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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답다고
작가 : 내일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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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모든 것이 나를 돕는다.
작성일 : 19-11-10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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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모든 것이 나를 돕는다.

 

 민이 숙소 거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 넘어 들뜬 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 제가 작가가 됐어요!"

 한나의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몹시 기쁜 듯 했다. 민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와, 축하해요. 제가 당장 내려가야 겠네요? 근데 무슨 책이라도 냈어요?"

 옆에 있던 유노가 물었다.

 "누군데? 누가 책을 내?"

 민이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유노가 어깨를 으쓱했다. 민은 휴대폰을 가지고 조심히 방으로 들어왔다. 통화는 계속됐다. 한나의 기분이 민의 방까지 채웠다. 민은 미소를 띄우며 한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공모전에 나갔거든요? 스토리 공모전이라고..."

 민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르 받았다. 한나는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사실은 이게 다 민씨 때문이에요. 고마워요. 나한테 힘을 줘서."

 민이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

 "왜요? 제가 무슨 말이라도 했나요?"

 한나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민씨가 저한테 와줘서 제가 많이 힘이 됐어요. 나는 아직 모조리 끝나버린 것이 아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요."

 민이 말했다.

 "무슨 소리에요. 한나씨가 다 끝나버렸다니요. 한나씨는 아직 날아가야 할 곳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전 그런 한나씨와 함께하고 싶네요."

 한나가 웃었다.

 "고마워요. 늘 덕분에 힘이 나요. 민씨가 늘 제 곁에 이렇게 친구로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민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

 한나는 여전히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저 서울 가야해요."

 민이 놀라 물었다.

 "서울이요?"

 한나가 꿈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시상식도 하고 작가 미팅도 있어서요!"

 민이 활짝 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생각보다 더 일찍 볼 수도 있겠네요?"

 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혹시 시간 되면 봐요. 근데..."

 한나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

 "민씨 아이돌인데 저랑 있는 거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민이 웃었다.

 "그건 걱정 말아요. 제 나름대로 8년 간의 노하우가 있답니다."

 한나가 웃었다.

 "다행이에요. 그럼 그때 보는 걸로 해요. 근데 언제 끝날 지는 모르겠으니까 먼저 약속 장소에 간 사람이 기다려 주기로 해요!"

 민이 말했다.

 "네, 좋아요!"

 

 한나는 강우를 품에 안고 엄마와 미나와 함께 광해에 있는 작은 시내로 나왔다. 몇개 없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다. 미나가 말했다.

 "자, 한번 열심히 골라보자고!"

 한나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나 옷 필요 없어. 그냥 밥이나 먹고 가자."

 엄마가 한나의 등을 때렸다.

 "참! 그래도 시상식도 하고 작가 미팅도 하는데! 너도 이제 새 출발 하는 거잖아. 새롭게 이쁜 옷 입고 가야지, 안그러냐?"

 엄마가 미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이럴 땐 죽이 척척 맞았다. 미나가 한나에게 말했다.

 "언니도 괜히 고집 부리지 말고 그냥 엄마 말 들어. 이럴 때 예쁜 옷도 입고 좋잖아?"

 한나가 품에 매달려 안긴 강우를 확인했다. 차들이 빵빵 거리고 옆에서 엄마와 미나가 신나게 떠드는 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잘도 잤다.

 

 셋은 한 옷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한나는 시큰둥 했다. 옷들이 작고 딱맞아 불편 할 것만 같았다. 미니와 엄마는 옷들을 가져와서 한나에게 이리저리 대 보았다. 그러다가 미나가 한나에게 와서 맘에 안 든 것이 있는 듯 말했다.

 "언니, 강우 나한테 줘. 옷을 대봐야 하는데 영 아니네."

 한나가 소을 흔들었다.

 "아냐, 얘 작아도 무거워. 너 허리 아파 됐어."

 민나가 한나의 뒤로 가서 힙시트르 풀었다. 한나는 당황해 놀랐다.

 "야!"

 미나는 힙시트를 풀며 한나에게 강우를 들고 있으라고 한 뒤 힙시트를 완전히 빼내 자신의 허리에 둘렀다. 그리고 말했다.

 "자, 이제 강우 이리줘."

 한나가 못내 강우를 미나에게 맡겼다. 미나는 귀여운 인형을 보듯 강우를 조심스럽게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조심히 자신의 힙시트에 앉혔다. 그리고 말했다.

 "자, 이제 저기 내가 골라 놓은 저 빨간 드레스 입어 봐봐."

 한나가 드레스를 집어 들었다. 한나가 드레스를 올려 들고 이리저리 보며 말했다.

 "이거 민소매에 미니드레스인데?"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유월이야 언니. 여름이라고."

 엄마도 옷을 고르다 말고 한나가 집어 든 드레스를 보았다.

 "오, 예쁘네. 색깔이 한나 너에게 딱이다! 어떻게 이런 걸 골랐데?"

 미나가 강우를 달래기위해 양 다리에 바운스를 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나가 난감해 했다.

 "진짜 이거 입고 가라고?"

 엄마와 미나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나는 체념했다. 한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드레스를 입어 보았다. 직원이 한나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진짜 너무 예쁘다. 색깔도 톤 다운 된 레드라 하얀피부에 너무 잘 어울려요!"

 한나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아기 엄마라고 보기에 어려웠다. 한나는 다시 스무살이 된 것만 같았다. 한나가 다짐 한 듯이 말했다.

 "이거로 할 게요. 이거로 주세요."

 

 한나는 서울로 가기 전날 밤 미나와 엄마가 강우를 씻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나는 벽 한 쪽 구석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고 잘했어요. 자, 이제 만세 해보자!"

