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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답다고
작가 : 내일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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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빨간등대
작성일 : 19-11-07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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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빨간 등대

 

 민은 고속도로를 달렸다. 민의 볼은 상기되어있었다. 민은 성태의 만류에 꼬박 두 달을 참았다. 이제 일들도 많이 정리 되었고 다시 후식기가 찾아왔다. 아주 긴 휴식기였다. 정말 긴 월드 투어를 위해 긴 시간을 갖기로 했다. 민은 더 세게 엑셀을 밟았다. 민은 당장에라도 한나를 만날 수 있을 듯한 느낌에 가슴이 쿵쾅 거렸다.

 

 한나는 이제 만삭이 되었다. 한나는 어려서 그런지 만삭이어도 날아다니는 듯 가뿐하게 움직였다. 그런 한나를 보며 엄마는 잔소리를 했다.

 “너 몸 조심해! 그러다 애가 고꾸라지는 거야!”

 한나는 웃었다.

 “엄마, 나 임신 체질인가 봐.”

 한나의 능글맞은 웃음에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고, 어이고, 저 철없는 것도 애 엄마가 된다고!”

 미나가 옆에서 감자칩을 먹으며 말했다.

 “그니까 좋은 거지. 나이먹고 미혼모 됐어봐 더 힘들지.

 “강미나!”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나는 옆에서 웃었다.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못살아, 못살아!”

 그때 한나가 일어섰다. 엄마가 한나를 붙잡고 물었다.

 “어딜 가려고? 이 밤중에?”

 한나가 웃었다.

 “아니, 먹고 싶은 게 있어서. 금방 사올게.”

 엄마는 미나의 등을 찰싹 때렸다.

 “일어나! 얼른 갔다 와. 길가다 애 나오면 어쩌려고.”

 미나는 인상을 쓰고 궁시렁 됐다. 한나가 크게 웃었다.

 “엄마는 말하는 것도 참, 진짜!”

 그리고 엄마를 보며 다시 말했다.

 “됐어, 나 산책도 좀 하려고. 오래 안걸려.”

 

 한나는 밤거리를 거닐며 생각에 빠졌다. 한나에게 다른 무엇이 필요했다. 이제 아이를 낳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했다. 한나는 잘하는 게 딱히 없었다. 한나는 부쩍 한숨이

 늘었다. 한나의 가슴은 출산 날과 가까워질수록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한나는 아이스크림

 을 하나 사들고 가까운 항구로 갔다. 이 곳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바닷가였다. 겨울이었지만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사람들이 각자 산책을 하기 위해 드문드문 모습을 나태었다. 한나는

 한적한 항구를 걸었다. 한나는 바닷바람을 쐬며 숨을 들이쉬었다. 한나는 이 순간이 좋았다.

 모든 것이 한나를 새롭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한나는 두 팔을 벌리고 다시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때였다. 뒤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한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민이 쌕쌕 거리며 웃고 있었다. 민은 활짝 웃었다.

 “진짜 있었네.”

 저 멀리 밤바다에는 달빛에 등대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민이 웃었다.

 “노력하면 안되는 것이 없죠.”

 한나가 얼이 빠진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민이 한나에게로 더욱 가까이 갔다.

 “한나씨,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진짜 저 멀리 등대에서 달려왔어…”

 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나의 배를 바라보았다.

 “한나씨…, 배가…”

 한나가 움츠러들었다. 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새 결혼 했어요?”

 한나가 고개를 저었다. 민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럼 남자친구…”

 한나가 민의 말으 가로 막았다.

 “제 아기에요.”

 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나는 민에게 다른 것을 물었다.

 “갈 데는 있어요? 오늘 바로 서울 갈 거에요?”

 민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어떻게 할려고요?”

 민이 말했다.

 “한나씨 집에서 신세 좀 지면 안돼요?”

 

 민은 한나를 유심히 보았다. 한나는 표정이 없었다.

 “한나씨.”

 한나는 대답이 없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한나씨!”

 한나가 놀라며 물었다.

 “왜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한나가 힘없이 웃었다.

 “민이씨가 날 이렇게 찾아 왔다면 우재씨도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았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요.”

 민이 아픈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내가 우재씨를 일부러 끊어낸 것도 있는데, 내가 꼭꼭 숨어도 나를 찾아봐주길 바랬나

 봐요.“

 민이 한참을 조용히 있다 말을 꺼냈다.

 “우재형 아기에요?”

 한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이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한나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우재씨한텐 말하지 마요. 내가 다 키울 거예요.”

 민이 멈춰 섰다. 한나는 계속 말을이었다.

 “우재씨는 영원히 모를 거예요. 나 그 사람 인생 망쳤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고, 나도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도 않아요. 이 아인 그냥 그 사람이랑은 상관없는 거예요. 어느 날 문득

 나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거라고요. 알겠어요?”

 민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둘은 집으로 걸어갔다. 한나는 땅을 보고 걸었다. 민은 한나에게 말했다.

 “지금은 뭐하고 지내고 있어요?”

 한나가 대답했다.

 “일은 해야 하는데…, 배가 나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네요.”

 한나가 힘없이 웃었다. 민은 슬프게 웃었다.

 “많이 힘들어요?”

 한나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프랑스에 혼자 있었을 땐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네요.”

 민은 한나를 슬프게 바라보았다.

