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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답다고
작가 : 내일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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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출발점
작성일 : 19-11-10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5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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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출발점

 

 한나는 강우를 씻기고 있었다. 엄마는 욕실 밖에서 수건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구 내 아들, 재밌어요?"

 엄마는 부쩍 애교가 늘었다. 한나는 엄마가 맞나 싶었다. 한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도 나 키울때 이랬어?"

 엄마가 괜한 걸 묻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뭘 덜했을라구?"

 한나는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강우가 물에 쉬를 했다.

 "엄마, 얘 쉬했어."

 엄마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이쁜 내 새끼. 쉬를 했구나, 그랬구나. 아이고 잘했어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나는 강우의 몸에 물기를 닦아주고 로션을 발랐다. 아기가 아직은 너무 작아 손은 대는 것조차 조심 스러웠다. 반면에 엄마는 거침이 없었다. 한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살살!"

 엄마가 한쪽 압꼬리만 올리며 말했다.

 "어이구, 지 새끼라고 엄마한테 그러는 것 좀 봐."

 한나는 멋쩍은 듯이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혹시... 아, 그렇잖아."

 엄마가 피식 웃었다.

 "너네들 다 이렇게 키웠어. 걱정마. 니 아들 내가 안 잡아먹어!"

 한나는 멋쩍게 웃었다.

 

 한나는 일찍 강우를 재웠다.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한나는 요즘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나는 이제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았다. 한나는 누가 뭐라해도, 스스로가 조급해 해도 묵묵히 차분히 글을 썼다. 한나에게 글쓰기는 인생의 동앗줄 같은 것이었다. 한나는 글로써 자신이 인생에 주어진 이 퀫트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나의 생각은 지극히 논리적이었고 이성적이었다. 결코 낭만과 이상주의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의 능력은 충분했고 하늘이 그녀를 도왔다. 한나는 자신을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믿었다. 그렇기때문에 그녀는 하루하루가 힘겹지 않았다. 그녀에게 하루는 선물이었다. 한나의 하루는 도화지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것들로 하루를 채워갔다. 하루를 채울 것은 많았다. 아기에대한 애정과 사랑과, 엄마에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과 존경심과, 미나에대한 든든함과 유쾌함이 있었다. 때론 다투기도하고 서럽기도하고 또 어쩔 때는 아기가 아파 많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는 이 모든 것이 고정이라고 생각했다. 한나 자신이 예전부터 오랫동안 꿈꿔왔던 미래를 그려가는 과정 말이다. 한나는 노트북을 켰다.

 

 "그녀는 늘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그녀가 하루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녀는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저 잘생긴 청년은 귀신이 아니구나."

 "잘생긴 청년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괜찮았다. 어차피 저 청년은 그녀를 스쳐 지나갈 것이라고 샐각했다."

 "공주여, 당신을 찾기위해 내가 이곳까지 왔어요. 이제 나와 함께 해주겠어요?"

 "로사의 눈에서 물과 불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로사는 완전히 타올랐다. 로사는 삶에대한 분노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한나는 글을 쓰며 생각했다.

 '더 간절해야 헤. 이번이 아니면 안될거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녀는 그랬기 때문에 또 평화로워야 해. 자신에 대한 인정과 기다림과 믿음으로.'

 한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다시 글을 썼다.

 '이건 너무 위험해..!'

 한나는 글을 쓸 때마다 주인공이 어느새 자신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 느꼈다. 어느샌가 주인공은 자신의 이성을 투영한 분신이 되었다. 그렇기때문에 글은 잔인해졌다. 마냥 행복해지지 않았다. 한나는 다행인가 싶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한나는 글을 다른사람들에게 보여부지가 힘들게 되어버렸다. 자신의 글을 읽는다는 것이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나는 자중하기로 했다. 좀 더 차분하게, 냉철하게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했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을 쓰는데 집중했다. 이 시간을 백분 활용해야 했다. 지금이 기회였다. 그때 갑자기 한나는 멈칫 하더니 잠시 손을 멈추고 조용히 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소리가 들렸나?'

 신생아가 있는 곳은 늘 불안했다. 아이는 예고없는 사이렌 같다. 한나는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가 없었다 .한나는 혹시 아기가 깰세라 긴장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가기 시작했다.

 

 한나는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엄마는 한나대신 아기를 안아들고 거실로 나왔다.