 엄마가 능숙하게 강우를 씻겼다. 미나는 그 옆에서 엄마를 착실하게 잘 돕고 있었다. 지켜보던 한나가 말했다.

 "엄마, 강우가 날 찾으면 어떡하지?"

 엄마가 말했다.

 "찾으면 찾는 거지. 왜 애 걱정돼서 안 올라 가게?"

 한나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그냥...나도 강우가 보고 싶을 거 같기도 하고..."

 엄마가 소리쳤다.

 "아유! 그런 생각은 버려라. 너는 다른 애들처럼 네 앞길 위해서 살아."

 그리고 다시 강우가 들어있는 대얄ㄹ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식 키운다고 벼슬 주는 것도 아니야. 너는 네 인생 살아. 그게 효도하는 거야."

 미나가 맞장구 쳤다.

 "맞아 언니. 나도 학교 갔다 오면 바로 강우랑 놀아 줄게."

 한나가 웃었다.

 "고맙다. 엄마도 고마워. 나 잘하고 올게."

 엄마가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한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버스에 올랐다. 자신의 앞날이 무척이나 기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우 생각에 머리가 지끈 거리고 마음이 아련해졌다.

 "강우야..."

 한나는 핸드폰을 켜고 문자를 보냈다.

 "민씨, 저 이제 출발이에요."

 버스가 시동을 걸었다. 한나는 편안하게 몸을 뒤로 젖혀 기대었다. 버스의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한나는 눈을 감고 서울을 향해 달려갔다.

 

 오랜만에 도착한 서울을 여전히 복작거렸다. 한나는 자신이 여기서 어떻게 4년을 살아냈는지 신기했다. 한나는 대학시절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다. 하지마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서울은 너무 힘든 곳이었다. 한나는 그때 엄마와 미나와 함께 고른 빨간 드레스를 입고 그 위에 가디건을 걸쳤다. 6월이지만 여름의 햇빛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한나는 더위에 지쳐 결국 가디거늘 벗었다. 한나는 영화사 앞에서 들어 가기 전에 건물 유리벽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메만졌다. 한나는 웃는 연습도 해보았다. 한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크게 내뱉었다. 그리고 한나는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회사 안에는 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제 할 일들을 바쁘게 하고 있었다. 한나는 조심히 회사 앞 프론트로 다가갔다. 머리를 정갈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새초롬한 여직원이 딱딱하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한나가 소심하게 말했다.

 "저... 이번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인데요 그 담당자분 뵈러 왔거든요? 김미영 팀장님 이라고..."

 여직원이 아는 듯한 얼굴로 반갑게 말했다.

 "아! 그 작가님이시군요! 안그래도 미영 팀장님께서 언지를 주셨어요. 잠시만 이쪽에서 기다리시면 팀장님께서 모시러 오실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팀장님께 연락드릴게요."

 프론트 옆에는 카페처럼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나는 그곳에 가서 가장 깔끔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리자 저 멀리서 한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나 작가님?!"

 한나가 일어섰다. 한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년하세요."

 깔끔한 네이비색 정장을 차려입은 30후반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한나를 아주 반갑게 맞았다.

 "어머, 작가님이 이렇게 어리고 예쁘신 분인지는 몰랐어요."

 한나가 멋쩍게 웃었다.여자는 이어서 말했다.

 "저는 김미영 팀장이라고 해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제가 작가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한나도 약간은 긴장이 풀린 듯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해요."

 

 두 사람은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팀장님은 5층을 눌렀다. 그리고 한나를 보며 말했다.

 "집이 광해라고요?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한나가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저는 좋더라고요."

 "아, 여기서 사셨어요?"

 "네, 제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거든요."

 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작가님, 미팅 가시면 알겠지만 작가님 소설이 10부작 드라마화로 추진시키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리고 대부분 그렇게 하기로 거의 합의된 상태이고요. 이것도 미팅때 말씀 드리겠지만, 작가님이 여기 자주 오고 가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여서 캐스팅도 함께 진해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일단 주인공 세 사람과 조연들을 미리 뽑아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도 나왔고요. 주연 배우들은 아마 거의 다 섭외가 된 것 같고 오늘은 신인배우 위주로 극에 등장할 배역들 오디션을 진행할 거예요. 혹시 시간 되신다면 그것까지 구경하시다 가셔도 좋아요."

 한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 글이 이렇게까지... 정말 감사해요. 다 저를 도와 주시는 것만 같아요."

 작가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 저희 일인 걸요. 자 그럼 또 가실까요?"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한 반 투명으로 된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팀장님이 문을 열려하자 어떤 예쁜 여자가 울며 나왔다. 팀장님이 당황스러워하며 들어섰다.

 "어? 오디션은 이따 오후에 진행되는 건데? 감독님께서 벌써 오셨나...?"

 한나도 팀장님을 따라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눈에 봐도 성질이 나빠 보이는 남자 감독 하나가 의자에 기대 누워 펜대를 굴리고 있었다. 그 옆에 직원들은 그 남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혼자서 중얼 거리고 있었다.

 "예쁜게 아니라 특이한 거, 울리고 싶은 거, 구름 긑은 그런 여자가 필요하다고...!"

 그때였다. 한나가 감독 앞에 서자 팀장님은 감독을 불렀다.

 "저, 감독님...?"

 감독은 인기척을 느끼고 한나가 있는 쪽으로 흘겨봤다. 팀장은 이어서 한나를 소개하려 했다.

 "저, 이분은..."

 감독이 한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로사나다!"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팀장님과 한나도 그리고 당황했다. 하지만 감독은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감탄했다.

 "로사나네! 로사나! 내가 그렇게 찾아다닌 로사나...!"

 로사나는 한나의 소설의 여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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