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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답다고
작가 : 내일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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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리
작성일 : 19-10-13     조회 : 324     추천 : 0     분량 : 5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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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유리

 

 “여보세요?”

 “유리야, 나 성태오빤데….”

 유리는 우재와 헤어진 지 일 년이나 되었다. 애써 tv도 보지 않고 인터넷도 켜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그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 못 버틸 것 같기 때문이었다. 먼저 헤어지자 말을 꺼낸 것은 유리 자신이었지만 막상 덤덤한 우재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유리는 자신을 붙잡지도 않던 우재가 미웠다. 그렇게 오기로 그녀는 1년이란 시간을 버텼다.

 

 지금 유리는 인천공항에 나와 있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재의 매니저인 성태 오빠가 다시 전화했다.

 “숙소 알려줬지? 기억하고…, 말 좀 잘해봐, 꼭 조심해서 오고, 걔 요새 상태가 말이 아니야.”

 “알았어요, 진짜… 고마워요 오빠.”

 “인마… 우리가 본 세월이 얼만데…, 어쨌든 나 우재 그런 꼴 못 본다. 다시 잘 말해봐. 애가 요새 생기가 없어. 인터뷰 할 때도 멍이나 때리고 있고…, 걔가 여태까지 너한테 연락을 한번도 안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어쨌든 이번 휴가 때 다시 말 좀 잘 해보고, 둘이 여행이라도 가던지. 이번 투어 끝나고 돌아가면 꽤 긴 휴가가 있을 거 같아. 여하튼 잘해봐라.”

 “네, 정말 감사해요.”

 

 우재는 한나가 떠나고 난 뒤 한나의 오피스텔을 치웠다. 그리고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한국으로 가기 전에 자신이 직접 맛난 것들을 해주고 싶었다. 그는 욕실에 들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잠깐 숙소 좀 들려야 겠네.”

 

 유리는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유리는 심호흡을 했다.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유리에겐 아직 그와의 추억이 셀 수없이 많이 남아있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유리는 아직도 자신이 우재 생각에 이렇게 단번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야속했다. 언제나 유리가 먼저였다. 그가 먼저였던 적은 없었다. 그것이 유리를 지치게 했다. 남자친구가 아이돌이라서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유리는 사랑받고 싶었다. 유리는 공항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우재는 호텔 앞에 다다랐다. 호텔 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는 발이 굳었다. 유리가 호텔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우재의 목소리는 떨렸다.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유리는 우재를 호텔로 이끌었다.

 “안녕, 근데 여긴 사람이 너무 많다. 들어가자.”

 

 둘은 호텔 개인 로비에 앉았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우재는 누군가에게 둔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여긴 어떻게 왔어?

 유리는 생긋 웃었다.

 “무슨 첫인사가 그래? 반갑다고, 보고 싶었다고, 잘 있었냐고 뭐 그런 말은 안해?”

 우재는 표정 없이 유리를 바라보았다.

 “유리야… 지금 이게 무슨…”

 유리는 우재의 손을 잡았다.

 “우재야, 내가 여기 이렇게 날아 올 만큼 네가 그리웠다고 꼭 말을 해줘야 알겠어?”

 우재의 눈빛이 흔들렸다. 유리는 우재를 안았다.

 “진짜 진짜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강우재…!”

 우재는 그런 유리의 등을 멍하니 토닥였다.

 

 우재는 유리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 자신은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그는 샤워를 했다. 마음 한 구석에 한나가 여전히 가슴을 때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 생각에 몸의 감각을 잃은 듯했다. 우재는 뜨거운 물을 틀고 그 아래 들어가 한참을 서 있었다. 유리가 다시 왔다. 우재는 머리에 피가 쏠리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샤워기 물아래 서있었다.

 

 “우재야…”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유리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우재의 미간이 찡긋했다.

 “너 왜 들어와 있어?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유리는 생긋 웃으며 아직 젖어 있는 우재의 몸을 안았다.

 “기다릴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나 안에서 기다려도 되잖아.”

 우재는 유리를 감정 없이 떼어내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다시 욕실 파우더 룸으로 들어갔다.

