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존댓말을 쓰도록 해라.”
“악! 영감 미쳤소! 씨..”
“자, 말해봐라.”
그렇게 갑수와 남배는 한 배를 타게 되었고, 그들은 골똘히 이 섬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구상한다.
***
해가 아직 나오지 않은 이른 새벽. 고기잡이배들은 자고 있는 고기들을 잡으러 나왔다. 작은 배의 선장은 한국인이지만 대부분 노동자들은 외국인들이 많았다. 적은 가격에 노동을 많이 할 수 있는 외국인들만 이 배의 선원으로 일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한명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배를 처음 타게 되었다.
선장은 3일 정도 예상을 했다. 보통 이런 일들이 힘들어 포기 하고 나가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 젊은 놈은 의외로 한 달가량 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선장은 이 남성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자신의 아들이 대를 이어 가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일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장의 아들도 섬을 떠난 지 오래 되었다.
“동수야, 쉬엄쉬엄 해라. 그렇게 매일 빡세게 일하다가는 언젠가는 쓰러진다.”
“아이고, 제가 어디 쓰러진 거 봤습니까? 빨리 돈 벌어가. 건물 사서 건물주 해야 됩니다.”
“허허, 어느 세월에 건물 사겠냐.”
“5년만 하면 건물 산다면서요.”
“아, 그건 또 맞지.”
마음에 든 남성은 이름이 김동수였다. 이 남자는 김갑수의 아들이었다. 자신이 들은 정보로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숨겨져 있는 섬이 있는데, 거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갇혀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행해지는 일들을 들을 수 있어서 최대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분발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고기잡이배를 타서 어부들한테 정보를 얻고 뒤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방인에게는 정보를 주지 않는 사람들이라 금방 친해지기는 힘들었지만 자신의 특유의 성격으로 점점 친해져서 정보를 듣게 되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몰래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과 어부들한테 듣기로는 몇 개의 섬들이 있었는데 그 근처에는 접근도 못했다고 들었다. 그 섬 몇 개의 섬들은 부자들의 사유지였고, 그 근방에 들어가는 순간 총을 쏜다는 소문도 있었다.
위성으로 그 지역을 확인해보았지만 군사기지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주변 해경들에게 돈을 먹여서 아무도 거기를 터치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동수는 드디어 섬들을 찾게 되었고, 본부에 보고도 하였다. 하지만 거기로 들어가는 방법이 없었다. 듣기로는 헬기를 타고 가더라도 요격할 수 있는 군사무기 들이 배치 되어있다고 하였다.
요즘 시대에 말도 안 되지만 그만큼 돈의 힘이 강했다. 그래서 동수는 그 주변에 고기를 잡는 고기잡이배에 취직하여 그 주변의 정보를 탐색하곤 했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자.”
“네, 영감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래그래, 오늘도 한잔해야지?”
“아이고, 그럼요.”
넉살 좋게 그와 대화를 하면서 육지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마무리를 하고 선장과 한잔하러 갈려고 하는 순간. 고급 리조트 한 대가 선박해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선장에게 동수가 물어본다.
“근데 영감님, 여기에 부자들도 한 번씩 왔다갑니까?”
“그럼, 돈 많은 놈들도 리조트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우리 배에 기름 넣으러 한 번씩 온다고 하더라고.”
“이야, 저런 리조트는 얼마쯤 하려나.”
“아서라, 저런 건 우리가 평생 돈 벌어도 못 산다.”
여기는 나름 섬이 컸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리조트가 한 번씩 오고 가는 것도 몇 번 보았다. 그런데 이만큼 큰 배가 온 것은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때 리조트에 앞에 검은 색 밴 한 대가 선다. 거기서 어떤 노인네가 들 것에 실려 타는 것을 목격한다. 동수는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어서 그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걸리면 안 되는 거 마냥 주위를 이리 저리 살피면서 그 노인네를 들고 리조트로 들어갔다.
‘좋아, 드디어 찾았다!’
헬기로 노인들을 납치해서 데리고 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만일 그렇다면 그가 그 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절대 없었다. 다행히도 배를 타고 운반하는 것을 보아, 여기서 노인을 데려놓고 다시 다른 놈들이 노인을 데리고 가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동수를 지금 저 배에 타려고 했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다 가려는 찰나, 선장이 그를 막으면서 동수에게 잔소리를 한다.
“얌마, 죽으려고 환장을 했냐. 저 배가 어떤 배인지 모르냐?”
“돈 많아 보이는 배 아닙니까?”
“저 배는..아무튼, 저 배에 있는 사람들 심기를 건드리면 안 돼.”
“예? 저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뭐, 대통령이라도 됩니까?”
“저 놈들은 대통령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놈들이야. 그리고 저기 입구 쪽에 서 있는 놈 봐라.”
선장은 배 안 쪽 노인이 들 것에 실려 가는 입구를 향해 손짓을 한다. 거기에는 권총 같은 것이 아니라 중화기로 중무장 하고 있었다. 선장은 동수가 놀랐을 거라 예상하고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무언가 생각에 빠진 채로 배를 쳐다보고 있었다.
‘중무장까지 할 정도라고? 하긴, 섬에 군사무기들이 배치 되어있을 정도면.’
“..내가 이거 까지는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뱃사람들 중에 저 놈들 심기를 건드렸다가 총 맞아 죽은 사람도 있어. 해경에 신고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조용히 수사 마무리가 되더라고. 그 만큼 무서운 놈들이야.”
