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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답다고
작가 : 내일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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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다시 한국으로
작성일 : 19-10-28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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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다시 한국으로

 

 “외할아버지 돌아 가셨어. 그리고 엄마도 많이 아파.”

 한나는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베란다로 나가 잠시 텅 빈 거리를 보았다. 한나는 가로수가 늘어져 있는 거리를 보며 왠지 오랫동안 이곳을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나의 이마가 꾸불거렸다.

 

 다음날 한나는 출근했다. 한나는 장사가 시작되기 전에 사장부부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사장님, 저어…, 당분간 한국에 좀 가야할 것 같아요.”

 사장부부가 웃었다.

 “난 또 무슨 큰일이 있는 줄 알았네.”

 한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엄마도 아프셔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여자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한나야, 네 인생이야. 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하렴.”

 한나가 여전히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가게가…”

 남자 사장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나야, 이곳은 너 오기 전 10년 동안이나 우리 부부 둘이서 했던 곳이란다. 걱정 말고 한국으로 가거라.”

 한나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여자 사장님이 한나를 다독였다.

 “이곳은 언제든 다시 와도 좋아. 걱정 말고 네가 필요 없어 질 때까지 한국에서 푹 있다가 와.”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사장부부가 놀라 말했다.

 “어머, 얘 왜 이러지?”

 여자 사장님이 말했다.

 “한나야, 어딜 가든 네 인생리라는 거 잊지 마. 네가 해야 겠고, 해야 한다면 하는 거야.”

 한나가 여자 사장의 눈을 맞추었다. 여자 사장님이 눈을 찡긋했다.

 “우리 한나가 제일 예쁘다니까.”

 남자 사장님이 말없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자 사장님이 다시한번 말했다.

 “한나야 우리 약속하나 하자.”

 한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약속이요?”

 “한나 네가 다시 파리로 오는 날에 꼭 다시 우리에게 와야 한다?”

 한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게 직원이 됐든, 손님이 됐든…,”

 여자 사장님이 남자 사장님과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가족이 됐든.”

 남자 사장님이 한쪽 어깨를 올라며 말했다.

 “한나는 요 며칠 동안 눈물 마를 날이 없구나.”

 한나가 웃었다. 남자 사장님이 계속 말했다.

 “그동안 내가 좋은 사장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자식이 없던 우리에게 딸 같은 네가 있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여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사장님은 계속 말을 이었다.

 “한나야, 정말 우리가 다시 필요하거든 꼭 찾아 오거라.”

 한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정말 감사해요.”

 

 이틀 후 한나는 공항에 와 있었다. 28인치 커다란 이민용 캐리어 하나와 백팩이 한나가 가진 짐의 전부였다. 한나는 새삼 놀라웠다. 자그마치 1년도 넘게 살던 곳에서 짐이 이것 밖에 되지 않다니. 한나는 내심 이 파리에서 아등바등 버텨낸 1년이라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대견스러웠다. 한나는 배가 아파왔다.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려니 편히 있던 아기가 성질을 내는 것만 같았다. 한나는 자신의 배를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조금만 참아봐 가을아.”

 

 잠시 뒤 한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한나는 안전밸트를 매고 창밖을 보았다. 한나의 눈에 부산한 파리의 공항이 모습이 비춰졌다. 한나는 가슴이 씁쓸해졌다. 이곳에서 아기를 키울 작정이었다. 한나는 자신의 계획이 무시당하고 버려진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부른 배를 안고 엄마에게 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찔했다. 아버지도 잃고 건강까지 좋지 않은 엄마에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한나는 비행이가 이륙하는 내내 창 밖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회색 빛 하늘 아래 오래된 건물들이 저마다의 멋을 갖추고 방사형으로 퍼져 있었다. 파리다. 한나의 꿈과 희망을 보여주었던 파리다. 한나의 가슴이 덜커덩 했다. 비행기이 움직임처럼 한나의 가슴도 울렁거렸다. 눈시울이 묽어졌다. 그리고 속으로 되내었다.

 ‘어떻게 되던 다 잘 될 거야.’

 한나를 실은 비행기를 그렇게 한국으로 출발했다.

 

 인천 공항에 내린 한나는 짐을 받고 곧장 화장실로 갔다. 한나는 모든 것을 게워냈다. 한나에게는 몹시 힘든 비행이었다. 한나는 놀란 가슴을 쓸었다. 배도 한번 쓰다듬으며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고향에 가서 바로 산부인과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리에 있을 때 언어 때문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한나는 그걸 생각하면 한국행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한나는 인천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인천 터미널로 갔다. 그리고 창구로 가 광해로 가는 표를 하나 끊었다. 한나는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았다. 한나는 이제 정말 엄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해 놔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한나는 머리를 굴려봤다.

 ‘그냥, 잠깐 사귀던 남자친구 아이야.’

 ‘지금 애 아빤 파리에 있어.’

 ‘이미 지우기엔 늦었어.’

 ‘엄마가 상광할 일 아니야.’

