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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답다고
작가 : 내일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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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해라기엔
작성일 : 19-10-20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5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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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오해라기엔

 

 일이 끝난 한나 앞에 우재가 나타났다. 한나는 약간 뾰루퉁한 얼굴로 우재를 보고도 못 본체 했다. 우재는 당황스러워 말을 더듬으며 한나를 따라갔다.

 “저, 저기 한나씨!”

 한나는 우재를 무시하고 큰 대로로 가로질러 걸어갔다. 우재는 재빠르게 한나 쫓아갔다. 우재는 계속해서 하나에게 말을 걸었다.

 “한나씨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요. 제 얘기 좀 들어줄래요?”

 한나는 여전히 앞만 보고 걸었다. 우재는 한나에게 달려가 뒤에서 꼭 안았다.

 “정말 다 내가 잘못했어요. 이제 나 좀 봐줘요 제발.”

 한나는 우뚝 멈춰 우재의 숨소리를 느꼈다. 한나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웠다. 한나는 가슴 깊숙이 안도감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한나는 뒤돌아 우재를 마주보고 섰다. 우재는 이제야 자신을 바라봐 주는 한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나 진짜 한나씨가 나 영원히 안 볼줄만 알았잖아요…, 나 어제, 윽 …, 한나씨 윽.”

 한나는 우재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가슴을 쳤다.

 “진짜 못됐어, 못됐어.”

 우재는 한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한나의 팔목을 잡아 손을 멈추고 입에 키스했다. 그리고 우재는 한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나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우재는 그런 한나를 꼭 안았다. 한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니, 내가, 흑흑 내가 진짜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고 했는데, 흑흑 아니 나 화내도 돼요? 나 진ᄍᆞ 화나고 그러는데….”

 우재는 한나를 잠시 품에서 떼어 손으로 한나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돼요. 한나씨는 내게 뭐든 해도 돼요. 우리 이제 그래도 되는 거예요. 알았죠?”

 한나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노트르담 성당 주변의 카페로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둘은 다시 행복한 저녁을 함께했다. 우재는 어제 일을 유리 이야기만 빼고 설명했다.

 “어제 제가 한나씨에게 맛있는 저녁을 직접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정말 아쉬워요.”

 한나는 다시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했다.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있어도 불안하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우재씨, 우재씨는 진짜 어려운 사람이에요.”

 우재의 얼굴이 슬퍼졌다.

 “갑자기 왜 그래요 한나씨?”

 한나는 와인을 한모금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어제처럼 잠시라도 안보이면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우재는 조용히 한나의 말을 들었다.

 “그냥 잠깐 안보인건데도 마치 그동안의 시간들이 사막의 신기루 같아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어요. 마치 영화의 엔딩 같이 자연스러웠다니까요?”

 우재는 한나의 깊어진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우재는 한나에게 확신을 주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하나요. 한나씨, 뭐든 말해봐요. 다 해줄게요.”

 한나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생긋 웃으며 말했다.

 “다 말해줘요. 다요. 우재씨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싶어요. 내가 만나는 건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도록.”

 

 우재와 한나는 손을 잡고 센느강 다리를 건넜다. 우재는 쉴새 없이 자신에 대한 것들을 말했다.

 “나는요. 케첩이 진짜 좋아요. 진짜 그것만 가지고도 밥을 먹는다니까요.”

 한나의 얼굴이 장난스럽게 일그러졌다.

 “윽.”

 우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맛있어요. 케첩 비빔밥!”

 거리에 한나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재는 한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한나씨가 이런 걸 궁금해 하는지 몰랐어요.”

 한나는 우재의 팔을 꼭 붙들었다.

 “이제 하나하나 가르쳐 줘요. 내가 우재씨는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말할 수 있도록.”

 우재는 한나에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뭐, 연예인이 어떻게 사는지는 안궁금해요?”

 한나는 웃으며 말했다.

 “제일 인기 많은 연예인이 나랑 있는데 더 이상 누가 궁금하겠어요!”

 우재는 한나의 손을 다른 쪽 팔로 꼭 붙들었다.

 “한나씨는 진짜 특이한 사람이에요. 나 처음에 안무서웠어요?”

 한나가 웃었다.

 “뭘 무서워해요? 이렇게 잘생긴 사람 만났으면 옳다구나 해야죠.”

