 우재는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서로의 체온을 확인했다. 한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느껴갔다.
‘오늘은 내게 선물이야, 강한나.’
우재는 고개를 숙인 한나의 심장 위치를 획인했다. 자신과 같이 뛰고 있는지 그는 온 신경을 다해 느끼려했다. 우재는 한나의 머리칼을 쓸었다. 그녀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었다. 한나의 두 손은 우재의 가슴에 얹어졌다. 한나는 얼굴을 들어 우재를 바라보았다. 우재는 강렬한 눈으로 한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한나는 이것이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다시 우재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우재씨, 이제 어떻게 해요?”
우재는 한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뭐가요?”
“우리말이에요.”
우재는 따뜻하게 웃으며 한나를 꽉 안았다.
“한나씨는 오늘 같은 적 있어요?”
한나는 우재에게서 몸을 떼어내며 말했다.
“아니요. 절대요.”
우재는 피식웃었다.
“그럼 전 있겠어요? 한나씨, 걱정말아요. 절대로 한나씨 마음 헷갈릴 일 없어요. 한나씨가 떠나려고 해도 이제 제가 안 놓아 줄 거예요. 알겠어요?”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나는 우재의 품에 더욱 파고들며 생각했다.
'이 끈이 절대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둘은 한나가 사는 작은 원룸 앞에 다다랐다. 한나는 어물쩡대며 우재와 건물 입구에서 서성였다. 그때 우재가 웃으면서 한나의 새끼손가락을 잡았다.
“날 이렇게 보낼 거예요?”
한나는 멈칫거리며 말했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한나는 다시한번 용기를 냈다.
“그,그럼…, 그럼 들어갈래요?”
우재는 싱긋 웃더니 갑자기 한나를 안아들었다.
“자, 어디에요. 말만해요 갑시다.”
한나는 버둥거리며 외쳤다.
“이거놔요! 나 무겁단 말이에요!”
우재는 한나를 소중히 감싸안으며 말했다.
“쉿, 조용히 해요. 시간이 늦었어요.”
한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꼭대기란 말이에요…”
우재는 한나를 거뜬히 들며 계단을 올라갔다.
한나의 방으로 들어 온 우재는 한나를 소파에 내려놓았다. 우재는 그윽한 눈으로 한나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하나하나 한나를 그리며 손바닥으로, 손가락으로 그녀를 간지럽게 쓸었다. 한나는 몽롱하게 만드는 그의 손짓에 점점 긴장이 풀렸다. 우재는 더욱 그녀를 탐스럽게 메만졌다. 한나는 우재의 손길을 멈추지 못했다.
“우재씨…”
“한나씨…, 미안해요. 집 구경은 나중에 할게요.”
우재는 거칠게 한나에게 키스했다. 한나는 처음엔 놀랐지만 곧 그런 우재를 받아들였다. 이제 우재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런 우재를 한참이나 받아 들이던 한나는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우재씨, 나 진짜 이래도 돼요? 우리 오늘 처음 만났잖아요. 아직 나 우재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데…”
우재는 계속해서 한나의 온 얼굴에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
“한나씨, 나는요, 한나씨가 제 곁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평생 함께 할 거 란걸 알아요. 제발 날 떠나지 말아줘요."
"우재씨, 하지만 우재씨는 연예인이잖아요. 우재씨는 정말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에요?"
우재는 한나에 취한 눈길로 답했다.
"나도 사람이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고요. 날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걱정말아요."
"우재씨, 아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우재는 한나의 뺨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었다.
"나 지금까지 누굴 만났어도 오늘 한나씨를 본 순간만큼 심장이 뛴 적이 없어요. 믿어줘요.”
한나는 잠시 흥분한 우재를 멈추고 그의 얼굴을 감싸 들었다.
“우재씨, 나 생각보다 지독한 사람이에요?”
우재는 웃었다.
“다행이네요.”
"당신이 금방 나를 잊어버리면요?"
“그럴 일 없어요.”
“우재씨는 옆에 사람도 많고, 능력도 있고…, 나 또 상처받기 싫어요.”
우재는 그런 한나의 이마에 키스했다.그는 다시 한나를 간지럽혔다.
“걱정마요. 내 마음도 결코 쉽지 않아요.”
“나 진짜 믿어도 돼요?”
우재는 마침내 한나를 들어 일으켜 세웠다.
“한나씨는 나의 모든 마지막이 될 거예요. 제발 이제부턴 나와 함께해줘요.”
우재는 한나의 부츠를 벗겼다. 자신도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온전히 한나의 몸 위로 쓰러졌다. 점점 그들은 하나씩 옷을 벗어 나갔다. 마침내 그들이 온전히 살갗을 맞대었을 때, 한나는 우재에게 속삭였다.
“나 처음이에요.”
우재는 그런 한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파리의 따뜻한 아침 햇살이 그들을 비추었다. 둘은 여전히 맨몸으로 살갗을 맞대고 있었다. 간밤에 추웠는지 커다란 담요가 그들을 덮고 있었다. 우재는 아직 곤히 잠든 한나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름다운 한나의 얼굴에 빛이 들어왔다. 한나가 우재 안으로 몸을 뒤척이며 파고들었다. 우재는 그런 한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이마에 키스했다. 그때 한나의 눈이 우재를 바라 보았다. 우재는 그런 한나를 향해 웃었다.
“잘잤어요?”
한나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간밤의 일들을 떠올리며 살짝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네, 우재씨는요?”
우재는 말없이 한나에게 키스했다.
“우리 오늘은 뭐할까요?”
한나는 쑥스러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우재는 그런 한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오늘은 아무데도 나가지 맙시다. 아니, 일주일동안 이렇게 소파에 붙어있어요.”
우재는 다시 담요를 단단하게 둘러매고 한나 위로 거칠게 올라왔다. 둘은 그렇게 하루종일 소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한나가 일을 안가는 주말동안 둘은 상상도 못할 만큼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둘은 같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바라보았다. 같이 밖을 나가 장도 보았다. 한나는 우재의 팔을 꼭 붙들고 한손으로 이것저것 가리켰다.
“저거랑 저거랑 저거요.”
“이거요?”
“네, 그게 젤 맛있어 보여요, 색깔이.”
우재는 한나의 말에 착실하게 사과를 집어넣었다. 한나는 우재 옆에 매달려 열심히 눈으로 장을 보았다. 우재는 그런 한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둘은 날이 좋은 날엔 공원으로 나가 돗자리를 깔고 책을 읽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서로의 팔을 붙이고 누워 따뜻한 햇살을 받아냈다. 우재는 책을 읽다가도 한나를 슬쩍슬쩍 보았다. 자꾸만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한나는 한참을 책만 보다 우재에게 말했다.
“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우재는 하나의 손에 들려있는 책을 치웠다.
“우리 이제 서로 얼굴 좀 봐요. 이러다가 잊어버리겠네.”
한나는 그런 우재를 보며 웃었다. 손을 들어 우재의 얼굴을 쓸었다.
“나 내일 일 가야해요.”
우재는 그런 한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찾아갈게요. 우리는 계속 함께하는 거예요. 알았죠?”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