 뭘해도 엄마가 상처 받을 만한 말 밖에는 없었다. 한나는 걱정스런 얼굴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출발했고, 한나는 광해로 가는 동안 내내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한나는 광해 터미널에 내렸다. 한나의 근심은 더욱 깊어져갔다. 이제는 진짜 그 말을 목전에 둔 때였다. 그때 멀리서 한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한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동생 미나의 목소리였다. 한나는 차마 뒤돌아 보지 못하고 눈으 ㄹ질끈 감았다. 그 목소리는 자신을 알아봐달라는 듯 점점 더 가까이, 그리고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한나는 어색하게 미나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다?”

 미나의 얼굴은 굳어졌다. 미나는 인상을 썼다.

 “언니 뭐야. 왜 그래?”

 한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아니, 그게, 아니, 그…”미나는 말을 더듬는 한나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아빠는 있어?”

 한나가 고개를 숙이며 가로로 저었다. 미나가 다시 물었다.

 “아빠는 누군지 알고?

 한나가 화를 냈다.

 “야, 강미나, 나 그런 거 아니거든?”

 미나가 여전히 한나의 배를 보며 말했다.

 “아빠라는 사람은 알아?”

 한나가 고개를 저었다. 미나는 울컥하며 외쳤다.

 “이 바보 등신아 어쩌려고 그래!”

 한나도 울컥하며 말했다.

 “그래서 왔잖아!”

 미나와 한나는 길 한복판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울었다.

 

 미나와 한나는 집으로 가기 전 터미널 근처 카페로 왔다. 미나는 주스를 홀짝 거리며 흘끗흘끗 한나의 배를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아들이야 딸이야?”

 한나가 말했다.

 “아직 몰라.”

 미나는 턱을 괴며 말했다.

 “딸이면 좋겠다.”

 한나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혼자 키우기에는 딸이 좋지.”

 한나가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보며 배를 쓰다듬었다. 미나는 빨대로 컵을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딸이 비행기 태워준다던데….”

 한나가 미나를 보며 웃었다. 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우린 아직이네.”

 한나와 미나는 서로 마주보며 웃음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한나가 미나와 함께 집 앞에 섰다. 한나와 미나가 서로 눈치를 봤다.

 “언니가 먼저 들어가.”

 한나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먼저가.”

 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난 나중에 상황 정리된 다음 갈게.”

 한나가 미나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같이 가자. 엄마 기절하면 어떻게. 몸 무거운 내가 수습하리?”

 

 한나가 집안에 들어서며 인사했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딸 왔어? 배고프지? 어유 고생했다. 우리 따…”

 거실로 나온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나는 예상했지만 훨씬더 가슴이 아팠다.

 “엄마…”

 엄마는 말 없이 다시 주망으로 갔다. 주방에 들어가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방으로 갔다. 미나와 한나는 눈치를 보며 엄마를 뒤따라갔다. 엄마는 힘없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한나가 엄마 곁에 가 앉았다. 엄마는 힘없이 한나에게 물었다.

 “아빠는 누구야.”

 한나가 풀이 죽어 대답했다.

 “엄마 미안해. 아빠는 없을 거야. 앞으로도.”

 엄마는 가슴을 치며 울었다.

 “내가 너네를 어떻게 키웠는데, 남편 없이 어떻게 키웠는데…!”

 미나가 엄마 앞에 무릎 꿇었다.

 “엄마, 진정해. 언니가 잘못 한건 맞지만 지금 임신 중이잖아. 피곤 할 텐데 얼른 먹이고 재우자 응?”

 엄마는 애석한 눈으로 한나를 바라봤다.

 “왜 엄마한테 말 안했어?”

 한나가 고개 숙이며 말했다.

 “어떻게 말해….”

 엄마가 한나를 안았다.

 “어이고 미련한 것. 엄마가 악을 지르든 쫒아가든 말을 했어야지. 왜 말을 안하고…. 아이고.”

 한나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그런 한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일이야 어찌됐든 일단 밥 먹고 자자.”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니 엄청 피곤할 거야. 일단 쉬게 해주자고.”

 

 한나는 오랜만에 엄마의 밥상을 받았다. 한나는 야무지게 먹었다. 열심히 먹는 한나를 보며 엄마는 가슴이 아려왔다.

 “한나야, 프랑스 가서 어째 살이 더 빠져왔다?”

 한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나 거기서 사장님들이 잘 챙겨 주셔서 엄청 잘 먹었어.”

 엄마는 한숨을 쉬었다.

 “임산부가 그렇게 삐쩍 말라서는…”

 미나가 밥을 먹으며 한나를 향해 말했다.

 “근데 언니 얼굴이 아주 조금, 정말 조금 더 이뻐진 거 같다?”

 한나가 이상한 표정을 하고 미나를 보았다.

 “아니 진짜 조금이라고. 착각 하지 마.”

 한나가 미나를 향해 꿀밤을 날렸다.

 “이게 진짜.”

 엄마가 넌더리난다는 듯이 말했다.

 “너네는 일 년 만에 보고도 싸우냐!”

 한나와 미나가 웃었다. 엄마가 소리쳤다.

 “왜 웃어!”

 한나와 미나가 더 크게 웃었다. 엄마도 인상을 찌푸려보려다가 같이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안에 웃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나는 실컷 웃는 동안에 생각했다.

 ‘우리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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