 우재는 한나를 멈춰세우고 말했다.

 “한나씨, 한나씨도 예뻐요. 나무 예뻐서 내가 꼭꼭 숨겨놓고 싶을 만큼요.”

 한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참, 우재씨한테 그 얘길 들으니까 더 별나네요.”

 우재는 한나를 다시 붙들었다.

 “정말 빛이 나요. 내 눈에만 예뻐 보이는 건지는 몰라도 모든 사람이 한나씨에게 빛이 난다는 것은 다 알거예요.”

 한나의 눈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우재는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한나씨는 분명 나 아니었어도 훨씬 더 대단한 남자들이 옆에 있었을 거예요.”

 한나의 떨리는 손을 우재는 마주보며 잡았다.

 “나랑 만나줘서 고마워요.”

 그때 저 멀리서 유리의 앙칼진 소리가 들려왔다.

 

 “우재씨, 누구야?”

 우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흥분한 유리가 둘의 눈앞에 나타났다. 한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재씨 누구에요?”

 우재는 한나의 손을 놓고 유리에게로 다가갔다. 한나는 우재가 놓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겹쳐 잡았다.

 “나 따라왔어?”

 유리는 우재의 말을 무시하고 한나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세요?”

 한나의 표정이 굳어만 갔다. 우재는 몸을 한나에게로 돌렸다.

 “한나씨 제가 다 설명할 수 있어요. 제가 다….”

 유리의 덤덤하고도 차분하고도 유리알 같은 목소리가 우재의 말을 가로막았다.

 “뭘 설명할 건데?”

 “야, 김유리!”

 우재의 화가 난 목소리가 다리 밑을 에웠다.

 “네가 끝낸 거잖아. 그것도 1년도 전에! 이제 와서 대체 왜 그러는 건데!”

 한나는 멍하니 바닥만을 보았다. 유리는 한나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뭐하시는 분이죠?”

 우재는 이번엔 한나를 보지도 않고 유리를 잡아끌었다.

 “한나씨 다시 연락해요! 꼭이요!”

 그렇게 우재는 한나를 남겨두고 유리와 사라졌다.

 

 여자는 셔터를 누르던 카메라를 내리고 지금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는 짜증이 났다.

 “정말 웃기는 것들이야….”

 여자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우재를 따라 나섰다. 여자는 정말 이제 남은 것이 파멸 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카메라를 더욱 바짝 갖다 붙이고 둘을 미행했다.

 

 덩그러니 남겨진 한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정말 한나에게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우재가 자신을 떠났다. 그것도 자신이 모르는 여자와 함께. 한나는 그제야 자신이 우재의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한나는 자신이 과연 우재의 삶에서 얼마나 차지 할까 싶었다. 한나의 기대가 다시 한번 무너졌다. 그래도 한나는 우재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한나는 전화기를 켰다. 우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연락이 없어…”

 한나는 소매를 길게 내어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 울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또다시 엉망이 되었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순간에, 한나의 준비된 마음과 사랑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했을 때 한나는 다시 눈물이 났다. 왜 매번 한나는 거절되고 버려지고 멀어지는지 억울했다. 한나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우재는 다를 거라 생각했던 그 기대가 한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느 다른 아이들처럼 사랑을 만났다고 착각한 것 같았다.

 “그래…, 꿈이 너무 달콤했어.”

 한나느 우재에게 다시 연락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나의 사랑은 열심히 움직였지만 우재도 그랬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한나는 쭈그려 앉아 눈물을 흘리다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너무 상쾌했다. 우재를 처음 만날 때 그 바람이 다시 돌아 불어 온 듯 했다. 한나는 우재가 인연이 아니라면 미련 없이 마음을 비우자고 다짐했다. 한나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그때였다. 한나 앞에는 익숙하고도 낯선 남자가 서서 한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민은 이틀 전 보았던 한나가 떠올랐다. 한국말을 잘하는 걸로 봐선 유학생 같았다. 프랑스어도 꽤 능숙했다. 민은 그녀가 부러웠다. 무엇을 좇아 파리까지 날아 왔을까…. 우재와는 어떻게 만났을까…. 민은 한나를 떠올리며 센느강을 걸었다. 벙거지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고서 폴라티 안으로 턱을 밀어 넣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저마다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민은 자신도 카메라를 들었다. 민은 센느강의 저녁 운치를 즐기러 온 사람들을 피해 다리 밑으로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민은 우재와 유리가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우재가 유리를 데리고 급하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민은 유리가 이곳에 어떻게 알고 왔는지 놀라웠다. 민은 우재가 가고 난 후 그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는 민이 궁금해 하던 한나가 쭈그려 앉아 울고 있었다. 민은 대충 직감했다. 우재가 한나를 떠나간 것이다. 민은 한나에게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말을 걸어보려 다가가자 한나가 고개를 들어 눈을 부스스하게 떴다. 그때였다.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차갑고도 상쾌한 바람이 한나와 민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민은 한나의 계속해서 한나의 얼굴을 보았다. 수채화롤 찍어 그린 듯 한 정갈하고도 가련한 선으로 이루어진 얼굴이었다. 그녀가 민에게 말을 걸었다.