 "어이구, 그래. 피곤할 거야."

 미나가 아침 일찍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왔다.

 "응? 언니 왜 여기있어?"

 엄마가 미나를 향해 검지를 들고 속삭였다.

 "쉿, 언니 잔다. 애 보는게 원래 피곤한 거야. 방에 가서 이불 좀 가져와서 덮어줘라."

 미나가 방에 들어가 두툼한 담요를 하나 가져왔다. 그리고 한나 위를 덮었다. 미나는 강우에게 가서 아침인사를 건넸다.

 "아구ㅡ 우리 이쁜 강우 잘 잤어요?"

 강우가 오물조물한 눈코입을 움직이면서 하품을 했다. 엄마와 미나는 웃었다.

 "정말 예쁘네,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쁠까. 엄마나 아빠나 둘다 예쁘니 이렇게 예쁜 아기가 나오지요, 그렇지요?"

 엄마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미나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아니라니까. 언니 어렸을 때 보면 완전 다른 아기라니까. 그냥 아빠 판박이..."

 엄마가 미나의 등을 찰싹 때렸다.

 "아주 지 언니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아주..."

 미나가 홧김에 버럭했다.

 "아, 왜 자꾸 때려!"

 그때 한나가 미나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뭐야... 나 여기서 잔 거야?"

 한나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강우! 우리 강우!"

 엄마가 말했다.

 "왕자님 벌써 깨서 나와 있습니다만요."

 한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어젯밤에 잠깐 쓰고 들어간다는 게... 자버렸지 뭐야..."

 엄마가 말했다.

 "아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너도 고생이다. 등치라도 있으면 내가 걱정을 안하지...삐쩍 말라가지고서는..."

 미나가 끼어들었다.

 "뭐 어때. 펑퍼짐한 아줌마 되는 것보다야 낫지. 저것도 행운인거야. 연예인들도 애 낳고 나서 몸매 관리 한다고 이리저리 쏘다니던데..."

 엄마가 또 미나를 때렸다.

 "넌, 말 좀 줄여라. 으이구, 널 누가 데려갈까 싶다!"

 미나가 성질냈다.

 "아 왜 맨날 나한테만 그래!"

 한나가 강우에게 다가와 웃었다.

 "우리 아기 잘 잤어요?"

 강우가 한나의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굴을 크게 폈다 줄였다가 하며 웃었다. 세 식구가 다 그런 강우를 보며 아침을 시작했다.

 

 한나는 강우 밥을 먹였다. 오늘은 네 식구가 다 같이 앉아 늦은 아침을 먹었다. 한나는 강우의 밥을 먹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다 못한 엄마가 나섰다.

 "이리줘, 너 이제 밥 먹어라. 누가 보면 일부러 굶기는 줄 알겄어!"

 엄마는 한나의 가느라단 팔목을 보며 말했다. 한나는 강우를 먹이던 숟가락을 놓고 자신의 숟가락을 들었다.

 "알았어... 엄마, 근데 나 밥 잘먹고 있어!"

 엄마가 못 믿음직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왜 자꾸 살이 빠져, 내가 너 찌우려고 이렇게 해다 받치는데!"

 갑자기 미나가 울상을 지었다.

 "언니는 나한테 진짜 미안해 해야 하는 거 알아?"

 한나가 당황했다.

 "내가 뭘?"

 미나는 넋두리 하듯이 말했다.

 "나 언니 오고 나서부터 벌써 삼키로나 쪘다구! 맨날 밥을 이렇게 해먹이는 데 살이 안찌고 배겨?"

 한나가 웃었다. 엄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네가 왜 살이찌고 그래? 이거 너 주려고 만든 거 아녀. 언니 먹일라고 그런 거지."

 미나가 엄마한테 짜증을 냈다.

 "아, 진짜 왜 언니한테만 그래? 나도 그럼 애 낳을 거야!"

 엄마가 강우 밥을 먹이다 말고 미나의 등을 세게 때렸다.

 "애가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얼른 밥이나 처 먹고 출근해! 알바 짤리기 전에!"

 미나가 씩씩댔다. 한나는 웃다가도 엄마와 미나의 누치를 보며 숟가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 입으로 넣었다.

 

 다같이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식탁 위에 놓여져 있던 한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한나는 처음 보는 전화번호에 당황했다.

 "누구지...?"

