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갑수의 승급 전이 바로 시작 되었다. 보통 바로 위에 층의 상대와 싸워 승급이 결정 되지만 갑작스럽게 갑수는 지상 1층에 있는 상대와 승급전이 이뤄졌다. 지하에 있는 노인들도 보통이 아닌데. 바로 지상 1층에 있는 상대와 붙는 것은 갑수에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도 모른 채 갑수는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첫 승급전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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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는 많은 관중들이 환호하고 있었고, 거기에는 갑수와 중국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머리는 황비홍을 연상케 하는 땋은 머리를 하고 상의는 입지 않은 채 바지는 도복만 입고 있었다. 체격 또한 갑수만큼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갑수 또한 남다른 각오로 긴 머리에서 짧은 스포츠머리에 복장은 똑같은 평상복이었다.
관중들은 그들의 계급 차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하 3층에 있는 사람과 지상 1층의 차이는 굉장한 차이였다. 모두 나이가 있는 노인들이고 경험이 많지만, 이 콜로세움 경기장의 룰에 적응하고 활용을 하냐 못하냐는 차이였다. 그 차이는 이병과 말년병장의 짬의 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만큼 처음 겪는 경기장에서의 차이를 느낀다면 당연히 그럴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관중들은 그저 중국인을 환호하고 있었다. 그 중국인 또한 자신의 상대가 지하 3층의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갑수만 모를 뿐이었다. 중국인은 상대가 지하 3층에 있는 사내 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는다. 여기에 납치 되었을 때만해도 약간의 방심으로 이런 곳에 끌려 왔다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방심은 하지 않는다. 토끼를 상대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승부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임했다.
중국인 또한 갑수와 다르지 않게 전설로 불리던 사나이였다. 그만큼 그도 무술에 한 분야의 이름을 날리는 사내였다. 그는 중국의 홍가권(洪家拳)을 배워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무술 또한 황비홍과 같은 무술을 배우며 그를 존경하며 무의 마음가짐을 다져왔다.
“죄송합니다, 살기 위해 죽이겠습니다.”
두 손을 모우고 갑수에게 인사를 건네고 말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달려들었다. 갑수 또한 만만치 않는 상대라 생각했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국인의 눈이 동그라지면서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지하 3층의 상대라도 방심은 하지 않았지만 무의식 속에서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치열한 공방전이 되고 있음에도 그는 전혀 밀리지 않았고, 무언가 고민하는 느낌이었다.
‘...꼭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인가.’
갑수는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서 결국 이 사내를 이긴다는 것은 자신이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이기지 않으면 죽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결국 이 사내를 죽여야만 해야 했다. 갑수는 임무를 받았을 때 그는 적이었다. 그리고 완전히 악당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쉽게 죽이는 것이 쉬웠다. 하지만 여기에 납치된 사내들은 그저 전설로 불리던 노인네라는 이유로 끌려와서 죽임을 당하는 것 이었다.
그 사실을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아들과 본부에서 도와주기를 기다리긴 하지만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하지만 지금 지하에서는 힘이 없었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고, 그 사실을 안 갑수는 최소한 지상 1층까지라도 가야만 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중국인은 그가 망설이는 것을 보며 더 힘 있게 밀고 들어갔다.
그 중국인의 밀고 들어오는 모습에 갑수는 밀리는 척 하다가 순식간에 명치를 때려버린다. 너무 빠른 그의 급소 공격에 중국인은 막지 못하고 명치를 잡고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허..헉..!”
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공방전에 환호하다가 순간적으로 정적이 이르렀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공방전이 갑수에 의해서 끝이 나니 사람들은 당황했다.
사실 갑수의 무술은 한국 특공무술이다. 1977년 북한군 부사관 출신 한명이 귀순하여 넘어왔다. 그 사내와 한국 특수부대원들이 상대하였는데 상대하지 못하고 모두 패배하였다. 거기에 우리나라도 특공무술을 만들었다. 거기에 갑수는 특공무술을 베이스로 비밀 특수공작원 임무를 수행하기 적절하게 살인에 더 특화 되게 무술을 개편하여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특수부대의 살인무술을 갑수가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름을 만들어놓지는 않았다.
갑수는 무술이라는 것은 점점 발전해 나가야되는 것이기에 이름을 정해놓으면 한계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을 만들어도 발전해나가는 무술은 발전해나가지만 사실 이름을 만들기 귀찮을 뿐이었다.
그는 양로원에서 처음 콜로세움에서 보여줬던 실력은 그저 몸 풀기 용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살인까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살인 무술까지는 사용하지 않았고 종합무술로 그들을 상대해왔다. 하지만 결심에 선 갑수를 이길 수가 없었다. 살인에 특화 되어 있어 인간의 제일 약한 급소 공격을 하기에 중국인은 그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적에 흐르다 순간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때와 똑같았다.
“죽여! 죽여버려!”
“이야, 직인다. 죽여!”
“꿀잼, 큭큭.”
“와, 저 영감 레전드네. 계급차이가 저렇게 나는데 미쳤다.”
갑수는 그런 관중들을 보면서 눈빛이 매서워졌다.
‘쓰레기 같은 놈들.’
