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흰머리 휘날리며
작가 : 권기영
작품등록일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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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납치
작성일 : 19-10-23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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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배는 마지막 희망이 꺾였다. 더 이상 자신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순간 자신의 앞에 있던 용배의 부하를 쳐다봤다. 그는 갑수의 아들을 쳐다보면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기절하지 않았던 갑수의 아들을 봤었지만 밧줄을 푸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남배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렇게 주저앉았다.

 

 “이제 다 끝이로구나. 결국 내가 내 무덤을 팠구나.”

 

 남배의 말을 끝으로 갑수와 용배의 싸움은 끝이 나고 있었다. 사실 갑수가 나이를 먹어도 가뿐히 상대할 수 있는 정도였다. 용배의 스타일이 갑수에게 먹혀 들어갔고, 용배가 약간의 방심만 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이긴 것은 용배였다. 하지만 결과는 갑수의 승리였다.

 

 용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점점 갑수에게 밀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갑수에게 질 리가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갑수에게 점점 밀렸고, 열이 받아 다시 밀고 붙여도 질 수 밖에 없었다. 용배가 노련한 싸움꾼이라면 갑수는 전문적인 싸움꾼이었다. 아무리 용배가 노련해도 갑수의 경험을 따라 올 수 없었고 그리고 그의 전문성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결국 용배는 쓰러져 누워 있었다. 아무리 상대해도 자신이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하자, 무력감에 그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갑수는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고, 용배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자 숨을 돌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대단한 놈이네. 역시 어디든 숨겨진 고수들은 있긴 마련이네. 아쉽긴 하네.’

 

 갑수는 용배가 깡패가 아니었다면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 그가 깡패였던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남배의 옆에 있던 갑수의 아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치면서 갑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를 안으면서 웃으면서 말한다.

 

 “아버지, 역시는 역시네요. 하하하.”

 “근데 네가 여긴 어떻게 온 거냐?”

 “여기 맨 처음에 왔을 때부터 저한테 먼저 연락했어요.”

 “아, 여기 보호자를 네 이름이랑 번호를 적어놔서 연락했구나.”

 

 갑수는 싸움을 하면서 점점 기억이 돌아왔고, 싸움이 끝나가면서 기억이 완전히 돌아왔다. 그리고 남배를 쳐다보니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그를 쳐다보면서 갑수는 혀를 차면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정도의 양로원이면 돈이 많았을 것인데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던 갑수는 그의 아들이 하는 말에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을 안해도 됐었다.

 

 “아버지, 여기는 저한테 맡기세요. 은퇴하신지가 언제인데 또 일을 벌이고 계세요.”

 “허허, 그러게 말이다. 내가 가는 곳은 무슨 사건 사고만 터지네.”

 

 갑수의 아들 또한 갑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다. 비밀공작원 일을 하면서 나라에 해가 되는 일을 하는 자들을 찾아서 제거하거나 정보를 빼오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존경하던 그는 어릴 때 아이들처럼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끈기로 결국 아버지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갑수와 임무를 같이 떠난 적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갑수는 대견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다. 이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 그였기에 그를 말리기도 해봤다. 하지만 그는 갑수의 고집 또한 빼 닮아서 갑수 또한 이길 수가 없었다.

 

 곧이어 검은 색 밴 3대와 헬기가 왔다. 처리하는 스케일이 남달랐다. 작은 일은 아니지만 이정도 스케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 갑수였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말에 약간 굳은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이제는 진짜 관여하시면 안돼요. 저희가 쫓고 있는 한 놈이 여기 원장이랑 연관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 인거네?”

 “역시 아버지네요. 이 놈이 시작이죠. 얼마나 파헤쳐봐야 알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거물이에요. 이 이상은 말씀 못 드려요.”

 “그래,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마.”

 “여기 원장만 바뀌고 그대로 운영 될 것 같아요. 여기 계속 계실 거 에요?”

 “모르겠다. 일단 쉬고 생각해봐야겠구나.”

 “네, 앞으로 여기 자주 들릴게요.”

 “...가서 쉬어라.”

 “네.”

 

 갑수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자신의 방으로 걸어간다. 원래는 갑수가 아들과 같이 살았지만 자신의 괴팍한 성격을 잘 받아주는 착한 며느리가 불쌍해보였다. 그래서 다시 혼자 살고 있었지만 치매 판단을 듣고 나서 양로원에 온 그였다. 아들은 치매 판단이 심해진 것을 안다. 하지만 갑수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서 양로원에 있다가 치매가 심해지면 같이 살려고 생각중이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약간 씁쓸함을 느낀다. 아들은 혹시나 자신의 아버지가 이 일에 관여 될까봐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남배는 이제 자신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일을 맡겨준 높은 분을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나. 아마 자신 선에서 꼬리를 자를 것임을 예상했다. 결국 자신은 죽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왕 죽는 거 다 불자. 아니, 살려달라고 말하자. 최대한 정보를 많이 불어서 그들을 잡을 수 있게 해주자. 그러면 죽지는 않겠지.’