 “나와, 나 옷 갈아입을 거야.”

 

 유리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일 년 동안 그리고 생각했던 재회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로 안아주며 지난날을 후회할 줄 알았다. 우재의 덤덤하고도 이유 있는 뒷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우재는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유리는 그런 우재가 괘씸했다. 적어도 나처럼 서로의 얼굴을 본 순간 마음이 복잡해서 터져버려야 하는 게 마땅했다. 유리는 그런 우재를 따라가 욕실 문을 벌컥 열었다.

 “야! 강우재!”

 우지는 머리를 말리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 났다.

 “놀랐잖아!”

 유리는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급하게 닦았다.

 “너 진짜 못됐어.”

 우재는 그런 유리를 한참 보다가 말했다.

 “침대에 좀 앉아 있어, 나 옷 좀 입고 나가자.”

 

 오늘 우재에게는 완벽한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완벽했었던 옛사랑이 찾아왔다. 우재는 심란했다.

 “한나씨…”

 우재는 단장을 마치고 다시 나왔다. 유리가 그런 우재를 발견하고 우재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 어디로 가?”

 생기 넘치는 유리의 얼굴을 보자 우재는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일단… 점심 먹으러 가자.”

 

 우재는 유리가 안타까웠다.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캠퍼스 안에서였다. 한창 우재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그는 가을 하늘의 무료함에 아무도 없는 학교 들판에 누워 버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학교에 어째 친구 하나가 없냐…’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같이 듣고 있다간 자신도 억장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우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한 여자가 벤치에서 발목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재는 곧바로 다가가 물었다.

 “어디 아파요? 왜 이렇게 울고 있어요?”

 여자는 대답이 없었다. 우재는 심각하게 울고 있는 여자를 보다 일어섰다.

 “안되겠어요. 제가 저기 가서 사람 좀 불러 올게요.”

 그때 여자는 우재의 셔츠를 붙잡았다.

 “아, 안돼요.”

 그리고 얼굴을 벅벅 문지르더니 얼굴을 들어 우재를 올려다보았다. 우재의 가슴에 그 여자의 얼굴이 단번에 들어왔다. 여자는 우재를 알아봤다.

 “어머, 진짜 우리학교 다니네요? 알플라워…?”

 우재는 모자를 눌러 더 꾹꾹 눌러쓰며 멈칫 거리다가 여자 옆에 앉았다.

 “왜 울고 있었어요?”

 

 우재의 팔에 유리의 팔이 감겨져 있다. 우재는 한나가 궁금했다. 이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하지만 우재에게는 유리가 있었다. 오랜 연이었던 그녀가 자신을 보러 단번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왔다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우재는 자신의 팔에서 유리의 팔을 떼어냈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우리 이럴 사이 아니잖아.”

 유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말 직접 들으니까 더 아프네.”

 우재는 그런 유리의 어깨를 한번 다독이며 다시 길을 갔다. 유리는 우재의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이번 투어 끝나면 길게 휴가가 난다던데.”

 우재는 흠칫 놀랐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재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아, 성태 형이구나. 그 형은 진짜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가지고.”

 유리는 다시 생긋 웃으며 말했다.

 “왜에. 덕분에 이렇게 만났잖아.”

 유리는 이번에 우재의 손을 잡았다.

 “우재가 정말 보고 싶었어.”

 우재는 유리의 사랑이 가득 담긴 눈을 확인했다. 그녀에겐 여전히 사랑이 있었다. 우재는 혼란스러웠다. 유리의 손이 따뜻했다. 우재의 머릿속에 유리가, 옛 추억이, 옛 사랑이 다시 차오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둘은 식사를 마치고 파리 시내를 걸었다. 우재는 생각에 잠겼다.

 ‘오늘 한나씨에게 가야하는데…’

 그런 우재를 본 유리가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해?”

 우재는 여전히 말이 짧았다.

 “아무생각도.”

 유리는 아직도 마음을 열지 않는 우재가 섭섭했지만 견딜 수 있었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했다.

 “우재야, 우리 여행 갈래?”

