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흰머리 휘날리며
작가 : 권기영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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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첫 만남
작성일 : 19-10-11     조회 : 503     추천 : 0     분량 : 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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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부터 고급 져 보이는 양로원.

 ‘귀족 양로원’

 이름처럼 건물들은 최고급 신축 건물들로 만들어져있었다.

 그리고 단지 내에는 온갖 편의 시설들이 다 있었고, 식당, 영화관, 세탁소 등등..

 누가 보면 한 마을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규모였다.

 

 그 양로원의 입구에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

 흔한 노인들이 쓰는 모자와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노인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의 다부진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 팔뚝에는 문신이 약간 보였다.

 양로원에 혼자 오는 노인들은 드물지만 그는 혼자서 당당히 양로원을 찾아왔다.

 

 그는 입구에서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 원장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백발의 노인을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귀족 양로원’의 원장 최남배라고 합니다.”

 “안녕하쇼, 김갑수라고 하오.”

 “영감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1952년 용띠요.”

 

 갑수는 짤막하게 인사를 한 뒤 그와 악수를 한다.

 생각보다 힘 조절을 못해 팔이 아팠던 최남배는 신음을 내며 손을 빼낸다.

 

 “아..악..하하, 네 반갑습니다. 혹시 자식 분들은 같이 안 오셨나요?”

 “뭐, 이런 일 가지고 같이 오나.”

 “아, 그렇죠..하하..”

 

 땀을 삐질 흘리며 손이 아팠던 최남배는 손을 털면서 문서 몇 개를 가지고 책상에 놔둔다.

 

 “일단 앉으시죠, 영감님.”

 

 그 둘은 의자에 앉고, 최남배는 갑수에게 양로원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한다.

 

 “아, 일단은 저희 양로원이 지어진지는 3년 밖에 안됐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최고급 최첨단의 건물과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활하시는데 전혀 지장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양로원은 노인 분들의 자유를 지향을 하고 있어서 규율과 규칙 같은 것은 따로 없습니다. 그냥 뭐, 폭력 및 폭언 등을 보호사 및 다른 노인 분들에게 하시면 나가야된다는 규칙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아참, 한 달에 돈은 320만원인데...괜찮으신가요?”

 “320만원...? 뭐, 크긴 큰데 마지막인데 다 쓰고 죽어야지 뭐.”

 “아하하..죽으시다니요 여기서 100살까지 사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여기는 의료진도 항시 대기 중이라 전혀 그런 문제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래, 뭐...여기 사인 하면 되오?”

 “아, 네 여기 밑에랑 뒤에랑...그리고 여기..”

 

 갑수는 문서의 내용은 거의 읽지 않고 그냥 사인을 한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나도 잘 부탁하오.”

 

 최남배는 악수를 하려던 찰나에 아까의 기억 때문에 갑수의 손가락만 잡고 악수 한다.

 

 ***

 

 방을 배정 받은 갑수.

 들어간 방은 외관처럼 깔끔하고 깨끗했다.

 최고급 신축 건물이라는 말을 괜히 했던 것이 아니었다.

 방도 최고급 호텔의 방처럼 고급 져 있었다.

 만족한 갑수는 건물에 대해 설명하던 최남배에게 그만 나가보라고 말한다.

 

 “여기 주무시는 공간은 나가시는 분이 생기면 인테리어 또한 바로 바꾸어서 깔끔하게 하고 그리고 여기 보시면 이 버튼을 누리시면 커튼이 열...”

 “고맙소, 이만 나가보시오.”

 “아, 네 영감님 일단 좀 쉬시다가 저녁 식사하시고 일정은 내일부터 들어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쇼.”

 

 갑수는 별말을 안 하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에 빠진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가 내 마지막이 될 곳인가, 어느새 나이를 이만큼 먹었구나.’

 

 그러다 잠이 들었다.

 

 ***

 

 잠이든지 얼마 안 되서 방송이 울려 갑수는 눈을 뜬다.

 

 ‘알려드립니다. 저녁 6시부터 저녁식사를 드리고 있으니, 드실 분들은 1층 식당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저녁 6시부터 식사를 드리고...’

 

 갑수는 잠에서 깨서 손목시계를 본다.

