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여주인공
감독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감독은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한나를 보며 말했다.
"쟤가 여주인공이라고요!"
주변 스텝들이 당황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미영 팀장은 감독에게 서둘러 한나를 소개하였다.
"감독님, 이분은 이 소설 작가님이십니다. 여기 오디션 보러 온 매우가 아니에요."
감독은 작가에게 인사도 없이 혼자 만의 생각을 하는지 다시 의자에 기대 말 없이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당황한 미영팀장이 한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 여기로 오셔요."
그리고 귓속말로 한나에게 속삭였다.
"원래 괴짜라고 소문나신 분인데... 오늘은 좀 죄송하게 됐어요... 그래도 여기에서 유명하신 분이니까 믿어 보세요 작기님."
한나가 당황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감독은 한나가 자리에 앉자 책상 가까이로 의자를 끌고 와와 한나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정말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인데..."
한나가 어색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그제야 감독이 한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그때였다. 밖에 있던 한 스텝이 들어와 오디션을 볼 배우가 도착했다고 알렸다. 감독은 한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알렸다. 잠쉬 뒤, 배우가 들어왔다. 감독은 배우를 한번 흘깃 보더니 다시 한나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한나는 예쁜 신인 배우들이 오가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감독은 맘에 안드는지 말도 시켜보지 않고 빠르게 내보냈다.
약속된 배우들이 다 다녀가고 다시 한나와 미영팀장과 감독과 작가들만이 남겨졌다. 감독은 여전히 고민했다. 드디어 감독이 한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이 책 작가시라고요?"
감독이 인쇄된 책을 집어 흔들어 보였다."
한나가 대답했다.
"네, 제 책이에요."
감독이 한나 앞으로 몸을 당겼다. 한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감독은 개의치 않고 더욱 몸을 한나 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연기 해본 적은 당연히 없겠죠?"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은 계속해서 말했다.
"본인이 이 책을 쓰셨으니 당연히 이 책 캐릭터에 대해서는 엄청 잘 아시겠네요?"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나가 대답도 하기 전에 감독은 또 물었다.
"나이는요?"
한나가 더듬으며 말했다.
"스,스물 다섯이요."
감독이 다시 의자에 기대 누웠다. 그리고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일어나 한나에게 정중히 말했다.
"작가님, 저희와 함께 하시죠."
한나가 당황했다.
"네? 지금 무슨 말씀을..."
감독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바라 로사나가 되어 주십시오. 작가님이 제가 이 글을 읽고 생각했던 딱 그 사람이에요."
한나의 눈동자가 커져 줄어들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했다. 옆에 있던 작가가 말렸다.
"감독님, 이 분은 작가님이시고, 배우도 아니신데... 이게 한두푼 들어가는 사업도 아니고, 다시 생각해보셔요."
또 그 옆에 있던 보조피디가 말렸다.
"감독님, 더 젊고 예쁜 신인 배우들도 많은 데 거기서 찾아 보시죠. 신선한게 필요한 거면 말이죠..."
옆에서 듣고 있던 미영 팀장이 매섭게 쏘았다.
"말 함부로하지 마요."
한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한나가 감독에게 차분히 말했다.
"저어... 감독님, 저는 연기를 해본 적도 없구요... 그리고 드라마는 정말 잘 되어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어느 면에서도 배우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감독이 주변을 째려 보면서 말했다.
"이 사람들 때문이에요? 작가님, 작가님 처음 들어 올 때 저는 로사나가 들어 온 줄 알았다니까요! 딱 제가 원하던 마스크라고요! 저 이런 느낌을 가진 배우를 찾지 못하면 이 작품 포기해야 겠다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라고요! 제발 다시 생각해 보세요."
한나는 난감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강우를 생각했다. 그리고 단호히 말했다.
"저, 진짜 안돼요."
감독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아자에 쓰러지듯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
"작가님껜 죄송해요. 애들아 이 작품 접자."
주변 사람들은 다들 허탈한 표정으로 감독과 한나를 번갈아 보았다. 옆에 있던 작가가 말했다.
"아니, 감독님! 요 며칠 찾아 본 것 처럼 더 찾아 보면 되잖아요!"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안돼, 딱, 저 느낌이어야해."
옆에 있던 보조 피디도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이렇게 그냥 접으시겠다고요? 분위기야 우리가 만들어 가면 되죠!"
한나가 기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자 옆에 있던 미영팀장이 한 소리 거들었다.
"아니, 다들 처음 본 작가님께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감독님 작가님꼐도 생각할 시간을 주셔야죠."
감독이 얼굴을 들었다. 다시 희망에 찬 표정으로 한나에게 말했다.
"시간, 제가 시간을 안드렸네요! 오늘 이만 돌아가시고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사실 미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배우 캐스팅이죠. 이번 작품은 오로지 작가님꼐 달렸네요. 꼭 부탁드려요. 잘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한나가 당황해 말을 하려고 했다.
"아, 저..."
하지만 미영 팀장이 얼른 한나의 말을 끊고 대신 대답했다.
"그럼 오늘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죠. 작가님, 가요!"
미영팀장이 한나를 데리고 나왔다. 한나는 아직도 얼이 빠져 있었다. 그런 한나에게 미영 팀장이 물었다.
"작가님, 괜찮으세요?"