팍-
갑수는 관중들을 쳐다보면서 헐떡이고 있는 중국인의 뒤로 가서 목을 뒤틀어 죽여 버린다. 그리고 말없이 자신이 들어온 곳으로 돌아가는 갑수. 그 뒤로 사람들은 환호를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복도에 들어선 갑수는 눈빛이 더 매서워졌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갑수는 이제 더 차갑게 행동하기로 생각했다. 지하를 관리하던 노인이 등장하여 갑수를 어디론가 또 데리고 간다. 그저 하루살이 일 것 같은 갑수의 무력을 보고 나니 노인은 놀라웠다. 간만에 실력가자 나타났다 생각했다.
노인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세 단계를 뛰어넘은 사례가 없었다. 그리고 세 단계를 뛰어넘는 상대와 승급전이 이뤄진 적도 없었다. 그래도 지상 1층으로 바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생각하여 그를 지하 1층 빈방으로 데리고 온다.
지하 3층과 지하 1층의 방 차이는 꽤나 컸다. 독방 같은 3층에서 5명이서 사용해도 되는 공간을 갑수 혼자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하 1층에는 작은 TV들이 달려있었다. 거기에는 콜로세움에서 싸우는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매일 3~4경기 정도가 치러진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갑수는 경기를 치루고 나면 일주일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층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경기의 주기가 길어진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라서 아껴두고 본다는 뜻도 된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갑수에게 말을 건네 온다.
“와, 영감 싸움 좀 하네. 나였으면 저 중국인 3초에 끝냈을 텐데.”
“큭큭, 나였으면 1초.”
“...”
주위에서 갑자기 갑수를 비아냥거렸다. 저 중국인도 지하 1층에 있다가 승급전이 치러져서 지상 1층으로 간 것이다. 사실 그 중국인이 운 좋게 쉬운 놈 걸려서 올라갔다. 그렇기에 갑수를 만만히 보고 있었고, 거기에 지하 3층에서 곧바로 1층까지 온다는 것에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자신들은 두 달가량 지나서 지하 1층으로 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먼저 온 것으로 따지면 갑수였지만 지하 3층은 서로 얼굴보기가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은 알 수가 없었다. 갑수는 그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들 또한 납치 되어서 온 자들이다. 시스템에 맞춰져서 세뇌가 당해서 억울한 거지 사실상 잡혀온 자체가 억울한 것 이다. 갑수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저녁. 누군가 방안에서 노트에 사진을 붙이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다. 사진에는 낮에 봤던 큰 리조트 배의 사진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오늘 뿐만이 아니라 날짜별로 사진들이 찍혀있었다.
‘오늘은 저번 주기와 다르게 빠르게 배가 들어왔네. 섬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여지고 있는 건가.’
그의 방안에는 지도에 빨간색 표시를 해가면서 사진들이 붙여져 있었고, 그거와는 별개로 노트에 따로 정리하는 것이 있었다. 정리한 시점을 보면 아마 2~3년 정도 가량 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그의 이름은 한도영. 그는 한 때 잘나가던 기자였다. 온갖 정치판의 비리를 파헤치고 목숨의 위협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기자 정신으로 일을 해왔다. 후배 기자들은 그를 존경하고 선배들 또한 그를 존경했다. 그가 파헤치면 누구라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가장 소중한 후배이자 결혼할 여자 민아가 있었다. 그녀 또한 기자 생활을 해왔다.
그녀 또한 도영을 보면서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싶어서 위험한 일을 파헤치고 했다. 그러다 그녀는 엄청난 거물을 건드려버린 것이다. 얼마 후 그녀는 실종되었고, 모든 기자들이 그녀를 찾아 나섰다. 경찰보다 기자들이 찾는 것이 더 빠를 경우도 있어 모두가 투입되었지만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동료 기자들은 그녀를 포기하였다. 하지만 도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뜨겁게 사랑했고, 자신이 힘들 때 도와주던 그녀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도영 또한 그녀를 찾기 힘들었고,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에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새로운 정보를 듣게 되었다. 그 남자는 어부였는데 어떤 큰 배에 여자들이 많이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도영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섬을 돌아다니면서 그녀를 찾았다.
‘민아야,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금방 갈게.’
몇 년이 지난 도영은 갑수가 있는 섬에 많은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영은 그 섬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시도 끝에 방법을 찾아내었다. 섬에 직원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돈을 많이 주지만 신분이 보장되어야 했다. 그래서 도영은 섬사람들과 친해져서 그들의 신분을 빌렸다.
많은 것이 준비가 완료되었고, 민아를 구하는 동시에 그 섬의 비리를 온 천하에 다 알릴 것이라 다짐했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집 마당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옛날 집이라 대문이 열리는 소리부터 나야되는데 마당으로 누군가 몰래 들어온 것이었다. 순간 놀란 도영은 당황하며 집에 있는 노트와 지도를 다 치운다. 그리고 방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자신의 입을 막고 손에 입을 데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흡!”
복면을 쓴 남성의 행동에 도영은 동공이 확대되면서 떨리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으로 잠입한 남자.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으면 죽었을 것이다. 일단 그 남자의 말을 듣는 것이 자신이 살아 갈 수 있는 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