 

 ‘오후 5시 30분’

 

 저녁 식사까진 30분남은 갑수는 양로원 전체를 돌아다녀 보기로 한다.

 

 ***

 

 여름이라 아직 밤이 어두워지진 않았다. 갑수는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는 공원, 편의점, 세탁소, 영화관, 당구장 등등 여러 편의 시설이 많았다. 그리고 PC방도 있었다.

 

 ‘노인네들이 PC방도 이용을 하나..요즘 트렌드가 달라졌나?’

 

 문득 자신이 유행에 뒤처지고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여기 양로원은 노인 분들뿐만 아니라 보호사들도 같이 사는 공간이라서 젊은 사람들을 생각해 PC방까지 마련해준 것이었다.

 

 양로원을 한 바퀴 돌고나니 배가 고파진 갑수는 6시에 딱 맞춰 식당을 간다. 식사 또한 뷔페식 이였다. 결혼식 뷔페 급으로 마련돼 있었다. 갑수는 이것저것 퍼 담고 있었다. 그때 한 노인이 갑수에게 말을 건다.

 

 “어이구, 처음 보는 영감인데 언제 왔수?”

 “오늘 왔소.”

 

 친근하게 다가오는 노인에게 짤막하게 대답을 한다.

 

 “내 이름은 김철수라고 하오. 이름이 너무 흔하지 않소? 허허허”

 “...”

 

 혼자 웃는 철수를 무시하고 뷔페 음식을 담고 이동하고 있었다.

 그 뒤로 철수가 쫒아 와서 집요하게 묻는다.

 

 “어디에서 왔소? 난 강원도에서 왔소만 자식들이 잘 커 줘가지고 이런 곳에서 지내다니, 좋지 않소? 여기 탕수육이 진짜 맛있소. 탕수육 꼭 드시오! 꼭!”

 

 갑수는 너무 밝고 말 많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말 걸어준 철수가 싫진 않았다. 그의 말을 듣고 탕수육을 퍼 담는다.

 

 그 모습을 본 철수가 그저 웃고 있었다. 그들은 음식을 다 퍼 담고 자리로 가서 앉는다.

 

 “어때, 탕수육 맛있지 않소? 다른 것도 다 맛있긴 한데 탕수육이 기가 막히지. 음 암암.”

 

 음식자체가 다 맛있었다. 최고급 재료로 써서 그런지 품질 또한 일품 이였다.

 

 “역시 돈지랄이 최고긴 하네.”

 “돈지랄? 맞소! 허허허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철수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 말자여사님, 일로 오시오 새로 오신 영감님이요.”

 

 그들의 앞에 말자는 자리에 앉는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말자라고 해요.”

 

 그 소리를 듣고 갑수는 그녀를 쳐다봤다.

 

 밥을 먹다 그녀를 쳐다본 순간 숟가락을 떨어뜨리며 눈알이 튀어 나올 것 마냥 눈이 동그래진다. 갑수의 죽은 아내 선영이와 똑 닮은 그녀였다.

 

 첫사랑을 시작으로 싫다는 그녀를 2년간 쫒아 다녀 결국 3년간 연애를 끝으로 결혼에 성공한다. 애를 낳고 나이를 먹어도 그녀는 항상 예뻐 보였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50살이 되어가던 쯤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아내. 그리고 항상 그리워보고 싶던 아내와 똑 닮았다. 그녀가 나이를 먹으면 말자와 똑같이 생겼을 것이다.

 

 “...”

 “갑수영감, 왜 그러시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갑작스러운 갑수의 행동에 당황해 하던 철수와 말자.

 

 “바..반갑소..이름은 김갑수..나이는 52년 용띠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오.”

 

 얼굴이 빨개지며 쑥스러워하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말자에게 악수를 청한다.

 당황했지만 귀여워 보이는 갑수의 행동에 웃으며 악수를 한다.

 

 갑수는 갑자기 밥을 먹다가 갑자기 일어난다.

 

 “배..배가 불러 이만 일어나보오..나중에 또 보오.”

 

 그렇게 가다가 갑수는 다른 의자에 걸려 넘어지려고 한다.

 

 “어..어 영감님..!”

 

 말자는 넘어지려는 갑수를 보며 조심하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그때 갑수는 민첩하게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서 떨어지는 식판까지 잡아낸다.