 미나가 한나의 휴대폰을 흘겨봤다.

 "그냥 받아 봐. 스팸은 아닌듯."

 한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스피커 넘에서 차분하고도 딱딱하고도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강한나씨 핸드폰인가요?"

 한나가 긴장했다.

 "네에...그런데요?"

 여자는 확인하마자 한톤을 올려 기쁜 소식을 전했다.

 "축하드려요. 이번 스토리 컨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한나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네 네? 제, 제가요?"

 엄마와 미나는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생긴듯 걱정하며 한나를 지켜보았다. 스피커 넘어의 여자는 한나를 안심 시키려는 듯이 차분히 설명하였다.

 "네에! 이번 저희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게 되셨어요 작가님!"

 한나는 눈은 질끈 감았다. 옆에서 미나가 궁금해서 한나를 재촉하였다.

 "아 왜에? 뭔데? 말 좀 해봐"

 엄마가 미나에게 수심호로 조용히 할 것을 말했다. 한나는 여전히 망치로 한대 얻어 맞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제가 그 상금을 받게 됐다는 거죠?"

 스피커 넘어의 여자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네, 작가님이 대상을 받게 되셨고, 그래서 상금도 받으실 거고 이제 앞으로 작가님의 이야기를 어떻게 쓸지 미팅도 가질 거예요. 이제 좀 괜찮아지셨나요?"

 한나가 눈을 감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는 엄마가 물었다.

 "무슨 상금?"

 한나가 여자에게 말했다.

 "제가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예요? 제가 당장 지금 뭘 해야 하나요?"

 여자는 차분히 설명하였다.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릴 거구요. 그때 저희 회사로 오셔서 시상식 하시고 바로 미팅 들어가실면 돼요."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자가 유쾌하게 말을 받았다.

 "야유, 저희가 더 감사하죠. 그런 재밌고 감동적인 글을 써주셨는데요."

 한나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정말 감사해요."

 여자는 마지막으로 한나에게 말했다.

 "그럼 작가님께서는 제 말 다 이해 되신 건가요?"

 "네."

 "좋아요. 그럼 그때 저희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저는 또 일이 있어서요. 반가웠습니다. 전화 끊을게요!"

 한나는 전화를 끊고도 얼떨떨한 느낌이 한참을 가시지 않았다. 엄마와 미나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엄마, 미나야, 나 당선됐대."

 미나가 놀라 물었다.

 "뭐? 뭐가? 설마 언니 지금도 글써? 그래서 그게 된 거야?"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물었다.

 "어디에 당선 된 건대?"

 "영화 공작소."

 미나가 흥분했다.

 "거, 거기? 그 영화 제작사?"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의 흥분도 가시지 않았다.

 "뭐, 그럼 언니가 시나리오를 쓴 거야?"

 한나가 고개를 저었다.

 "주최사는 영화사여도 그건 스토리 공모전이었어. 난 소설을 낸 거야."

 '엄마가 물었다.

 "그건 상금도 주는 거야?'"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계속해서 물었다.

 "얼마나?"

 "오천."

 미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천?"

 엄마는 또 물었다.

 "책이 나오는거야?"

 한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몰라 책이 될지 드라마가 될지 영화가 될지는 나중에 회사가서 미팅하고 결정하겠대."

 엄마가 박수를 쳤다.

 "내가 작가를 낳았네 작가르 낳았어."

 미나가 말했다.

 "그렇게 소설을 쓰더니 언니 결국 한 건 했구나. 그래 이건 인정. 좀 멋있다 강한나?"

 한나가 그제야 긴장을 풀며 함박 웃기 시작했다.

 "아, 엄마! 나 아직도 손이 떨려. 나 진짜 예전에 쓰던 글 중에 가장 애착있게 썼던 거 하나 낸게 전부인데... 나도 내가 받게 될 줄은 진짜 상상도 몼했다니까?"

 엄마가 진지하게 한나를 보며 말했다.

 "강한나. 이제 너는 네 갈 길을 가는 거야! 절대 애 엄마라고 기죽지도 발고! 당당하게 그렇게 네 인생 펼쳐 가는 거야? 그러는 거야?"

 한나가 엄마를 보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게!"

 미나는 다시 까불댔다.

 "으, 오글거려."

 엄마는 미나를 보며 말했다.

 "다 먹었으면 이제 설거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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