한나가 얼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영 팀장은 회사 내에 있는 카페로 한나를 데리고 갔다.
"이리오세요, 뭐 드실래요?"
한나는 힘 없이 말했다.
"아무거나요."
미영 팀장은 커리를 가지고 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나에게 커피를 주며 한나의 손을 잡았다.
"작가님, 정말 잘 생각해 보셔요. 저 감독님은 정말 그냥 이렇게 끝낼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작가님 작품 그냥 이렇게 묻히긴 정말 아깝잖아요."
한나가 떨리는 손으로 컵을 잡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한참 땅을 보더니 미영 팀장에게 물었다.
"제가..., 아니 제가 팀장님 보시기에도 배우 해도 될 것 같아 보이세요?"
미영 팀자잉 웃었다.
"하하하, 저도 물론 감독님 말씁에 당황하긴 했지만, 작가님, 아니 한나씨, 정말 감독이 한번에 반할 만큼 매력있어요. 그 얼굴하며 분위기 하며... 이건 제 진심이에요. 저 감독님 전작들 아시죠?"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감독님이라면 한나씨에게 괜히 그런 말 하시는게 아니 거예요. 물론 거절 하셔도 돼요. 하지만 한나씨 한번 믿어 봐도 전 나쁠 거 없다고 생각해요."
미영 팀장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한나가 그런 미영 팀장을 보며 아프게 웃어 보였다.
한나는 소란스런 미팅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져 가고 있었다. 한나는 민에게 전화를 걸어다. 신호음이 몇번 가지 않아 곧 민이 전화를 받았다.
"한나씨!"
한나가 웃으며 말했다.
"민씨, 제 전화 기다렸어요? 바로 받네요?"
민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민이 한나에게 물었다.
"잘 끝났어요? 뭐래요 거기서? 아니지, 바로 만나요 우리! 지금 어디에요?"
한나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오늘 만나서 민씨한테 다 말해주고 갈 거니까."
한나와 민이 만났다. 초여름밤 한강의 온도는 적당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저마다 일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돌 스타 민이 나타나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민은 한나를 조용히 임적이 드문 풀숲 강가로 데려갔다. 민은 한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한나가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공모전에 당선이 되서, 제 작품을 드라마화 하겠다고 ,그래서 그 미팅 때문에 온건데..."
한나의 표정이 울적했다. 민이 걱정 되어 한나를 보며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표정이 왜 그래요?"
한나가 시선을 강끝 멀리 두며 말했다.
"감독님이..."
한나가 한숨을 쉬었다.
"감독님이... 저보고 주인공 어떠냐고..."
민이 되물었다.
"네? 주인공 캐스팅 벌써 된 거예요? 보고 본 거에요? 그런 거예요?"
한나가 뜸을 들였다.
"아니... 그런게 아니고... 저보고 주인공 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셔서..."
민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그의 목소리 톤도 한층 올라갔다.
"네에? 한나씨가 주인공으로요?"
한나가 당황하며 민에게 속삭였다.
"목소리 좀 낮춰요... 역시 말도 안되는 소리였죠? 그래요, 괜히 미련 둘 필요도 없어요. 지금 당장 전활 드려야..."
민이 한나의 손을 막았다. 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나에게 말했다.
"한나씨, 거봐요. 한나씨 예쁘다니까요? 이제 다들 알아보고 있잖아요."
한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니, 지금 무슨 말을.."
민이 한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나씨, 하고 싶거나, 설레거나, 궁금하거나, 망설여 지면... 그냥 하는 거예요. 그게 맞는 거예요."
한나가 고개를 떨궜다.
"저는, 그 오디션 보러 온 배우들 만큼 예쁘지도 않고, 나이도 많고, 더군다나..."
"더군다나 뭐요?"
한나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강우도 있잖아요..."
민이 눈을 감았다.
"한나씨..."
한나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민씨, 난 역시 안될 거 같아요. 너무 과분해요 이런건. 그만 일어나야겠어요."
민이 일어서려는 한나를 잡았다.
"도대체 한나씨가 왜요. 한나씨, 그냥 해요. 강우를 위해서라도."
한나가 민을 향해 뒤돌아 봤다. 한나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민은 일어서 그런 한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거봐요. 한나씨 지금 이렇게 가면 슬플 거잖아요. 한나씨, 한나씨는 그렇게 인생을 즐겨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에요. 제말 흘리지 말고 이제는 정말 한나씨를위해 살아봐요. 그게 강우가 원하는 것일 거니까."
한나가 울었다. 민이 한나를 다독였다.
"집에 가서 어머니 한테도 잘 말해드리고요. 저도 같이 내려 갈까요?"
한나가 놀랐다.
"지금요? 어떻게요?"
민이 웃었다.
"이번주 내내 스케줄도 없고... 매니저 형한테도 미리 말해 놨어요."
한나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이 마스크와 모자를 다시 챙겨 들고 한나의 손을 잡았다.
"자 이제 집으로 가볼까요?"
한나가 놀라 손을 빼려 하였다.
"손 좀...놔요... 누가 보면 오해하겠어요..."
민이 웃었다.
"한나씨."
"에?"
"오해 좀 하라고 하죠 뭐, 그쵸?"
한나가 못말린다는 듯이 웃었다.
"웃겨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