 “민 씨…?”

 민은 그 순간 알았다. 한나는 몇 번 더 겪어볼 가치가 있는 여자라는 걸.

 

 “민씨….”

 한나가 운다. 민은 한나를 다독인다. 민은 한나를 보자 할 말을 먹어버렸다. 아니 바보가 되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한나는 미나 앞에서 편하게 다 울어버렸다. 민은 그런 한나 옆에서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한나가 마침내 진정이 되었는지 민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해요. 우리 아는 사이도 아닌데. 식당에서 주문 받은 게 전부인데….”

 민은 한나 옆에 앉아 길에 난 풀을 뜯었다.

 “괜찮아요. 뭐, 얼굴은 아는 사이잖아요.”

 한나가 민에게 멋ᄍᅠᆨ어 하며 물었다.

 “저…, 무슨 일 있었는지 다 말해 드려요?”

 민은 그런 한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말 안해도 돼요. 근데 한나씨가 말하고 싶으면 다 말해도 돼요. 어디에다가 말할 데도 없고…, 제가 다 들어줄게요.”

 한나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은 되게 상냥하시네요.”

 민이 당황스러워했다.

 “아…, 그때는…, 원래 이 직업이 그래요. 그땐 제가 너무 경계했죠? 미안했어요.”

 한나가 이해한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그때 민이 한나에게 손을 건넸다.

 “갑자기 이래서 당황스럽겠지만, 지금 정신도 없을 거지만 우리 친구 안할래요?”

 한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민은 어색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부담스러우면 안해도 돼요. 미안해요. 왠지 그냥 한나씨랑은 이렇게 비밀 이야기나 하면서 친구하고 싶어서요…, 그래서…”“해요. 해요 우리. 친구라는 거.”

 민은 놀란 채 한나를 바라보았다. 한나는 넋이 풀린 듯이 말했다.

 “친구해요 우리. 못할 게 뭐 있어요….”

 민은 왠지 씁쓸했다. 한나는 민에게 말헀다.

 “낼일 출국이죠? 우리 낼 아침에 밥이나 같이 먹을래요?”

 민은 한나의 리드에 바로 대답했다.

 “네….”

 한나는 벌떡 일어섰다. 한나는 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파리 있을 때나 친구 하는 거겠죠?”

 민이 다른 대답을 하려다 한나가 곧 바로 말을 막았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민씨가 한국에서 나를 모른 척해도 괜찮아요. 여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 이런 사람도 있다 생각하고 우리 낼 즐겁게 이야기나 하다 헤어져요.”

 민의 가슴이 아팠다. 한나는 민의 손을 잡고 민을 이끌었다.

 “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것만이라도 축복이겠죠?”

 민은 한나의 리드에 일어서서 강변을 따라 걸었다.

 “민씨, 그 카메라로 이 강 좀 찍어 봐요. 이 때, 이 순간도 다 아름다움이잖아요. 그렇잖아요.”

 한나의 힘없는 눈빛이 가로등보다 더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민은 알았다. 한나의 불꽃은 어떤 상황에서도 꺼지지 못한다는 것을. 민은 한나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은 셔터를 눌렀다. 한나는 민이 사진을 찍도록 비켜주었다. 하지만 민은 강을 찍지 않았다. 조리개를 늘여 한나를 담았다. 한나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저기 가로등보다 더 밝게 빛나 자신의 갑갑한 가슴까지도 훤히 밝혀줄 것만 같은 한나를 찍었다. 민은 카메라를 내리고 눈으로 한나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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