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 치매증상 있다고 하더니만. 제대로 미쳤구만. 저 조센징 표정이 아주 볼만하네.’
그리고 갑수에게 일본인의 칼이 거의 닿기 직전이었다. 기대했던 경기가 이렇게 쉽게 끝나가는 것을 보니 방안의 있던 사람들은 그저 관심 없어서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일본인뿐만 아니라 그 방에 있는 모두가 동공이 확대가 되면서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저게 말이 돼?”
“미..미쳤네..!”
“저..저건 사기야..!”
갑수의 눈앞에 칼이 다가 왔을 쯤 순간 그의 눈이 떠졌다. 그 순간 갑수는 일본인을 향해 정권을 날려버린다. 그 정권이 일본인의 칼과 부딪히면서 칼날이 부러지고 그 뒤로 일본인의 얼굴까지 도달했다. 찰나의 순간에 칼이 부러지면서 정권을 맞은 일본인은 바로 기절해버렸다. 관중들은 환호했다. 항상 갑수의 한방으로 경기가 끝나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갑수를 제외한 노인들은 이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
갑수는 정권을 찌르고 다시 자세를 거두고 일본인을 그저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뒤를 돌아 자신이 들어온 문으로 가고 있었다. 문이 닫혀있었지만 경기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와서 일본인 노인의 상태를 확인 후 문을 열어주었다. 경기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경기를 보고 있던 부자놈들은 서로 쑥덕쑥덕 말을 하고 있었다. 갑수의 경기는 항상 한방으로 끝나버렸지만, 이번에는 칼을 든 상대로 한방으로 끝내버려 모두가 또 놀라버렸다.
‘으아, 간 쫄려 죽을 뻔했네. 저 노인네 일부러 저렇게 한 건가. 퍼포먼스 대단하네.’
남배는 순간적인 그의 행동에 놀랐으나, 다행히도 갑수의 승리로 끝나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일본인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얼굴이 빨개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데리고 온 일본인은 갑수만큼이나 고생하여 납치해온 영감이었다. 하지만 갑수에게 한방에 끝나버려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경기가 너무 빨리 끝나버렸네요. 어쩌죠?”
“...”
남배의 보스는 일본인의 얼굴을 보면서 기분이 더욱더 좋아졌다. 자신만만하던 그의 표정을 보니, 자신이 불안했던 것은 기우였던 것이었다.
‘이야, 물건이네. 다음번에는 있는 거 죄다 걸어야겠네. 약물 안하고도 저 정도인데. 약물까지 투여하면 괴물이겠네. 큭큭.’
사실 갑수는 퍼포먼스로 그런 행동을 보인 것이 아니다. 눈을 감은 것은 갑수가 더욱더 집중하기 위한 행동 중에 하나였다. 그만큼 일본인 사내에게 긴장하였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다. 갑수는 상대인 일본인을 옛날 한 영상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전설로 불리던 만큼 대단한 사내였기에 갑수는 그런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더욱더 환호했다.
일본인은 자존심을 회복할 다음 기회를 노리며 이를 갈고 있었다.
‘하, 두고 보자. 무조건 복수한다. 어떻게든 저 노인네. 한방에 죽여 버린다.’
***
어두운 방안에 촛불 하나로 불을 키고 한도영은 그저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복면을 쓴 남성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남성은 방을 뒤지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가 뒤질 때마다 자신이 모아놓은 정보가 걸릴까봐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때 복면 쓴 남성이 도영이 숨겨놓은 지도와 노트를 찾게 된다. 그리고 지도를 펼쳐서 보고 있었고, 노트 또한 읽고 있었다. 도영은 더 이상 이 침묵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저..저기요! 당신 누구요! 나한테 무슨 볼일 있는 거요!”
“...”
자신이 말을 하는데 대답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더욱더 초조해졌고, 순간 주위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본다. 하지만 자신의 방안에서는 무기가 될 만한 게 없었다. 그러다 자신의 지도와 노트에 집중하는 그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방문을 열고 나가면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찾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
순간 복면 쓴 남성의 말에 당황했다. 그에 말에 어떤 대답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때 복면 쓴 남성은 복면을 벗는다. 그의 얼굴은 본 도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을에서 유명했던 한동수였다. 마을에서 제일 순박하고 착한 사내로 마음 씀씀이도 대단했다. 그만큼 마을 평판이 아주 좋았던 사내였다.
“민아라는 여자를 찾고 있습니까?”
“그..그걸 어떻게..”
동수는 노트를 쳐다보면서 그에게 말을 하였다. 도영은 그와 한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또한 누군가를 찾고 있었고, 자신과 목적이 같았다. 그래서 도영은 자신이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민아를 찾는 지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았다. 혹시나 이 남자가 끄나풀은 아닐지 몰라서 섬에 들어가는 방법은 말하지 않았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쪽에서는 당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섬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정보 공유해주시겠습니까?”
“...”