“아, 네 알겠어요. 그냥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보려고 했던 거뿐이에요.”
“그래, 술이나 마시러 가자.”
동수는 지금 배를 탈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자신을 말리러 오는 선장이 피해를 볼 수도 있어 잠시 미루기로 했다. 처음에는 차갑게 대했지만 자신을 점점 좋아해주면서 동수 또한 정이라는 것이 생겨서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임무 중 이런 감정은 절대 있을 수 없었지만 선장의 나이가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해 보였고, 아버지 생각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일단 기회가 또 있을 테니 천천히 알아보자.’
체념을 하고 선장을 따라 가는 동수. 그때 모자를 푹 눌러쓴 남성이 큰 리조트와 배를 대포 카메라로 몰래 찍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저 놈은 뭐지? 본부 사람인가. 인원이 부족해서 파견 된 사람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진을 몰래 찍은 남성은 몰래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의 동선을 동수가 눈여겨 보면서 선장을 따라가고 있었다.
***
상담실에서 남배는 부자들이 정한 섬의 규칙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자, 일단 등급부터 설명해드려야겠네요. 여기 부자 놈들은 노인들을 납치해서 데리고 와봤자 동기부여가 되겠냐는 생각부터 해서 하나의 피라미드로 계급을 만들었어요. 3층부터 1층까지는 모두가 노예에요. 그들은 지상으로 올라 올수도 자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상 1층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유가 생깁니다. 물론 섬 밖을 나갈 순 없고요.”
“자유? 그럼 1층부터는 일반 시민이라는 거냐?”
“뭐, 비슷하죠. 1층부터는 평민으로 시작입니다. 하지만 지상부터는 층별로 계급이 나뉩니다. 같은 평민이라도 1층에 있는 사람이 2층에 있는 사람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하죠. 10층부터는 이제 기술자라는 계급을 가집니다. 20층부터는 귀족, 그리고 마지막 꼭대기 층에는 왕이죠.”
“왕이라니, 그 부자들은 뭔데?”
“부자들은 논외로 치고 말씀드리는 거죠. 그들은 이 건물을 쓰지 않아요. 혹시라도 폭동이 일어나면 위험하니깐 섬의 다른 곳에 있죠. 근데 어디 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 곳으로 호출 되면 안대가 가려져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만들죠.”
“대단한 놈들이네.”
“그리고 이 섬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작은 것도 아닙니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지상 1층부터는 자유가 있는데 이 자유도 사실 그렇게 큰 편은 아닙니다. 이 건물의 주변으로 편의시설이 있는데 거기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죠. 하지만 주변에 중무장한 용병들이 감시를 하고 있죠.”
“편의시설이면 밖이랑 통화할 수 있는 수단도 있는 거 아니냐.”
“아이고, 영감님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다 막아두죠. 그리고 편의시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이상입니다. 성매매, 마약 등등 하고 싶은 건 모두 할 수 있죠. 그래서 여기서 사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노인네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오래 지낼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아무리 30층에 있는 왕이라도 도전자에게 패배를 할 시에 폐기처분 됩니다.”
“...”
“그렇기에 노인들은 항상 바뀌고 오래 머물 수가 없죠. 그래도 대신에 지상 1층으로 가게 되면 싸움을 자주 하는 건 아니라서 나쁘진 않죠.”
“결국 무조건 이겨야지만 살 수 있는 거네.”
“그렇죠, 뭐...대신에 영감님은 조건이 나쁘지 않아요.”
“무슨 조건?”
“다른 노인네들은 10층에 올라가서 기술자가 되어야지 매니저 같은 사람들이 정보를 캐오고 여러 가지 일을 해주는데. 영감님은 바로 저를 만났지 않습니까. 하하하. 고로 생존율이 더 올라간 거죠!”
“..하긴 너도 미치지 않았으면 그딴 일을 벌이지도 않았지.”
“에이, 영감님 과거는 묻어둡시다. 같이 살자고 하는 건데.”
“뭐, 일단 무조건 이기면 된다 이거지.”
“그럼요, 영감님. 제가 볼 땐 영감님 정도면 1층까지는 무난하실 겁니다.”
“그래.”
상담실을 나온 두 사람은 서로 방향이 달랐다. 갑수는 당연히 지하 3층으로 가야했고, 남배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아! 맞다, 중요한 거를 말 안했네. 뭐, 하다보면 알겠지.”
이 콜로세움의 규칙 중 계급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승급 전을 치러야지만 한 층 올라간다. 그 승급전은 두 번의 경기 후가 될 수도 있고, 바로 될 수도 있다. 납치해온 부자가 승급 전을 바로 치루고 싶으면 승급 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규칙은 있었으나, 결국 부자들이 하고 싶은 데로 경기가 시작된다.
‘일단 살아남고 보자. 이기면 된다니깐 간단하고 좋네 뭐.’
갑수는 복잡한 것 보다 간단한게 좋았다. 항상 임무는 어려웠고 복잡했다. 대신 이 경우는 싸워서 살아남으면 됐으니 갑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다음 날. 갑수의 승급 전이 바로 시작 되었다. 보통 바로 위에 층의 상대와 싸워 승급이 결정 되지만 갑작스럽게 갑수는 지상 1층에 있는 상대와 승급전이 이뤄졌다. 지하에 있는 노인들도 보통이 아닌데. 바로 지상 1층에 있는 상대와 붙는 것은 갑수에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도 모른 채 갑수는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첫 승급전이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