 우재는 그런 유리를 바라보았다. 유리는 다시 자기 식대로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유리를 보면서 우재는 더욱 마음이 어지러웠다.

 “우재야, 나 일 년 동안 많은 생각도 해봤는데, 나 너 없이 정말 안 될 거 같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유리야 나는…

 곧바로 유리가 뒤돌아서며 우재의 말을 막았다.

 “우재야, 지금 당장 좋은 대답을 내가 들을 순 없겠지만, 나 기다릴 거야. 이렇게 계속 네 곁에 머무르면서 기다릴 거야. 오래 걸려도 괜찮아. 제발 나 그렇게 나두면 안될까? 나는 알아 네가 결국엔 다시 돌아 올 거라는 걸.”

 우재는 유리의 말에 머리를 거칠게 메만졌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우재는 한나에게 돌아가는 것을 잊은 듯 했다. 유리라는 자신의 추억이 너무나 커서 한나가 생각나지 않았다. 우재는 카페테라스에 앉아 유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때, 네가 나한테 물어봤었잖아. 그때 나는 네가 갑자기 나타나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 그렇게 소문의 아이돌이 우리학교를 다닌다는 건 알았지만 학교 다니면서 코빼기도 안보였었거든 그래서 나는 네가 학교를 안 나오는 줄 알았어. 정말 웃기지 않아? 나는 너를 구경도 못해보고 졸업할 줄 알았는데…”

 “유리야, 이렇게 와서 나 당황스러워.”

 우재가 유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유리의 표정이 얼그러졌다. 우재는 유리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유리야, 미안해, 그렇지만 끝낸 건 너 아니야? 근데 왜 갑자기 다시 와서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 거야 왜?”

 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우재는 더욱 유리에게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유리야,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건 의미 없어.”

 유리가 눈물 고인 채 말했다.

 “나한텐 의미 있어. 나 아쉬워서 다시 찾아 온 거 아니야. 그건 너도 잘 알잖아. 우재야. 날 봐봐. 우리 좋았잖아. 그땐 네가 너무 나에게 무심해져서, 이제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된 거 같아서 홧김에, 그래 홧김에 그랬던 거지…! 우재야. 이제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

 우재는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늘렸다. 그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재는 파리의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우재의 머릿속을 헤집고 나타나 스쳐간 이름이 생각이 났다. 한나.

 “지금 몇시지?”

 유리는 걱정스러운 듯 우재를 보았다.

 “8시 반. 왜 그래?”우재는 급하게 계산서를 찾아 팁과 함께 돈을 올려놓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같이 서들러 따라 나온 유리가 우재의 팔을 잡았다.

 “어디로 가는 건데.”우재는 유리를 보며 머리가 아픈지 옆머리를 뜯었다.

 “너 오늘 어디로 숙소 예약했어?”

 유리는 우재를 보며 말했다.

 “몰라. 예약 같은 거 안했어.”

 우재는 어이없다는 듯이 유리를 보았다.

 “여자애가 겁도 없이!”

 그리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 허리에 짚었다.

 “하, 일단 가자. 대충 숙소 잡아 줄테니까.”유리는 생긋 웃으며 우재의 팔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따라 갔다.

 

 우재와 유리는 우재가 묵고 있는 옆 호텔로 들어섰다. 그리고 우재는 프론트로 가 유리의 방을 예약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 순간 유리를 보며 말했다.

 “이제 들어가. 난 가볼 데가 있어. 연락은 나중에 또 하자.”

 유리가 우재의 팔을 잡았다.

 “어디로 가는데?”

 우재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오늘 네가 찾아와서 미처 못 만난 사람이 있어 오늘 꼭 난 그 사람에게 가야 해.”

 유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재야, 오늘 하루만 내 옆에 있어주면 안돼?”

 우재가 유리의 손을 떼어 놓으며 말했다.

 “안돼. 오늘도 계속 같이 있었잖아. 다시 연락하자. 응? 이제 들어가서 좀 쉬어.”

 유리가 우재의 힘에 힘없이 손을 내려놓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우재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내일도 갈게.”

 우재는 유리를 돌아서 호텔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돌아서니 유리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우재는 재빠르게 유리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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