동수는 지도를 보다가 한 섬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도영은 약간 놀랐다. 지도와 노트에는 어디 섬에 목표가 있어, 거기에 들어가는 방법은 적혀 있지 않았다. 지도와 노트를 보고 자신이 들어가려는 섬을 딱 집어서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 사내 또한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내..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습니까.”
그 말을 들은 동수는 지갑에 경찰 신분증을 보여준다. 동수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을 할 수 있었다. 도영이 동수를 의심했으나, 동수 또한 그를 의심하고 있기에 자신의 신분을 제대로 알려주진 않았다. 하지만 도영은 동수의 경찰 신분증을 보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신분증이 가짜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경찰이 몰래 수사를 하는 이유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관여되어 있어 몰래 수사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사실 저는 이 섬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들어갈 수 있으나, 민아를 찾고 나서도 문제에요.”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거기에 납치된 사람들은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기에 저 혼자 데리고 나올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런 문제라면 제가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예..? 거기에 중화기로 용병들이 무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탈출을 할 수 있다는 건지..”
“당신은 들어가서 조용히 당신이 찾는 사람은 찾으면 됩니다. 그 후에는 제가 어떻게든 탈출 할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아니, 계획이 어떻게 되는 거 에요? 경찰 쪽에서 지원이 나오는 거 에요? 내가 경찰에 얼마나 제보를 많이 했는데. 저 섬에 있는 놈들 엄청난 권력자에요. 알고는 있어요?”
“계획까지는 말 못해드립니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떤..”
“그 섬에 제가 들어가는 순간. 그 섬을 초토화 시켜버릴 겁니다.”
“네..네?!”
‘미..미쳤나 이사람. 무슨 자신감이야. 혼자서 영화 찍으려고 하나.’
평소 같은 도영은 이런 사람과 일을 하지 않는다.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처리해가는 자신과는 달랐다. 아무리 위험해도 보험을 들어놓고 일을 처리했던 도영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섬에서 탈출 할 방법은 없었고, 도영은 어쩔 수 없이 이 사내와 섬에 들어가야만 했다.
“하..일단 생각 좀 해볼게요. 어차피 섬에 들어가려면 3주일 정도 뒤에 갈 수 있어요.”
“예, 그럼 조만간 다시 한 번 또 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동수는 도영의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 도영은 어디로 갔는지 두리번거렸지만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확률이 올라갔다.
‘후우, 이런 사내라면 혹시 모르지. 어쩔 수 없는 도박에 목숨을 걸어야지.’
***
지하에서 지상 1층으로 올라온 갑수. 새로 배정 받은 방은 꽤나 좋은 방이었다. 층이 올라갈수록 방이 좋아지겠지만 지하에서 지내던 갑수에게는 푹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보다 좋은 것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방안에 있다가 섬을 둘러보러 나왔다.
방을 나오니 1층 로비에서 남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향해 남배는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줬다.
“영감님, 이제 나왔어요?”
“네놈이 왜 여기 있냐.”
“아이고, 영감님. 혹시나 무슨 일 벌이실까봐 제가 나와 있었죠.”
“할일이 그래 없더냐.”
남배는 혹시나 갑수가 돌아다니면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나왔다. 여기서 잘못 설쳤다가는 경기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이다. 갑수와 남배는 건물에 나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노인들이 많았지만 마을 하나 정도는 되는 규모였다. 하지만 주변 용병들이 중화기를 들고 한명씩 감시하는 것이 보였다. 특히 용병들이 갑수를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예전 일도 있었고, 그의 경기를 본 용병들은 더욱더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걷다보니 건물 앞에 편의시설이 많이 있었고, 그리고 뒤에 눈에 띄는 건물들이 몇 개 있었다. 떡하니 마약을 판매하는 건물과 성매매 할 수 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바로 앞에 가격들을 써 붙여놓고 노인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어떤 나라든 이렇게 낮에 대놓고 호객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 섬에서는 뭐든지 가능했다.
“어머, 오빠. 일로와. 이번에 올라온 오빠지? 처음은 무료니깐 놀러와.”
갑수에게도 호객행위를 하는 그는 그녀들을 무시하고 쭉 지나간다. 옆에 있던 남배는 그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멀리 걸어가는 갑수를 쫓아간다. 남배 또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니 규모가 제법 컸고, 마지막에는 용병들이 지키는 검문소 같은 것도 몇 개 보였다. 그리고 감시탑도 만들어져 있어서 누군가 몰래 빠져나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어디든 사각지대는 필시 있었다. 아직은 사각지대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었으나 갑수는 주위 깊게 관찰하면서 지나왔다. 좀 더 둘러보려고 했으나, 남배가 옆에서 찡찡거려서 그만 밥을 먹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
“영감님, 감시가 엄청나죠? 그러니깐..”
남배는 말을 하다가 주변 눈치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제가 손을 쫌 써놨으니깐 여기 찾는 거 금방일거에요.”
“...”
말없이 갑수는 밥을 먹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는 있었으나, 사각지대를 통해 여기를 어떻게 탈출할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고,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다 망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여기서는 잘못 되면 죽음으로 향했기에 더욱더 조심하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