 식당안의 사람들은 갑수의 행동에 놀라며 갑수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허허, 묘기라도 부리는 거요? 대단하오, 영감.”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철수. 그리고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얼굴이 더 빨개진 갑수는 재빨리 식판을 넣고 방으로 올라간다.

 

 그 모습을 말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

 

 문을 재빨리 닫고 문에 기대고 있는 갑수.

 

 “나이 먹고 이게 뭔 지랄이여. 심장 멎는 줄 알았네.”

 

 침대에 누운 그는 식당에서 봤던 그녀를 떠올리며 얼굴이 빨개진다.

 

 “허허, 예쁘긴 정말 예쁘네. 하긴 우리 아내도 정말 미인 이였지.”

 

 그 뒤로 그는 눈을 감으며 잠에 든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녀와의 만남이 자신의 운명을 뒤 바꿀 것을.

 

 ***

 

 다음 날 점심.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양로원에서 이뤄지는 정기검사의 날이다.

 근처 보건소에서 의사와 간호사 몇 명이 방문하여 검사를 진행한다.

 

 갑수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혈압 재는 곳으로 향한다.

 혈압을 재던 갑수 영감은 때마침 혈압 재는 곳으로 오게 된 말자를 보게 된다.

 

 “어..? 할아버님 고혈압 있으세요?”

 

 혈압을 재주던 간호사는 갑수의 혈압이 높게 나와 당황했다.

 그는 말없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녀와 간단한 목례를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간호사는 혈압 기계가 잘못 됐나 싶어 다시 혈압을 재보니 정상으로 나왔다.

 

 ‘주책이다, 주책. 이 나이에 얼굴이 빨개지는 게 뭐람.’

 

 혈압을 재고 온 그는 피를 뽑으려고 하고 있었다.

 

 “할아버님, 이제 힘 빼셔도 되요.”

 

 

 팔뚝을 걷고 피를 뽑으려고 하는데 그의 단단해 보이며 노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방한 근육들이 할머니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이구, 저 영감 핏줄이 터지겠네.”

 “그러게 몸을 보니 청춘이구만 청춘이여. 깔깔깔.”

 “우리 영감도 저 정도만 되도 얼마나 좋았겠소.”

 

 할머니들의 시선에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갑수영감은 괜히 힘을 더 줘서 뽐내고 있었다.

 

 간호사는 갑수영감의 팔뚝에 주사바늘을 꼽으려고 하는데 힘을 더 줘서 꼽혀지지가 않았다.

 당황한 그녀는 간호 일을 그래도 5년 정도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다.

 

 “할아버님? 힘을 빼주세요. 주사바늘이 안 들어가요.”

 “허허, 하긴 주사바늘 정도로 내 팔을 뚫지 못하지.”

 

 그 소리에 할머니들과 갑수영감은 크게 웃는다.

 

 말자 앞에서는 부끄러워 순한 양처럼 굴던 그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

 

 X-ray를 찍으러 가는 갑수영감은 복도에서 헤벌레 거리며 비틀비틀 걸어오는 노인 한명을 발견하고 그를 부축해준다.

 

 “보호사는 어디가고 혼자 이러고 있소.”

 “헤헤..헤헤헤..뭐야 처음 보는 얼굴이네?”

 “허허, 어제 왔소이다.”

 “반갑소, 나..난..내 이름이 뭐지?”

 

 갑수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근데 영감 여기 혼자서 왜 이러시오.”

 “탈출한 것 이오. 탈출! 여기를 탈출해야 하오!”

 “그게 무슨 말이요?”

 

 뒤로 보호사 두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갑수는 그들을 불러 여기로 와보라고 한다.

 

 “여기! 일로와주시오”

 

 그때 보호사가 다가오자 표정이 싹 바뀌며 치매 걸린 노인은 그의 귀에 데고 속삭인다.

 “절대 산에 올라가지 마시오, 산에 올라가면 그때는 당신의 마지막이 될 것이오.”

 

 보호사 둘은 갑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며 그를 데리고 간다.

 남수는 그들의 팔에 끌려가며 아까의 모습은 안보이고 다시 헤벌레 웃으면서 끌려간다.

 

 그 모습을 본 갑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X-ray를 찍으러 간다.

 “...허허, 세월이 참 무섭구나.”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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