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편의점에 들러 물병을 하나 사러 들어왔다. 항상 사던 물을 사들고 계산을 하려고 했다. 그때 갑수는 일하는 직원의 얼굴을 보고 동공이 확대되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동수야, 네가 왜 여기에..”
“쉿, 아버지. 감시당하고 있어요. 표정 관리 잘하세요.”
***
갑수는 동수를 만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수가 오는 것을 남배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막상 실제로 만나게 되니 걱정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동수가 못 오자, 한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동수가 나타났으니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오랜 간만에 만난 부자들은 서로 껴안으면서 반가워하고 싶었지만 감시가 너무 심해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부자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으면서 반가워하고 있었고, 그들은 실제로 누가 봐도 처음 보는 사람마냥 행동을 했다. 그들은 조용하게 소리를 낮춰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 이제 제가 왔어요.”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왔느냐. 혼자 온 것이냐?”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제가 아니, 이 김동수가 구해드릴게요.”
“이놈아, 여기는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본부에서는 뭐하기에 동수 네 혼자 오는 거냐.”
“본부에도 연락해놔서 곧 올 거예요. 아버지, 저 못 믿으세요?”
동수도 갑수를 닮아서 한다는 하는 남자였다. 갑수는 아들과 임무를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갑수는 동수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는 것 같았다. 갑수는 매일 동수와 연습을 했었다. 그래서 동수의 실력을 얼핏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하던 것 보다 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과 연습할 당시는 항상 봐주고 있었던 것 이었다. 그만큼 동수가 하자고 한 일은 무조건 하는 것을 보았기에 이번에도 동수가 해결 할 것 같았다.
‘아니야, 그래도 이건 너무 스케일이 크다.’
아무리 그래도 갑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급이 너무 컸고, 본부에서도 지원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 동수 혼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갑수는 이번만큼은 자신도 도와 같이 해결해야 했다.
“아니, 그렇긴 한...”
덜-컹
갑수가 말하는 도중 그때 편의점의 문이 열리면서 손님이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님이 아니라 용병이었다. 편의점 내 CCTV로 관리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수가 편의점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어 감시할 겸 물건을 사러 온 용병이었다. 그 순간 갑수와 동수는 살짝 눈이 마주치고는 자연스럽게 계산을 한다.
“죄, 죄송합니다. 포스 기계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크흠, 빨리 계산이나 해주소.”
들어온 용병은 그들이 관계를 눈치 못 채고 별 일이 없다는 것을 무전기로 알린다. 그리고 그는 편의점에 물건들을 쇼핑하고 있었다. 갑수는 다시 동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편의점을 나가버린다. 동수는 나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힐끔 쳐다본다.
‘아버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기에 대해서 곧 다 파악해가요. 여기 있는 놈들. 싸 그리다 조질게요.’
동수는 갑수를 보고 주먹을 꽉 쥐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동수는 여기에 와서 갑수를 바로 찾지 않아도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섬에서 유명한 격투 선수였다. 그것도 콜로세움 같은 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었다. 지면 바로 죽음을 당하는 그런 생사의 줄타기를 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동수는 화가 치밀어 여기 있는 자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었다. 사실 그는 임무에 항상 감정을 조절 잘하기로 유명했다.
그런 그였지만 자신의 가족이 저런 모습으로 보이면 누가 열 받아하지 않을까. 여기서 감정이 생기지 않는 다면 싸이코패스가 아닐지 의심을 해봐야한다. 하지만 동수는 감정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이 섬에 대해서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아버지를 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그와 만나지 않기로 했다. 어떤 일이든지 누가 볼지도 모르는 생각에 조심하고 더 조심했다. 하지만 오늘 갑수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갑수의 다음 상대가 엄청나게 위험한 인물이었고, 약간 조급해진 동수는 아버지를 잠깐 만나 자신이 여기 와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자신의 아버지 정신력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을 하나, 이런 상황이 지속된 다면 흔들릴 수도 있고, 그리고 곧 이 섬에 대해서 다 파악해가서 아버지를 한번 만나기로 했었다. 동수는 아쉽지만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편의점 일을 지속해가고 있었다.
***
감정이 심하게 복잡해지는 갑수였다. 하지만 갑수는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산책을 다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전에 자신이 하는 행동과 조금 다르게 행동하면 용병들이 자신을 더욱더 감시를 심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갑수는 항상 똑같은 시간에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하곤 했다. 그래야 그들이 안심할 수 있고, 갑수의 감시가 덜 해지기 때문이다.
‘후우, 큰일이네.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는데. 본부에서는 이 섬의 거물들이 끼여 있는 판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을 텐데 동수 이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혼자 온 거야.’
갑수는 그들을 잘 알았다. 거물들을 상대할 때도 정확한 증거가 될 만한 것이 나오지 않으면 함부로 개입하지 않았다. 그 증거들을 요원 한명씩 보내서 가져오게 만들고 그들을 잡거나 혹은 타협을 보았다. 본부에 몸을 담고 있던 갑수였지만 그들을 완전히 믿을 순 없었다. 그들은 아마 동수가 판을 벌려놓으면 다 끝나서 오거나, 혹은 끝까지 개입 안할 수도 있었다.