 

 남배는 끌려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살 수 있는 방향. 이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남배는 검은 색 밴에 올라타게 된다. 하지만 그 차안에는 자신과 자신을 끌고 온 남성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눈치 빠른 남배는 소리를 지른다. 아니,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앞에 있던 남성은 입을 막고 남배의 팔에 주사기를 놓는다. 그러자 남배는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몸이 마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앞에 있던 남성은 입 꼬리를 씨익 올라가며 웃고 있었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갑수는 방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간만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었다. 내일 일어나서 기억이 안 나더라도 별 상관이 없었다. 말자, 철수가 서운해 하겠지만 수첩을 읽어보면 기억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을 하며 잠이 든다.

 

 ***

 

 다음 날 아침. 갑수가 잠에서 깨어난다. 잠에서 깨어난 갑수는 자신이 어제 자던 곳이 아닌 칙칙한 지하 감옥을 연상케 하는 그런 장소에서 깨어났다. 철창이 있었고, 독방처럼 한 사람만 지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다행인 것은 팔과 다리가 묶여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갑수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자더라도 누군가 몸을 건드리게 되면 눈을 뜨는 갑수였다. 그런 갑수가 여기까지 끌려 온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간만에 몸을 너무 움직여서 피곤했나, 아니면 긴장이 너무 풀렸던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여기 끌려 올 수 있는 상황은 하나도 없었다. 일반 사람 같으면 왜 자신이 끌려 왔는지부터 생각을 하지만 갑수는 자신이 어떻게 끌려 왔는지부터 생각을 했다. 누군가 갑수에게 말을 했었다. 잘 때도 눈 하나가 달려있어 무슨 짓을 하기도 전에 일어난다며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부심이 있었다.

 

 허나, 그 자부심이 오늘에서야 깨지고 만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과 다르다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는 특수부대에 있던 자들도 갑수에게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갑수는 그들과 확연히 달랐다. 누군가는 그에게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다. 살아남을 수 없는 곳에서 살아남아서 임무까지 해결하고 오면서 그래서 전설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진 갑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자신도 그저 다른 평범한 인간들이랑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사실 치매 판정을 받았을 때도 느꼈던 무기력함을 여기서 또 느꼈다.

 

 철컥

 

 그때 철창의 문이 열렸다. 갑수는 열리는 문을 따라 나갔다. 나가자 어두컴컴한 복도가 나왔고 그 길을 계속 따라 걸어 나갔다. 평소라면 무작정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 걱정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 그저 자신을 잡아 온 그들을 맞이하러 갈 뿐이었다. 그렇게 그 복도를 걸어 나가니, 빛이 보였다. 그 빛을 따라 걸어 나가는 갑수는 조금씩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빛의 끝에는 옛날 TV에서 보던 콜로세움으로 보이는 경기장이 보였다. 그때 누군가 마이크를 들고 갑수를 소개해준다.

 

 [베일로 싸여 있는 비밀 특수부대 출신! 거기에서 조차 전설로 불리는 사나이! 소개합니다! 김.갑.수!]

 

 그 소리에 사람들은 우-우- 거리면서 그를 비아냥 거렸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질러대는 소리에 갑수는 기분이 나빴고,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누군가와 자신이 싸워야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등장한다. 짧은 흰머리에 눈이 파랗고 자신과 덩치가 비슷해 보이는 외국인이었다. 그도 자신과 비슷하게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다.

 

 [외국 특수부대 출신 용병! 총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한 번도 상처를 입지 않고 돌아온 전설의 사나이! 존~닉!]

 

 많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환호를 해주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환호해주는 자도 있는 것을 보아 그는 여기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처럼 보였다. 그는 갑수와는 다르게 당황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갑수와 마주친다. 강자들은 눈빛만 봐도 그가 강한지 알 수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외국인 용병으로 보이는 노인이 갑수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그들은 숨 막히는 공방전을 보여준다. 그들의 싸움에 환호하던 사람들은 조용히 그들의 경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장면을 TV로 바라보는 인물들. 그들은 하나같이 각 나라에서 대표하는 돈 많은 인물들 이었다. 그 중 마피아 보스도 있었고, 야쿠자 같이 보이는 일본인도 있었다. 그들이 여러 가지 내기를 많이 했었는데 역시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었다. 싸움 좀 한다는 애들을 붙여서 보니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점점 지루해져서 새로운 게 없나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 노인들을 데리고 싸움을 붙이면 어떻겠냐고 말을 한다. 다들 시큰둥하게 그게 뭐가 재미있냐고 말을 했을 때 다른 한명이 그의 말에 맞장구 쳐준다. 그냥 노인이라면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전설로 불리는 사람들 끼리 붙이면 재미있지 않겠냐고 한다.

 

 그의 말에 그냥 속는 셈 치고 한번 시작한 경기가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유명하고 싸움을 쫌 하는 노인을 납치하거나 돈을 주고 고용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런 와중에 갑수의 싸움 실력을 알게 되고 갑수를 납치하게 된 것이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미국인으로 보이는 사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 재미난 물건 하나 건졌네요.”

 “그러게, 내 사업은 망쳤지만 더 재미있는 물건이 생겼네. 큭큭.”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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