 

 둘은 한나의 집 앞에 다다랐다. 한나는 머쓱하게 말했다.

 “저어, 제가 남자를 친구라도 한 번도 데려온 적이 없어서요. 그래도 일단 들어가요 우리.”

 쭈뼛대는 한나의 모습에 민은 활짝 웃어 보였다. 한나는 문을 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 나 다녀왔어!”

 엄마가 말했다.

 “가시내, 동네 다 들리겠다. 무슨 산책 갔다 온 게 군대 파병 가…”

 엄마가 티비를 보다가 한나를 바라보다가 낯선 남자가 한명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

 다.

 “누구…?”

 그때 미나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궁시렁 거렸다.

 “아, 찬물 밖에 안나와, 아 진짜…”

 미나가소리를 질렀다.

 “알플라워!”

 민이 함박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엄마와 미나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하며 한나에게 계속 물었다.

 “언니, 진짜야?”

 “어머, 진짜 그 총각이야?”

 한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엄마, 미나야, 진짜야. 그러니까 사람 앞에 있는데 자꾸 무안하게 그러지 좀 말…”

 미나가 잽싸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알플라워 포스터를 가져왔다.

 “여기 싸인 좀…. 헷, 너무 잘생기셨어요.”

 한나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민은 친절하게 싸인 해주며 웃었다.

 

 네 사람은 자리에 둘러앉았다. 미나는 감개무량 한 듯 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 진짜 알플라워 좋아 하거든요. 비록 제 최애 멤버는 우재지만…”

 신나서 떠드는 미나였다. 민은 한나의 눈치를 살폈다. 한나는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민은 얼

 른 화제를 돌렸다.

 “미나씨는 학생이에요?”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가련한 학생 처지죠.”

 미나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았다.

 “근데 지금은 휴학했어요. 좀 놀아 보려고요.”

 미나가 웃었다. 민은 맞장구를 쳐 줬다.

 “노는 거 좋죠. 지금 놀아 언제 놀아 보겠어요?”

 미나는 웃다가 궁금한 듯이 민을 쳐다 봤다.

 “그런데 둘은 어떻게 만났어요?”

 엄마도 거들었다.

 “그러게, 진짜 한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는 줄은 몰랐네.”

 민이 웃었다.

 “파리에서요.”

 엄마가 말했다.

 “파리?”

 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한나씨가 일하는 식당에서 밥을 참 맛있게 먹었거든요.”

 한나가 민을 바라봤다. 민은 파리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나씨가 좀 특별하잖아요.”

 한나가 손사래를 쳤다. 민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왜요, 한나씨는 거기서 정말 예뻤어요.”

 미나가 속이 거북하다는 시늉을 했다. 한나가 조용히 속삭였다.

 “죽을래…?”

 엄마가 말했다.

 “한나 배 보여요? 그럼 거기 있을 때 혹시 봤어요? 한나 애기 아빠가 누군지는 알아요?”

 한나가 소리쳤다.

 “엄마!”

 엄마는 한나의 만류에도 말을 이었다.

 “혹시나 짐작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그 잠깐이라도 한나 옆에 있던 남자 본 적 없냐고요.

 얘가 도통 말을 안해서 내가….”

 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민은 결심한 듯이 말했다.

 “제가 애 아빠에요.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죠?”

 “민씨! 지금 무슨 소리에요?! 엄마 민씨가 지금 헛소리 하는 거야. 이거 아니야.”

 엄마와 미나가 벙진 얼굴을 했다. 민은 결심한 듯 단호히 말했다.

 “누가 뭐래도 제가 아빠에요.”

 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한나는 당황해 손사래를 치며 일어났다.

 “민씨 이 건 아니죠.”

 엄마와 미나가 한나와 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한나가 짜증내며 소리쳤다.

 “나 저 사람이랑 손도 안잡았다고!”

 미나가 실눈 뜨며 한나를 바라보았다. 한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뭘 말해도 안 믿겠지. 저 사람 말은 잘도 믿고!”

 한나는 민을 일으켰다.

 “자, 일어나요. 늦었어요. 내가 방으로 안내해 줄게요.”

 민이 한나를 뿌리쳤다.

 “한나씨! 우리 결혼해요. 어머니, 저 한나씨랑 결혼하겠습니다. 허락해주세요.”

 한나가 뒤돌아서며 어쩔 줄 몰라했다. 민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말해도 이미 두 사람은

 한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한나가 손을 이마에 짚었다. 한나는 약간 어리지움을 느꼈다.

 “저, 민씨…”

 그때였다. 한나가 배를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아악!”

 엄마가 한나를 보더니 민에게 소리쳤다.

 “얼른 119에 연락해요!”

 민이 어리둥절했다. 엄마는 미나에게 말했다.

 “강미나! 얼른 언니 방에 가서 산모 가방 들고 나와.”

 미나는 잽싸게 가방을 들고 나와 언니의 짐을 챙겼다. 민은 아직도 어리둥절했다. 엄마가 그

 런 민을 보더니 소리쳤다.

 “일단 혼은 나중에 낼 테니까 빨리 전화나 해요!”

 “네?”

 “애가 나오고 있다고 이 양반아!”

 민은 핸드폰을 켜 더듬거리며 119에 전호를 걸었다. 스피커 넘어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네에."

 "저, 저어."

 "네?"

 엄마가 재촉했다. 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애가 나와요!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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