갑수는 돌파구를 찾아야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뜩 든 생각은 아마도 남배가 그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예전에 남배 말로는 자신의 보스가 갑수와 만나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이 섬에 들어온 이상 그도 함부로 아무나 만날 수 없었고, 노인들의 허락을 한다면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았기에 갑수는 그를 거부했다. 자신을 이곳으로 들어온 놈이 감히 자신을 만난다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와 접촉해서 많은 부분에서 이득을 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갑수는 자신의 방에 벨을 눌러서 남배를 호출한다. 갑수가 일부러 자신의 방에 남배를 호출할 수 있는 전용 벨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그는 항상 심심할 때 남배를 부르고 안마를 시켰다.
철-컥
“아, 영감님 오늘은 쉬게 해주신다고 했잖아요.”
남배는 그를 존경하면서도 자신을 귀찮게 해서 그 존경심이 또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귀찮게 불러도 자신을 점점 따뜻하게 대해주는 갑수가 좋아서 호출이 나오면 항상 달려가고 했다.
“그 너네 보스인지 뭔가 하는 놈. 만날 수 있냐?”
“예..예?! 저희 보스 만나신 다구요?”
“그래, 아무리 못난 놈이라지만 내가 요구할게 하나 생겼다.”
“그게 뭔데요? 제가 해결해드릴게요. 조금만 참으세요, 어차피 아드님..아아악!”
순간 갑수는 옆에 앉아있던 남배의 발을 밟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만날 수 있는 걸로 알고 난 좀 쉰다.”
“아니, 왜 갑자기 발을 밟으시는 거 에요.”
갑수는 자신의 방에도 CCTV가 몰래 숨겨져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실험 끝에 자신의 화장실에도 CCTV가 있는 것도 확인하였다. 납치되어온 자들이기에 인권자체가 없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남배가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말을 못하게 하거나 주제를 바꿨다. 남배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았고, 만일 알고 있으면 어색하게 행동할 거 같아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
사실 CCTV가 음성까지는 잡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항상 조심하려고 그가 아들이야기가 나오면 말을 못하게 막았다. 남배도 얼추 눈치가 있어서 아들이야기는 웬만해선 꺼내지 않았으나, 오늘은 항상 만나지 않겠다고 하던 자신의 보스를 만난다고 하니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기에 아들이야기까지 나온 것이었다.
“아휴, 알겠어요. 저한테 말씀하시지. 일단 전달은 해드릴게요.”
“어차피 그 놈 만나게 되면 너도 알게 될 거야.”
“두 분이서 만나시는 게 아니에요?”
“너 포함, 세 명이지.”
“저..저도요?”
“그래.”
약간 당황한 남배는 일단 알겠다는 소리를 하면서 방을 나간다. 자신을 빼고 만나면 괜찮지만 자신까지 같이 만나면 뭔가 상황이 애매해질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들은 남배였다. 사실 한배를 타기로 했으니 안 좋을 거 까진 없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 일단 하나씩 시작해보자. 어쩔 수 없이 그 놈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군.’
갑수는 그에게 만큼은 굽히지 않고 자신이 해결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자존심 같은 것은 버려야했다. 그만큼 갑수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리고 갑수는 자신의 다음 상대를 알게 된다면 더욱더 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도영 또한 이 섬에 오자마자 민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TV를 보다가 상품처럼 팔리는 민아를 보게 된 것이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일이 잡히지 않았지만 자신이 여기서 실수하면 동수 또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천천히 민아를 찾았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이랑 도영은 접촉하기가 꽤나 쉬웠다. 물론 노인들도 많았고 그들과 접촉은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그들이 이들과 접촉한다고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들은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하지만 여기에 일하는 여성들이 꽤나 많았고, 민아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동수는 여러 일을 해왔다. 몸을 쓰는 일 물건을 파는 일. 하지만 도영은 오로지 빵가게에서 알바를 해왔다. 왜냐하면 민아가 빵을 좋아했기에 분명 여기에 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아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혁진이 당당한 민아가 꺾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녀를 학대하여서 민아가 쓰러져서 입원을 했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도영은 민아가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하지만 동수를 믿고 기다리며 민아 또한 기다리고 있었다.
딸랑
빵 집의 문이 열리면서 어여쁜 여성들이 들어왔다. 굉장히 어린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평상복을 입고 아주 귀엽게 재잘 거리면서 들어왔다. 그녀들은 일하는 여성들이었다. 정확하게는 납치 되서 온 몸이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 도영은 민아를 생각하면서 그녀들에게 항상 빵을 더 챙겨주었다. 그리고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항상 해왔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이!”
인사성도 밝은 아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도영은 꼭 그녀들도 구해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래, 아저씨가 빵 많이 구워놨어. 오늘은 서비스 더 챙겨줄게.”
딸랑
그때 빵집 문이 또 열리면서 원래 오던 여성들보다 나이가 있어보였지만 그녀도 20대 중반처럼 보였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그녀는 뭔가 기운이 없어보였다. 그녀도 먼저 온 그녀들과 빵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도영을 보고 점점 그에게 다가갔다. 벌써 계산이라도 하려는 가 싶어서 계산대로 옮긴 그는 그녀의 첫 마디에 도영은 동공이 확대 될 수밖에 없었다.
“도..도영오빠?”